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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결님의 서재입니다.

대식객(大食客)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새결
작품등록일 :
2016.07.27 22:48
최근연재일 :
2016.10.24 03:03
연재수 :
42 회
조회수 :
84,697
추천수 :
533
글자수 :
126,062

작성
16.10.18 03:24
조회
1,036
추천
8
글자
9쪽

13. 바람은 낮은곳에도 분다 (3)

DUMMY

팔호는 객잔까지 한달음에 달려갔다.

있는 힘껏 최대한의 신법을 전개해서 갔기 때문일까? 객잔에 도착하자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허억···. 허억······. 아까의 시술 때문인가? 평소보다 내공의 소모가 엄청나다.'


객잔에 도착한 팔호의 눈앞에 보이는 것은 붉은색과 검은색의 향연뿐이었다.

진작부터 기름을 먹여 놨는지 불길은 객잔을 잡아먹으려 하는 듯 꿈틀대었고, 검은 연기는 하늘을 가리고 있었다.

숨이 차고 산소가 부족해서인지 머리도 지끈지끈했지만 잠시라도 지체할 새가 없었다.

팔호는 하현이 자고 있을 객잔으로 뛰어 올라가려 했다.


"이보시오! 불이 이쪽에도 붙었다오. 어서 물! 물을!"


소란스러운 소리에 뒤를 돌아본 팔호는 얼음이라도 된 듯 걸음을 멈추었다.

불길이 새로 올라오고 있는 곳은 그와 하현이 머물던 방의 반대쪽 끝 방이었다.


'해독약!'


그 방은 해독약을 숙성시키고 있는 방이었다. 불길은 해독약이 있는 방 아래층을 이미 잡아먹고 위층마저 잡아먹으려 점점 커지고 있었다.


'좀 주의해야 할 점은 먼저 너무 습한 곳을 피해야 하는데 아까 저 방 정도면 아주 괜찮았소. 또 두 번째로는 불을 피해야 하오. 재료 중에 바싹 말라 있어야 효과를 받는 것들이 많으므로 최대한 바싹 말렸다오. 그래서 불 가까이만 가도 화르륵 타오르고 말 것이오.'


라는 당규호의 말이 뇌리를 스쳤다.

불길을 특히 조심하라는 당규호의 말이 왜 이리 원망스러운지······.

아직 해독약이 있는 방은 불길에 사로잡히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서둘러서 방으로 간다면 전부는 아니더라도 조금이라도 건질 수도 있을 수도 있다.


후두둑···. 치익-


하지만 불길은 팔호가 생각을 계속하도록 허락하지 않았다.

벌써 재가 되어가는 건물의 잔해가 떨어지고 있었다.

하현의 방 쪽은 이미 불길이 반이나 차올랐다.

팔호는 어서 한 쪽을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선택?'


순간 팔호는 머리를 쇠망치로 두들겨 맞은 것보다 더 큰 충격을 받은듯했다.

그럴 리는 없지만 머릿속에서는 뎅- 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는 듯했다.


'선택이라니······. 선택이라니! 하현아!'


사실 선택의 여지도 없었다. 순간 해독약과 하현의 목숨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려 했다는 것이 부끄러웠다.

긴급한 상황만 아니었다면 아무도 없는 곳에 숨어 지금 벌게진 얼굴을 숨겼으리라.

팔호는 불타오르는 계단을 한달음에 뛰어 올라갔다.


"쿨럭! 하현!"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는 그의 호흡을 힘들게 했다. 이 정도로 불길이 치솟았다면 하현은 이미 질식하여 절명했을 수도 있다.

팔호는 불길을 헤치고 방문 앞으로 뛰어갔다. 튀어 오르는 불길에 옷이 타고 살이 익었지만, 그런 것 따위는 신경 쓰이지도 않았다.

겨우 도착한 방의 문고리는 이미 벌겋게 달아올랐다.


쾅!


발길질로 문을 부순 팔호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방에서 하현을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방바닥에 손발이 포박된 채로 정신을 잃고 있었다.

팔호는 하현의 코에 귀를 가져다 대었다.


쎄엑-쎄엑-

"휴우······."


하현의 코에서 아주 미약하게나마 숨 쉬는 소리가 들리자 팔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완전히 닫히지 않은 창문에서 공기가 흘러 들어오고 있었다.


"잘 버텼다."


팔호는 들을 수 없는 하현에게 말을 하고는 하현을 안아 들었다.

창문으로 바로 나가려 했지만, 하현은 이제 그리 작은 체구가 아니었다.

