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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캐가 본캐 되는 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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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이뽀로밀
작품등록일 :
2013.02.16 11:46
최근연재일 :
2013.04.09 01:15
연재수 :
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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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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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96,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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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3.0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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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파견[Dispatch](2)

포르투나 연대기 1부




DUMMY

여기저기서 구토를 하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차마 볼 수 없어 고개를 돌리고 우는 사람들도 있었다. 혹은 너무나 비현실적인 죽음에 넋을 잃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고 죽은 전령들의 가족인 듯한 사람들의 비명과 대성통곡 소리가 더욱더 주변 공기를 무겁게 했다.


“빌어먹을… 저렇게 죽을 사람들이 아니었어.”


소리 죽여 분노하는 롤랑. 나까지 씁쓸해질 정도로 녀석의 표정은 처연했다.


“하지만 이걸로 멍청한 가신들도 알았겠지.”


롤랑은 고개를 돌려 한쪽에 시선을 주었고 그곳을 따라가니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영주와 가신단의 모습이 보였다.

영주님은 침중하기 이를 때 없는 표정이었고 가신단의 대부분은 사색이 되어 있었다. 아마 지금 상황을 믿고 싶지 않은 기분일 거다.


“가자, 아로.”

“응? 어딜?”


롤랑은 대답하지 않고 먼저 훌쩍 가버렸다. 아, 좀 어딜 간다면 말을 해 자식아!

하지만 롤랑이 향하는 곳이 어딘지는 생각보다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는 바로 망연자실해 있는 가신단과 어두운 얼굴을 한 영주님 앞에선 것이다. 야, 이런 곳에 꼭 나를 대동해야겠냐?

롤랑이 나타나자 가신들의 얼굴들이 하나같이 독침이라도 맞은 것처럼 변했다. 영주님의 안색도 그리 좋지 못한 것이 에둘러 말해도 결코 반기는 태도는 아닌 것 같다. 거기에 롤랑이 다음에 한 말은 나를 미치게 하기엔 충분했다.


“이젠 제게 맡겨 주시죠.”


맡겨? 뭐를? 너 또 뭔 사고를 친 거야?!




영주의 집무실은 고요했다.

가신들을 비롯해 어느 누구 하나 숨소리조차 크게 내쉬지 못하고 있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지만 정작 사고를 친 당사자인 롤랑은 떳떳했다. 그래, 너 대단해. 배짱 좋은 거 인정한다. 그니까 난 이제 가도 되지?

슬금슬금 뒤로 빠지려는 나를 롤랑의 손이 붙잡았다. 이거 놔! 넌 지금 그륜벨트의 선량한 영지민을 사지에 빠뜨리고 있어! 로페시스의 서약에 명시된 권리에 따라 널 고발할 수도 있다고!


“크흠!”


필사적으로 바동거리는 나를 기어이 영주님 앞으로 질질 끌고 오는 롤랑을 보며 영주님이 헛기침을 했다. 봤지? 네가 이렇게 영주님 앞에서 무례를 범할 때가 아니야! 그니까 이거 놓고 영주님하고 얘기하라고!


“얘기를 계속하지.”

“그리하겠습니다. 아로, 적당히 하지 않으면 부하들을 시켜서 말에 묶어 놓고 수정벽 밖으로 쫓아 낼 거야.”


살기 위한 필사적인 내 몸부림은 이번에도 살기 위해 뚝 하고 멈춰 섰다. 크윽, 내 맘대로 되질 않는 몸뚱이여! 그렇게 구질구질하게 살아남고 싶더냐? 대답은 말할 것도 없이 부동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대변된다. 크흑.


“자네에게 맡겨 달라고 했는데. 정확히 어떻게 하겠다는 거지?”


영주님의 질문과 동시에 모든 시선이 롤랑에게 집중되었다. 아니, 나는 아니에요.


“우선 현시점에서 원군을 부르자는 가신단의 의견에는 저도 찬성합니다. 솔직히 그 이상 가는 대안을 찾기엔 상황이 너무 절망적이니까요.”

“그 말은?”

“하지만 오레곤 영지에 원군을 요청하는 건 반대합니다. 시간상 때를 맞추지도 못할뿐더러 오레곤 영지로 향하는 길은 보시다시피 완전히 봉쇄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럼 어쩌자는 건가?”


듣고 있기가 답답했는지 가신단 중 한 명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 영주와의 대화에 끼어들었으니 불경을 저지른 셈이지만 영주는 크게 책망하지 않았다. 아마 같은 기분이었기 때문이겠지. 그나저나 나도 궁금하다. 대체 어쩌자는 거지?

