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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결님의 서재입니다.

대식객(大食客)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새결
작품등록일 :
2016.07.27 22:48
최근연재일 :
2016.10.24 03:03
연재수 :
42 회
조회수 :
84,698
추천수 :
533
글자수 :
126,062

작성
16.09.06 01:34
조회
1,593
추천
13
글자
9쪽

12. 구약(求藥) (1)

DUMMY

하현이 용호문의 문주가 된 지도 6개월이 흘렸다.

그 시간 동안 용호문에는 많은 일이 있었다. 우선 용호문의 크기 자체가 어마어마해졌다.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많은 밭과 논이 필요했고 가축을 키우기 위해서는 축사가 필요했다.

그리고 문도 수가 많아졌다.

하현은 화전민 시절을 잊지 않았다. 인근의 화전민 중 제대로 먹고살지 못하는 사람들을 모두 용호문으로 불러 모았다. 이 자들은 일단은 농사만을 짓지만 수년 후에는 용호문의 소중한 전력이 될 것이다.

또 자연스럽게 용호채라는 큰 녹림채가 사라지자 뜸했던 상인들의 발길도 잦아졌다.

지금까지 용호채가 무서워 산을 돌아가야 했던 상인들에게는 지름길이 하나 생긴 셈이고 용호문에게도 약간의 보호비를 받으며 그 길을 호위해 주는 일은 짭짤한 부수입이 되어주었다.

식량과 자본을 마련하느라 그동안 모아놨던 돈을 대부분 썼지만 걱정될 것은 없었다.

어차피 내년까지 비축해둔 식량은 넉넉했고, 가을이 되면 본격적으로 추수할 수 있으리라.

용호문의 모두가 하현을 잘 따랐다. 하현이 시킨 일들은 모두 성공적이라 믿음을 가지게 되었고, 또 하현 자체의 매력에도 모두 반했다.

하현과 팔호는 용호 오십걸 중 무공이 그나마 뛰어난 여덟 명과 괴조타수, 그리고 대력거웅에게 무공을 전수해 주었다. 전수 할 수 있는 무공은 이름없는 심법과 마검법 밖에 없었지만, 기본기에 충실한 무공들이기에 처음 무공을 접하는 사람들이나 저급한 무공을 익히고 있던 자들에게는 오히려 상승무공보다 적합했다. 무공을 전수받은 열 명은 용호문의 사부가 되어 무공을 전파할 것이다. 이 후에 상승 무공을 얻거나 개발하는 것은 용호문의 장기적인 과제일 것이다

팔호는 용호문에서의 생활에 난생처음 편안함을 느낄 정도였다. 용호문의 태사부로서 사부들에게 무공을 전수하는 시간 외에는 개인적으로 혈화환에 대한 정보를 모았다. 하현은 팔호가 무슨 일을 하는지는 잘 몰랐지만, 기반을 마련하는 돈 이외에는 팔호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기에 가능했다.

그날도 팔호는 모아온 정보를 정리하고 있었다. 수 개월간 한 번도 거르지 않은 일이었다.

팔호의 혈화환은 이제 단 세 개밖에 남지 않았다. 그나마 한 개를 복용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아 이제 그에게 남은 시간은 육 개월 남짓밖에 되지 않았다.


‘오늘도 아무것도 없는가···제길’


팔호는 오늘도 아무것도 건지지 못하자 저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다.

용호문에서 편안한 생활을 했다지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음에 따라 팔호는 점점 조급해져 갔다. 하현에게 내색은 못 했지만, 이곳에서 지낸 육 개월이 아깝게까지 느껴지려 하였다.


“헛?!”


마지막 장을 읽던 팔호는 헛바람을 들이켰다. 읽은 내용을 몇 번이고 재차 읽었다.


‘사천 당가 에서 약 오십 년 전 귀하가 문의한 증상과 비슷한 금제를 가했음. 그들은 수개월 내에 같은 약물을 복용해야 했으며 남북대전 당시 당사자들이 모두 사망하고 전후 정파로 편입되면서부터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됨’


짧았지만 확실히 팔호가 바라던 정보였다. 이 서신에 나오는 약물이 혈화환이라는 보장은 없지만 작은 단서를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팔호는 바로 하현에게 달려가려 했다. 빨리 떠날 채비를 해야 했다.

