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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캐가 본캐 되는 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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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뽀이뽀로밀
작품등록일 :
2013.02.16 11:46
최근연재일 :
2013.04.09 01:15
연재수 :
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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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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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7
글자수 :
296,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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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2.25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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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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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수정벽[Crystal wall](1)

포르투나 연대기 1부




DUMMY

캐리씨의 집을 뒤져 석탄 조각과 부싯돌을 찾아들고 오니 페로와 롤랑의 이야기가 한창이었다.


“그럼, 네 생각도 같다는 건가?”

“그렇다네. 녀석들은 이제 막 부화한 것이 틀림없어.”


동의하는 페로의 대답에 롤랑은 입을 가리며 다시 생각에 잠긴 듯했고, 나는 그 옆으로 다가가 찾아온 물건을 들어 보였다.


“가져왔어, 그나저나 무슨 얘기야?”

“롤랑이 우리가 오기 전에 겪은 일과 방금 일을 종합해 본 결과, 랩터들이 막 부화한 상태일 수도 있다는 결론을 내렸지. 내 생각엔 틀림없다고 보네만.”

“그래서?”

“대부분 생물은 막 태어난 시점에선 무력하지. 랩터들은 알 속에서 이미 성장이 끝나기 때문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위협적이지만 저 녀석들은 좀 달라. 동작도 생각보다 굼뜨고, 무엇보다 자신이 가진 무기를 사용하는데 익숙하지가 않은 것 같더군.”


그 말을 듣고 나를 습격하던 데이노니쿠스와 벨로키랍의 움직임을 떠올려 본다.


“그게 굼뜬 거라고?”

“아까도 말했지만 이렇게 도망칠 수 있었던 게 기적이라네. 게다가 비록 우리에게 주의가 쏠려있었다지만 롤랑이 접근할 때까지 녀석들이 눈치 못한 것도, 본래 랩터라면 있을 수 없는 일. 항시 후방을 신경 쓰는 놈이 있어 위협적인 것이 접근하면 바로 무리에게 알려준다네.”


뭐야 그거… 거의 훈련을 쌓은 병사들과 같은 행동이잖아.


“맞네, 막 태어난 무리는 이미 사냥에 능숙한 무리에게 그 모든 것들을 교육받고 그것이 또 다른 무리에게 전파되지. 지금 밖에 있는 랩터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본능대로 움직이는 초심자들이야. 녀석들이 이 집 주변에서 맴돌기만 하는 것도 그것을 증명해 주지. 데이노니쿠스의 그 큰 발톱은 철판도 찢어발길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거늘.”


한마디로 마음만 먹으면 이 집에 창문이건 문이건 다 뚫고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이다.


“후우, 결국 처음에 롤랑이 말했던 대로 여기도 언제 위험해 질지 모른다는 얘기군.”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 나는 품에서 아침에 담아왔던 나무 약통을 꺼내들었다.


“이게 최후의 희망이라는 건가?”

“나 역시 이렇게 쓰일 줄은 몰랐지. 그 약을 챙기라고 했을 당시엔 단순한 감이었다네.”


페로의 말은 그랬지만, 나는 굉장한 운명의 장난처럼 느껴졌다.


“이걸 태운 냄새가 녀석들의 약점이라니, 솔직히 믿기 힘들다.”

“자네에게서 그 약의 제조 과정을 들었을 때도 나도 믿기 힘들었지. 오프스트 젤[Obst jell]은 백금시대가 끝나고 실전된 약으로 알고 있었다네.”


아직 내가 이름조차 붙지 않은 이 약의 이름은 오프스트 젤. 페로의 말로는 나뭇가지 엘프들에게서 전해진 연고로, 실로 다양한 효과가 있는 특효약이란다.


‘그 약은 특유의 상큼한 향 때문에 향유로도 쓰였네. 불에 타는 성질이 있고, 태우면 향이 더욱 진하게 나지. 그 향이 녀석들의 코를 마비시키고 일시적이지만 감각 전체를 교란하기 때문에 당시엔 녀석들과 싸우기 위한 필수품이 이기도 했고.’


