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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 님의 서재입니다.

용과 전생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sung1354
작품등록일 :
2017.11.23 17:33
최근연재일 :
2019.02.13 12:30
연재수 :
93 회
조회수 :
11,411
추천수 :
165
글자수 :
641,611

작성
18.12.13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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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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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각성

DUMMY

바로 이해됐다. 티아년이 브릿한테 관심 없다고 한 이유가 뭔지. 미아드를 조연이라 칭한 건 왜인지.


티아의 병신 같은 계획의 목표가 누구인지. 그리고 그 목표를 위해 티아가 한 게 뭔지. 아니, 금발놈한테 알려준 게 무엇인지.


이제 이해가 끝났으니 바로 행동에 나서야 한다. 나는 욕설을 토해내며 경기장 밖으로 나가려 했다.


“야, 이 시발. 안 떨...!


“이런. 안 되지.”


그때 옆에서 여유롭기 그지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등에 소름이 돋음과 동시에 단련된 몸이 자동으로 방어 자세를 취했다.


쿵!


“크읍!”


막았음에도 엄청난 충격에 나는 한쪽으로 밀려나며 때린 녀석을 보았다.


그 상대는 너무나도 당연하게도... 티아였다.


“너!”


“이제 곧 시합인데 나가려고 하면 안 되지. 교칙은 지키라고 있는 거잖아?”


티아는 객관적으로 봤을 때, 굉장히 아름다울 미소를, 그리고 지금 내 입장에서는 칼을 박아버리고 싶은 표정을 지었다.


“안 지키면 벌이야. 저 애처럼.”


나는 일단 티아한테서 눈을 떼고 미아드를 바라보았다. 미아드는 금발놈한테 얻어맞은 뺨을 잡고 일어서고 있었다. 뇌진탕이 일어났는지 목소리가 떨리는 채였다.


“무, 무슨 짓, 이야.”


“무슨 짓? 그게 니 년이 나한테 할 말이냐?”


미아드는 머리가 떨리는 와중에도 한 부분은 눈치 챘는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대답했다.


“나, 난 남자...”


“할 말은 그게 다인가?”


“꺅!”


금발놈은 미아드가 뭐라고 하든 신경 쓰지 않고 미아드의 머리채를 붙잡았다. 그리고 아까와 비슷한 수준의 위력으로 연거푸 미아드의 뺨을 쳤다.


짝! 짝!


체육관에 울리는 소리에 나는 이를 악물었다.


까드득.


강한 압력에 어금니가 잇몸에 박혀 들어갔다. 나는 침착하려고 애쓰며 말했다.


“비켜.”


“이런. 안 된다고 말했잖아? 넌 경기를 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시발 년.”


내 거친 욕설에도 뭐가 그리 재밌는지 티아는 얼굴에서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나는 하는 수 없이 상대를 일격에 쓰러뜨리고 나가기 위해 경기장 안을 둘러보았다.


경기장 안에는 나밖에 없었다. 나는 상황이 이해가 안 돼서 멍한 눈으로 주변을 보다가 이유를 짐작하고 다시 티아를 노려보며 말했다.


“너 설마...”


“어라? 상대가 이상하게 늦나 보네? 하는 수 없지. 조금만 기다려 주자. 할리. 참을성을 가져야만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어.”


“닥쳐!”


나는 다시 미아드 쪽 상태를 살폈다. 이러는 와중에도 소리는 계속해서 울리고 있었다. 미아드는 기절했는지 비명도 못 지르면서 맞고 있었고, 얼굴에서 피가 흘러 바닥을 적실 정도였다.


시간이 없었다. 심장이 거세게 뛰는 걸 느끼면서도 티아를 설득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야... 이건 아니잖아.”


“흠. 뭐가?”


나는 다시 한 번 침착하기 위해 애썼다. 입을 열면 목에서 욕설과 저주가 쏟아질 것 같았지만 그래서는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 그걸 속으로 몇 번이고 되새기며 말했다.


“나를 괴롭히고 싶으면 그냥 날 패면 될 것이지 쟤를 왜 건드려. 애초에 이런다고 내 실력이 나아질 리도 없잖아. 그래도 무슨 소리인지는 알아들었으니까 이제 그만하게 해.”


“앞의 말부터 하나씩 대답해줄게. 우선 첫 번째, 니가 그런 사람일 것 같으니까 저 애를 건드린 거야. 원래 영웅담의 주인공들은 자신이 맞는 건 참지만 주변 사람들이 맞으면 분노하잖아?”


참자. 참아야 해...


“둘째, 나아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낮아지지도 않을 거잖아? 잃을 건 없으니까 그냥 해보는 거지.”