롤랑의 대답은 금방 들을 수 있었다.


“원군을 요청해야 할 곳은 오레곤이 아닌 아스트리드 영지입니다.”

“바보 같은! 아무리 빠른 길로 말을 달려도 족히 5일은 걸리는 길이거늘!”

“더 들을 것도 없습니다, 주군. 저 이제 막 겨울을 넘긴 건방진 애송이를 지금이라도 당장……!”

“조용!”


영주의 일갈에 좌중이 침묵했다. 동시에 가신단에게 일일이 끼어들지 말라는 엄포가 담긴 시선을 던진 영주는 롤랑을 주시했다. 롤랑 역시 영주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바라보았다.


“아스트리드 영지여야 하는 이유는?”

“주군!”


가신 일동이 경악하여 소리치는 가운데 질문을 받은 롤랑은 낭랑하기 이를 때 없는 목소리로 대답하기 시작했다.


“첫째는 시기! 지금 이 시기는 동계 훈련 기간이기 때문에 어느 영지건 사실상 원군을 보내자면 편성에 시간이 걸립니다. 하지만 아스트리트 영지엔 편성을 기다릴 필요가 없는 군대가 지금 이시기에 주둔해 있습니다.”

“편성을 기다릴 필요 없는 군대?”

“둘째는 시간! 첫째 이유와 비슷하지만, 이는 여기서는 아스트리드 영지까지 가는 시간과 원군이 아스트리드 영지까지 달려오는 시간을 의미합니다.”

“아스트리드 영지까지는 아무리 빠른 말을 달려도 5일 이상이 걸린다. 그걸 모르지는 않을 텐데?”


좀 전에 가신 한 명이 지적한 것을 영주는 다시 꺼내들었다. 하지만 롤랑은 이미 그에 대한 대답이 준비되어 있었는지 막힘이 없었다.


“그건 메르타 산을 빙 도는 이보나트 관도를 택해 가기 때문입니다. 직접 메르타 산을 넘으면 하루안에 아스트리드 령에 도달할 수 있고. 거기서부터 말을 빌려 달린다면, 최대로 잡아도 역시 하루면 아스트리드 성도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롤랑에 막힘없는 대답에 주변에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영주는 또다시 주위를 환기 시킨 다음 그에게 다시 물었다.


“메르타 산은 서쪽에선 우르켄 산맥 다음으로 험한 산이다. 그곳을 하루 만에 넘을 수 있다고?”

“예, 이 친구의 안내가 있다면 말이죠.”


갑자기 등을 툭치는 바람에 멍하니 있던 나는 얼떨결에 앞으로 나서고 말았다.


“아, 그…….”


나쁜 새끼! 너랑 친구한 내가 바보다!


“넌 어제 성인식에서 본 루의 아들이 아닌가?”

“아, 예. 아로운입니다.”


뭐, 하루밖에 안 지났으니 기억하는 게 당연한 건가?


“그렇군. 루의 아들이라면 혹시…….”


저기요, 대체 뭘 기대하시는 건대요? 우리 아버지가 확실히 메르타 산은 좀 꿰고 계셨을 테지만 전 그 아들이거든요? 전 그냥 그 아래 사는 것뿐이라구요!


“하지만 아무리 이쪽에서 빨리 간다 해도 원군 쪽에서 늦으면 아무 의미도 없다. 기병과 대포를 대동하고 그 험산을 다시 넘어온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야.”

“돌아올 땐 다시 메르타 산을 넘을 필요가 없습니다.”

“뭐라고?”


영주의 반문에 롤랑은 평소보다 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아, 왠지 저 말이 결정타가 될 것 같아.


“다들 아시겠지만, 동계 훈련 시기가 되면 영주군을 비롯한 오를란드의 전군이 의무적으로 훈련을 시행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국왕 폐하 직속의 3군이라 해도 예외가 아니죠.”

“그렇지. 헌데?”

“매년 신년이 되면 운터스트펜 졸업 예비생들과 직속 3군 중 하나가 연합 훈련을 시행합니다. 스콰이어들의 졸업평가와 더불어 그들의 향상심을 고취하기 위한 연례행사인데. 올해는 그 훈련지가 아스트리드 영지입니다.”

“뭐라?”

“직속 3군과 운터스트펜 스콰이어들이 아스트리드 영지의 집결한단 말인가?”


가신단 일동이 다시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그래그래, 당신들도 정신이 없을 거야. 이 자식이 원래 이런 놈이야.


“직속 3군이라면 대체 어떤 부대가?”


영주님의 얼굴엔 이미 기대감이 가득 차 있다. 맙소사 이제 꼼짝없이 죽으러 가겠구나.


