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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결님의 서재입니다.

대식객(大食客)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새결
작품등록일 :
2016.07.27 22:48
최근연재일 :
2016.10.24 03:03
연재수 :
42 회
조회수 :
84,692
추천수 :
533
글자수 :
126,062

작성
16.10.17 10:39
조회
996
추천
8
글자
9쪽

13. 바람은 낮은곳에도 분다 (2)

DUMMY

석고명이 객잔에서 팔호의 목소리를 단번에 알아들은 것처럼 팔호 역시 그의 목소리를 한 번에 알 수 있었다.

팔호가 그를 어떻게 잊겠는가!

한때는 스승이자 아버지이고, 세상 전부였지만 후에 동료들을 처참히 살해하고 자신까지 죽이려 한 자를!


"교관이 어떻게···?"

"정말 오래간만이지? 그런데 지금껏 어떻게 살아있었지? 화혈단이 진작에 발작했을 텐데 말이야. 그런데······. 뭐 상관없지 어차피 넌 지금 죽을 테니까."


석고명의 말에 팔호가 혈도를 제압한 복면인을 앞으로 내세우며 말했다.


"나를 지금 이대로 보내준다면 이 자는 살려주지."

"그 아이도 내가 꽤나 열심히 키운 아이인데 말이야. 너에게 이렇게 쉽게 제압당할 줄은 생각도 못 했군. 그런데 과연 네가 그런 말을 할 처지가 될까? 내가 다시 묻지. 지금 조용히 따라 온다면 널 따라다니던 아이를 살려주도록 하지"


팔호는 무언가로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 하현!"

"크크크······. 하현이라는 이름인가 보군. 좋아 반응이 바로 나오네?"

"하현을 어떻게 했냐!"

"아무 짓도 하지 않았지. 아직은. 지금쯤 객잔에서 잘 자고 있을 거야. 그 꼬마 대단하더군, 정말 감탄할 정도의 내공과 무공을 가졌어. 그런데 결함이 있더라고. 상대를 제압했으면 가차 없이 죽여야 하는데 계속 마지막 순간에 살검을 뿌리지 못해서 멍청하게 잡혀 줬으니 말이야."


굳이 말로 듣지 않아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하현은 본인을 공격해 오는 복면인들 마저 죽이지 못했으리라.


"하현······. 결국······."


팔호가 우려하던 일이 그대로 일어났다. 그는 하현을 좀 더 모질게 만들지 못한 자신을 자책했다.


"이거 내가 키운 팔호가 맞는지 모르겠어? 네 눈에서 그런 눈빛이 나올 수 있다니. 원래 네 눈에선 죽음의 빛밖에 흘러나오지 않았는데 말이야."

"나한테 원하는 게 뭐지?"

"원하는 것? 별로 없어. 간단하게 제안 한가지 하지"

"제안?"

"그래! 우리쪽은 원래 다섯이야. 그런데 네 멋진 제자가 둘을 부상 입혀서 여기 있는 건 지금 셋이지. 너 혼자 우리 셋을 이겨낸다면 이대로 물러나도록 하지."


팔호는 뭔가 꿍꿍이가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지만 별다른 방도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석고명의 제안을 승낙하고 말았다.

얼핏 보면 승산이 없어 보이는 싸움······. 팔호는 검을 바로잡고 곧장 석고명에게 뛰어들었다.

튀어 오르는 그의 모습은 어둠에 가려 그림자가 덮쳐오는 것 같은 착각이 일게 했다.

팔호는 석고명의 오른쪽에 서 있는 자에게 곧장 검을 내질렀다.


'다수대 소수는 약자부터 친다···!'

"다수대 소수는 약자부터 쳐라, 좋아 아직 내가 해 준 말을 기억하고 있군.?"

카앙!


석고명은 팔호의 검을 미리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 막아냈다.

보통 다수대 소수의 싸움에서는 머리부터 공격하라는 것이 상식처럼 되었지만, 사실 이는 상당히 위험한 행위다.

머리를 일검에 제압할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강자일수록 일검에 제압하기가 힘들다.

게다가 제압하지 못한다면 곧바로 반격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행위인 것이다.

