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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캐가 본캐 되는 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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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이뽀로밀
작품등록일 :
2013.02.16 11:46
최근연재일 :
2013.04.09 01:15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71,146
추천수 :
727
글자수 :
296,364

작성
13.02.26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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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2
추천
15
글자
19쪽

수정벽[Crystal wall](2)-End-

포르투나 연대기 1부




DUMMY

집 한채를 그대로 통과해 큰 거리로 나오니 생각했던 대로 샘을 비롯한 롤랑의 부하들이 랩터들과 대치 중이었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으득으득하며 뜯어 먹히고 있는 시체들을 보는 순간 살짝 욕지기가 올라오는 것을 억지로 눌러 참았다.


“빌어먹을 도마뱀 놈들… 롤랑!”


말릴 틈도 없이 롤랑이 뛰쳐나갔다. 데이노니쿠스 한 놈 뒤로 바로 접근한 그는 간격이 맞춰짐과 동시에 미라쥬의 푸른 힐트를 잡고 칼을 뽑았다.


챙! 스각!


뽑음과 동시에 이어지는 그림 같은 횡 베기에 데이노니쿠스의 목이 떨어진다.


키에에엑!


괴성을 지르며 여기저기 흩어지는 랩터들 우왕좌왕하고 있던 롤랑의 부하들은 칼의 뭍은 피를 털어내는 그를 보고 여기저기서 환호했다.


“두목!”

“롤랑 두목! 오실 줄 알았습니다!”


롱소드를 쥐고 있던 샘이 롤랑에게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자세히 보니 여기저기 상처투성이인 것이 상당히 분전한 듯했다.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꽤 지독한 싸움이었을 텐데도 내색하질 않는다. 그게 이 남자의 매력이면서 바보 같은 점이다. 나였다면 있는 대로 생색을 냈을 텐데.


“왜 여기 있는 거지? 이런 위급 상황이다. 집결하라는 명령 같은 건 무시했어야지.”


하지만 그런 샘에 모습을 보고도 롤랑의 반응은 싸늘했다. 샘 역시 자신의 실수가 뭔지 아는 듯 고개를 숙일 뿐이다. 파르르 떨리고 있는 주먹이 안타까울 뿐이다.


“네 어리석은 판단으로 대체 몇 명이 죽은 거냐?”


다들 무기를 들고 있는 것으로 봐선 일단 아지트에 들리긴 한 것 같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는 7번가의 집결하라는 명령보다는 안전을 우선했어야 했다. 롤랑이 말하는 것은 바로 그것. 하지만 샘의 마음을 모르는 것도 아니었다.


“두목, 부두목은 그저 두목을 걱정해서…….”

“저희가 부두목 혼자 가겠다고 하는 걸 억지로 따라온 겁니다.”


다른 부하들이 샘을 두둔했지만, 롤랑의 화는 가라앉을 기미가 안 보였다. 냉담하게 쏘아보는 시선에 두둔하던 부하들도 움찔하며 물러날 지경. 아놔, 언제까지 이런 뒤치다꺼리를 해야 하는지 원.


“롤랑, 그쯤 해. 혼을 내던 벌을 주건, 일단 여길 빠져나가고 볼 일이야.”


내가 롤랑의 어깨를 붙잡자 녀석이 이번엔 나를 노려본다. 니가 노려보면 어쩔 건데?


“시간 없어. 향 효과 떨어지면 다 같이 죽는다. 그러려고 여기 왔어?”

“…….”


조금은 누그러진 듯하다. 이런이런, 정말이지 은근 손이 많이 간다.


“샘, 너도 마찬가지야. 부하들 지키려고 애쓴 건 알겠는데 그러다 죽으면 네 여동생은 어쩔 건데? 몸을 사릴 때는 사려. 괜히 이 자식 따라 하려다 객사하지 말고.”


얘기를하면서 손가락으로 롤랑의 볼을 콕콕 찔렀다. 그러자 녀석은 기분이 나빠졌는지 휙 하니 가버렸고 그 모습을 보던 롤랑의 부하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으이그, 하나같이 새가슴들이다. 그러고도 니들이 폭력배냐?

한편, 쓴 웃음을 짓고 있던 샘에게는 품에서 약통을 던져 주었다. 혹시 모르니 아주 조금 남긴 오프스트 젤이었다.