그런 대단한 약을 바로 내가 발명해 냈다는 말이다. 페로의 얘기를 듣고 나는 살짝 우쭐해졌지만 사실 이런 기가 막힌 우연에는 전율마저 느껴졌다. 반면에 얘기를 들은 롤랑은 냉담했다.


‘불행 중 다행이지만 그걸로는 이 상황을 타개하기엔 부족해.’


일단은 약을 태워 향을 좀 퍼뜨리는 것으로 녀석들의 습격을 잠시간 막을 수는 있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않는다는 것이 녀석의 주장이었다.

그래도 일단 약을 태울 준비는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성냥이라도 찾기위해 집을 뒤졌고, 롤랑은 그 사이에 페로와 더 이것저것 대화를 나눈 모양이다.


“야, 롤랑. 이 약 지금 태우는 것이 좋지 않을까?”


데이노니쿠스의 그 살벌한 발톱 얘기를 듣고 나니 불안해진 내가 묻자 생각에 잠겨있던 롤랑은 그제야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입을 땠다.


“아직… 페로, 만약 저 정도양의 약을 태웠을 때 그 효과는 어느 정도지?”


롤랑은 내 손에든 약통을 가리키며 페로에게 물었다.


“글쎄, 장담은 할 수 없지만 약 두 시간 정도?”

“그럼 이 약을 다 태우고 우리가 밖에 나갔을 때, 효과를 볼 수 있는 시간도 그 정도 되나?”

“그럴 경우 한 시간도 못 버틸 거야. 그나마 몸에 잘 배어드는 편이라 그 정도일 걸세. 어쩌면 그보다 짧을 수도 있겠지.”

“…아슬아슬하군.”


롤랑이 작게 중얼거렸다. 저 표정은 뭔가 떠오른 얼굴이다.


“야, 뭐 뾰족한 수라도 생각난 거냐?”

“뾰족한 수라기보단, 거의 유일한 방법일 테지만. 여길 나가서 영주성으로 가는 거야.”


영주성? 그러고 보면 마더랜드 앞에서 페로도 비슷한 얘기를 한 것 같은데. 나는 페로를 쳐다보았고, 녀석도 고개를 갸웃하며 롤랑을 향해 물었다.


“영주성에 뭔가가 있는 건가? 처음에 일이 벌어졌음을 느꼈을 때도 그곳으로 가면 안전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네만.”

“그곳에 가면 헬가의 수정벽이 있어. 영주님이 너무 늦게 위험을 알아채지만 않았다면 지금 영주성은 그 어떤 곳보다 안전할 거다.”

“헬가의 수정벽?”


페로가 반문한다. 이 고양이 녀석도 모르는 것이 있었군. 그리고 나 역시 처음 들어 보는 말이다.

나와 페로가 궁금증 어린 시선을 보내자 롤랑은 할 수 없다는 듯이 간략하게 설명해 주었다.


“100년 전, 당시 그륜벨트의 영주와 이혼했던 여 마법사가 설치해준 방어 마법이야. 영주성을 둘러싸는 투명한 벽으로, 보통 방법으로는 이 벽을 통과할 수가 없어.”

“헤에, 그 여 마법사의 이름이 헬가였나 보지?”


내 반문에 대답한 것은 뜻밖에도 페로 녀석이었다.


“헬가 르네 오귀스트, 다른 이명은 프리즘의 마녀. 그녀가 이곳 영주와 결혼했었나?”

“기록으로는 그렇게 남아있더군. 어쨌든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곳으로 가야 한다.”


단호한 롤랑의 말. 그러나 불연 듯 녀석에 말에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을 눈치챘다.


“야, 롤랑. 그 수정벽인가 뭔가 하는 마법이 발동되었다면 지금 가봐야 소용없는 거 아냐? 보통 방법으론 통과할 수 없다면서?”

“억지로 뚫고 들어가려 하면 그렇다는 얘기야.”


롤랑은 그렇게 대답하고는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저건……?


