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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캐가 본캐 되는 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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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이뽀로밀
작품등록일 :
2013.02.16 11:46
최근연재일 :
2013.04.09 01:15
연재수 :
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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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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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6,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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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3.12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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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눈보라의 군세[Blizzard troop](1)

포르투나 연대기 1부




DUMMY

집무실에 돌아오니 소공작과 헤밀튼, 그리고 가신으로 보이는 다른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바로 라크펠드와 쟁쟁한 기사들을 만날 것으로 생각했던 나에겐 의외에 광경이었지만, 모여든 좌중의 얼굴은 심각하기 그지없었다.


“왔군.”


소공작이 이쪽을 돌아보며 말하자 좌중에 시선도 자연스럽게 쏠렸다. 분위기가 어쩐지 묘한 것이 그들의 시선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난감함이 느껴진다. 그런 공기를 놓칠 롤랑이 아님에도, 녀석은 소공작을 향해 예를 차리고-나도 덩달아 예를 차렸다.- 담담한 신색으로 입을 열었다.


“찾으셨습니까?”

“그래, 바이스 슈트름의 사관들과 운터스트펜 스콰이어 대표단이 도착했다.”

“그렇습니까. 헌데도 이 자리에 먼저 부르신 이유는 뭔가 따로 언질하실 것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만?”

“음…….”

롤랑의 물음에 소공작의 미간이 좁혀진다. 뭔가 문제라도 생긴 걸까? 설마, 저쪽에 안 만나 주겠다고 일언지하에 거절한 건 아니겠지?

그런 불길한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드는 분위기였다.


“우선 회담은 성립되었다. 운터스트펜 대표단의 최고 지휘관과 라크펠드 크리스야드가 기다리고 있지.”

“그렇군요. 소공작의 배려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글쎄… 거래 내용은 회담의 성립까지였으니 내 역할은 다했다 볼 수 있겠지만, 과연 자네가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상황이 되었는지는 장담할 수 없겠군.”


가뜩이나 불안한 불이 붙은 심경에 기름을 쏟아 붓는 말이었다. 젠장, 대체 무슨 일인데 자꾸 뜸을 들여?

롤랑 역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라앉은 눈으로 소공작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 시선에 소공작은 작은 한숨을 내쉬며 어쩔 수 없다는 태도로 입을 열었다.


“도착한 일행 중에 라크펠드 크리스야드 후작은 오지 않았다. 여기 온 것은 그의 부장들과 사관들뿐이야.”

“…….”


에… 그러니까 정작 설득해야 할 당사자는 오지 않았다는 소리?


“야, 롤랑. 그 개전권인가 뭔가는 사령관 고유권한 같은 거 아냐? 당사자가 여기 없으면 군대가 있어도 원군으로는 절대 못 움직이는 거 아니냐고.”


내 속삭임에도 롤랑은 대답하지 않았다. 단지 손을 들어 물러나게 하고는 소공작을 향해 물었다.


“크리스야드 후작은 왕도에 남은 것입니까?”

“그건 아닌 듯해. 부장들에 말로는 왕도를 벗어난 직후, 본 영지에서 만나자는 말만 남기고 사라졌다더군.”


뭐야 그거… 진짜 부대 사령관 맞아? 아님 이젠 나이가 나이라 노망이라도 난 건가? 잠깐, 진짜 노망난 거면 어쩌지? 롤랑 녀석, 그런 상대한텐 완전히 젬병인데.


“그럼 이쪽에서 연락할 방법은 아주 없습니까? 다른 누구도 아닌 바이스 슈트름의 사령관입니다. 유사시에 부대와 연락할 방법 정도는 마련해 놓았을 거라 생각됩니다만?”

“글쎄, 거기까지는…….”


똑똑.

소공작이 턱을 쓰다듬으며 난색을 보이는 순간,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하얀 갑주를 두른 기사 한 명이 들어왔다.


“실례합니다. 사령관 각하와 연락이 닿았습니다.”

“……!”


난감한 빛으로 가득하던 좌중에 얼굴이 그제야 밝은색을 띠었다. 하지만 롤랑의 얼굴은 굳은 그대로였다.


“좋아, 그럼 가보도록 하지.”


소공작이 자리에서 일어나 집무실을 나섰고, 그 뒤를 우르르 쫓아가는 가신단 일동을 따라 우리도 이동을 시작했다.


“근데 얼굴을 마주하지 않고 협상한다니… 잘 될까?”


녀석의 굳은 얼굴 탓에 불안해진 내가 묻자 롤랑은 고개를 저었다.