하지만 문까지는 한달음에 갔지만, 문을 열지 못했다.

하현은 이곳을 떠나는 걸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현이 정 붙일 곳을 이제야 찾았는데 또 이곳을 떠나라 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만약 약을 구하는 데 실패한다면··· 이대로의 이별도 좋으리라.


드르륵

“으앗! 깜짝이야!”


문 앞에서 잠시 고민하고 있을 때 갑자기 문이 열리고 하현이 들어오려다 문 바로 앞의 팔호에게 부딪힐 뻔했다.


“아저씨 여기서 뭐하세요?”

“······.너는 무슨 일이냐”

“또 대답 안 해 주시고! 흥. 저 할 말이 있어서 왔어요”

“할말?”

“예 아저씨 우리··· 언제까지 여기 있을 거에요?”

“응?”

“계속 여기 있을 수 만은 없잖아요. 다들 친해졌지만. 저 형을 찾으려면 여기에만 있으면 안될 거 같아요. 저도 찾아 다녀야죠. 아저씨도 사천으로 가야 한다면서요. 생각해보니까 그것도 왜 가는지 이유도 말 안 해 줬네. 아저씨 왜 이렇게 비밀이 많은 거에요?”


팔호는 잠시 쫑알거리는 하현을 바라보았다.


"고맙다"

"진짜 나는 애초에 아저씨 마교에 마검대 소속인 거 밖에···. 엥? 뭐라구요?"

"최대한 빨리 떠나자. 짐을 싸거라"

"에에에! 아저씨 그거 아니잖아요. 그 전에 뭐라구 했잖아요."

"아니, 아무 말도"

"아니잖아요!"


둘의 실랑이는 한참 되다 결국 밤이 깊어졌다. 물론 하현은 원하는 답을 듣지 못했다.

각자의 방으로 흩어져 떠날 준비를 하기로 했다.

가져갈 짐은 여벌의 옷과 검뿐이니 준비할 것도 없지만 말이다.

아! 한가지 잊은 것이 있다. 육포.



이튿날

조용히 떠나려는 팔호와 하현이 문을 나서려 할 때 대력거웅이 달려 나왔다.


“태상문주님! 꼭 건강하시고 금방 돌아오셔야 합니다.”

“그럼요 대력 아저씨. 아! 아니 용호문주님.”

“하하··· 제가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아저씨라면 정말 잘하실 수 있을 거예요! 아참. 용호마괴아저씨 이야기는 들은 적 없죠?"

"네···. 관아에 넘긴 후로는 소식이 없습니다. 그나저나 이렇게 갑자기 떠나신다니···. 태사부님도 항상 감사했습니다. 꼭 들러주십시오."

"그래"


팔호는 짧게 대답하고는 뒤돌아 걸어갔다. 뒤돌아보지도 않으며 걸어가는 팔호와 달리 하현은 대력거웅과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

떠나려 마음먹기가 어려웠지 떠나는 순간은 금방이었다.

용호문 식구들에게는 대력거웅이 잘 설명할 것이다.

대력거웅이 맡은 용호문은 하현이 문주로 있던 시절과는 또 다른 행보를 보이리라.

하현이 문파의 시작을 열었다면 대력거웅은 더 발전시켜 전성기로 이끄는 행보를 보일 것이다.


팔호와 하현이 절륜산에서 세상으로 나온 지도 일 년이 다 되어갔다.

임가촌과 용호문을 지나는 근 일 년의 시간 동안 하현은 무섭게 성장했다.

열여섯의 나이라고 생각지도 못할 정도로 커버린 키뿐만이 아니었다.

무공에서도 이제는 팔호와 대련을 해도 처음처럼 맥없이 지는 일은 없었다. 게다가 단순하고, 직선적인 움직임밖에 없는 마검법은 진작에 통달했다.

