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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캐가 본캐 되는 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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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뽀이뽀로밀
작품등록일 :
2013.02.16 11:46
최근연재일 :
2013.04.09 01:15
연재수 :
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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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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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7
글자수 :
296,364

작성
13.02.23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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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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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글자
18쪽

랩터[Raptor](3)-end

포르투나 연대기 1부




DUMMY

말이 제대로 나오지도 않았다.


“설명은 나중에… 지금은 그저 피하는 것이 상책!”


쉬~ 쉬~


녀석의 벌어진 입 사이로 아까부터 들리든 그 기분 나쁜 소리가 들려왔다. 이 소리는 저 녀석들이 내는 소리였단 말인가?


“주인! 넋 놓고 있을 때가 아닐세! 빨리 일어서게, 이대로 포위되면 끝장이야!”

“…….”


나를 돌아보는 파충류의 눈, 사냥감의 숨통을 끊을 때까지, 결코 멈추지 않을 듯한 그 진한 살기가 나를 옭맨다.


“주인! 주인 아로운! 에잇!”

“아악!”


팔에서 화끈하고 느껴지는 격통에 나도 모르게 페로를 떨어뜨렸다. 이 자식, 지금 날 문 거야?


“무슨 짓이야?!”

“정신이 들었나? 하지만 이미 늦은 것 같군.”

“뭐? 아차……!”


생각해보니 녀석은 한 마리가 아니었다.

황급히 주변을 둘러본다. 녀석들의 쉬쉬거리는 소리가 점점 가까이 오다가 순간 뚝 하고 끊긴다.


“…….”


사방이 조용하다. 그리고 달빛의 들어난 녀석도 바로 덮이지 않고 다시 어둠속으로 사라지려 한다. 저런 큰 덩치로 미세한 소리도 내지 않고 움직일 수 있다니… 마치 발에 마법이라도 걸어 놓은 듯하다.


“빌어먹을! 이놈들은 대체 뭐야?”


녀석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마치 어둠이 서서히 밀고 들어오는 듯하다.


“쉬쉬거리는 소리는 녀석들이 신호를 주고받는 소리네. 지금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있는 것은 포위가 완료되었다는 뜻. 곧 일제히 덮쳐 들어오겠지.”


함께 조금씩 뒤로 물러나던 페로가 말했다. 나는 일말의 기대를 품고 페로에게 물어본다.


“야, 너 저 괴물들에 대해 뭔가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이 상황을 타개할 만한 좋은 방법은 없어?”

“방법이 있긴 하지만 지금은 쓸 수 없어.”

“그 방법이란 게 뭔데?”

“이렇게 포위된 이상 쓸 수 없는 방법일세. 뭔가 작은 불씨라도 일으킬 수 있다면 어떻게든 될 것 같네만…….”


불씨? 이 녀석들 불에 약한 거야?


“그런 알기 쉬운 약점이 아닐세. 하다못해, 이 포위를 돌파할 수 만 있다면… 혹시나 해서 묻네만, 지금 손에든 칼로 아까 그놈의 목을 한 번에 날릴 수 있을 만한 실력이 있나?”

“젠장, 기대할 걸 기대해라! 그런 게 가능했음 지금이라도 움직였지!”

“그럴 줄 알았네. 참고삼아 물어본 것뿐이니 맘 쓰지 말게.”


우윽! 이런 상황에서도 말 한 번 열불 뻗치게 잘하는구나. 그나저나 진짜 방법이 없는 걸까? 이렇게 어이없이 삶을 마감해야 하는 거야? 그것도 막 성인이 된 오늘?

어둠은 거의 코앞까지 다가왔다. 그제야 여기저기 떠 있는 파충류들의 눈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굶주려 피와 살을 갈구하는 시선들이 나와 페로를 훑고 지나간다.


“웃기지 마.”


나는 레벤타의 자루를 잡고 단번에 칼집에서 뽑았다. 미라쥬의 그것과는 다른 아련한 금빛의 칼날이 이를 번뜩이며 드러났다.