“글쎄… 하지만 이걸로 장담할 수가 없게 되었어.”


이 자식은 가뜩이나 불안해 죽겠는데 그런 말이 술술 잘도 나오는구나. 가만, 불안을 가중시키는 말을 먼저 꺼낸 건 난가? 하지만 롤랑의 말대로 처음부터 걱정했던 상대는 라크펠드 크리스야드 후작이었다. 그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것도 다름 아닌 롤랑. 아마 나름 철저하게 준비했을 테니, 여기선 일단 죽으나 사나 롤랑을 믿는 수밖에 없다.

소공작을 따라 우리는 아스트리드 성의 거대한 홀에 도착했다. 그륜벨트 신전의 웅장한 예배당에 뒤지지 않는 홀의 장관에 시선을 빼앗길 새도 없이, 우리의 눈에 먼저 비친 건 빛나는 백색의 갑주를 두른 무장들과 각기 다르지만 하나같이 훌륭한 장비를 몸에 두른 젊은 기사들이 좌우로 시립한 장관이었다.


“하얀 폭풍[Weiß sturm]이라는 이름의 걸 맞는 모습이군. 저런 눈에 띄는 차림새를 하고 전장을 휩쓸었다는 것은 한 명 한 명의 기량이 범상치 않다는 뜻일 거다.”


롤랑이 작은 소리로 그들의 모습을 평가했다. 분명 사방이 눈으로 덮인 지형이 아니라면 저런 하얀 갑주는 좋은 표적이 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비록 갑주에 대해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눈대중으로도 저것이 의장용인지 실전용인지 모를 정도로 둔하지는 않으니… 롤랑의 말대로 저들 한 명 한 명이 엄청난 실력자, 혹은 지휘관이 그만큼 뛰어난 용병전술의 소유자라고 볼 수 있겠지.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오.”


선두에 있던 소공작이 바이스 슈트름 측에 선 한 남자에게 다가가 예의를 차렸다.


“별말씀을, 저희야말로 일부러 걸음 하시게 해 송구할 따름입니다. 아무래도 집무실에 이 많은 인원이 다 들어가는 것은 무리인지라.”


그 예의를 정중한 태도로 받는 쪽은 듬성듬성 자란 흰머리가 이색적인 중년의 기사였다. 운터스트펜의 대표들을 포함한 사관 대부분이 젊은 반면에, 홀로 지긋한 나이를 보이는 그는 충분히 눈에 띄는 존재였다.


“아닙니다. 이쪽이야말로 먼 길을 오셔서 여독을 풀기도 전에 이런 부탁을 드린 것을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확실히 당혹스러운 말씀이기는 했지만, 다행히 사령관 각하께서 회담을 허락하셨습니다. 모쪼록 아무 의미 없는 자리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약간은 뼈가 담긴 말에 소공작은 진땀을 빼는 얼굴로 살짝 물러서는 태도를 보였다. 이거 이거, 초반부터 분위기가 영 심상치가 않다. 확실히 먼 길을 달려온 그들에게 있어 중소영지의 원군 요청 얘기는 무리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던 걸까?


“그륜벨트의 특사분들은 어디 계십니까? 사령관 각하께서 직접 얘기해 보시겠다고 하셨습니다만?”


중년의 기사가 우리를 찾자, 순간 나는 가슴이 덜컥였다. 하지만 롤랑은 평온한 기색으로 당당히 아스트리드 가신단을 제치고 앞으로 나섰다. 그 모습을 보고 갈 데까지 가보자는 심정으로 나도 뒤를 따랐다.


“그륜벨트의 특사, 로랜드입니다. 이쪽은 제 보좌로 이름은…….”

“아로운입니다.”


나를 소개하는 롤랑의 말에 나는 직접 내 이름을 밝혔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분위기에 짓눌려버려 정신줄을 놓게 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한편, 우리를 찾았던 기사는 롤랑과 나를 보고는 눈빛에 이채를 띄었다. 아마 생각했던 것보다 우리가 어려 보이는 이유와, 내가 야만족의 외모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겠지.


“이번 합동훈련의 임시 인솔을 맡은, 바이스 슈트름 제2사단의 부장인 마커스 보르미웨라고 하네. 자네들이 그륜벨트의 레드 이글 특사가 틀림없는가?”

“그렇습니다. 보르미웨 부장.”


롤랑의 거침없는 대답에 보르미웨 부장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품안에서 손바닥만 한 태블릿을 꺼냈다.


“간이 마법 통신을 위한 태블릿이네. 아쉽게도 화상 통신은 불가능하니 양해 바라네.”