참아야 한다...


“셋째. 아직 시작도 안 했어.”


“야 이 개년아!”


나는 설득이 불가능하다는 걸 확신하고 달려들어 주먹을 날렸다. 티아는 예상했다는 듯이 가볍게 막아내고는 내 배를 쳤다.


퍼억!


“커윽...”


내장이 뒤틀리는 것 같은 고통을 참으며 발차기를 날렸지만 티아는 가볍게 뒤로 움직여 피해냈다. 그리고 경기장 선으로부터 정확히 한 발자국 뒤에서 나를 놀렸다.


“역시 우리 할리는 맷집 하나만큼은 대단해. 그 상황에서도 공격을 하다니. 이래서 기대를 접을 수가 없다니까.”


“...닥쳐.”


“걱정 안 해도 돼. 할리.”


티아는 내가 어떤 반응을 하든 자기만의 페이스를 유지했다.


“죽을 일은 없을 거야. 여긴 검술 학교니까. 언제나 치료원들이 상시 대기하는 곳에서 그런 일이 일어날 리 없잖아?”


“...정작 환자가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뭐하고 있는 건데.”


“원래 치료원들은 환자가 있어야만 위상이 높아지는 법이야.”


조금도 웃기지 않았기에 다시 미아드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디서 나왔는지 금발놈의 부하 둘이 물 양동이를 들고 다가가고 있었다.


금발놈은 손에 피가 묻을 정도로 미아드를 때렸지만 조금도 힘들지 않았는지 평온한 숨을 내쉬고 있었다. 명료한 목소리로 부하에게 명령했다.


“깨워.”


부하들이 미아드의 얼굴에 물을 뿌리자 얼굴의 피가 씻겨 내려가며 잔상처들과 퉁퉁 부운 뺨이 드러났다.


나는 다시 고개를 돌리고 자리에 굳건히 서 있는 티아를 보았다. 분명 나랑 비슷한 키일 텐데도 그 모습은 태산처럼 커 보였다.


이겨낼 수 없을 거라는 절망이 들었다. 나는 이제 욕도 안 나올 것 같아서 그냥 애원했다.


“부탁할게.”


“뭘 말이야?”


“...니가 하라는 건 다 할 테니까 이제 그만하게 해. 제발.”


티아는 그 말에 얼굴에 담긴 미소를 더 짙게 했다. 그리고는 잔인하게 선고했다.


“내가 원하는 건 니가 여기서 날 때려눕히는 것뿐이야.”


“...”


까드드득.


나는 다시 한 번 이를 악물었다. 입 안에서 올라오는 피맛을 느끼며 비명을 질렀다.


“시바알!”


그리고는 다시 티아한테 달려들었다. 티아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주먹을 날렸지만 나는 어깨로 막으며 파고들었다. 정면으로 겨루면 승산이 없다는 건 지난 시간 동안의 싸움으로 잘 알고 있었다.


거리를 좁혀 개싸움을 유도했다. 기술 같은 건 상관없이 순간의 임기응변만으로 승패가 갈라지는 영역.


하지만 그 영역에서도 티아의 재능과 실력은 충분히 발휘됐다.


“컥! 커흑!”


뺨을 때리고 배를 맞았다. 팔을 때리고 다리를 걷어차였다. 맞고 때리는 횟수 자체는 거의 비슷했다.


그런데도 티아는 큰 충격 없이 공격을 계속했고, 나는 맞을 때마다 충격에 몸을 떨어야 했다. 애초에 신체능력 차이가 너무 엄청나니 어쩔 수 없다.


거기다 개싸움은 원래 신체능력이 중요하다. 그러니 이런 양상이 되는 건 오히려 당연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개싸움을 유도한 건 그걸 몰라서가 아니다. 다른 방법이 없어서였지. 즉 최후의 발악이다.


그 발악마저 금방 막혔다. 티아의 머리채를 붙잡아 시야를 가리려 한 순간 보지도 않고 내 얼굴을 정면으로 쳤다.


뿌득!


코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참으로 경쾌하다. 그렇게 어딘가 먼 일처럼 생각하며 뒤로 날아갔다. 흔들리는 시야 사이에서 관중석에 앉은 학생들이 보였다.


미아드와 티아 때문에 잊고 있었지만 이곳에는 아직도 많은 학생들이 남아 있었다. 어차피 미아드를 구해주지도 않을 테니 신경 쓰지 않고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그 순간의 나에게 그들은 아주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의 표정이 문제였다. 대부분은 나를, 그리고 소수는 미아드를 보며...


그들은 웃고 있었다.