이제 하현은 검의 무리(武理)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오랜 기간은 아니지만, 여행하며 세상 물정도 조금씩 알아가고 경험도 쌓아나갔다.

덕분에 하현도 이제 무림이란 곳에 어느 정도 적응 해 나가고 있었다.

옆에서 팔호가 도와주고 있다고는 하지만 사실 팔호도 이런 생활은 처음이었기에 같이 배워나가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아직 하현이 적응하지 못한 것이 있으니, 바로 살인이었다.

죽어 마땅한 자를 보아도 제압만 할 뿐 죽일 생각을 하지 못했다.

팔호는 이런 하현을 보며 안쓰러움도 느꼈지만, 한편으로는 답답함마저 느꼈다.


“가볍게 내리쳐라, 그래야 죽는 자도 고통이 없다.”

“······.못하겠어요.”


팔호와 하현의 앞에는 한 사람이 무릎을 꿇고 앉아있었다.

그는 이 주위에서 살인마로 유명했다.

사람을 재물이 아닌 재미로 사람을 죽이고 때때로는 그 인육을 먹기까지 하는 끔찍한 악인(惡人).

쉽게 말해 ‘죽어 마땅한 놈’이었다.

혈화환이 얼마 남지 않아 팔호는 조급함이 생겼다.

해독약을 구하지 못해 이별해야 한다면··· 그 순간 전까지 하현에게 살인을 꼭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살인연습’

죽여도 양심의 가책도 없을 악인들과 현상금이 걸린 악인들을 찾아 싸우게 한 뒤 이기면 비인간적이기까지 한 살인연습을 시키려 했다. 하지만 하현은 그런 자들마저 죽이지 못했다.


“멍청한 녀석! 왜 이거 하나 못한다는 거냐? 이놈은 악인이다. 죽어 마땅한 놈. 지금까지는 운 좋게 너보다 약한 자들만 만났다지만, 상대를 죽이려는 마음가짐을 가지지 못하면 비슷한 실력의 상대 아니 조금 더 약한 자들 에게도 죽임을 당할 수도 있을 거란 말이다.”

“아저씨···. 다음에, 다음에 할게요. 정말 못하겠어요. 마음의 준비가 안되었나 봐요”

“······.”


하현은 이번에도 역시 검을 내려치지 못했다.

팔호는 말없이 뒤돌아섰다. 언제 검을 내리쳤는지 살인마의 목은 이미 떨어져 피를 쏟고 있었다.

그 모습에 하현은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돌려버렸다.


“으···. 아저씨? 요즘 아저씨 이상해요. 왜 이렇게 조급해하세요?”

“그건······!”

‘시간이···시간이 이제 얼마 없단 말이다.’


팔호는 차마 뒷말을 내뱉지 못한 채 뒤돌아 산에서 내려갔다.

하현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팔호를 뒤따랐다.

둘은 모르고 있지만, 무림에서는 소문이 돌고 있었다. 악인들을 찾아가며 처단하는 협의지사가 강호에 출두했다고. 하지만 그게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사람들은 누구인지 추측하면서도 새로운 영웅의 출현에 기대감을 흘렸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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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12. 구약(求藥) (5) 16.09.19 1,202 11 8쪽
32 12. 구약(求藥) (4) 16.09.13 1,336 8 7쪽
31 12. 구약(求藥) (3) 16.09.11 1,438 9 7쪽
30 12. 구약(求藥) (2) 16.09.10 1,433 9 8쪽
» 12. 구약(求藥) (1) 16.09.06 1,594 13 9쪽
28 11. 용호채(龍虎砦)(6) +2 16.09.04 1,656 10 7쪽
27 11. 용호채(龍虎砦)(5) 16.09.03 1,385 8 7쪽
26 11. 용호채(龍虎砦)(4) 16.08.30 1,459 9 7쪽
25 11. 용호채(龍虎砦)(3) 16.08.29 1,634 8 8쪽
24 11. 용호채(龍虎砦)(2) 16.08.25 1,567 8 8쪽
23 11. 용호채(龍虎砦) 16.08.24 1,775 10 9쪽
22 10. 방지문(放地門) 16.08.23 1,753 9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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