가장 약자부터 차근차근 숫자를 줄여나가는 것. 석고명이 예전 마검대 대원들에게 뼈에 사무치도록 가르쳤고, 팔호가 아직까지도 머리가 아닌 몸으로 해내는 싸움의 원칙이었다.


'어엇!'


석고명의 행동은 대수롭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매우 놀랐다.

생각보다 너무나도 강력한 힘에 검을 거의 놓칠뻔할 정도였다.

사실 석고명이 지금껏 이렇게 여유로웠던 이유는 팔호의 실력을 완전히 파악하고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3년은 이미 성장이 끝난 무인이 그리 큰 성취를 볼 수 있는 시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생각과는 달리 팔호의 무공은 전에 비해 크게 진보되어있었다.

가르치는 것이 가장 큰 공부라고 했던가? 하현을 가르치며 팔호 역시 그의 무공을 정리하는 기회를 얻었고, 하현과의 수많은 논검과 비무는 무공에 대한 이해를 전반적으로 깊게 해 주었다.

이를 알 리 없는 석고명은 우습게 봤던 팔호의 검에 크게 낭패를 볼 뻔했다.


까앙-!


팔호는 이번엔 석고명에게 있는 힘껏 검을 휘둘렀다.

가까스로 검을 튕겨낸 석고명이 아직 중심을 잡지 못할 때 팔호는 다시 한번 석고명을 마무리 지으려 했다.

그때 양옆에서 두 개의 검이 팔호를 찔러왔다.


"치잇."


석고명에게 그대로 공격 해 나갔다가는 자신이 꼬치가 될 판이었기에 팔호는 어쩔 수 없이 검을 거두고 물러났다.

겨우 신형을 추스른 석고명은 당황한 것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어떻게 이런 힘이! 못 보던 사이에 영약이라도 주워 먹은 게냐?!"


석고명의 외침을 팔호는 듣지 못한 듯 다시 한 번 검을 날렸다.

가운데로 날아가는 듯하던 검은 어느새 경로를 바꾸었다.


"어엇?"

푸욱-


석고명의 왼 쪽에 있던 사내는 이번에도 팔호가 석고명을 노리려 한 것으로 알았는지 경로가 바뀌어 날아오는 검을 피하지 못했다.

팔호의 검은 그대로 그의 목에 박혔다.

검이 뽑히자 상처에서 피 분수를 내며 그대로 신형이 무너졌다.


"이제 두 명"


팔호는 싸늘히 말하고는 다시 한 번 석고명에게 튀어 올랐다.

그런 모습을 보고 그의 공격을 저지하려던 오른쪽 복면인은 튀어 오르려다 실패했다.

가슴이 따끔거리고 다리의 힘에 풀려 주저앉았다.

어느새 가슴에는 비수 한 자루가 박혀있었다. 칼자루밖에 남지 않고 모두 들어간 비수는 복면인의 목숨을 앗아가기에 충분했다.


"쿨럭"

털썩


복면인은 피거품을 게워내고는 그대로 쓰러졌다. 팔호는 쓰러진 복면인을 힐끔 보더니 이내 관심에서 지워버렸다.

지금 그의 눈에는 석고명뿐이 보이지 않았다.

이번에는 석고명이 팔호에게 달려들었다.

그 역시 무공으로는 마교에서 장로로 추대될 정도였다. 두명의 수하를 생각보다 금방 잃었지만 방심하지 않은 그는 팔호가 쉽게 이기기 힘들었다.

몇 번의 합을 겨루고 둘은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후우···. 후우···."


팔호는 석고명을 노려보며 심호흡을 몇 번 했다.

그리고는 호흡을 고르며 꽉 쥔 검에 기운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때 팔호의 검이 조금씩 빛나는가 싶더니 검에 아지랑이 같은 것들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아지랑이들은 조금씩 형체를 갖추는가 싶더니 실 모양으로 검에 붙었다.


"거······. 검사지경!"


팔호는 거의 극의에 달해야만 구현할 수 있다는 검사를 구현해 내고 있었다.

그는 검사를 방출하고 있는 것이 힘겨운 듯 검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지만 석고명에게 검을 질렀다.

석고명이 검을 들어 막았지만 팔호의 검은 그의 검마저 잘라내었다.

그리고는 그의 가슴도 함께 베어갔다.


"으악···!"

"얕은···. 가?"