“이딴 곳에서 죽으려고 2년을 묵묵히 버틴 줄 알아? 내 인생은 이제 막 시작이야.”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 그렇게 혼자 남은 날. 그럼에도 오늘을 살겠다고 마음먹었다.


“이제 와 도마뱀 탈을 쓴 괴물들에게 잡아먹혀 죽기엔 참고 버틴 2년은 너무 길었어! 이제는 과거가 된 오늘들이 네놈들에게 지워지기엔 억울하다고 요동치고 있다고!”

“지당한 말이다!”


그때, 아까 들린 익숙한 목소리가 이번엔 근처에서 들렸다. 그리고 이번엔 확실히 누구인지 알겠다. 망할 자식!


“하아앗!”


낭랑한 기합성과 함께 하얀 검광이 번쩍였다.

동시에 한쪽에서 코를 찌르는 악취를 풍기며 한 놈의 머리가 공중으로 떠올랐다.


끼에에에엑!


사방에서 듣기 싫은 비명을 지르며 녀석들이 흩어진다. 허나 롤랑은 덩치가 큰 녀석의 머리를 날려 버린 것에 그치지 않고 도주하는 작은 녀석을 푹하고 찔러 죽이고 거칠게 칼을 뽑았다. 그 일련의 동작이 하루 이틀 해본 솜씨가 아닌 것처럼 매끄러워 이번엔 다른 의미로 넋을 잃었다.


“지금이야, 뛰어!”


롤랑의 일갈에 정신이 번쩍하고 깬 나는 곧바로 페로의 뒷덜미를 낚아채 정신없이 달렸다. 다시금 들려오기 시작하는 쉬쉬하는 소리. 쳇, 그렇게 간단히 놔주지 않겠다는 거냐?


“저 집이다! 전력으로 뛰어!”


뒤에서 곧장 뒤따라오던 롤랑이 아까 본 집을 가리키며 외쳤다. 안 그래도 지금 젖 먹던 힘까지 쓰며 달리고 있다고!

이를 악물고 달리다 보니 갑자기 뒤통수가 간질간질했다. 벌써 따라잡힌 건가?


“상관없어! 문에 뛰어들어!”

“하앗!”


활짝 열린 문을 향해 몸을 날렸다. 우당탕 소리와 함께 집안으로 굴러 들어간 나는 황급히 뒤를 살폈다. 나보다 한 박자 늦게 집안으로 들어온 롤랑은 품속에서 뭔가를 꺼내더니 녀석들에 던졌고, 그것은 공중에서 터지며 하얀 분말을 퍼뜨렸다.


쾅!


하얀 분말에 화들짝 놀란 녀석들이 집안으로 쫓아 들어오지 못하는 사이에 롤랑은 거칠게 문을 닫고 탁자나 가구를 밀어 문을 막았다.


“뭐해? 도와주지 않고!”

“아, 응!”


함께 문 앞을 차곡차곡 막아놓고 나서야 우리는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사, 살았다.”


다리의 힘이 풀리는 것을 느끼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야말로 구사일생이었다.


“네가 포위됐을 땐, 순간이었지만 조마조마했다. 다행히 녀석들의 주위에 네게만 쏠려 있어서 뒤를 노릴 수 있었어. 운이 좋았다.”


롤랑 역시 숨을 길게 내쉬며 이마를 쓸어 넘겼다. 녀석의 얼굴에 떠오른 희미한 미소가 묘하게 안심이 된다.


“맹수가 가장 방심할 때는 먹이에 이빨을 대는 순간. 잊지 않았구나?”

“아로 너희 아버지의 가르침은 다 피가 되고 살이 됐다. 오히려 아들인 네가 잘 써먹지 못하는 것 같아. 아저씨가 저 세상에서 통탄하실 일 아냐?”

“실없는 소리 일랑 그만두고, 대체 어떻게 된 거야?”


그 질문에 롤랑은 고개를 좌우로 저을 뿐이었다.