어느새 자리에 누워 있었다. 의식이 잠깐 동안 끊겼던 건지 쓰러지는 과정이 기억나지 않았다. 고개를 돌려 미아드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머리가 멍했지만 목소리와 모습은 눈에 잘만 들어 왔다.


‘난 남자라고! 이 미친 새끼들아!’


부하들에게 잡힌 팔을 휘두르는 미아드 앞에서 금발놈이 싸늘하게 물었다.


‘정말인가?’


‘그래! 그러니까 놔!’


‘그렇다면 직접 확인해 보면 되겠군.’


‘...뭐?’


왜 머리가 멍한 데도 뒤에 할 말은 잘만 예상되는지. 나는 입을 열어 욕설을 퍼붓고 싶었지만 그쪽은 잘 움직이지 않았다. 그냥 의미 없는 숨만 터져 나왔다.


‘벗겨.’


‘으아아악! 미친 놈들아아!“


부하들에게서 저항하는 미아드를 보며 시간이 느려졌다. 과거의 일들이 떠올랐다. 소중한 사람을 지키지 못한 적은 많았지만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역시 내 자그마한 여동생이었다.


...리리. 이번 생에서는 지켜주기로 약속했는데... 또 이렇게 되려나?


내 인생은 언제나 이랬다. 거대한 악의들로 꽉 채워진 채, 조그마한 선의들이 내 인생의 밖으로 밀려나갔다. 그게 싫어서, 지키고 싶어서 미치도록 검을 휘둘렀는데, 알게 된 건 자신의 확고한 한계선뿐이었다.


스승님을 만나고 나서는 벗어났을 거라며 자부했지만, 결국 그 미약한 자신감도 그날 다 부서져 내렸다. 내 다른 모든 인연들과 함께.


그래, 그날. 드래곤한테 죽던 그날. 떠오른다. 그날의 일이.


널려있는 시체. 드래곤의 오만한 눈. 자살로 이어질 특공. 그리고...


급박한 상황임에도 다시 그때에 대한 의문이 떠오른다. 전혀 의미없는 고민임에도...


...아니.


정말로 의미 없는 고민인가?


“하아.”


내가 토해낸 숨소리가 들리며 느려졌던 세상이 원래대로 돌아온다. 부러진 코 때문에 코로 숨 쉴 수가 없어, 입으로 산소를 들이켰다. 어디의 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또 피 맛이 난다.


부들거리는 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티아는 미아드한테 일어나는 일을 보며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내가 일어났다는 걸 깨닫고는 말했다.


“저건 내가 봐도 좀 심해 보이긴 하네. 어차피 할 만큼 했으니 그만 가 봐도...”


“칼 내놔.”


“...뭐?”


내가 한 말을 이해하지 못해 되묻는 티아를 보며 나는 약간의 쾌감을 느꼈다. 밀려오는 고통들에 금방 사라졌지만.


나는 다시 한 번 티아를 향해 또박또박 말했다.


“칼 내놓으라고.”


그리고 한 마디를 더 붙였다. 가장 중요한 부분을.


“진검으로.”


“...”


티아는 이번에는 알아들었는지 싸늘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다지 시간이 많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음으로 다시 한 번 말했다.


“빨리.”


“...코스.”


“안 됩니다. 아가씨.”


티아는 그제야 자신의 호위를 불렀지만 코스는 거부했다. 언제 왔는지 바로 내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평민의 실력은 상당합니다. 아무리 아가씨라도 다칠 수 있...”


“지금 내 명령을 거부하는 거야?”


“...”


둘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지려는 것 같았지만 몇 번이고 말했듯이 시간이 없었다. 미아드는 바지에 대는 손을 쳐내기 위해 팔다리를 휘둘렀다가 부하들에게 밟히고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평온하게 말했다.


“안 되면 니 나이프라도 줘.”


“그래. 자.”


티아는 날이 있는 무기를 작은 공이라도 던지듯 나에게 날렸다. 다행히 궤적이 확실해, 놓쳐서 부상을 입거나 하는 웃기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티아는 바로 내 뒤를 향해 말했다.


“그만둬. 코스.”


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별로 관심 없었다. 검으로 나를 겨누고 있든, 살기를 뿌리고 있든 나와는 하등 상관없는 일일 뿐이다.


티아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럼 할리. 이제 다시...”


“조용히 해.”


티아가 뭐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그것도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었다. 나는 몸을 미아드 쪽을 향해 돌렸다.


위치는 관중석. 내가 방금 전까지 있던 곳. 떨어진 거리는 직선으로는 대략 11에서 12미터 정도일까? 그때보다 조금 더 길다. 하지만 유의미한 차이는 아니다.


