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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결님의 서재입니다.

대식객(大食客)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새결
작품등록일 :
2016.07.27 22:48
최근연재일 :
2016.10.24 03:03
연재수 :
42 회
조회수 :
84,704
추천수 :
533
글자수 :
126,062

작성
16.10.24 03:03
조회
1,037
추천
10
글자
7쪽

13. 바람은 낮은곳에도 분다 (5)

DUMMY

"으음······. 여기가 어디지? 으윽 머리야."


하현은 아픈 머리를 감싸 쥐며 잠에서 깨어났다. 주변을 둘러봐도 난생 처음 보는 곳이었다.

하현은 다시 한 번 머리에 통증을 느꼈다. 기억 속에서 무언가 어렴풋이 기억났다.


"꿈자리 한번 뒤숭숭하네······."


하현은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 무언가를 꿈이라 생각했다.

간밤에는 정말 끔찍한 악몽을 꾸었다. 팔호 아저씨가 죽어버리는 꿈을······.


"아저씨! 어디 계세요? 여기 없으세요?"

드르륵

"아저씨···?!"


하현이 팔호를 부르자 문이 열렸다. 하현은 당연히 팔호가 들어올 줄 알았지만 들어온 것은 어떤 노인이었다.


"일어났구나. 이틀을 꼬박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단다."

"할아버지는 누구시죠?"

"난 마교의 장로 천목민이란다."

"여기는 어디예요? 제가 왜 여기에 있죠?"

"기억을 못하는 게냐, 아니면 어제 일을 기억 하고 싶지 않은 게냐?"

"그게 무슨···!"


하현은 아까 어렴풋이 꿈인 줄로만 알았던 장면들이 명확하게 떠오르며 어제 있었던 일이 실제 있었던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아···. 아저씨! 팔호 아저씨는 지금?"


하현의 물음에 천목민은 따라오라는 듯 방을 나섰다. 하현이 노인을 따라가자 옆 방에는 팔호가 침상 위에 누워있었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아니 평소보다 평온한 모습이었다.

목과 손목에 가있는 붉은 혈선만 제외한다면.


"아······. 아저씨!"

털썩-


팔호의 시신을 본 하현은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그리고는 한없이 오열하고, 오열했다.

아직 어린 하현이지만 소중한 사람을 잃는 경험은 벌써 몇 번을 찾아왔다.

하지만 자주 온다고 해서 결코 적응할 수 없었다.

옆에 천목민이 있다는 것을 잊은 듯 하현은 오열했다.

팔호의 시신으로 엉금엉금 기어가 손을 붙잡으려 했지만, 손에 가 있는 혈선 때문인지 손을 데지 못하고 몇 번 시도만 하다 멈추었다.

지켜보던 천목민도 이내 고개를 돌려버렸다.


'내가 약해서······. 내가 약해서 소중한 사람을 계속 잃는 거야!'


하현은 울며 생각했다. 팔호와 처음 만난 날 팔호에게 했던 말이 입 밖으로 새어 나왔다.


"천하제일인······. 천존"


좀 더 강했어야 했다. 무공뿐만 아니라 마음도 강해졌어야 했다. 애초에 붙잡히지만 않았더라면 팔호가 죽는 일은 없었으리라.

아무도 잃지 않게 되는 길은 천존이 되는 길뿐이라고 생각했다.

한참을 오열하고 난 뒤 하현은 팔호를 안아 들었다.

목과 머리가 분리된 상태였지만 그 목은 잘 봉합되어 있었다.

고마움에 천목민을 바라보자 그 역시 살짝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현은 팔호의 시신을 안고 어제의 싸움터로 갔다.

공터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깨끗하게 치워져 있었다.

그 공터 구석에 볕이 잘 드는 땅을 찾아 땅을 파기 시작했다.

몇시진을 지칠 줄 모르고 땅을 팠다.

해가 기울어지기 시작할 무렵 어느 정도 커다란 구덩이가 만들어졌고 하현은 팔호을 구덩이에 뉘었다.

그리고는 파냈던 흙을 다시 덮었다.

이렇게 이름 모를 공터에는 이름 모를 봉분이 하나 생겨났다.


하현이 팔호의 무덤을 모두 만들어 줄 때까지 노인은 하현의 뒤에서 꼼짝하지 않았다.

말 한마디도 하지 않고 묵묵히 하현을 지켜보고 있던 천목민은 봉분이 완성되자 그때야 걸어서 돌아가기 시작했다.

하현 역시 터벅터벅 발길을 돌려 천목민을 따라가자 노인은 그 재서야 한마디 말을 던졌다.


" 천존, 천존이라.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구나. 난 네가 힘을 키우는데 내가 도와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단다."


하현은 걸음을 멈추고 노인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천목민도 발검음이 멈춤을 깨닫고 고개를 돌려 하현을 바라보았다.

마주친 하현의 눈은 지금 겉보기에는 까맣게 죽어 있었지만, 내면에는 용암처럼 불타오르고 있는 갈망이 느껴졌다.


"나는 마교의 칠장로 천목민이다. 지금은 비록 정파에 볼모로 가는 신세이지만 너에게 도움을 줄 정도는 된다고 생각하는데······."

"마교?"