“모르겠어. 비명이 들린 방향으로 뛰어와 보니 이 근방은 벌써 이 모양이 됐고, 아까 그 놈들하고 마주쳤지. 그리고 어찌어찌 녀석들을 피해 빈집인 여기로 들왔고, 어떻게 할까 생각하고 있는데 네 목소리가 들렸다. 너야말로 어떻게 된 거지? 대체 왜 따라온 거야?”

“그야… 아무튼 여긴 안전한 거냐?”


할 말이 궁했던 나는 바로 말을 돌렸다. 롤랑은 눈살을 찌푸렸으나 굳이 대답을 독촉하지 않고 내 질문에 대답해 주었다.


“아마도, 창문도 전부 안쪽에서 못을 박고 철판을 덧댔더군. 문만 막으면 아마 영주님 침실 만큼이나 안전할 거다.”


창문에 철판을? 대체 누구 집인데 그런 짓을 해놓은 거야?


“나도 들어와서 눈치챘는데, 여기 캐리씨네 집이야.”


여기가 그 구두쇠 집? 아, 그러고 보면 그 양반이 6번가의 살고 있긴 했지.


“헌데 여기가 캐리씨 집인 건 어찌 알았다냐?”

“캐리씨의 취미는 그림과 골동품 수집. 문을 막으려고 이것저것 갔다 놓다 보니 자연스럽게 살펴보게 되더군. 하나같이 고가의 물건들이야.”


억, 그럼 저기 문 앞에다 쌓아놓은 게 전부 골동품이라고?


“그것만 보고 알았단 말야?”

“결정적인 건, 저기 걸려있는 지나치게 미화한 자화상이야.”


롤랑이 가리킨 곳을 보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걸 정말 자기라고 그렸다면 지나치게 미화했다는 표현도 지나칠 정도로 순화한 거라고 할 수 있겠다. 그냥 순 뻥이잖아!

조상의 잘못된 자화상을 보고 자라날 캐리씨의 자손들에게 묵념을… 헌데 정작 캐리씨 본인은 보이지 않는다.


“설마, 이 집 어딘가에 캐리씨 시체가?”

“캐리씨는 처음부터 부재중이었어. 아마 또 그림이나 골동품을 사러 여행을 떠난 거겠지.”


아아, 그리고 부재중인 동안 빈집에 도둑이 들까 불안했던 캐리씨는 자신의 집을 철벽 요새화했단 말이군.


“용케도 들어왔군그래?”

“이런 일도 있을까 싶어, 열쇠기술자 머핀씨한테 마스터키를 받아서 갖고 다닌 덕이지. 영주성을 빼놓고 그륜벨트에서 이걸로 못 여는 문은 없어.”


이런 진정한 범죄자의 모범 같은 자식. 누가 불량배 보스 아니랄까 봐… 진짜 이 녀석 옆에 있다가 언젠가 큰 사달이 날 것 같다.


“어찌 되었든 안전하다니까 마음이 놓이기는 하지만. 언제까지 여기 있어야 할까?”

“글쎄… 당장은 뭐라 할 수 없군. 본적도 들은 적도 없는 마물들이 영지를 습격하고 있다. 희망적인 관측은 위험해. 아마, 여기에서도 결국 나가야 할 순간이 올지도 모르지.”


롤랑은 그렇게 말하며 생각에 잠겨가는 듯했다. 이럴 땐 방해하면 안 되는 걸 알지만 내겐 한 가지 더 묻고 싶은 게 있었다.


“아까 문 닫기 전에 녀석들에게 던진 건 뭐야?”

“음? 아아… 그건 그냥 밀가루다. 녀석들은 위협적인 겉모습에 비해 조심성이 많더군. 하지만 지능은 뛰어난지 같은 수법에는 절대 넘어가질 않아.”

“호오, 짧은 시간에 용케 거기까지 알아냈군.”


그 순간 묵직하기 이를 때 없는 침묵이 내려앉았다. 롤랑은 이제껏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멍한 시선으로 목소리가 난 곳을 보고 있었고. 그것을 보는 나는 이마를 짚었다.

아아, 페로. 넌 진짜 빌어먹을 고양이 새끼야.


“…….”