처음, 아니 두 번째로 하는 거지만 실패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 따위는 들지 않는다. 반드시 성공할 거라는 확신만 든다.


생각해보면.


요새는 이상했다. 아무리 아이의 몸이 되었다지만, 스스로가 재능이 없다는 걸 깨닫게 된 지 수십 년이다. 그렇게 매일매일 절망할 정도의 사안은 아니다.


그럼에도 난 재능에 대해 한탄했다. 그건 왜일까?


내 무의식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더 강해질 수 있다고. 티아한테, 아니 누구한테도 지지 않을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두 번째로 고블린과 싸웠을 때, 이 생에서 3단계를 각성했을 때가 떠올랐다. 지금과 그때와 다를 것은 그다지 없다. 지금 내 앞을 막고 있는 적이 그때보다 강하다는 것과, 지금 깨닫는 것의 수준 정도만이 다를 뿐이다.


그때 깨달았던 것이 내가 평생 동안 단련해 왔던 것이라면, 지금 하는 일은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야 다다른 것이니까.


허공을 향해 검을 내젓는다. 그 궤적을 제외한 세상 만물이 지워진다. 심지어 검을 휘두르는 목적인 미아드마저 잊어버린다. 지금 이 세상에는 나조차 없다.


처음부터 난 할 수 있었다. 단지 모르고 있었을 뿐.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깨달았다.”


서걱.


휘두른 검에 의한 파공음은 방금 전의 세상에 두고 온 듯 전혀 들리지 않았다. 대신 미아드가 있는 곳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정확히는 미아드의 저항을 없애고 바지에 손을 뻗고 있던 부하 놈의 손가락에서 들려왔겠지.


세상에 색이 돌아온다. 나한테 시선을 두고 있던 모든 사람들이 내가 보고 있는 곳으로 눈을 돌리는 게 느껴졌다. 금발놈과 그 부하들은 미아드한테 하려던 짓도 잊고 부하 중 한 놈의 손을 보았다.


오른손의 잘려나간 엄지와 검지, 그리고 반쯤 잘린 중지를 보며 상황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었다.


전혀 이해하지 못하게 신체 부위를 잃어버린 인간의 반응은 대개 비슷하다. 처음에는 부정. 그다음에는.


“으아아아악!”


발광.


자리에 쓰러지며 손을 부여잡는 부하놈의 음성은 노랫소리처럼 감미로웠다. 나는 그 노래를 즐기며 다시 한 번 허공을 향해 나이프를 휘둘렀다.


서걱.


이번에는 남은 부하놈의 발목에서 들려왔다. 방금 전 사건이 있는 지라 그 부하놈의 반응은 신속했다. 물론 그게 놈이 상황을 이해하고 대처하기 시작했다는 뜻은 아니다.


“으아아아아!”


그냥 자리에서 발광하는 놈이 하나 더 늘었을 뿐. 방금 전까지 맞고 있던 미아드는 두리번거리며 조심스럽게 일어났다.


나는 그 모습을 보다가 공격을 날린 발목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손으로 피를 막고 있어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잘리지는 않은 듯했다.


나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이번엔 금발놈을 공격하기 위해 칼을 들었다. 그렇지만 금발놈의 반응은 나머지 두 놈과 좀 달랐다.


“크윽!”


부하들을 내버려두고 도망치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는 칼을 내렸다. 딱히 사건이 종료됐으니까 공격할 필요 없어서는 아니었다.


움직이면 못 맞추기 때문이다. 적어도 아직은 불가능하다. 차라리 미아드를 인질로 잡거나 했다면 일이 편했을 텐데 그렇게까지 썩지는 않은 모양이다. 아니면 그냥 상황이 급박해서 못 떠올렸거나.


아직 한계가 많은 능력이다. 발목을 못 잘라낸 걸 보면 그때에 비해서 위력도 줄어든 것 같고, 시전 속도는 비슷하니까.


하지만 괜찮다. 전부 이제부터 연습하면 되니까. 오히려 즐겁기까지 하다. 아직 나아질 구석이 많이 남아 있다는 뜻이니까.


금발놈이 체육관 입구를 향해 달리는 걸 보고 시야를 티아에게로 돌렸다. 티아는 굳은 얼굴로 내 손과 나이프를 보고 있었다. 나는 입이 찢어질 듯 웃었다. 유쾌했다.


몸은 상처투성이에 코뼈가 부러져 숨쉬기 어려웠지만 유쾌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미친 듯이 웃었다.


“하하하하! 하하하하!”


