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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캐가 본캐 되는 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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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뽀이뽀로밀
작품등록일 :
2013.02.16 11:46
최근연재일 :
2013.04.09 01:15
연재수 :
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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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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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7
글자수 :
296,364

작성
13.03.17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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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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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쪽

크리스야드[Chrisyard](3)

포르투나 연대기 1부




DUMMY

전군의 대기 명령이 떨어지고 나와 롤랑, 그리고 유스타치아 경은 본대에서 벗어나 샛길로 이동했다. 중간에는 말로 이동하기 힘든 오솔길이 나왔기 때문에 적당히 말을 묶어 놓은 우리는 적당히 높은 곳까지 올라온 다음 잠시 길을 가늠하기 위해 멈춰 섰다.


“으헉! 진짜 늘어났잖아!”


영지의 전경이 보이는 곳까지 온 나는 빌려 온 망원경으로 영지 주변을 살폈다. 확실히 메르타산 암벽 위에서 내려다보았을 때보다 많은 숫자의 랩터 새까만 물결이 되어 꿈틀거리고 있었다.


“갑자기 개채수가 늘어난 이유는 나중에 알아보면 되겠지만…….”


한쪽에서 유스티치아 경과 얘기를 나누고 있던 롤랑이 우리를 따라오던 페로를 내려다보았다. 페로 녀석에겐 유스타치아 경이 있는 곳에선 입도 뻥끗하지 말라고 단단히 일어두었다. 더 이상 상황이 복잡해지는 것은 사양이다.


“지금은 일단, 서쪽 수원에서 비롯된 물의 효과를 확인하는 게 급선무야. 여기 와서 이걸 봐. 유스타치아 경도 보시죠.”


두 사람을 불러 모은 롤랑은 지도를 펼치며 작전을 설명했다.


“저희가 영지를 나올 때, 랩터들은 서쪽 수원에서 비롯된 물이 흐르는 수로 두 곳을 멀리하는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당시엔 영지를 빠져나오는 것을 최우선으로 잡았기 때문에 이유를 확인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릅니다. 여기 흐르는 물줄기에 희망을 걸어보도록 하죠.”

“만약, 여기의 물이 랩터의 수를 줄이는데 아무런 효과가 없다면요?”


유스타치아 경의 질문은 타당했다. 오프스트 젤을 태우는 것처럼 그저 꺼리는 정도로는 이 전력 차를 극복하기 어려울 테니까.


“그때는 애초 계획대로 산사태를 일으킬 겁니다.”


롤랑의 눈에서 굳은 각오가 느껴진다. 나도 각오를 굳혀야지. 배상금을 한 푼도 누락 없이 받아낼 각오를 말이야.


“작전 설명을 계속하죠. 문제는 저희가 있는 이곳과 확인된 두 수로의 거리가 상당히 떨어져 있고, 본래라면 외성 안쪽에서 얼쩡거려야 할 랩터들이 그 수가 불어나 외성 밖에도 우글우글하다는 것입니다.”

“이쪽 능선을 타고 가면 어떨까요? 저는 이 정도 능선쯤은 가뿐이 질주할 수 있고, 여러분도 이곳 출신이시니 그 정도는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만.”

“그건 힘들 것 같습니다. 이유는 네가 설명해줘 아로.”


에엑, 왜 맨날 길 안내 설명은 내가 해야 하는 데? 내가 무슨 관광 가이드야? 하지만 불만을 토로할 분위기도 아니고, 롤랑도 뭔가 의도한 바가 있기 때문에 시키는 거겠지.-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이쪽 능선은 높이는 높지 않지만, 산림이 우거진 편이고 장해물도 많습니다. 게다가 경사도 상당히 되는 편이라 도저히 빠른 이동은 기대할 수 없어요.”

“여기서 조금 더 올라간 뒤, 산을 대각선으로 내려가듯 코스를 잡으면 어떻습니까?”

“분명 능선을 일직선으로 주파하는 것보다 속력은 나오겠지만, 산세가 복잡해서 도중에 엉뚱한 방향으로 내려올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굶주린 랩터들이 이빨을 벌리며 환영해 줄 것이다.


“그런 이유로, 능선을 타는 것은 선택 사항이 아닙니다.”


롤랑이 대신 말을 정리하며 다시 지도를 가리켰다.