눈을 크게 뜬 롤랑은 적어도 표정만은 담담했다. 하지만 눈은 세차게 흔들리고 있는 것이, 이렇게 동요하는 건 어릴 때 우리 아버지가 메르타 산에서 번지 점프를 시켰을 적 이후론 처음인 것 같다.


“후우… 페로, 너 말야. 나 때도 그렇지만 정체를 밝힐 때는 좀 분위기를 읽은 다음에 하라고.”

“정체라니? 누굴 마치 수상한 고양이라도 되는 양 취급하는군. 어찌 고양이가 사람 말 좀 하는 걸 가지고 이리 유난들을 떠는 건가?”


아니, 너 충분히 수상한 고양이로 보여. 그렇게 쏴주고 싶은 것을 꾹 참고 한숨을 내쉬니 그때까지 얼어있던 롤랑이 조금씩 입을 열었다.


“고양이가 말을… 해?”

“어, 맞아. 고양이 맞고요. 에… 그러니까 이 녀석은 페로라고 하는데, 아까 내가 마더랜드 주점 앞에서 얘기하려고 했던 게 이 녀석에 대한 거였거든?”


나는 녀석이 말을 하기 시작한 때-그전부터 말할 줄 알면서 시침 뚝 하고 있던 거겠지만-부터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롤랑에게 간략하게 들려주었다.


“그렇게 돼서 결국 여기까지 같이 오기는 했는데… 야, 듣고 있냐?”

“음… 쉽사리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눈앞에서 벌어진 일. 밖에 저런 게 돌아다니고 있는 판국에 인제 와서 말하는 고양이가 한 마리 있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겠지.”


잠시 고민을 하는 것 같던 롤랑은 그렇게 말하고 벽에 등을 기댔다. 어이, 정말 그걸로 되는 거냐? 어쩐지 페로 녀석 때문에 머리가 들쑥날쑥했던 내가 바보가 되는 기분이야.


“페로라고 했나? 생각해보면 밖에서 아로 이 녀석이 중얼거리고 있던 건 너와 대화하던 소리였던 모양이군.”

“주인 양반보다는 이해력이 빠른 것 같아서 다행일세. 그래 주인 양반 친구. 로랜드라고 했던가?”


페로는 발을 혀로 핥고는 그걸로 머리를 문지르며 롤랑과 대화를 이어갔다. 그 하는 양을 지켜보던 롤랑은 씁쓸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러고 있는 걸 보면 그냥 고양이로밖에 안 보이는군. 좋아, 아무튼 아로의 얘기를 종합해 보니 넌 밖에 있는 놈들의 정체가 뭔지 알고 있다고 보는데. 우선 그에 대해 좀 들려주실까?”

“후후, 나는 주인 말밖에 듣지 않는 지조 있는 고양이라네.”


어디서 거짓부렁이야! 주인 말은 개뿔로 알아먹는 녀석이! 하지만 롤랑은 오히려 재미있다는 듯 미소 짓고는 페로를 향해 입을 열었다.


“지금은 비상시야. 넌 상처 입었고, 이 사지에서 살아남으려면 어찌 되었던 우리에게 의지해야 하지. 그리고 참고로 말해 두지만 난 아로보다 뛰어나다.”


맘에 들지는 않지만 그건 사실이다.


“내 도움 없이 이 상황을 타개하긴 힘들 거야. 그 점은 너도 이해하고 있기에 일부러 정체를 밝힌 것 같은데… 아닌가?”

“이런, 거기까지 읽고 있었단 말인가? 도저히 조금 전까지 얼이 빠져있던 사람이라곤 보기 힘들구만.”

“상황이 상황이니 말이지. 그러니 서로 허실 따위는 재지 말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 보는 게 어때?”


수준이 다른 대화가 오가고 있다. 이게 고양이와 사람 사이에서 오가는 대화냐?

내가 어처구니가 없어서 할 말을 잃고 헛웃음을 내뱉고 있을 때, 페로는 그루밍을 멈추고는 롤랑을 똑바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자네를 시험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는 바이네 로랜드군.”

“롤랑이라 불러.”