“성인식 때 받은 플레이트!”


녀석이 꺼낸 작은 금속 플레이트를 본 나는 그렇게 소리쳤다.


“이 플레이트엔 영주의 인장이 프렉탈을 세기는 방식으로 세 겨져 있고 이걸 몸에 지니고 있으면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수정벽을 지나갈 수 있어.”

“진짜?”

“응, 남편인 영주뿐만 나이라 영지민도 지키고자 했던 그녀의 배려였다고 하더군.”


그게 사실이라면 플레이트를 소지한 영지민은 누구나 수정벽 안으로 피신할 수 있다는 얘기다. 어라? 그럼 애들은? 플레이트는 성인만 받는 거잖아?


“부모가 품에 안고 들어가면 돼. 저번에 프렉탈에 대해 다시 조사하면서 알게 된 건데 프렉탈은 일종의 공간을 지정하는 기능을 가졌어. 그 공간 안에 있으면 마법의 영향력 아래 있게 되는 거지.”


롤랑의 어려운 설명이 시작되려고 한다.


“아무튼, 그걸 지닌 사람 옆에 있으면 그 사람도 들어 갈 수 있다는 거지? 방어 마법치고는 너무 치명적인 구멍 아냐?”


만약 적이 플레이트를 손에 넣으면 다 소용없는 짓일 거다. 내 지적에 롤랑은 그렇지 않다는 얼굴로 반론했다.


“이 플레이트는 특별한 거야. 본인의 이름과 프렉탈이 마법적인 처리로 연결되어 있어.”

“그렇군, 보안 마법과 같은 원리인가? 성격 급한 그녀치고는 꼼꼼하게도 만들었군.”


페로는 롤랑의 말 한마디로 모든 것을 알아들었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게다가 말 속에서 마치 헬가라는 사람을 잘 아는 것 같은 뉘앙스가 풍겼지만, 그런 걸 신경 쓸 새도 없이 롤랑이 치고 나왔다.


“맞아, 아무튼 자세한 설명을 하자면 기니까. 어쨌든 이것으로 수정벽에 가로막힐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문제는 거기까지 가는 길이야.”


롤랑은 어디서 가져왔는지 분필을 들고 바닥에다 간략한 지도를 그리기 시작했다.


“이것을 그륜벨트의 전체지도라도 본다면 우리의 위치는 바로 여기. 여기서 영주성까지 가는 최단거리는 12번 도로를 타고 곧장 달리는 거야. 하지만 이걸로도 영주성까지는 약 한 시간 반.”


분필로 12번 도로를 표시하며 선을 그은 롤랑은 거기서 살짝 말을 끊었다. 하필 12번 도로인가…….


“한 시간 반이면 약의 효과가 지속 되는 시간보다 오래 걸리는 거리군.”


페로가 그 타이밍에 살짝 감상을 말했다. 이 뺀질이 고양아, 문제는 그것뿐만이 아니란다.


“12번 도로는 중간부터는 옆으로 빠지는 길이 없는 외길이야. 즉, 이 길로 가다 중간에 약의 효과가 끊겨 앞뒤로 포위라도 당한다면 그걸로 끝. 지금 여기와는 다르게 피할 곳도 없는 곳에서 개죽음이라는 거야.”


이제 좀 감이 오냐? 한편 가만히 내 설명을 들고 있던 롤랑은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역시 내 유일한 친구 아로. 페로의 말대로 향의 지속시간이 한 시간 정도가 한계라면 중간에 잡혀 녀석들의 밤참이 되는 것은 순식간이겠지.”

“너도 느긋한 태도 부릴 때냐?”

“그렇게 보였다면 미안하지만, 전혀 느긋하지 않아. 밖에 상황을 알 수 없고, 랩터들의 정확한 수도 알 수가 없어. 게다가 지금쯤 영주성에서 뭔가 반격이 있을 법도한테 조용한 것도 맘에 걸리고.”