“일단 이동에 요구되는 조건은 절대 녀석들에게 발각되지 말 것. 특히 벨로키랍에 경우 그 재빠름과 절대 단독으로 행동하지 않는 특성 때문에 가장 골치 아픈 장해물이 될 것입니다.”

“오프스트 젤을 쓰는 게 어떨까? 그거라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잖아.”


그 의견에도 롤랑은 고개를 단호하게 저었다.


“그건 안 돼.”

“어째서?”

“분명 그걸 쓰면 녀석들의 접근은 막을 수 있겠지만, 100% 발각될 게 뻔하니까. 게다가 최종적으로 물을 뿌려서 효과를 확인해야 하는데, 녀석들이 접근하지 않으면 어떻게 확인하겠다는 거야?”


음… 그야 그렇군. 하지만 그만큼이나 후각이 발달한 녀석들이다. 게다가 어떤 코스를 택해 이동하든 후각이 뛰어난 녀석들이 못 알아차릴 리도 없고.


“그럼 아예 산을 빙 돌아서 가자는 거냐? 가는 거야 어렵지 않겠지만, 시간은 상당히 걸릴 텐데.”

“아니, 이동 경로는 산 바로 아래 능선이야. 그곳을 똑바로 타고 가면 바로 목적지가 나오니까.”

“뭐?”


산 바로 아래라고? 랩터들에 코앞을 지나겠다는 거잖아! 대체 무슨 생각인 거지? 경악한 내가 지도를 뚫어져라 쳐다보자, 롤랑이 유스타치아 경에게 물었다.


“유스타치아 경. 무취[無臭]의 보르트는 사용 가능하시지요?”

“물론이에요. 하지만 의외입니다. 슈르크홀겐 학파는커녕 마법사도 아니면서 꽤 마이너 한 마법들을 알고 있군요.”


대꾸하는 유스타치아 경의 눈은 살짝 의혹의 빛이 보였다. 무취? 냄새를 없애는 마법도 있는 거야? 마법의 세계는 참으로 요상하군, 대체 냄새를 없애는 마법 같은 건 왜 만든 거야?


“일부러 만들었다기보다는 여성 보르트 사용자들이 무의식적으로 자기 내면에서 끄집어낸다고 봐야 해. 어째서 그런 마법을 끄집어내는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롤랑의 부연 설명을 들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했다. 헤에, 그런 거였군. 그럼 여자라면 다 쓸 수 있는 건가?


“어차피 끄집어낼 거면, 아예 좋은 향기가 나는 마법을 끄집어내도 좋을 것 같은데…….”

“어머? 향기가 나는 보르트도 사용할 수 있어요.”

“에? 그런 거예요?”


유스타치아 경의 말로는 백이면 백, 향기가 나는 마법과 함께 무취의 마법을 동시에 끄집어낸다고 한다. 아마도, 막상 끄집어낸 마법의 향기가 마음에 안 들 수도 있다는 무의식에서 나온 반동일 거라고 하는데, 그녀 또한 확신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 얘기를 듣고 나니 언젠가 롤랑의 부하 중 하나가 자기 애인과 데이트를 한 이야기가 생각이 난다.

옷 가게에 들어가서 한참을 고민하던 그 부하의 애인은 결국 옷 하나를 골랐고, 한동안 잘 입고 다니던 그녀가 옷장에다 처박아 두길래, 그리 자주 입지도 않을 옷을 그리 고심해서 왜 샀냐고 물었다고 한다. 그러나 애인이 대답하길 지금 생각해보니 옷 말고 구두를 사달라고 할 걸 하며 후회하더란다.

…복잡하기 짝이 없는 여자의 마음. 그게 마법에서도 나타난다니 웃기는 일이다.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선 분명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수단이 되었으니 아이러니하군.


“잡담은 거기까지 하고. 어찌 되었든 유스타치아 경이 무취의 보르트를 사용할 수 있다니 다행이야. 이걸로 은밀하게 움직일 수 있는 수단은 얻었으니 이동부터 하자. 이후 작전은 수로에 도착하고 난 다음에.”