“...”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나는 눈물이 나와서 웃음을 멈췄다. 더 웃었다간 뱃가죽이 찢어질 것 같다는 위기감도 들었고. 눈물을 닦고는 티아를 보았다. 티아는 여전히 내 손을 경계하며 같은 위치에 그대로 서 있었다.


그 모습에 또 웃음이 나올 것 같았지만 열심히 참았다. 하루 종일 여기에서 웃고만 있을 수는 없으니까. 나는 생긋 웃으며 입을 열어 말했다.


“일단 고맙다고는 해둘게.”


“...”


“와. 나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는데 되네. 각성이란 건 의외로 쉬웠구나?”


나는 그 후 몇 마디를 더 지껄였지만 의미 있는 말은 아니었다. 그냥 순간의 감정을 이기지 못해 입을 놀렸다. 그러다가 미아드가 떠올라서 시선을 돌렸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다리를 다쳤는지 절뚝거리고 있었다. 빨리 치료원에게 데려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나는 티아가 나한테 던질 때처럼, 다만 아까가 일반 투척이었다면 지금은 강속구의 느낌으로 나이프를 되돌려주었다.


티아는 나이프를 자신의 눈 바로 앞에서 잡았다.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찔렸겠지만 티아가 그렇게 될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런 의도로 던진 것도 아니었고.


나는 미아드에게 다가가서 뭐라 말하려는 녀석을 공주님 안기로 들어올렸다. 이런 상황에서도 얼굴을 붉히던 녀석은 내 얼굴을 보더니 안색을 굳혔다.


“하, 할리.”


녀석의 목소리가 떨린 건 자신의 상처 때문일까. 아니면 내 상처 때문일까. 어느 쪽이든 상관없이 웃음이 나왔다. 방금 전의 굳은 티아를 볼 때와는 다른 의미의 유쾌함이었다.


나는 놀리듯 입을 열었다.


“내가 좀 못 생겨서 놀랐냐? 그치만 니가 더 못 생겼거든. 완전 뺨이 찐빵처럼 부어 가지고.”


“마, 맞아가지고 그래...”


“누가 뭐래냐?”


미아드가 울먹이면서 변명하듯 말했다. 나는 그 말에 대충 대답하고는 다시 티아를 향해 눈을 돌렸다. 티아는 아직도 내 일거수일투족을 경계하고 있었다.


나는 조용하게 말했다.


“내일.”


“...”


“토너먼트 끝나고 다시 보지.”


그렇게만 말하고 치료원들이 대기하고 있을 곳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이 망할 사건의 소득을 마음속으로 떠올렸다.


4단계 검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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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시간 회귀 마법 +2 19.02.13 47 1 15쪽
92 질문 +1 19.02.08 28 1 15쪽
91 곤곤곤의 회의 +1 19.02.04 27 1 16쪽
90 장로들 +1 19.01.31 31 1 16쪽
89 대장 엘프랑 협상 +1 19.01.27 42 1 15쪽
88 톤톤톤 때리기 +1 19.01.25 33 1 15쪽
87 라라라의 마법 +1 19.01.23 27 1 17쪽
86 인질극 +1 19.01.21 33 1 15쪽
85 몰살과 구출 +1 19.01.19 60 2 16쪽
84 잠입 +1 19.01.18 43 2 15쪽
83 엘프랑 가해자랑 대화 +1 19.01.16 45 2 15쪽
82 도망치는 엘프 +1 19.01.14 42 1 15쪽
81 3권 후기 +3 19.01.13 47 2 4쪽
80 3권 마지막 화 +1 19.01.12 46 2 19쪽
79 패배 예고 +1 19.01.09 40 2 18쪽
78 티아리스 2차전 결말 +1 19.01.06 39 2 18쪽
77 티아리스 2차전 +1 19.01.03 53 2 15쪽
76 티아와 전투 준비 +1 18.12.31 54 2 16쪽
75 금발놈에게의 복수 +2 18.12.28 57 2 15쪽
74 금발놈과 시합 전에 +1 18.12.26 53 2 22쪽
73 내일을 위한 휴식 +1 18.12.23 47 2 11쪽
72 미아드의 비밀 +1 18.12.19 52 2 16쪽
» 각성 +1 18.12.13 66 2 18쪽
70 브릿 대 금발놈 +1 18.12.10 51 2 16쪽
69 티아의 계획 +1 18.12.07 54 2 17쪽
68 재능 +1 18.12.04 51 2 15쪽
67 안 좋은 날 +1 18.12.01 66 2 15쪽
66 토너먼트 진행 중 +1 18.11.28 48 2 15쪽
65 금발놈 승리 +1 18.11.25 58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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