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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결님의 서재입니다.

대식객(大食客)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새결
작품등록일 :
2016.07.27 22:48
최근연재일 :
2016.10.24 03:03
연재수 :
42 회
조회수 :
84,679
추천수 :
533
글자수 :
126,062

작성
16.09.10 03:37
조회
1,432
추천
9
글자
8쪽

12. 구약(求藥) (2)

DUMMY

마교의 삼장로 천목민(天木珉)은 마교의 칙사로서 무림맹으로 가고 있었다.

수 개월 전 마교에서는 당시 교주 혈수마제에 대한 반란이 있었고, 그 반란은 성공적으로 끝나 혁명으로 불리었다.

대부분의 장로가 반란을 주도한 소교주와 뜻을 함께했지만, 그는 전 교주에 대한 충정을 지켰기에 무림맹으로 버려졌다.

사실 칙사가 아니라 볼모나 다름없었지만, 명분상 무림맹으로 가는 이유는 칙사였기에 마교측에서는 마차나 호위대 등등의 최소한 준비는 해 주었다.

마차에는 천목민의 유일한 혈육인 그의 딸 천아령(天我鈴)이 함께 타고 있었다.

그 둘의 호위를 맡은 자는 석고명(碩高名) 이었다. 음혈검(蔭血劍)이라는 별호를 가지고 있는 그는 원래는 마검대의 교관으로 마교 내에서도 어느 정도 알아주는 고수였다.

마차의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았다. 말을 타고 그 속도를 맞추어 가기 때문일까? 지루해진 그는 잠시 옛날 생각에 빠졌다.

어려서부터 무공에 두각을 나타낸 그는 촉망받는 무인이었다. 그는 무공만큼 은신술과 암살법에 관심을 가졌고 그 역시 빠른 시간에 큰 성취를 얻었다.

몇 차례의 성공적인 살수행으로 마교에서 가장 뛰어난 살수 중 하나로 인정받은 그는 마교 군사 지한영의 강력한 주장으로 만들어진 비대칭 전력 마검대의 교관으로 임명되었다. 그때가 겨우 그의 나이 스물이 갓 넘을 때였다.

수십 년간 그는 젊음을 모두 마검대에 쏟아부었다. 마검대가 성공적으로 완성되면 장로로 추대받는다는 마뇌의 언질이 있었기에······.

마검대는 그의 노력을 보상이라도 하듯 보란 듯이 엄청난 성과를 냈고 가르치는 자로서의 자질 역시 충분히 드러낸 석고명의 앞길도 창창히 열리는 듯했다. 마지막 임무에 실패하기 전까지는.

그의 마지막 임무는 '마검대의 추살'이었다. 애초에 마검대원들에게 정 같은 건 없었고, 가지려 하지도 않았기에 그의 제자나 다름없는 마검대원들을 죽이는 일은 그에게는 쉬운 일이었다.

모두가 그의 손을 거쳤다. 마검대원들의 무공수준, 습관 등은 본인들보다 석고명이 더 잘 알고 있었을 거다.

그렇기에 그는 마지막 임무의 성공을 의심치 않았다. 이제 장로직위가 정말 눈앞에 와 있는듯했다. 손만 뻗으면 닿을 것 같았는데······.


빠드득

"팔···. 호···."


석고명은 옛 생각에 저도 모르게 이를 갈았다. 단 한 명, 팔호! 그는 팔호의 추살만을 실패했다. 아니! 실패했다고 볼 수도 없다. 팔호가 한 번 들어가면 절대 나오지 못한다는 귀산(鬼山) 절륜산으로 들어간 것을 똑똑히 보았으니까.

괜히 팔호를 따라 들어가 나오지도 못하고 산을 떠도는 귀신이 되고 싶지는 않았기에 그곳에서 추격을 중단했다.

하지만 마교로 돌아간 그는 팔호의 목을 들고 오지 못했다는 이유로 모든 것을 잃었다.

장로로 추대된다는 이야기는 애초에 없었다는 것처럼 물거품이 되었다.


"....대장···. 석대장!"

"네? 왜 그러십니까?"


아직도 절로 이가 갈리는 옛 생각에 한창 잠겨있을 때 누군가 그를 불렀다. 천목민의 딸 천아령 이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시나요? 성도에 다 도착했어요. 오늘은 이만 늦었으니 적당한 객잔을 찾아주실래요?"

"네 알겠습니다. 괜찮은 방이 있나 찾아보죠"

"잘 아시겠지만. 사천 성도는 당문의 영역이에요. 그것도 고려해서 숙소를 정해주세요."

"....네"

'볼모로 가고 있는 쫓겨나는 장로 딸 주제에 여기서까지 상전 행사냐?'


그는 속으로 욕을 하며 객잔을 찾으러 성도로 말을 몰았다. 천아령이 굳이 말하지 않아도 현재 사천의 실질적인 주인은 당문이란건 진작 알고 있었다. 이제 강호에 처음 나오는 애송이에게 당부의 말을 들은 것에 더욱 분노하며 객잔을 찾았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근처에는 괜찮은 객잔이 있었다.

화는 났지만 객잔에 방은 넉넉한지, 무인들이 많아 충돌의 위험은 있는지를 알아봐야 했기에 객잔 안으로 들어갔다.


"이보게 여기 누구 없는가?"


보통은 객잔에 손님이 오면 점소이가 부리나케 나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점소이는 어딘가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저 친구 정말 무지하게 잘 먹는구만!"

"저 정도면 걸신이 들린 것 같은데? 아니 걸신이 따로 없구만!"

"왠지 저거 보고 있으니 나도 배고파지는 것 같으이. 여기! 돼지고기 볶음 한 접시 주게!"