"그래 마교말이다. 믿든 안 믿든 상관은 없지만, 너의 사부······. 라 불러야 하나? 하여튼 팔호와는 교 내에서도 상당히 가까운 사이라고 할 수 있지. 후에 몹쓸 짓을 하긴 했지만 말이다.


하현의 심장 속에는 아직도 팔호의 말이 박혀 있었다.


'나는 당당한 마교인이다.'


이 말이 하현에게 미치는 영향은 컸다. 일전에 이 말 때문에 첫 싸움을 하게 된 적도 있었다.


"사부가 아니에요. 저에겐 아버지와 다름없는 존재였어요."

"허허······. 팔호는 대단하구먼······. 누가 가르쳐준 적도 없었을 텐데 말이야. 각설하고, 나를 따라오려면 네가 아까 누워있던 방으로 찾아오거라. 내일 저녁까지는 기다릴 테니."


말을 마친 천목민은 먼저 휘적휘적 객잔으로 걸어가 버렸다.

하현은 선택의 갈림길에 고민하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다음 날

떠날 채비를 마친 천목민과 천아령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안 오려나 봐요. 아.... 버지...."


천아령은 천목민에게 무언가 어색하게 말을 꺼냈다.


"아니다. 그 아이는 꼭 올 것이다. 원래 진짜 원하는 것이 있는 사람은, 그걸 얻기 위한 최선의 기회를 알아보는 법이란다. 그나저나 이곳에서부터 하남성 까지는 걸어야 할 것 같구나. 마차를 몰 사람도 없고 말도 다 없어졌으니 말이다."

"지금껏 무공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았으니 짐이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천아령이 천목민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천아령의 행동을 아버지를 대하는 모습치고는 뭔가 어색했다.

마치 상전을 떠받드는 모양이랄까?


그때 누군가 방으로 걸어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그 발소리는 거침없이 방문으로 와 벌컥 문을 열어젖혔다.


"따라가겠습니다. 저를 강하게 만들어 주세요."


천목민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방문을 연 자는 당연하게도······. 하현이었다.

하현에겐 딱히 짐이 없었고, 그나마 있던 짐들도 객잔의 화재로 함께 불타버렸기에 챙겨갈 짐은 없었다.

바로 천목민을 따라 길을 나서려던 하현은 떠나기 전 팔호의 무덤에 들렀다.

만들어 놓고 보니 팔호의 무덤이 있는 위치는 공터에서도 골짜기같이 한참 낮은 곳이었다.

무덤을 쓰다듬든 하현의 머리칼을 바람이 쉴 새 없이 흔들었다.

흔들리는 머리가 마치 누군가 머리를 헝클이고 있는 것같이도 보였다.

바람은 가장 낮은 곳에도 불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곳에나 불 것이다.

하현은 바람에서 팔호를 느꼈다.

검은 바람으로 불리던 자는 하현에게 세상 모든 바람이 되었다.


작가의말

1부(1권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여태껏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타 하고싶은 말은 1부 후기에 적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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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13. 바람은 낮은곳에도 분다 (2) +2 16.10.17 997 8 9쪽
38 13. 바람은 낮은곳에도 분다 16.10.16 1,272 8 9쪽
37 12. 구약(求藥) (9) 16.10.14 1,388 5 8쪽
36 12. 구약(求藥) (8) 16.10.11 1,081 9 7쪽
35 12. 구약(求藥) (7) 16.10.10 1,160 9 7쪽
34 12. 구약(求藥) (6) 16.09.22 1,340 9 7쪽
33 12. 구약(求藥) (5) 16.09.19 1,202 11 8쪽
32 12. 구약(求藥) (4) 16.09.13 1,336 8 7쪽
31 12. 구약(求藥) (3) 16.09.11 1,439 9 7쪽
30 12. 구약(求藥) (2) 16.09.10 1,433 9 8쪽
29 12. 구약(求藥) (1) 16.09.06 1,594 13 9쪽
28 11. 용호채(龍虎砦)(6) +2 16.09.04 1,656 10 7쪽
27 11. 용호채(龍虎砦)(5) 16.09.03 1,385 8 7쪽
26 11. 용호채(龍虎砦)(4) 16.08.30 1,459 9 7쪽
25 11. 용호채(龍虎砦)(3) 16.08.29 1,634 8 8쪽
24 11. 용호채(龍虎砦)(2) 16.08.25 1,568 8 8쪽
23 11. 용호채(龍虎砦) 16.08.24 1,776 10 9쪽
22 10. 방지문(放地門) 16.08.23 1,753 9 7쪽
21 9. 사천으로 +2 16.08.19 2,037 11 7쪽
20 8. 더 많이, 더 많이!(3) 16.08.13 1,913 11 8쪽
19 8. 더 많이, 더 많이!(2) 16.08.12 1,938 14 7쪽
18 8. 더 많이, 더 많이!(1) 16.08.11 2,180 17 8쪽
17 7. 대련 16.08.09 2,047 11 7쪽
16 6. 강호출도(4) +2 16.08.07 2,348 12 5쪽
15 6. 강호출도(3) 16.08.07 2,142 12 5쪽
14 6. 강호출도(2) 16.08.05 2,460 16 5쪽
13 6. 강호출도(1) 16.08.04 2,521 14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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