“그거 상처에 직방인 약이야. 얼마 없으니까 제일 심한 상처에 바르라고.”

“…아로 형님, 참으로 고맙지 말입니다.


인사는 목숨 부지한 다음으로… 어느새 다가온 페로가 발밑에서 나를 올려다보고 있다. 알고 있어. 이젠 진짜 운에 맡겨야 하는 상황이다.

각자 몸을 추스르고 롤랑을 따라가는 부하들, 그들을 제치고 롤랑의 옆으로 다가간 나는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야,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너니까 괜한 소리 하는 것 같지만, 페로에 대한 건 비밀이다. 이런 괴물들 돌아다니는 판에 말하는 고양이가 눈앞에 있음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까.”


롤랑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자식아, 부하들이 저 모양으로 죽어서 분한 건 알겠지만, 이제부터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판국에 그렇게 꽁해 있어봐야 득 될게 없잖냐. 얼굴 좀 풀어라.

내 걱정은 기우였는지 롤랑은 곧 침착하게 상황을 부하들에게 설명하고 당장 영주성으로 가야 한다고 얘기했다.


“세상에, 우리 영지의 그런 기가 막힌 마법이 있었다니!”

“나 태어나서 지금까지 마법사는커녕 마법은 구경도 못했다.”


그렇게 촌놈 티 팍팍 내는-물론 나도 본 적은 없다-부하들과는 다르게 샘은 침중한 얼굴로 얘기했다.


“그러고 보니 아까 내성 방향에서도 경보 비슷한 종소리가 울렸지 말입니다. 아마도 그 수정벽이란게 발동되는 신호가 아닐는지…….”

“그게 언제쯤이었지?”

“아지트에 도착한 직후였습지말입니다.”


샘에 대답에 나는 롤랑과 눈을 마주쳤다. 우린 못 들었으니 아마도 캐리씨 집으로 피해 있을 때 난 모양이다.


“일단 가자, 다들 이를 악물고 따라올 수 있도록.”


그렇게 나와 롤랑, 그리고 페로를 포함한 10명 남짓한 사람들은 저편에 보이는 영주성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어엇! 이 고양이 저흴 따라오는 데요?”


부하 중 하나가 페로를 보고는 그렇게 소리쳤다.


“신경 쓰지 마! 지금은 오직 달리는 것만 생각해!”


롤랑의 외침에 부하는 찍소리도 못하고 달리는 대만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 직후 다시금 들리기 시작하는 랩터들의 신호음. 이건 페로의 설명이 없어도 알 것 같다. 저 망할 도마뱀 새끼들이 동료를 부르는 거다.


“제길, 쪽수로 밀어붙이는 건가? 롤랑! 시간 얼마나 남았지?”

“대략 30분쯤. 이 인원을 데리고 셋길로 가는 건 무리다.”


가다가 향의 효과가 끊기면 그 좁은 골목에서 몰살이라는 건가? 제길, 이제나저제나 이 도로를 타고 갈 수밖에 없겠어!


미야~옹!


어찌어찌 1번가에 접어들었을 때쯤 페로가 길게 울었다. 향의 효과가 끊기면 알려 주기로 했는데 설마 지금인가?


“롤랑!”


“아아, 이제부턴 힘으로 돌파할 수밖에. 다들 무기를 들어라.”


롤랑의 말에는 묘한 힘이 있어, 부하들에게서도 아까와는 다른 기백이 느껴졌다. 각자 롱소드를 움켜잡는 그들의 얼굴엔 다들 비장미가 감돌았다. 나도 질 수 없지!

레벤타를 뽑아 양손으로 고쳐 잡았다. 검술은 서툴지만 어찌어찌 견제는 해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럴 땐 롤랑처럼 미리 검술을 배워둘 걸 후회한다. 응? 가만?


“야, 아까부터 궁금했는데. 너 검술은 언제 배웠어?”

“배운 적 없어.”


이건 또 뭔 소리래?


“한 수십 년은 휘둘러 본 사람처럼 저것들 목을 날려 댔잖아?”

“책에서 본 걸 따라 했을 뿐이야. 칼을 제대로 휘둘러 본건 오늘이 처음이다.”


…페르기우스님은 불공평하시군. 이젠 하다못해 검술을 글로 배워? 하도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와 버벅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주변이 조용해 졌다. 젠장, 공격해 들어오는 거냐? 그런 거냐?


“포위되면 좋지 않아! 달려!”