롤랑은 그렇게 말을 마무리했고, 유스타치아 경은 그 자리에 있는 전원에게 마법을 걸었다-페로 녀석도 포함-. 그리고 미리 얘기한 코스를 따라 순조롭게 이동한 우리는 바글바글 한 랩터의 무리가 바로 내려다보이는 능선을 지나 놈들이 피하는 수로 중 하나에 도착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거기서부터였다.


“자, 이제 이걸 저 녀석들에게 어떻게 시험해 보느냐가 관건인데…….”


롤랑의 중얼거림대로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저 조심성 많은 녀석들이 손으로 뿌린다고 맞아 줄 리는 없고.


“한 마리 잡아다가 뿌려보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호오? 어떻게?”


내 의견에 웬일로 딴죽을 걸지 않는 롤랑이었다.


“적당히 함정을 설치해 잡는 게 가장 현실적이겠지.”

“저, 조심성 많은 녀석들이 네가 만드는 흔한 함정에 걸려줄까?”


이 자식이… 내가 사냥에서 손땐지도 꽤 됐지만, 아직 안 죽었거든? 사냥꾼 아들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이건.


“보통 함정을 파놓고, 나중에 확인하러 갔을 때 재수 없이 걸린 동물을 잡아가는 것이 흔한 함정이란 거야. 꼭 잡아야 하는 놈이 있을 땐 당연히 미끼는 쓰는 게 정석이잖아. ‘함정 자체는 단순하게, 미끼는 맛있는 걸로.’, 이게 우리 아버지가 입이 닳도록 하던 얘기인데. 잊었어?”


맨날 나보고 우리 아버지 가르침이 어떻고 하는 녀석이 오늘따라 나사가 하나 빠졌나?


“음, 과연 오를란드 최고의 사냥꾼 아들이야. 맛있는 미끼라? 놈들에게 있어 맛있을 미끼란 뭘까? 역시 사람이겠지?”

“사람 고기 맛을 본 놈들이니 그렇겠지.”

“그렇군, 역시 아로야. 가끔 네가 보여주는 기지와 용기에, 나는 친구로서 감탄을 금할 수가 없다.”

“정말 그렇군요. 아스트리드 성도를 떠나 올 때 보여주었던 기세도 그렇고, 이렇게까지 영지를 위해 발 벗고 나서는 사람일 줄이야. 기사로서 본받고 싶네요.”


어째선지 유스타치아 경까지 칭찬하고 나섰다. 게다가 두 사람의 밝은 웃음 속엔 알 수 없는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점이 나의 불안을 가중시켰다.


“뭐, 뭐야!? 왜 슬금슬금 다가오는 거야!”


두 사람은 서서히 몸을 일으켜 재미있어 죽겠다는 얼굴로 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유스타치아 경, 중요한 전투를 앞두고 마력을 온존할 필요가 있지 않습니까?”

“그 말 그대로입니다. 로랜드 특사. 남정네 둘에 고양이 한 마리까지 냄새를 지우느라 꽤 마력을 소모했어요.”

“거짓말하지 마요! 전혀 소모한 얼굴이 아니잖아!”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는 나는 곧 막다른 벽에 부딪혔다.


“자, 잠깐만 기다려 봐! 미끼라면 페로를 써도 되잖아? 이 민폐 고양이를 이럴 때 아니면 어디다 써? 야, 페로!”


그러나 좀 전까지 분명 발밑에서 하품하던 페로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질 않았다. 이 망할 야옹이 새퀴. 토꼈구나! 나는 살기 위한 본능에 따라 레벤타의 칼자루를 잡았다.


“가까이 오지 마! 칼로 확 베어버리는 수가 있어!”

“어머? 설마 바이스 슈트름의 사관인 저를 이길 수 있을 거라고 보나요?”


아니, 3초 만에 바닥에 패대기 처지겠지. 작전 변경이다!


“한 발자국만 더 오면 혀를 확 깨물 테다!”

“그럼 할 수 없지. 죽으면 신선도는 떨어지겠지만 없는 것보단 났잖아?”


롤랑, 니가 그러고도 십년지기 친구냐? 어떻게 친구를 저런 흉악한 괴물들을 잡는 미끼로 쓸 수가 있어?!


“울상 지을 필요 없어. 설마 내가 널 죽게야 하겠냐? 제대로 안전 확보해 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

“그럼요. 뭐, 조금 물어뜯길 수도 있겠지만. 남자가 돼서 그 정도는 참아야죠. 안 그래요?”