상황이 벌어진 지도 꽤 지났다. 롤랑의 말대로 영주성엔 대포도 있고 화승총을 구비한 병사들도 대부분이 직할대라 영주성에 주둔하고 있다. 여기저기서 총소리와 싸우는 소리가 들릴 법도 한데 롤랑의 말대로 너무나 조용했다.


“대포가 시야가 잡히지 않는 밤에 쓰기엔 적합지 않겠지. 녀석들의 검은 피부색은 어둠 속에 숨기 적당하기도 해서 아마 탄을 아끼기 위해 가신들 중 누군가가 대포의 사용을 미루고 있을 수도 있어.”


롤랑은 그렇게 설명을 하고는 검지 마디를 물었다. 생각이 막힐 때마다 나오는 녀석의 버릇이었다.


“어쩌면 영주가 상황을 파악했을 땐 이미 늦었거나, 아님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우왕좌왕하고 있을 수도 있어. 어찌 되었든 영주성으로 가야 하는 건 틀림없지만…….”


중얼거리기 시작하는 롤랑의 모습에서는 여느 때와 같은 과단성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걸 본인이 자각하지 못하는 것 같기도 하고… 할 수 없지.


“하여간 여기 있을 수만은 없다는 건 분명한 거 아냐? 그럼 일단 나가자고. 밖에 상황도 그러면서 자연히 알게 될 거고. 어쩌면 벌써 직할대를 중심으로 편성돼서 반격 중일 수도 있잖아?”


딱히 자신하는 것도 아니면서 희망적인 관측을 말해본다.


“게다가 여기서 오들오들 떨면서 죽는 건 성미에 안 맞아. 그리고 한 가지 간과하고 있는 게 있어.”

“호오? 그게 뭔데?”


롤랑이 의외라는 듯 묻자 나는 녀석에 손에 든 분필을 빼앗아 지도에다 몇 군데 표시를 했다.


“여기하고 여기, 1번가로 직행하는 셋길이 있는 거 기억 안 나?”

“하지만 거긴 7번가를 통해 진입해야 해. 사실상 돌아가는 길이야.”

“하지만 지금 여기서 7번가까지는 10분이 채 되질 않겠지.”

“……!”


내 말에 롤랑의 눈이 부릅떠졌다. 이 자식 이제야 정신을 차렸구만. 하지만 어차피 내가 말을 꺼낸 거고 마무리도 내가 하기로 하자.


“여기 셋길에 진입해서 조금만 빨리 움직이면 1번가까지는 40분이면 갈 수 있어. 그리고 나머지 10분 안에 영주성까지 간다. 이거면 충분히 해볼 만한 거 아냐?”

“분명 그 말대로군.”


롤랑은 평소와 다름없이 자신감에 찬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것 역시 위험한 도박일세. 한 시간도 어림잡은 시간이고 향의 효과는 좀 더 빨리 끊길 수도 있어. 좀 더 여유롭게 도착할 수 있을 만한 작전을 짜지 않으면…….”

“아쉽지만 그런 방법은 현재로선 없어. 아로의 말한 이 방법이 최선이다. 갈 수밖에 없어.”


롤랑은 부정적으로 말하는 페로의 말을 단호하게 자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역시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것을 느끼며 약병의 뚜껑을 열었다.


“아로가 약을 태우는 동안 좀 더 면밀하게 작전을 짜보자. 여기까지 운과 운이 겹쳐서 왔으니 그 악운이 계속 이어지길 기대해 보자고.”

“할 수 없군. 그럼 그 셋길이라는 곳에 대해 설명 좀 해주게.”


고양이도 표정이란 게 있다면 저건 분명 씁쓸하게 웃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약을 모두 태워 온몸에 향이 잔뜩 벨 때까지 기다린 뒤에 우리는 가구를 치우고 밖으로 나왔다.

사방은 고요했다. 페로는 약을 태우는 순간 녀석들이 흩어질 거라고 했는데 과연 쉬쉬거리는 소리가 제법 멀리서 들리는 것 같다.


“가자, 시간은 많지 않아.”

“말하지 않아도 알아.”