잠시 하현을 내려놓은 팔호는 검으로 창문 주위를 베어냈다.

이미 고갈되어가는 내공이지만 온 힘을 불어넣어 사람 두 명이 지나갈 정도의 구멍을 뚫은 팔호는 다시 하현을 안아 들었다.

그리고는 창문에서 보이는 객잔 정원으로 냅다 뛰어내렸다.


우당탕탕!

"크윽"


내공이 부족해 신법을 펼치지 못한 까닭에 팔호는 꼴사납게 바닥을 뒹굴었다. 하현을 보호하며 뛰어내리느라 팔호는 발목을 크게 접질리기까지 했다.

아직 주변이 불길에 휩싸여 있지만, 건물 밖으로 나온 덕에 호흡은 한결 편했다.

이곳이 안전하다고 할 수 없기에 하현을 데리고 객잔 밖으로 나섰다.

다친 발목에선 걸을 때마다 송곳으로 쑤시는 것 같은 통증이 흘러나왔지만 그렇다고 이곳에 멈출 수는 없었다.

하현을 질질 끌다시피 하며 정원 밖으로 나가는 팔호의 시선에 해독약을 숙성해 놓았던 방이 보였다.

이미 그 방은 불길이 끝까지 차올라 방 창문에서는 검은 연기만을 내뿜고 있었다.

팔호는 그곳으로부터 애써 시선을 거두었다.

그리고는 하현을 바라보았다.


'그래, 이것이면 되었다. 난 단지 널 살리기 위해 잠시 곁에 있던 것뿐이다'


하현에게 마음으로 말하는 팔호는 눈물이 차올라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눈물을 흘려낸다면 앞이 보이겠지만 여기서 눈물을 보일 순 없었다.

하현을 무사히 꺼내놓고 난 후에 울어도 늦지 않다.


다친 발로 하현을 질질 끌며 겨우 객잔을 빠져나온 팔호는 불 구경나온 사람들을 피해 으슥한곳을 피했다.

그는 인적이 드문 인가 주변에 하현을 눕혀놓고 상태를 보았다.

석고명의 수하들에게 얻어맞았는지 머리와 팔다리에 타박상을 제외하면 특별히 다친 곳은 없었다.

팔호는 하현의 혼혈을 풀어주자 으음- 하는 신음성을 흘렸지만 깨어나기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한 듯했다.


'후우······.'


하현이 살아나자 안도감에 온몸의 긴장이 풀렸다.

긴장이 풀리자 온몸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온몸 곳곳에는 불길을 뚫느라 화상을 입었고 발목은 한 눈에 보일 정도로 퉁퉁 부어있었다.

이 근처에 비빌 언덕이라고는 당규호 밖에 없기에 팔호는 몸이 추슬러지는 대로 당가로 가려 맘을 먹었다.

당가 까지는 하현을 끌고 갈 수 없기에 하현이 깨어나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먼저 고갈된 내공을 회복하려 운기조식을 하려던 팔호를 박수 소리와 귀에 익은 목소리가 방해했다.


짝짝짝짝짝짝-

"너무 감동적이라 방해할 수가 없었어!"

"교관!"

"크으- 대단해 대단해. 삼년 사이에 넌 내가 알고 있던 팔호가 아니군.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하지만 그건 훗날 저승에서 듣기로 하지"


어디선가 나타난 석고명이 팔호를 향해 박수를 보냈다.

팔호는 그런 석고명을 보며 검을 지팡이 삼아 비틀비틀 일어났다.

석고명은 대수롭지 않게 팔호에게 뛰어들며 검을 휘둘렀다.

일어 서 있을 힘도 없어 다리마저 바들바들 떨리는 팔호에게 더 이상 승산은 없어보였다.

하지만 팔호의 눈은 다시금 반짝 빛났다.


카앙-!

"어엇!"


석고명의 검은 날아가던 속도만큼 빠르게 퉁겨져 나왔다.


"어디서 아직도 이런 힘이!"


팔호는 대답할 기운도 없었다. 팔호의 내공은 진작 바닥을 보였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는 생명을 담보로 한 진원진기마저 모두 끌어다 쓰고 있었다.

여기서 석고명에게 죽임을 당한다면 그다음은 하현의 차례일 것은 불 보듯 뻔했기에 석고명을 살려 보낼 수는 없었다.


튕겨 나갔던 석고명이 팔호에게 검을 찔러갔다.

이번에는 아까와 같은 방심은 묻어나오지 않은 검이었다.

내공이 충만히 담겨있는 검은 우우웅 하는 소리를 냈다.