기어코 내 한쪽 팔을 붙든 롤랑은 안심시키듯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다른 한쪽을 붙든 유스타치아 경은 그렇게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말로 내 마음을 구렁텅이에 밀어버렸다. 그리고 난 내 평생 가장 미인이라 할 수 있는 여성이 팔을 꾹 붙들고 있는데도 이런 기분이 들 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왠지 눈물이 나려고 해.

함정은 올가미 함정을 응용한, 비교적 간단한 장치였다. 녀석들 중 하나가 목표지점에 도달하면 미끼를 고정하고 있던 밧줄를 잘라, 그 무게를 이용해서 사냥감을 낚아채 띄우는 방식. 그런데…….


“내 팔까지 싸잡아 묶으면 저걸 어떻게 끊으란 거야!”

“네가 겁먹고 먼저 밧줄을 끊으면 얘기가 안 되잖아. 걱정하지 않아도, 다 알아서 끊어 준다니까.”


저기 밑에 있는 롤랑이 손을 흔들며 느긋하게 말했다. 대체 무슨 수로 잘라준다는 건지… 그나저나 안전 확보를 위해라지만 높이가 좀 높은 거 아냐? 랩터들의 도약력을 생각하면 이 정도 높이가 안전선이라지만. 이거 자칫 하다간 어디 한군데 부러져도 이상하지 않은 높이인데.


“마법으로 안전하게 받아 줄 테니까 마음껏 떨어져도 좋습니다. 아! 이 악물고 떨어지는 건 잊지 마세요. 혀 깨물면 마법으로도 치료 못 합니다.”


나무 위에 이렇게 매달리기 전에 유스타치아 경이 그렇게 전혀 안심이 안 되는 말을 한 것이 기억났다. 후우, 이 악무는 연습이나 해둘까?


“그나저나 너무 안 오는군. 유스티치아 경, 롤랑에게 건 마법은 확실히 풀었습니까?”

“확실히 풀었습니다. 아마 바람이 없어서 냄새가 마물들에게 닿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는 게 아닐까요?”


훗, 이래서 초보자들은 안 된다니까. 사냥의 기본은 인내심이라고. 그렇게 엉덩이들이 가벼워서야 어디 벨로키랍 한 마리라도 잡겠어? 다 알아서 오게 되어 있으니까 얌전히 기다려 봐.


“이런, 시간이 별로 없는데… 어이, 아로! 미끼면 미끼답게 어필을 좀 해봐! 고함을 질러 본 다던가!”

“야, 이 자식아! 영지에 있는 랩터 다 모으려고 작정했어?! 나보단 네 목소리 듣고 몰려오게 생겼잖아!”


억… 나도 모르게 울컥해서 고함을 치고 말았다. 롤랑은 내 고함을 듣더니 해 맑게 웃으며 엄지를 치켜 올렸다. 너 나중에 반드시 죽인다!

쉬~ 쉬~

끝내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랩터들의 쉬쉬거리는 소리와 함께 숲이 요동치듯 부스슥 거린다. 발소리는 숨길 수 있어도 수풀을 스치는 소리만큼은 지울 수 없는 듯했다.


“야, 롤랑! 밧줄! 밧줄!”

“…….”


내가 애타게 밧줄을 끊어 달라고 소리 쳤지만 롤랑은 유스타치아 경과 함께 몸을 수그리며 수풀 가운데 몸을 숙였다. 아, 맞다. 올가미에 걸릴 때까진 끊으면 안 되지?

이윽고 모습을 드러낸 랩터들, 하지만 이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숫자다. 아하하, 젠장. 생각해보면 이틀 먹이를 눈앞에 놓고 굶주린 녀석들이다. 다른 사냥감을 찾아 산중에 들어왔을 수도 있다는 것을 예상했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야, 롤랑! 이건 둘이서 어떻게 할 만한 숫자가 아냐!”


애초의 목적은 한 마리를 생포하고 남은 숫자를 롤랑과 유스타치아 경이 일소한다는 계획이었다. 유스타치아 경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대충 봐도 데이노니쿠스만 백을 넘어서는 것 같다.


“야, 일단 물러나자고! 내 말 안 들려?! 야, 이 남장여자 새끼야!”


