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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결님의 서재입니다.

대식객(大食客)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새결
작품등록일 :
2016.07.27 22:48
최근연재일 :
2016.10.24 03:03
연재수 :
42 회
조회수 :
84,682
추천수 :
533
글자수 :
126,062

작성
16.10.11 03:03
조회
1,080
추천
9
글자
7쪽

12. 구약(求藥) (8)

DUMMY

"잠시동안이지만 미안했다. 돌아가도···. 좋다."

"정말 그냥 가도 되오?"

"그래"


가만히 고개를 떨구고 있던 팔호가 꺼낸 말은 의외의 말이었다. 팔호는 정말 모든 것을 체념하려는 듯했다.


"나 정말 가오? 한 입으로 두말하기 없기?"

"그래. 도망치려 했다면 진작 나에게 달려들던가 했겠지."

"그건 그쪽 형님이 나보다 더 강한걸 알고 있으니 시도도 못 해 본 것이고."

"지금 내겐 검도 없군. 하지만 난 자네 옷에 있던 암기들을 회수하지 않았다. 애초에 네가 중독되지 않았다면 데리고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쉽게 보내준다니 떠나겠소. 이것 참 쉽게 보내줘서 고맙다고 해야 하나? 아니지? 날 납치한 거니 고맙다고 할 것도 아니지. 그럼 그 전에 내가 중독돼서 죽을 뻔 한 것을 살려주었네? 그럼 내 생명의 은인인가? 아니지? 애초에 우리 당가에 침입하지만 않았으면 내가 중독될 일도 없었을 것이고."

"......."

"아이참 그래도 내 생명을 구해준 건 구해준 거고······. 아이고 이놈의 오지랖은 정말. 이보시오 팔호형님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보겠소."

"무엇을···?"

"광충을 구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일단 다른 재료들은 구해보겠단 소리요."

"왜···?"

"거참 도와준대도 말 많네. 세상 말 없는 척은 다 하더니만. 금방 나갔다 올 테니 이따가 그 아이 돌아오면 이야기나 하고 계시오. 아, 내가 지금 뭘 하고있는거야?"


당규호는 구시렁대며 객잔을 내려갔다. 팔호는 그런 당규호가 어이없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고마움을 느꼈다. 당규호가 돌아오면 고맙다는 말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며 뛰어나간 하현을 생각했다. 팔호도 경황이 없어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도 파악하지 못했다.

하현이 이상한 곳에 가서 길을 잃진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하현을 찾으러 가야 해'


하현을 찾으러 가려 맘을 먹고 일어났지만, 막상 출발하려니 어디로 가야 할지 알 방도가 없었다.

어떤 방도가 없을지 고민하며 팔호는 잠시 문 앞에 서 있었다.


드르륵

"으앗! 왜 여기 서 있는 것이오?"

"우리 팔호아저씨는 원래 저기에 많이 서 있어요. 맨날 깜짝 놀래키고 그래요. 아저씨가 이해해 주세요"


문이 열리자 조금 전에 나갔던 당규호가 하현과 함께 문 앞에 서 있었다. 문 바로 앞에서 생각하고 있던 팔호를 보고 당규호가 깜짝 놀라자 하현은 익숙하다는 듯 너스레를 떨었다.


"어떻게···?"

"이 바로 밑에서 만났소. 팔호형님. 형님이 이 아이를 왜 데리고 다니나 궁금했는데 이것 참 하늘이 정해준 인연이란게 있긴 있나 보오."

"무슨 말이지?"


당규호는 팔호의 물음에 말없이 하현의 손을 가리켰다. 팔호의 시선이 하현의 손으로 내려갔다.

내려간 시선에서는 하현이 거의 어른 손바닥만한 벌레를 쥐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 벌레에 대해 물어보려는 순간 하현의 손이 답답했는지 벌레는 벗어나려 날갯짓을 했다.

그리고 그 날갯짓엔 불빛이 따라왔다. 마치 하얀 횃불처럼.


"광충!"

"그렇소. 광충이오. 도대체 어디에서 이놈을 잡아 온 줄은 모르겠지만, 이것도 천운 아니겠소? 하현이라고 했나? 애초에 이게 약재가 될 거란 걸 어떻게 알고 잡아온 거지? 뭐 중요한 건 아니지."

"그냥 빛이 나서 사람인 줄 알고 쫓다가···."

"그럼 정말로 나가서 준비 좀 해 오겠소. 그동안 저 광충을 죽여서 잘 말려두시오. 원래는 칠 주야 동안 그늘진 곳에서 말려야 하지만 지금은 시간이 없으니 진기를 불어넣어서 말리고 계시오. 기를 너무 많이 집어넣으면 바스러져 버리니 조심하시고."


당규호가 재차 1층으로 내려가고 방에는 하현과 팔호밖에 남지 않았다.

하현은 당규호가 있을 때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재잘거리더니 둘만 남게 되자 말을 멈추었다.

팔호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둘 사이엔 정적이 흘렀다.


"아저씨 아깐 미안했어요. 너무 놀라서 그랬나 봐요."

"아니다"

"......."


하현이 정적을 깨 보려 했지만, 너무나도 짧은 팔호의 대답에 다시금 정적이 찾아왔다.

이 분위기를 견디지 못한 하현이 무언가를 다시 말하려 할 때 팔호의 말소리가 들렸다.