팔호는 검을 횡으로 휘둘러 검을 튕겨내려 했다. 하지만 날아오던 검은 활시위를 당기듯 뒤로 당겨졌고 팔호의 검은 허공을 갈랐다.

검이 지나간 자리엔 석고명의 검이 활처럼 찔러와 팔호의 어깨를 뚫었다.


'으윽'


팔호는 소리를 지르는 대신 입술을 깨물었다. 깨문 입술은 뜯어져 피가 배어 나왔다.

겨우 고통을 참은 팔호는 왼손으로는 어깨를 찌른 검을 잡고 석고명에게 검을 휘둘렀다.


"이···! 미친놈!"


석고명은 팔호의 악에 경악하며 검을 놓고 뒤로 물러났다.

둘의 사이가 벌어지자 팔호는 한 숨 돌리며 어깨의 검을 뽑아냈다.

검을 뽑아낸 자리에서는 피가 솟구쳤지만, 주변의 혈도를 짚어 겨우 지혈만 하고는 다시 검을 쥐었다.

왼손에는 더 이상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팔호는 석고명의 검을 멀리 던져버렸다.

석고명은 위기를 깨닫고는 도망가려 했다.

팔호는 남은 온 진기를 모두 짜내어 신법을 펼쳤고, 석고명에 바짝 붙었다. 팔호는 아직 움직일 수 있는 오른팔을 석고명에게 휘둘렀다.

석고명은 순간 날아오는 검을 손으로 막으려는지 팔을 들었다.


푸학!

"으아아악! 내 손!"


석고명의 목을 노린 검이었지만 먼져 가져다 댄 손가락이 잘리며 검의 경로를 미세하게나마 바꾸었다.

검은 석고명의 목을 단 반 촌(1촌은 약 3.03cm, 즉 반 촌은 약 1.5cm)도 남겨놓지 못한 채 스쳐 지나갔다.

석고명은 잘린 손가락을 부여잡고 바닥에 나뒹굴었다.

팔호는 그런 석고명을 마무리 지으러 한발, 한발 나아갔다.

한 걸음 한 걸음이 점점 무거워져 점점 걷기가 힘들었다.

겨우 석고명에게 다가간 팔호는 머리 위로 검을 들었다.


'이 검만 내리치면···!'


검을 들고 있는 팔호와 석고명의 눈이 마주쳤다.

석고명은 손이 잘린 고통에 아직 정신을 못 차린 듯했다.

팔호는 그대로 석고명에게 검을 내리쳤다.


작가의말

점점 양이 많아집니다...오늘은 오전과 새벽 총 두편을 올리게 됐습니다.
1부 완결이 점점 다가가고 있습니다.
댓글과 추천은 항상 큰 힘을 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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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12. 구약(求藥) (8) 16.10.11 1,081 9 7쪽
35 12. 구약(求藥) (7) 16.10.10 1,160 9 7쪽
34 12. 구약(求藥) (6) 16.09.22 1,339 9 7쪽
33 12. 구약(求藥) (5) 16.09.19 1,202 11 8쪽
32 12. 구약(求藥) (4) 16.09.13 1,336 8 7쪽
31 12. 구약(求藥) (3) 16.09.11 1,438 9 7쪽
30 12. 구약(求藥) (2) 16.09.10 1,433 9 8쪽
29 12. 구약(求藥) (1) 16.09.06 1,593 13 9쪽
28 11. 용호채(龍虎砦)(6) +2 16.09.04 1,656 10 7쪽
27 11. 용호채(龍虎砦)(5) 16.09.03 1,385 8 7쪽
26 11. 용호채(龍虎砦)(4) 16.08.30 1,459 9 7쪽
25 11. 용호채(龍虎砦)(3) 16.08.29 1,634 8 8쪽
24 11. 용호채(龍虎砦)(2) 16.08.25 1,567 8 8쪽
23 11. 용호채(龍虎砦) 16.08.24 1,775 10 9쪽
22 10. 방지문(放地門) 16.08.23 1,753 9 7쪽
21 9. 사천으로 +2 16.08.19 2,037 1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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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8. 더 많이, 더 많이!(2) 16.08.12 1,937 14 7쪽
18 8. 더 많이, 더 많이!(1) 16.08.11 2,180 17 8쪽
17 7. 대련 16.08.09 2,047 11 7쪽
16 6. 강호출도(4) +2 16.08.07 2,348 12 5쪽
15 6. 강호출도(3) 16.08.07 2,142 12 5쪽
14 6. 강호출도(2) 16.08.05 2,460 16 5쪽
13 6. 강호출도(1) 16.08.04 2,521 14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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