다급한 마음에 롤랑이 제일 싫어하는 욕을 내뱉었다. 그러자 묵묵히 랩터들을 주시하던 롤랑은 내 쪽을 날카롭게 쏘아보며 작은 나이프를 꺼냈다. 야, 너 설마 그거 던지려는 건 아니지?


휙!


설마 하기 무섭게,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나이프를 던졌다.


“우왁!”


난 피하고자 본능적으로 몸을 틀었다. 그러나 나이프는 허무하게 내 머리 위를 지나 고정 밧줄을 끊었고, 나는 순식간에 아래로 떨어졌다. 그렇게 갑자기 느껴진 낙하 감각에 눈을 질끈 감은 내 귓가로 유스타치아 경의 주문이 들려왔다.


“공기*완충!”


격통이 엄습할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밑에서 나를 부드럽게 밀어 올리는 감각과 함께 나는 깃털과 같이 지상에 내려앉았다. 마법 만세!


“감탄할 때가 아냐, 앞을 봐!”


롤랑의 경고에 정신이 번쩍 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일행이 있는 곳으로 달렸다.


“빨리 밧줄을 풀어줘!”

“그보다 빨리 엎드려!”


휘익!


그대로 바닥에 엎드린 내 위로 벨로키랍 두 마리가 휙 하고 지나갔다. 경고에는 즉각 반응하는 내 반사 신경이 고마울 따름.


“유스타치아 경, 지금입니다!”

“대상*급제동*고정!”


롤랑의 신호와 함께 수풀 사이를 해치고 나온 유스티치아 경이 내 등 위를 스치고 지나간 벨로키랍 한 마리를 향해 주문을 쏟아내었다. 그러자 공격이 실패해 황급히 도망가는 벨로키랍이 박제처럼 멈춰 섰다.


“됐어요!”


유스타치아 경이 소리치자, 뒤를 이어 튀어나온 롤랑이 미라쥬를 빼들고 굳어버린 벨로키랍을 낚아챘다.


“너, 임마!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었지?!”

“아무리 미끼가 좋아도, 이런 조잡한 함정에 이놈들이 걸릴 거라고는 생각하긴 어려웠거든. 미안.”


웃으며 돌아보는 롤랑에게 있는 힘껏 주먹을 날려주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너무 화내지 마세요. 실제로 당신의 안전을 생각하면 이 방법이 최선이었으니까.”


역시 웃으면서 다가온 유스타치아 경은 나이프로 밧줄을 끊어 주며 그렇게 말했다. 당신도 똑같아! 근데 미인이라 차마 때리진 못 하겠다.-사실, 반격 당할까봐 무서워서 못 때리겠다-


“자, 이젠 여길 뚫고 귀환하는 일만 남았지만.”


주변을 경계하며 다가온 롤랑은 어느새 주변을 포위한 랩터들을 쭉 훑어보았다.


“이거 쉽게는 못 빠져나가겠는 걸?”

“빌어먹을… 너 설마 이런 건 예상 못 한 거야?”


난처하게 말하는 롤랑에게 난 신경질을 내며 물었다. 그러나 대답을 한 것은 유스타치아 경이었다.


“음, 분명 따라왔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말이죠.”


칼을 뽑으며 자세를 잡는 그녀에게선 더는 선선한 태도나 장난기가 보이지 않았다. 날카롭게 주변을 주시하는 눈과 서서히 흔들리는 검 끝이, 언제라도 랩터들의 목을 날 수 있을 것처럼 번뜩였다.


“따라오다니요? 누가?”

“그야 누구겠어요. 궁금한 건 못 참는 우리… 옵니다!”


그녀의 단말마와 동시에 랩터들의 신호음이 끊겼다.


“에잇! 여기서 죽으면 롤랑 네가 책임져라!”


이판사판이 된 기분으로 건네받은 레벤타를 칼집에서 뽑아들고, 내게 달려드는 벨로키랍을 노려 힘찬 기합과 함께 휘둘렀다.


“차앗!”


슈앙!

키에에에에엑!

우드드드득! 콰앙!