그 말을 듣고 샘이 제일 처음 달려나갔다. '역시 행동대장!'이라고 해주고 싶은 모습이지만, 저 인간 저러다 진짜 제 명에 못 살지. 그 뒤를 부하들이 따르고 롤랑은 가장 뒤에 섰다. 나 역시 그 옆을 달리며 뒤를 살폈다. 놈들의 쇄도는 마치 검은 그림자의 파도가 밀려들어 오는 것만 같다.


“돌아보지 말고 뛰어!”

“제기랄!”


욕이 자연스럽게 튀어나왔다. 그때 갑자기 뒤 따라오던 놈들이 소리 없이 뛰어올라 우리 머리 위를 넘어 전방에 착지했다. 비로써 제대로 확인하게 된 랩터들의 도약력. 선두를 달려가던 샘과 부하들의 동요가 느껴진다. 그리고 롤랑도 그걸 느꼈는지 혀를 차며 박차고 나갔다.


“비켜!”


부하들이 좌우로 갈라서 롤랑에게 길을 터주었다. 미라쥬의 백색 칼날이 다시 이빨을 번뜩였고 또 한 번 적의 머리를 날릴 줄 알았지만, 이번엔 아쉽게 허공을 갈랐다. 잽싸게 뒤로 물러나는 데이노니쿠스. 그와 교차하듯 벨로키랍 몇 마리가 롤랑에게 날아들었다.


“조심해!”


내 외침을 들었는지 롤랑은 잽싸게 두 마리의 공격을 몸을 틀어 피하고 나머지를 칼을 휘둘러 배었다.


키엑!


칼에 베인 벨로키랍이 고통스런 비명을 토하며 나가떨어졌지만 이내 다시 일어난다. 칫, 치명상은 아니었나?


“이얍!”


이번엔 내가 뛰쳐나가 있는 힘껏 레벤타를 휘둘렀다. 목표는 롤랑을 뒤에서 노리는 두 마리.


키에엑!

스각!


마치 장작을 쪼개는 듯 한 손맛이었다. 손끝에서 묵직하게 느껴지는 느낌이 확실히 두 동강 냈음을 확신했다. 어라? 나도 제법 하잖아?

나와 롤랑의 분전에 자극을 받았는지 뒤에 있던 부하들도 저마다 기합성을 내지르며 돌진했다. 그것을 본 롤랑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무작정 돌진하지 마! 녀석들은 정면을 보기 어렵다! 측면보다는 정면에서 노려!”


페로에게 들었던 녀석들의 약점을 알려주며 롤랑은 바쁘게 지시를 내렸다.


“2인 1조로 항상 서로의 등을 보호해라! 한 조가 주의를 끌고 다른 한 조가 정면에서 공격해! 녀석들이 물러나면 깊게 쫓지 말고, 항상 거리를 벌려!”


혹시나 싸우는 상황이 벌어졌을 때 우리가 하려고 했던 전술. 이때 주의를 끄는 것은 가장 재빠른 페로가 되었을 테지만-당연한 것 아닌가- 지금은 각자 조를 짜서 공격과 주의를 끄는 것을 분담했다.

롤랑에 지시 덕에 다들 어설프지만, 대형을 짜서 공격하기 시작했고, 랩터들도 쉽사리 공격해 오지 못했다. 나 역시 롤랑의 등을 지키기고 서서 놈들을 견제했다.


“롤랑, 어찌어찌 버티고는 있긴 하다만……!”

“그래, 이대로 가다간 전멸이다. 봐, 녀석들이 또 신호를 주고받기 시작했어. 우리 쪽의 전술을 분석하는 걸 거야.”


똘똘 뭉쳐 있는 우리들의 주변을 맴돌며 좀처럼 공격하질 않던 녀석들은 다시 특유의 신호음을 내기 시작했다.

젠장, 정말 짜증 나는 녀석들이다. 집단생활을 하는 늑대들도 이렇게까지는… 응? 늑대?


그때, 정말 불연 듯 어떤 생각이 머리를 스쳐지나 갔다.


“야, 페로!”


내가 어깨를 툭 치며 녀석을 부르자. 발밑에 있던 녀석이 금세 어깨 위로 올라왔다.


“이 도마뱀 새끼들 우두머린 어떻게 구분해?”

“우두머리?”