점소이를 포함한 객잔 안의 모든 사람들은 한쪽 탁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그들의 시선에 따라가자 어른이라기에는 조금 앳돼 보이고, 아이라기에는 큰 사내가 음식을 먹고 있었다.

엄청난 양을,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이젠 웬 걸신들린 꼬맹이까지······.'


소란스러움에 흥미가 없는 그는 금방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정신없이 사내가 먹는 모습에 빠져있는 점소이를 불러 남는 방이 있음을 확인받았다.

점소이의 성의 없는 대응에 마음 같아서는 단칼에 베여버리고 싶지만 이곳은 정파의 영역이니 참을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그는 천목민과 천아령을 데리고 객잔을 다시 찾았다.


"이곳이 오늘 묵을 곳이군요? 깨끗한 편이기는 하네요. 묵을 방은 뒤채에 있나요? 먼저 들어가 있을게요."

".......네 식사는···."

"별로 안 하고 싶네요. 들어가서 쉴게요."

'이···. 이년이'


천아령은 말을 내뱉고는 뒤채로 들어 가 버렸다.


"석대장 딸년이 버릇이 없네. 나는 좀 쉬고 나서 따로 식사하도록 하지. 시장하면 먼저 식사하고 있게나. 내일 아침에 다시 출발하자고."

"네"


그나마 천목민이 그를 위로하고는 천아령을 따라 들어갔다.


'내 신세가 어쩌다가······. 언젠가는 저년을 가만두지 않을 테다.'


속으로 이를 빠득빠득 갈던 석고명은 시장함을 느꼈는지 식당으로 향했다.


"더 먹을 수도 있는 거냐? 점소이! 저 청년에게 진흙 오리 한 마리 더 가져다주게!"

"와우, 아저씨 감사합니다! 굳이 한 마리만 더 시켜주실 필요 없어요! 조금 더 주셔도 된다구요!"

"하하하! 다 먹으면 더 시켜주마. 숙수 오늘 긴장 좀 해야겠구만!"

'설마 아까부터 지금까지 먹고 있는 건 아니겠지? 족히 한시진은 걸렸을 텐데?'


그는 놀랐지만 이내 감정을 삭였다. 충분히 신기한 광경이지만 그와 상관없는 일에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아직도 먹고 있는 게냐, 도와줘야 할 일이 있다. 적당히 마무리하고 밖으로 나오너라"

"......!"

"네 아저씨. 먹던 것만 마저 먹구요."


석고명은 청년에게 건넨 말소리를 듣고는 깜짝 놀라 몸을 숨겼다. 그저 몸을 숨긴 정도가 아닌 은신술까지 사용해 어둠에 녹아들었다.

이 목소리···. 이 목소리를 어떻게 잊겠는가! 30여 년을 함께한 이 음울한 목소리를.

그가 이런 호위 임무나 맡는 신세로 전락하게 한 주범의 목소리를!


'서···. 설마···. 3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살아 있을 리가 없어'


죽었을 것이라 확신은 했지만, 확인은 해야 했다. 은밀하게 청년이 있는 탁자로 고개를 돌렸다.


'...!'


고개를 돌린 방향에는 삼 년간 매일 같이 생각한 얼굴이 있었다. 그는 은신 중이라는 것도 순간 잊어버리고 육성으로 항상 과거를 회상할 때마다 이를 갈며 하던 한 마디를 내뱉었다.


"팔···. 호···."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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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13. 바람은 낮은곳에도 분다 16.10.16 1,271 8 9쪽
37 12. 구약(求藥) (9) 16.10.14 1,387 5 8쪽
36 12. 구약(求藥) (8) 16.10.11 1,080 9 7쪽
35 12. 구약(求藥) (7) 16.10.10 1,159 9 7쪽
34 12. 구약(求藥) (6) 16.09.22 1,339 9 7쪽
33 12. 구약(求藥) (5) 16.09.19 1,202 11 8쪽
32 12. 구약(求藥) (4) 16.09.13 1,335 8 7쪽
31 12. 구약(求藥) (3) 16.09.11 1,438 9 7쪽
» 12. 구약(求藥) (2) 16.09.10 1,433 9 8쪽
29 12. 구약(求藥) (1) 16.09.06 1,593 13 9쪽
28 11. 용호채(龍虎砦)(6) +2 16.09.04 1,655 10 7쪽
27 11. 용호채(龍虎砦)(5) 16.09.03 1,385 8 7쪽
26 11. 용호채(龍虎砦)(4) 16.08.30 1,459 9 7쪽
25 11. 용호채(龍虎砦)(3) 16.08.29 1,633 8 8쪽
24 11. 용호채(龍虎砦)(2) 16.08.25 1,567 8 8쪽
23 11. 용호채(龍虎砦) 16.08.24 1,775 10 9쪽
22 10. 방지문(放地門) 16.08.23 1,752 9 7쪽
21 9. 사천으로 +2 16.08.19 2,036 11 7쪽
20 8. 더 많이, 더 많이!(3) 16.08.13 1,912 11 8쪽
19 8. 더 많이, 더 많이!(2) 16.08.12 1,937 14 7쪽
18 8. 더 많이, 더 많이!(1) 16.08.11 2,180 17 8쪽
17 7. 대련 16.08.09 2,047 11 7쪽
16 6. 강호출도(4) +2 16.08.07 2,347 12 5쪽
15 6. 강호출도(3) 16.08.07 2,141 12 5쪽
14 6. 강호출도(2) 16.08.05 2,459 16 5쪽
13 6. 강호출도(1) 16.08.04 2,520 14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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