팔호가 하기 싫은 말을 억지로 하는 듯 힘겹게 말했다. 검사를 구현해 내느라 말할 기운도 부족한 것이리라.

석고명은 가슴에서 피를 철철 흘려내고 있었지만, 가까스로 치명상은 피해갔다.


"이게 무슨! 네가 어떻게 검사를 구현해 내는 거냐? 어떻게 이런 고수가 된거냔 말이야!"


석고명은 재빨리 품에서 폭죽을 꺼내 불을 붙였다.


피잉-! 펑펑펑!


폭죽은 순식간에 요란한 소리를 내며 터졌다.

석고명은 폭죽과 팔호를 번갈아 보며 웃음을 흘렸다.


"팔호. 지금 이 폭죽이 무슨 폭죽인 줄 아나?"

"관심 없다"


팔호는 석고명의 말을 무시하고 그대로 검을 내지르려 했다.

석고명은 이대로 부딪히면 죽으리라는 것을 예감했는지 팔호를 보며 악을 질렀다.


"네 제자가 있는 객잔에 불을 붙이라는 신호다!"

"불?"

"그래! 지금 나와 부딪히면서 시간을 끌었다가는 아이가 금방 죽어버리고 말걸? 혼혈을 짚어놔 일어나지도 못할 테지. 어서 가보지 않으면 새까맣게 타버린 아이를 보게 될 텐데?"

"어디서 개수작을···!"

"나를 죽이고 가보시지! 지금 널 이길 순 없어도 시간은 충분히 끌 수 있을 텐데? 내 말이 거짓인가. 빨리 가보는 게 좋을텐데?"


팔호가 객잔 방향을 흘끗 쳐다보니 검은 연기가 조금씩 올라오고 있었다.


"치졸한 자식!"


팔호의 외침에도 석고명은 그저 슬슬 웃고만 있을 뿐이었다. 팔호는 그런 그의 얼굴을 뭉게버리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그는 불 붙은 객잔으로 최대한의 신법을 펼쳤다.

달려가는 그에겐 지금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작가의말

오늘은 평소보다 약간 분량이 많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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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13. 바람은 낮은곳에도 분다 16.10.16 1,272 8 9쪽
37 12. 구약(求藥) (9) 16.10.14 1,388 5 8쪽
36 12. 구약(求藥) (8) 16.10.11 1,081 9 7쪽
35 12. 구약(求藥) (7) 16.10.10 1,160 9 7쪽
34 12. 구약(求藥) (6) 16.09.22 1,339 9 7쪽
33 12. 구약(求藥) (5) 16.09.19 1,202 11 8쪽
32 12. 구약(求藥) (4) 16.09.13 1,335 8 7쪽
31 12. 구약(求藥) (3) 16.09.11 1,438 9 7쪽
30 12. 구약(求藥) (2) 16.09.10 1,433 9 8쪽
29 12. 구약(求藥) (1) 16.09.06 1,593 13 9쪽
28 11. 용호채(龍虎砦)(6) +2 16.09.04 1,655 10 7쪽
27 11. 용호채(龍虎砦)(5) 16.09.03 1,385 8 7쪽
26 11. 용호채(龍虎砦)(4) 16.08.30 1,459 9 7쪽
25 11. 용호채(龍虎砦)(3) 16.08.29 1,634 8 8쪽
24 11. 용호채(龍虎砦)(2) 16.08.25 1,567 8 8쪽
23 11. 용호채(龍虎砦) 16.08.24 1,775 10 9쪽
22 10. 방지문(放地門) 16.08.23 1,752 9 7쪽
21 9. 사천으로 +2 16.08.19 2,036 11 7쪽
20 8. 더 많이, 더 많이!(3) 16.08.13 1,913 11 8쪽
19 8. 더 많이, 더 많이!(2) 16.08.12 1,937 14 7쪽
18 8. 더 많이, 더 많이!(1) 16.08.11 2,180 17 8쪽
17 7. 대련 16.08.09 2,047 11 7쪽
16 6. 강호출도(4) +2 16.08.07 2,348 12 5쪽
15 6. 강호출도(3) 16.08.07 2,142 12 5쪽
14 6. 강호출도(2) 16.08.05 2,460 16 5쪽
13 6. 강호출도(1) 16.08.04 2,521 14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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