“그래, 무리 생활을 하는 데 우두머리가 없다는 것이 말이 안 돼. 분명 통솔하는 녀석이 있을 거 아냐?”


그 녀석을 치면 조금은 활로가 열릴 가능성이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 것 같네만, 쉽지 않은 일이야. 랩터들의 우두머리는 전면에 나서질 않아. 항상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지시를 내리지.”


젠장, 하는 짓이 꼭 높으신 인간들과 비슷하구만.


“됐고, 가르쳐주기나 해!”

“…정수리부터 꼬리까지 말갈기처럼 털이 난 데이노니쿠스가 있을 거네. 그놈이 우두머리야.”

“들었냐, 롤랑?”

“물론! 샘, 퍼시, 마론!”


롤랑은 가장 덩치가 큰 세 명을 불렀고 나는 웃옷을 벗어 북북 찢기 시작했다. 어깨서 뛰어내린 페로는 내가 하는 양을 의문스럽게 지켜보고 있었는데 그 고개를 갸웃하는 모습이 어쩐지 귀엽게 느껴졌다-내가 이젠 미쳐가나 보다-.

랩터 놈들의 쉬쉬거림이 잦아들기 시작한다. 나는 더 손을 바삐 움직였고, 롤랑의 부하들도 있는 힘껏 바닥 돌을 폼멜로 때려 부수고 있었다. 너무 잘게 부수지들 마라!


“됐어! 롤랑, 어때? 찾을 수 있겠어?”

“녀석들에 움직임을 봐선 2시 방향이다. 하지만 어두워서 확실히 구분되질 않아.”

“제길, 누구 기름 좀 가진 사람 없어? 불이 필요해!”

“저기… 불 피우는 데 쓰실 거면 제가 바카디 럼주를 좀 가지고 있습니다요.”


그때 한쪽에서 놈들을 견제하고 있던 릭이 살짝 손을 들었다. 저 사람은 아직도 알코올 도수 70도 이하는 안 마시나 보다. 하지만 지금은 그래 줘서 정말 고마워 릭!

한 사람이 릭의 허리춤에서 작은 술통을 가져왔다. 바로 뚜껑을 열어 돌멩이를 싸 놓은 천에 적시고는-확 올라오는 알코올 향에 머리가 띵하다. 이게 술이야?- 바로 부싯돌을 두들겨 불을 붙였다. 화하고 천이 타오름과 동시에 롤랑에게 소리쳤다.


“야! 한 방에 잘 찍어!”

“찍긴 누가 찍는다는 거냐?!”


내가 불타는 돌멩이를 잽싸게 띄워 주자 롤랑이 검집을 들어 돌멩이를 후려쳤다. 그리고 정확히 2시 방향으로 날아가는 불덩이.


“저기다 아로! 일격에 끝내!”


암! 이런 막장 전술이 또 한 번 통할 거라곤 생각 안 한다. 당연히 한 방에 끝내야지!

나는 즉석에서 만든 슬링-투석구-에 재빨리 돌을 놓고 붕붕 돌리기 시작했다. 그래, 소싯적 아버지 따라다니면서 이걸로 메르타 산 동물들 많이도 때려잡았더랬다. 그리고 이건 내가 롤랑보다 나은 몇 안 되는 재주 중 하나다.


휘이이잉!


슬링이 맹렬한 속도로 회전하는 동안 눈을 가늘게 뜨고 표적을 확인한다. 갑자기 공중을 날아가는 불똥에 시선을 빼앗기는 랩터들 사이로 검은 갈기를 가진 데이노니쿠스 한 마리. 녀석이 다른 놈들과 같이 주의를 딴 대로 돌리고 있는 지금이 찬스다!


“흡!”


쉬이이이이익!


매서운 소리와 함께 슬링을 빠져나온 돌이 쏘아져 나갔다.


퍽!

키에엑!


단발마의 비명과 함께 돌은 정확히 녀석의 눈에 파고들었고, 잠시 비틀거리던 녀석은 결국 털썩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맞았다!”

“역시 아로 형님! 녹슬지 않았군요!”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훗, 또 쓰잘데기 없는 것(?)을 맞춰 버렸군.

우두머리가 쓰러지자 예상대로 녀석들은 우왕좌왕 하기 시작했고, 특위의 신호음이 불규칙 적으로 변하며 여기저기서 그 기분 나쁜 괴성을 지르는 녀석이 생겨났다. 그때를 놓일 롤랑이 아니다.