걷고 있을 여유 따윈 없다. 계획했던 대로 7번가 방향으로 미친 듯이 달렸다. 페로도 일단은 우리와 보조를 맞춰 달리면서 주변의 기척을 감지하는 듯했다.


“따라오는 듯하군. 그래도 향이 지속하는 한은 접근하지 못할 걸세!”


사방에서 들리던 쉬쉬거리는 소리가 뚝 하고 끊겼다. 페로의 말대로라면 이게 따라오고 있다는 증거겠지.


“우리 냄새 때문에 접근할 수도 없을 텐데 잘도 따라오는걸?”

“소리다. 발소리를 통해 대략적인 위치를 파악하고 앞서있는 녀석들에게 진로를 확인하는 거겠지. 정말 소름 끼치도록 영악한 녀석들이야.”


뛰면서 설명하고 있는 롤랑. 페로 역시 부정하지 않았다.


“공기에 피 냄새가 섞여 있네. 이 일대의 인간들도 전부 당한 것 같군.”


7번가에 접어들자마자 페로가 말했다. 제길, 대체 녀석들은 몇 마리나 있는 거지?


“이 어둠 속에선 확실히 알 수 없네. 하지만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이렇게 많이 사냥당한 건 이상할 정도야. 아무래도 엄청난 수가 몰려 온 것 같군.”


예상했던 셋길까지는 조금 더 가 야했다. 나와 롤랑은 거친 숨을 내쉬면서 어둠 속에서 길을 헷갈리지 않도록 주변을 확실히 확인했다.


“여기쯤 아냐?”

“그렇군, 분명 저쪽 골목을 돌아 바로!”


드디어 셋길 입구에 들어선 좁은 길목 탓에 몸을 옆으로 하고 전진했다.


“이걸로 후방에서 쫒아 오는 데이노니쿠스는 따돌릴 수 있을 것 같군.”


선행하던 페로가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윽, 이 길이 이렇게 좁았던가?”

“우리가 이런 셋길로 안 다닌 지도 벌써 7년이다. 그때에 비해 우리 체격이 성장한 거니 별수 없지.”


앞뒤로 벽에 밀착한 체 전진하던 내가 투덜거리자 뒤에서 롤랑이 말을 받았다.


“데이노니쿠스는 그렇다고 쳐도, 벨로키랍을 이런 곳에서 마주쳤다간 생각하기도 싫은 일이 벌어졌겠군. 향이 없었다면 지금쯤 공격받고도 남았을 거야.”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말고 빨리 가자고. 젠장, 새 옷인데 다 버렸군.”


먼지 쌓인 벽을 옷으로 문지르면서 가는 것과 진배없는 길을 빠져 오니 이번엔 달릴 만한 넓이의 골목이 나왔다. 여기서부터 1번가로 이어지는 셋길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번엔 롤랑이 선행해서 달렸다. 그 뒤를 바짝 페로가 따라붙었고 내가 그 뒤를 쫓아 달렸다. 한참을 달리다가 문든 케이트 사제님과 신전 아이들이 걱정되기 시작한 나는 선행하던 롤랑을 불렀다.


“야, 롤랑. 신전 사람들은 무사할까?”


롤랑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묵묵히 달렸다. 한참을 달리다 모퉁이 하나를 돌 때쯤이 돼서야 롤랑은 가라앉은 음색으로 담담히 말했다.


“아마도… 지금으로선 그리 믿어야겠지. 대사제님은 이 마을에 오래 계셨어 당연히 수정벽에 대한 건 알고 계실 거고, 케이트 사제님도 감이 좋으신 분이니 경보를 듣고 분명 움직이셨을 거야.”


말은 낙관적으로 하고 있지만, 롤랑의 심경은 타들어 가고 있을 터였다. 괜한 말을 꺼낸 것 같아 사과하려고 하는 찰나에 롤랑이 갑자기 멈춰 섰다.


“뭐, 뭐야?”

“…싸움이다.”


뭐?