"나는···. 나를 싫어할 것이라 생각했다."


팔호의 뜻밖의 말에 하현은 팔호를 토끼 눈을 하고 쳐다보았다.


"항상 제멋대로에 뭐 하나 제대로 말 해주는 것도 없고······. 내가 이제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에. 너는 아무것도 모르게 하려 했지. 난 네가 날 신경 쓰지 않기를 바랐다. 그 전에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지. 허나 결국 마지막엔 네 도움을 받게 되었구나······. 고맙다."


팔호는 말하며 하현에게 걸어와 하현을 와락 끌어안아 주었다.

하현도 처음에는 이 상황에 당황하다 팔호를 마주 안았다.


'따뜻하다···.'


딱딱할 것 같던 팔호의 품은 의외로 따뜻했다.

하현은 팔호의 품에서 상현을 생각했다.

삼 년 전까지만 해도 배고픔에 쉬이 잠들지 못하는 하현이 잠을 청할 때면 형이 안아주곤 했다.

하지만 형이 사라진 뒤 팔호를 만나 무공을 배우고 절륜산을 떠나 용호문을 거쳐 사천에 오기까지 오랜 시간 동안 하현은 그 나이 또래 아이들은 상상할 수도 없는 고된 생활을 계속해왔다.


"아니에요. 제가 고맙죠"


하지만 하현은 팔호의 마음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처음에는 팔호가 자신에게 왜 이렇게 잘해 주는지 알 수가 없었지만 이내 팔 호의 진심을 알게 되었다. 비록 겉으로 표현하는 것이 서툰 팔호이지만 마음만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스으윽-


팔호는 슬쩍 하현을 떼어냈다.


"나···. 나는 밑에 내려가서 다른 재료들을 구할 테니 넌 네가 잡아온 벌레를 말리고 있거라."

"아저씨 얼굴 좀 빨개지신 거 같은데?"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잘 말리고 있어라."


팔호는 벌개진 얼굴로 재빨리 1층으로 내려갔다.

하지만 정말로 재료를 한시라도 빨리 구하고 싶었다. 그는 살고 싶었다.

이 혈화단이라는 지긋지긋한 구속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지지 않고 자유롭게 살고 싶었다.

그리고 그 자유는 정말 코앞으로 다가온 것처럼 느껴졌다.


"피- 맨날 이런 것만 시키고 혼자 나간다니까?"


하현도 방 안에서 팔호에게 투덜댔지만, 얼굴은 활짝 웃고 있었다.



◆ ◆ ◆ ◆



'찾았다!'


하현과 팔호가 묵고 있던 객잔의 반대편 건물에선 검은 인영이 팔호와 하현이 있는 건물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소리는 내고 있지 않지만, 표정은 기쁜 표정을 감추려 하지 않았다.


'저 아이랑 무슨 관계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보통 사이는 아닌가보군 클클클. 일이 더 쉽게 되겠는걸?'


달빛의 그림자에 숨어 잘 보이지도 않는 검은 인영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으려 안간힘을 썼다.

그리고는 이내 조용히 어둠 속으로 녹아들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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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13. 바람은 낮은곳에도 분다 16.10.16 1,272 8 9쪽
37 12. 구약(求藥) (9) 16.10.14 1,387 5 8쪽
» 12. 구약(求藥) (8) 16.10.11 1,081 9 7쪽
35 12. 구약(求藥) (7) 16.10.10 1,159 9 7쪽
34 12. 구약(求藥) (6) 16.09.22 1,339 9 7쪽
33 12. 구약(求藥) (5) 16.09.19 1,202 11 8쪽
32 12. 구약(求藥) (4) 16.09.13 1,335 8 7쪽
31 12. 구약(求藥) (3) 16.09.11 1,438 9 7쪽
30 12. 구약(求藥) (2) 16.09.10 1,433 9 8쪽
29 12. 구약(求藥) (1) 16.09.06 1,593 13 9쪽
28 11. 용호채(龍虎砦)(6) +2 16.09.04 1,655 10 7쪽
27 11. 용호채(龍虎砦)(5) 16.09.03 1,385 8 7쪽
26 11. 용호채(龍虎砦)(4) 16.08.30 1,459 9 7쪽
25 11. 용호채(龍虎砦)(3) 16.08.29 1,633 8 8쪽
24 11. 용호채(龍虎砦)(2) 16.08.25 1,567 8 8쪽
23 11. 용호채(龍虎砦) 16.08.24 1,775 10 9쪽
22 10. 방지문(放地門) 16.08.23 1,752 9 7쪽
21 9. 사천으로 +2 16.08.19 2,036 11 7쪽
20 8. 더 많이, 더 많이!(3) 16.08.13 1,912 11 8쪽
19 8. 더 많이, 더 많이!(2) 16.08.12 1,937 14 7쪽
18 8. 더 많이, 더 많이!(1) 16.08.11 2,180 17 8쪽
17 7. 대련 16.08.09 2,047 11 7쪽
16 6. 강호출도(4) +2 16.08.07 2,347 12 5쪽
15 6. 강호출도(3) 16.08.07 2,141 12 5쪽
14 6. 강호출도(2) 16.08.05 2,459 16 5쪽
13 6. 강호출도(1) 16.08.04 2,520 14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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