“지금이다! 전원 영주성을 향해 전력 질주다!”


비록 우두머리가 당해 당황하곤 있지만, 녀석들은 여전히 수가 많고 위협적인 존재다. 싸우기보다는 도주하는 게 상책. 롤랑의 호령과 함께 전원이 랩터들을 밀치고 도주하기 시작했다.

한껏 오른 기세를 타고 영주성까지 우랴 돌격을 감행하던 우리는 영주성이 가까이 보이기 시작하자 한껏 흥분했다.


“거의 다 왔다!”

“저기까지만 가면 살 수 있어!”


나 역시 고지가 눈앞에 있으니 절로 탄식이 터져 나왔다. 진짜 여기까지 오기가 왜 그렇게 길게 느껴졌는지.


“아직 안 끝났어!”


안심하는 우리 사이로 롤랑의 서릿발 같은 고함이 뚫고 지나갔다. 나 역시 그 중 한 사람이었는지라 순간 가슴이 철렁하며 정신이 바짝 들었다.

그래, 아직도 우리 뒤에는 몇이나 되는 줄도 알 수 없는 마물들이 득실거리고 있는 거다. 수정벽 안으로 들어가기 전까지는 방심할 수 없다.


“주인, 위다!”


페로의 경고에 담긴 다급함에 녀석이 다른 사람이 있는대서 말을 했다는 사실도 잊고 머리 위를 처다보았다. 그리고 밤하늘을 등지고 건물 옥상에서 우리를 내려다보는 랩터들을 본 순간 그야말로 아연실색 하고 말았다.


키에에엑!


꽤 높이가 됨에도 그대로 뛰어내리는 녀석들은 소리도 내지 않고 착지해 우리를 향해 돌진해 왔다.


“크아악!”


부하 하나가 데이노니쿠스의 긴 발톱에 낚아채여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그 순간 벌 때처럼 몸에 달라붙어 살을 뜯어 먹은 벨로키랍의 무리… 끔찍하기 이를 때 없는 광경이었다.


“젠장!”

“돌아보지 마! 죽는다!”


나를 비롯한 모두가 롤랑의 고함에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오직 영주성을 향에 달릴 뿐. 무음[無音]으로 다가오기에 더 두려운 랩터들의 쇄도가 공포심이 되어 전원의 다리를 채찍질했다.


“헉… 헉…….”

“후욱… 후욱…….”


거의 밤새도록 전력으로 달리는 거나 다름없는 나와 롤랑은 거의 한계에 도달했다. 턱까지 차오른 숨은 아무리 들이마셔도 모자라다는 듯 계속해서 호흡을 요구했고, 팽팽한 다리는 납덩이가 된 듯 무거웠다.


“아로 멈추지 마라!”

“누가 할 소릴!”


서로 윽박지르면서 힘을 쥐어짜게 한다. 돌아보면 부하들 역시 힘에 부친 듯했다. 가장 어린 나와 롤랑이 가장 앞서 있다니. 참으로 한심한지고.


“거의 다 왔어, 이제 코앞이야! 여기서 죽으면 억울해서 곱게 저승도 못 가!”

“헉헉! 알고는… 있는데 말입니다!”

“헥헥! 아침에 변소 앉아서 주는 힘까지 가져다 쓰고 있습니다요!”


그나마 체력이 남아있던 사람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한다. 이 사람들아, 말할 힘 있음 달리라고! 근데 나도 남 말 할 처지가 아닌가?

그나저나 저 도마뱀 놈들… 이렇게 지친 우리를 못 따라 올 정도로 느리진 않을 텐데?


“우왁!”


털썩!

무의식중에 뒤를 돌아보다가 그만 발이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젠장, 하필 이럴 때!


“아로!”

“오지 마! 그냥 가!”


돌아보는 롤랑에게 반사적으로 그렇게 외쳤지만, 눈물이 핑 돌았다. 아놔, 이렇게 어의없이 죽는 거야?


“이 멍청한 자식!”


롤랑은 머리끝까지 화가 난 얼굴로 결국 다시 돌아왔다.


“오지 말라 했잖아!”

“울 것 같은 얼굴을 하고 그런 소리 해봐야… 응?”


가까이 다가와 나를 부축하던 롤랑은 뒤를 보고는 눈을 부릅떴다. 왜, 아주 떼거리로 달려드냐? 넋을 일을 만큼?