“그 부대가 바로 셋째 이유이기도 합니다. 셋째는 바로 군대의 실질적인 능력과 규모. 이미 입증된 제압력과 5일이 걸리는 거리를 단 이틀로 단축해 줄 수 있는 최고의 속도를 지닌, 오를란드 최강의 돌파력을 가진 군대. 바이스 슈트름[Weiß sturm]부대가 제가 아스트리트 영지로 가야만 한다는 결정적인 이유입니다.”


롤랑의 얘기는 거기서 끝났다. 그리고 좌중에 표정으로 봤을 때, 내가 메르타 산을 넘어야 한다는 사실은 이미 기정사실이 된 것 같다.


“물론 이 친구와 함께 메르타 산을 넘어 원군을 데리러 갈 사람은 접니다.”


그럼, 넌 안 갈려고 했냐? 당연히 가야지!


“자네가 직접?”


영주님에겐 이 녀석이 솔선에서 나서겠다고 한 것이 신기한 듯했다. 솔선하지 않았음 내가 죽어도 끌고 갔을 테지만.


“그렇습니다. 제게 맡겨 달라 함은 그것까지 포함한 말이었습니다. 말을 뱉은 이상 뒤에 물러나 결과만 기다리는 것은 취향이 아닌지라.”


이번 것은 가신들을 겨냥한 말이었다. 다들 그렇게까지 바보들은 아니었는지 헛기침을 하거나 눈살을 찌푸리는 자들이 몇몇 보였다.


“반드시 원군을 데리고 돌아오겠습니다.”

“이런 위급상황에서 자네 같은 자가 믿음직스럽게 느껴질 줄은 생각도 못했군.”


영주 역시 가신단을 쏘아보면서 말했고, 지금 그들의 심경은 그야말로 가시 방석에 앉은 기분일 것이다.


“만약, 무사히 원군을 데리고 오는 데 성공한다면 그 공을 크게 치하할 것이다. 혹시 뭔가 바라는 것이 있나?”


“결과 없이 상을 바라는 것도 취향은 아닙니다만. 어차피 실패하면 돌아올 곳이 없어지게 될 몸. 물으시니 작은 청이 있습니다.”


실패를 왜 해? 살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성공해야지! 그나저나 또 영주님께 뭘 뜯어내려고 이러냐?


“말해보라.”

“저와 이 친구가 치러야 할 군역을 면제해 주십시오.”


그것은 또 생각지도 못한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작가의말

죄송합니다. 비축분이 없어서 오늘도 짧습니다.

주말동안 비축분 축적하고 다시 5천자 이상 분량으로 복귀하겠습니다... 장담할 순 없지만요...

 닉네임 Icyan님께서 고양이는 우유먹으면 죽는다라고 알려주셨습니다. 하여 우유가 들어갔어야할 장면을 전부 수정했습니다. 닭고기 수프와 고기 수프로 말이죠. 혹사시 읽으시면서 누락되거나 우유가 들어간 장면을 발견하셔서 알려주시면 수정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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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5

  • 작성자
    Lv.9 들꽃처럼
    작성일
    13.03.02 20:45
    No. 1

    오오 짧게 느껴져요 더 길게 길게.. 많이 읽고 싶어요. 점점 흥미진진. 어떤 묘안으로 뚫고 나가려나 궁금하네요. ^^ 좋은 주말 보내세요 작가님 항상 고마워요~!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지드
    작성일
    13.03.05 10:42
    No. 2

    뭐 당장에 죽는건 아닙니다만 보통 고양이는 유당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서 탈이 납니다. 아픈 녀석이라면 더 그렇겠죠. 어릴수록 설사로 인한 탈수를 일으키기 쉽고 해서 말입니다. 보통 고양이는 아닌듯 하여 넘겨봤는데 지적 한방에 수정하시고 성실하시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마녀의솥
    작성일
    13.03.15 13:33
    No. 3

    들고양이는 어떤지 모르겠는데 애완고양이는 고기스프도 안 먹더라구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7 pr*****
    작성일
    13.03.18 13:04
    No. 4

    건필하십시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8 진향進向
    작성일
    13.03.23 17:19
    No. 5

    이게 짧다면....... 저는 혀깨물어야겠군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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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눈보라의 군세[Blizzard troop](1) +4 13.03.12 1,568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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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아스트리드[Astrid](3) +9 13.03.07 1,380 15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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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파견[Dispatch](3) +4 13.03.03 1,304 1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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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수정벽[Crystal wall](2)-End- +3 13.02.26 1,413 15 19쪽
19 수정벽[Crystal wall](1) +3 13.02.25 1,441 15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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