“저희야말로 먼 길을 행군해 피로한 여러분을 번거롭게 한 처지입니다. 이렇게 얘기라도 나눌 수 있게 배려해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롤랑의 정중한 인사에 주변에 딱딱했던 공기가 조금은 누그러진 듯했다. 과연 세 치 혀로 천금을 벌 놈이야 넌.


“그럼, 연결하도록 하지.”


보르미웨가 표면을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리자 태블릿이 공중으로 떠오르며 표면에도 복잡한 문양이 빛을 내기 시작했다.


“각하, 보르미웨 부장입니다. 들리십니까?”

「음, 잘 들린다네.」


수정벽 이후, 마법을 눈앞에서 보는 것은 이것이 두 번째. 하지만 이번엔 수정벽 이상으로 신기하기 그지없었다. 판 떼기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려!


“그륜벨트의 특사들이 앞에 있습니다. 저희 부대 사관일동과 운터스트펜 대표단, 아스트리드의 소공작과 그 가신단도 모두 듣고 있습니다.”

「그렇군. 우선 소공작께는 이러한 형식으로 회담을 진행하는 것에 대해 사죄드리오.」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적잖은 위엄이 있었다.


“이름 높은 크리스야드 후작께서 그리 말씀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그 덕분인지 저 거만하기 짝이 없는 소공작도 웬일인지 저 자세로 일관했다. 과연 세븐 마스터스, 왕국 최강 초인의 이름값은 남다르다 이건가?


「그륜벨트에서 온 특사는 어디 있는가?」

“여기 있습니다. 명망 높은 크리스야드 후작과 얘기를 나눌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로랜드라고 합니다.”

「로랜드라? 듣기로는 한 사람이 더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응? 나?


“아, 예! 로랜드의 보좌로 따라온 아로운이라고 합니다. 유명한 사령관 각하를 뵙게 돼서 무한한 영광입니다.”

「호오, 유명하다라… 글쎄 그건 어떨까? 듣자하니 세간에선 날 집채만 한 거구에 우는 아아도 그치게 할 만큼 흉악한 얼굴을 한 사람으로 알고 있다는데, 그런 쪽으로 유명한 내 얼굴을 실제로 마주하지 않게 돼서 다행이라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어라? 저 얘기는 로키한테 밖에 한 적이 없는 얘기인데… 설마 그 인간 진짜로 후작하고 아는 사이였어?

또한 후작의 말에 좌중이 수군대기 시작했다.


“크리스야드 후작이 집채만 한 거인?”

“우리 각하께서 집채만 하다라…….”

“그 크리스야드 후작님이 흉악한 괴물로 묘사되다니, 어떤 무도한 자가 그런 소문을… 죽고 싶어 환장한 것인가?”

“하지만 다른 의미에서 보면 상당히 적절한데?”


드문드문 들려오는 말들이 어쩐지 심상치가 않다. 아놔, 로키씨! 진짜로 아는 사이였음 좀 좋은 말을 전달할 것이지, 샌드위치도 반 나눠줬는데 진짜 너무한 거 아냐?!




작가의말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도, 돌은 내려 놓고 얘기하세요...ㅇㅁㅇ;;;

 

쓰고 보니 한 1만자 정도 나왔는데... 퇴고하는데 시간이 걸려서 그랬어요 ㄷㄷㄷ

 

아, 아무튼 늦은 대신 두 편 연속으로 올리겠습니다. 한 꺼번에 올리려니 또 내용이 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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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눈보라의 군세[Blizzard troop](3)-End- +4 13.03.13 1,498 16 20쪽
30 눈보라의 군세[Blizzard troop](2) +5 13.03.12 1,475 13 14쪽
» 눈보라의 군세[Blizzard troop](1) +4 13.03.12 1,569 14 11쪽
28 아스트리드[Astrid](4)-End- +5 13.03.08 1,424 14 19쪽
27 아스트리드[Astrid](3) +9 13.03.07 1,380 15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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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아스트리드[Astrid](1) +4 13.03.05 1,311 14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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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파견[Dispatch](2) +5 13.03.02 1,491 16 10쪽
21 파견[Dispatch](1) +3 13.02.28 1,392 16 13쪽
20 수정벽[Crystal wall](2)-End- +3 13.02.26 1,413 15 19쪽
19 수정벽[Crystal wall](1) +3 13.02.25 1,441 15 18쪽
18 랩터[Raptor](3)-end +4 13.02.23 1,520 15 18쪽
17 랩터[Raptor](2) +4 13.02.23 1,503 1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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