귀를 기울여 주변에 소리를 들었다. 욕설이 섞인 기합성과 비명소리. 분명 듣기에 따라선 누군가 싸우고 있는 소리로 들릴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몇몇 목소리가 익숙하다는 거였다.


“야, 이거 설마…….”

“가자, 전멸하기 전에 구해야 해.”

“잠깐!”


롤랑이 바로 옆에 있던 문을 박차려는 찰나에 페로가 날카롭게 소리쳤다. 순간 올렸던 발을 내린 롤랑은 페로를 노려보았다. 전에 없던 분노어린 눈빛. 하지만 페로 역시 결코 꿀리지 않고 강한 눈빛으로 롤랑을 똑바로 마주 보았다.


“시간이 없네! 이러고 있는 사이에도 향의 효과는 사라지고 있어!”

“그러니 가야 한다는 거야. 지금이라면 구할 수 있다.”

“지금 중요한 것은 무조건 영주성으로 향하는 거라네. 잊었는가?”

“부하들이 죽어가. 못 본 체할 수 없어.”


고집스럽게 말하는 롤랑. 결국 설득할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페로는 이번엔 나를 보고 얘기했다.


“주인, 어찌할 텐가?”

“…….”


내가 결정하는 대로 따르겠다. 그렇게 말하는 것 같은 페로에게 나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 걸 꼭 물어봐야겠어?”


나는 롤랑이 차려고 했던 문을 걷어찼다. 낡은 문이 박살 나며 열린 길을 곧장 달려나가는 내 등 뒤로 롤랑의 웃음 섞인 시선이 느껴진다. 갑자기 뒤통수가 근질근질해지는군. 페로의 작은 한숨이 들리는 것 같은 것은 덤이다.


작가의말

 졸립습니다... 하지만 일이 안끝났어요...OTL

 

 이따 올려도 되겠지만 늦잠잘까봐 미리 올립니다. 혹여 자정을 넘여 화요일이 되어 버리면 월요일날 찾아 뵙겠다는 약속 못지킬 수도 있잖아요...

 

 아쉽게 여러가지 알려주시던 독자님 한분이 하차 하셨습니다. 어찌되었건 간에 제 부족탓에 독자님들이 떠나가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돌이켜보면 제 덕(오덕의 ‘덕’이 아닙니다..ㅇㅅㅇ;;)이 부족한 것이겠지요?

 

 하지만 떠나신 분은 떠나신분. 남아계신 분들을 위해 더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맞춤법도 한번 더 확인했으면 좋겠지만 일단 검사기에만 돌립니다.

 

 혹여 나오는 것들은 이따 밤에 돌아와서 한번 더 확인해 보겠습니다. 일부 문장은 검사기의 문장 어감이 별로라서, 크게 의미전달에 어려움이 있지 않는 문장은 그대로 두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이상하시다고 판단되거나, 아예 틀렸려먹었다고 생각하시는 문장은 지적해 주시면 바로 수정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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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

  • 작성자
    Lv.9 들꽃처럼
    작성일
    13.02.25 14:41
    No. 1

    오늘도 즐겁게 읽고 갑니다 얼른 위기를 타파해서 주인공도 많은 성장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작가님도 힘내세요. 세상에 나쁜 일이 있으면 좋은 일도 있기 마련. 아마 그런 일로 인해서 비 온 뒤 땅이 굳듯이 작가님의 글도 더 탄탄해지고 좋은 결과가 있을 거랍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마녀의솥
    작성일
    13.03.15 13:14
    No. 2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7 pr*****
    작성일
    13.03.18 11:14
    No. 3

    건필하십시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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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눈보라의 군세[Blizzard troop](2) +5 13.03.12 1,475 13 14쪽
29 눈보라의 군세[Blizzard troop](1) +4 13.03.12 1,567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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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아스트리드[Astrid](3) +9 13.03.07 1,380 15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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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정벽[Crystal wall](1) +3 13.02.25 1,441 15 18쪽
18 랩터[Raptor](3)-end +4 13.02.23 1,519 15 18쪽
17 랩터[Raptor](2) +4 13.02.23 1,503 1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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