“다 왔어…….”

“뭐?”

“다 왔다고. 저길 봐.”


롤랑의 손이 가리키는 곳. 불과 몇 미터 안 떨어진 곳엔 정말 징글징글하게 많은 랩터의 무리가 있었다. 그들은 보이지 않는 벽에 몸을 부딪치고 발톱을 긁어 대며 광 기어린 괴성을 지르고 있었다.


“그럼 저게 설마…….”

“그래, 헬가의 수정벽이야. 영주성 코앞이 아니라. 저기서부터 수정벽의 영역 안이었던 거야.”


그렇게 안도의 한숨을 쉰 롤랑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긴장이 풀린 탓인지 좀처럼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는 녀석이 지금은 실없이 웃고 있다. 그리고 나 역시 웃고 싶은 기분이다.


“하하… 산 거냐 우리?”

“후후… 살았어.”

“진짜진짜 산 거냐?”

“진짜진짜 살았어.”


재확인시켜주는 롤랑의 말에 나는 그 자리에서 대자로 드러누워 버렸다. 우와 진짜 눈물 나려고 해. 살짝 흐려지는 시야 사이로, 어느새 밝아오는 새벽이 하나둘씩 모습을 감춰가는 새벽별들과 함께 한가득 들어왔다.

지금까지 인생 중 가장 길었던 밤이 지나, 그렇게 19세의 첫날이 찾아왔다.



작가의말

 바쁩니다... 제 안의 올빼미 본능이 조각조각 파괴되어 갈 만큼 바쁩니다...

어재는 결국 문피아 돌아볼 여유도 없었어요.

 

 수정벽 편 맞춤법도 재확인해야 하고, 공부도 해야하고, 병원도 가야하고, 일도 해야하고... 전투력=컨디션은 역시 아니었나 봅니다...OTL

 

 비축분도 떨어져가니 다음 얘기도 진행해야 하는데... 아악! 진짜 어린애 같지만 나루토 처럼 다중분신술이라도 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하지만 차크라가 딸려서 얼마 못갈거야 아마...ㅠ.ㅠ)

 

 아무튼 연재 일정에는 늦지 않았습니다. 죄송하지만 이번에도 맞춤법 검사기에만 돌렸습니다. 오류가 있다면 죄송합니다. 전과 같이 크게 의지전달이 어렵지 않은 문장은 어감을 중시해 손보지 않았습니다. 아예 틀렸다고 생각되시는 부분은 지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작중 나오는 슬링은 숙련자라면 다양한 재료로 즉석에서 만들수 있습니다(재료에 탄성이 크지 않다는 전재하에). 그리고 아로는 풍차처럼 여러번 돌렸지만 실재론 한두 번 돌리는 것이 가속도가 붙어 위력이 크다고 하네요.

 

 돌맹이에 불 붙여서 베팅해 날리는 건 일단 가능하긴 합니다. 고딩때 친구들하고 속초 앞바다에서 해봤습니다(착한 아이들은 따라하지 마세요...ㅇㅅㅇ;). 하지만 천에다 바카디 럼주를 뿌려서 저렇게 가능할지는 저도 장담할 수 없네요(본인은 송진하고 휘발유를 덕지덕지 뭍힌 것 사용.). 소설속 허용 부분이라고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구차한 변명..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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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아스트리드[Astrid](4)-End- +5 13.03.08 1,424 14 19쪽
27 아스트리드[Astrid](3) +9 13.03.07 1,380 15 19쪽
26 아스트리드[Astrid](2) +4 13.03.06 1,245 13 15쪽
25 아스트리드[Astrid](1) +4 13.03.05 1,311 14 16쪽
24 파견[Dispatch](4)-End- +6 13.03.04 1,437 15 14쪽
23 파견[Dispatch](3) +4 13.03.03 1,304 16 14쪽
22 파견[Dispatch](2) +5 13.03.02 1,490 16 10쪽
21 파견[Dispatch](1) +3 13.02.28 1,392 16 13쪽
» 수정벽[Crystal wall](2)-End- +3 13.02.26 1,413 15 19쪽
19 수정벽[Crystal wall](1) +3 13.02.25 1,441 15 18쪽
18 랩터[Raptor](3)-end +4 13.02.23 1,519 15 18쪽
17 랩터[Raptor](2) +4 13.02.23 1,503 1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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