“그럼 롤랑. 분명 이 상황을 타개하고 나와 내 주인의 목숨을 보전하기 위해 자네의 도움이 필요하네.”

“그렇게 생각해 주니 고마워. 그럼 들어볼까? 우선 저 밖에 있는 녀석들의 정체부터…….”


회담(?)은 잘 마무리가 되었는지 나를 빼놓고 이야기가 척척 진행되고 있었다.


“낫과 같은 큰 발톱을 가진 쪽은 데이노니쿠스[Deinonychus]이고, 작은 쪽은 벨로키랍[Velocirap]. 둘을 통틀어 랩터라고 부른다네. 저것들은 모두 검은 용 지스카로그의 권속인 드로마이오의 자식으로 수천 년 전에 존재했던 마물이지.”

“수천 년 전?”

“그렇네, 백금시대 중엽에 전생한 지스카로그가 우르켄 산맥 너머의 서부 땅을 휩쓸 때. 융그라드를 돌아다니던 것들 중 하나이지.”


우르켄 산맥 너머라니… 게다가 지스카로그는 또 뭐야?


“검은 용 지스카로그. 최초의 일곱 드래건들 중 하나이며, 결국 엘더 베오윈의 저주를 받은 사악한 용. 그 신화 속 악룡이 실제로 있었고, 저것들은 그가 만들어낸 거라고?”


롤랑 역시 쉽게 믿어지지 않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아니, 저 표정은 안 믿는 다기보다는 의외의 말을 들었다는 얼굴인데.


“푸른 책은 신화가 아니었나?”

“푸른 책의 기록들은 사실이 있고, 그렇지 않은 것들이 뒤섞여 있다네. 그리고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닐 텐데?”


페로는 화제를 돌리지 않기 위해 그렇게 말했다.


“랩터에 대한 얘기를 계속하자면, 저것들은 기본적으로 지하 깊은 곳에서 부화해서 다 자라면 땅속을 기어 올라와 지상의 공기를 마시게 되지. 그렇게 되면 1차적인 변화를 겪는데. 가장 큰 특징은 앞다리가 퇴화하고 뒷다리가 변화한다네.”


땅속에서 부화한다고? 그럼 어딘가의 저 녀석들의 알이 묻혀있기라도 했단 말이야?

내 의문은 둘째 치고 페로의 얘기는 계속되었다.


“이때부턴 두 다리로 일어나 걷고 뛰는데. 방금 겪어 봐서 알겠지만, 발소리가 거의 나지 않게 움직일 수 있네. 감각이 범주를 초월한 존재가 아니면 사실상 뒤에서 접근하는 녀석들을 눈치채기란 불가능하지.”


실제로 몸을 움직일 때 휙 하고 지나가는 미세한 소리나, 쉬쉬거리는 소리 밖에는 들리지 않았다.


“가죽은 무척이나 질겨서 어설픈 공격을 했다간 박혀서 뽑히질 않네. 하여 단번에 목을 날리거나 일격에 즉사할 만한 치명상을 주지 못하면 그것이 빈틈이 되어 목숨을 읽을 수 있어.”

“그래서 작은놈을 찔렀을 때 칼이 잘 안 빠졌던 거군. 이후 조심해야겠어.”


롤랑이 아까 전 일을 회상했는지 고개를 주억거렸다.


“녀석들의 무서운 덤은 결코 단독으로 행동하지 않는다는 것과 지능이 무척 뛰어나다는 점일세. 조심성도 많아서 웬만한 함정에는 걸리지도 않아. 무엇보다 녀석들의 사냥법은 상호 간의 긴밀한 협조에서 이루어진다네.”


긴밀한 협조?


“아까 주인에게도 했던 말이지만 녀석들의 목구멍에서 나는 쉬쉬거리는 소리는 일종의 신호라네. 아니, 대화라고 하는 것이 정확할지도 모르겠군. 녀석들은 그 소리로 서로 간의 빈틈을 메우거나 사냥감의 약점을 알려주기도 하지. 작전 같은 것도 짜기도 해. 한 놈이 사냥감의 주의를 흐리게 하여 나머지가 그 뒤를 노린다던가. 아까처럼 빈틈없는 포위를 한다던가…….”