칼을 휘두름과 동시였다. 주변 공기를 떨게 하며 거세게 일어난 풍압에, 내게 제일 먼저 달려든 벨로키랍은 물론이고 그 뒤에 있던 랩터들이 전부 비명을 지르며 전부 고기조각이 되어 날아갔다. 그렇게 랩터를 도륙한 광풍은 그래도 만족하지 못했는지 뒤에 있던 나무들을 쓰러뜨리고 끝에서 바위와 부딪혀 폭음과 함께 사라졌다.


“…….”


어안이 벙벙해져 뒤를 돌아보니 두 사람 다 눈을 크게 뜨고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니, 날 그렇게 본다고 뭐라 할 말이… 설마, 내게 숨겨져 있던 엄청난 힘이 지금 각성한 것인가!


“그럴 리가 없잖아! 롤랑 너까지 그런 눈으로 보다니… 정신 차려! 나한테 이런 힘이 있을 리가 없잖아!”


짝짝짝!


“오오, 아로운 군. 알고 보니 대단한 사람이었네요. 훌륭한 일격이었습니다. 세븐 마스터들도 저리 가라 할 정도인걸요?”


박수소리와 함께 들리는 호들갑소리에 돌아보니 하얀 백발이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크리스야드 각하!”


역시 당신이었어? 하긴 이 근처에서 이런 무시무시한 광경을 연출할 수 있는 사람은 당신 이외에는 생각할 수가 없지.


“역시나… 따라오셨군요. 각하.”

“따라오다니요. 전 그저 마냥 기다리기도 뭐해서 주변을 산책하고 있던 것뿐이랍니다. 그륜벨트 영지는 산세가 참 아름답군요.”


방금 나무도 바위도 무참히 날려버린 분이 할 소립니까? 그건 그렇고 부대를 내팽개치고 이런 곳에서 수행원도 없이 나오는 사령관이라니, 심지어는 변명조차 가관이다. 이런 상황에서 산책 나왔다는 그 말을 믿으라는 겁니까? 국왕 직속 3군의 사령관의 위엄과 세븐 마스터의 명예는 어디다 팔아먹고 되지도 않는 거짓부렁이랍니까 대체.


“각하가 저러는 건 언제나 있는 일이니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저희 부대의 부장님들은 모두 유능하신 분들이고, 각하 역시 중요한 국면엔 절대 늦으시는 법이 없으십니다.”


그래도 부하라고 유스타치아 경이 애써 감싸주는 말을 했다.


작가의말

사실 롤랑은 높은 곳이 무서워서 아로를 미끼로 쓴 것입니다(믿으시면 골룸...)

 

후우, 둥근해가 떴습니~다. 자리깔고 이불 덮고~

 

...이번편의 수정과 탈고를 반복하느라 결국 토요일 밤과 새벽시간을 다 써버렸군요. 제가 잘 쓰고 있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전개상 어디 이상한 구석이 있어도 지금은 졸려서 판단을 잘 못하겠어요.

 

 그리고 뼈아픈 지적 댓글을 보고나니 신경이 쓰여서 결국 코피났습니다...(휴지휴지..)

 

 아직도 개선할 점이 많은 올빼미와 포춘코드인 것 같습니다. 에피소드 마무리하면 브링거 완결권, 그리고 피드백을 종합해서 싹 또 한번 점검하는 시간을 가져야겠습니다. 지적해 주셨으니 살펴야지요(그전에 코피좀 닦을 게요 ㅠㅅㅠ).

 

 다음편은 이따 밤에 찾아 뵙겠습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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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눈보라의 군세[Blizzard troop](1) +4 13.03.12 1,568 14 11쪽
28 아스트리드[Astrid](4)-End- +5 13.03.08 1,424 14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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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아스트리드[Astrid](1) +4 13.03.05 1,311 14 16쪽
24 파견[Dispatch](4)-End- +6 13.03.04 1,437 15 14쪽
23 파견[Dispatch](3) +4 13.03.03 1,304 16 14쪽
22 파견[Dispatch](2) +5 13.03.02 1,491 16 10쪽
21 파견[Dispatch](1) +3 13.02.28 1,392 16 13쪽
20 수정벽[Crystal wall](2)-End- +3 13.02.26 1,413 15 19쪽
19 수정벽[Crystal wall](1) +3 13.02.25 1,441 15 18쪽
18 랩터[Raptor](3)-end +4 13.02.23 1,520 15 18쪽
17 랩터[Raptor](2) +4 13.02.23 1,503 1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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