그게 다 자기들끼리 짜고 행동하는 거였단 말이야?


절로 혀를 내두르게 만드는 랩터의 특성. 질려버려 말을 못하던 나와는 다르게 롤랑은 적극적으로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약점은?”

“가장 대표적인 건 후각. 특정 냄새에 신기할 정도로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특정 냄새라 하면?”

“그건 조금 있다 얘기하고, 다른 것은 눈에 위치 때문에 정면에 있는 것을 잘 못 봐. 때문에 항상 사냥감을 포착하기 위해서 측면에 서는 버릇이 있지. 여기까지가 두 마리 공통. 데이노니쿠스는 점프력과 도약력이 좋지만 발이 느려. 하지만 어디까지나 벨로키랍에 비해서일 뿐. 순간적인 속도는 전력으로 달리는 말도 따라잡을 정도로 빠르지. 이렇게 도망칠 수 있었던 것은 정말 운이 좋았던 거라네.”

“음… 벨로키랍의 약점은?”


갈수록 절망적인 얘기를 듣고 있음에도 롤랑은 침착했다.


“벨로키랍 역시 사람의 머리 위를 넘을 수 있을 정도로 도약력이 좋고, 한 번 달라붙은 사냥감에게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발톱을 아주 깊숙이 밀어 넣을 수 있을 정도로 악력이 좋다네. 하지만 체구가 작기 때문에 혼자서는 덩치 큰 사냥개도 이길 수가 없을 정도로 약하지. 하지만 미리 말했다시피. 이들은 결코 단독으로 움직이지 않아.”


마치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 주듯. 벨로키랍과 데이노니쿠스는 그렇게 유기적인 관계를 바탕으로 사냥한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녀석들의 시력 말인데.”

“아, 깜박했네. 하지만 보아하니 눈치챈 것 같군.”


롤랑의 질문에 페로는 의미심장하게 대답했다.


“물체를 좀처럼 뚜렷하게 볼 수 없어. 녀석들의 먹이 탐지법은 주로 후각과 청각의 의존하고 있지. 그리고 처음에 말한 녀석들의 대표적인 약점 말일세. 그건…….”


페로의 말을 끝까지 들은 나와 롤랑은 고개를 갸웃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진짜로 그게 약점이야?


작가의말

데이노니쿠스와 벨로키랍은 실재 공룡인 벨로시랩터와 데이노니쿠스에서 모티브를 따왔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외형이나 습성은 알려진 공룡들과는 많이 다릅니다. 많은 부분에서 올빼미R의 어레인지가 많이 들어갔음을 미리알려드립니다.

 

드.디.어! 전체조회수가 1000명을 넘어섰습니다. 평균 조회수는 약 30~40명 정도 될까요? 이야, 그야말로 장족에 발전입니다. 재미있다고 해주시는 분들도 계시니 더더둑 감사드립니다.

 

헌데 죄송한 말씀을 드리면 내일은 다른 작업때문에 연재를 올리지 못할 것 같습니다. 하루정도 쉬어 간다고 봐야 겠지요. 예약 연재를 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이후의 내용이 전혀 퇴고가 안돼있습니다...

 

게을러서가 아닙니다! 진짜로 바쁘다니까요 ㅇㅅㅇ;;

 

하여 내일은 연재하루 쉽니다. 다음은 월요일날 찾아 뵙도록 하겠습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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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눈보라의 군세[Blizzard troop](2) +5 13.03.12 1,475 13 14쪽
29 눈보라의 군세[Blizzard troop](1) +4 13.03.12 1,568 14 11쪽
28 아스트리드[Astrid](4)-End- +5 13.03.08 1,424 14 19쪽
27 아스트리드[Astrid](3) +9 13.03.07 1,380 15 19쪽
26 아스트리드[Astrid](2) +4 13.03.06 1,245 1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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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수정벽[Crystal wall](2)-End- +3 13.02.26 1,413 15 19쪽
19 수정벽[Crystal wall](1) +3 13.02.25 1,441 15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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