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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칸더브이 님의 서재입니다.

남홍여중 소녀들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서칸더브이
그림/삽화
Bomemade
작품등록일 :
2019.04.04 01:56
최근연재일 :
2019.07.31 23:37
연재수 :
59 회
조회수 :
11,813
추천수 :
406
글자수 :
287,562

작성
19.07.29 17:00
조회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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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2쪽

Chapter Twenty One-현무의 심장 (2)

DUMMY

땅거미가 지고 어두워진 하늘, 좀전까지 청송마을 길목을 가득 메웠던 존재들은 모두 쓰러지고 이제 두 사람만이 남았다. 그들의 발 밑으로 수백 개의 검은 손과 발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몸에서 분리된 재차의의 사지들은 본체를 찾아 꿈틀거렸고, 그나마 가만히 있는 것들은 썩은 내를 풍기며 불타고 있었다. 그 섬뜩한 광경 속에 서 있는 둘 중 검은 도포를 입은 승려의 숨소리만이 가쁘게 들렸다. 승리를 확신하는 이신자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누구 말만 듣고는 내심 겁을 좀 먹었었는데···, 솔직히 조금 실망이네요, 스님. 다른 스님들이 안 계서서 그런가? 그 실력으로는 백호의 가신 발뒤꿈치도 못 따라가겠는데요. 호호.”


“흠···흠···현 백호의 가신이면, 손 선생을 말하는 것이냐?”


“오호. 네, 잘 아시네요.”


“니 까짓 것이 손 선생을 상대했다고?”


“상대라니요? 한 수 가르쳐 드렸는데. 그리고 기억이 잘 나시지 않나 본데, 원래 학창시절에도 제 검이 더 빨랐습니다, 스님.”


“헛소리.”


신자가 열 걸음 정도 거리에 꼽아 놓은 백호의 검을 가리켰다.


“그럼 뭐, 저거는 백호의 가신이 ‘여기 있습니다. 가져 가십시요.’ 해서 가지고 온 줄 아시나봐요?”


현승은 신자가 가리키는 곳을 보고는 콧방귀를 끼었다.


“흥. 그 들고있는 사악한 기운의 검 마냥 잡스러운 술수를 썼겠지. 너 같은 거에 당할 양반···.”


“뭐 못 믿으면 됐고요. 본론이나 얘기하죠. 현무의 원기를 타고 난 아이 여기 있죠, 청송사에?”


신자가 현승의 말을 끊고 물었다. 현승은 한동안 대답없이 그녀를 노려보았다.


“청룡을 모시는 절에 와서 왜 거북이를 찾고 있나. 한심하게.”


이신자는 현승이 쉽게 답해줄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현승 스님, 세상에 나와 보신지 오래되셨죠? 최근에 텔레비전에서 꽤나 유행하는 말이 있어요. 무슨 영화에 나온 대사인데. 이 상황에 썩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호호.”


“?”


“지금 현무의 아이가 어디 있는지 알려주시면···, 살려는 드릴게. 호호호. 하하하.”


소름 돋는 웃음에 현승의 이마 위 주름이 깊이 패였다가, 이내 일그러진 미소와 함께 펴졌다.


“거, 생긴 거 마냥 껍데기만 화려했지, 머리에 똥만 든 여자로구만. 저 청룡이 어찌 자네 손에 들어갔는지 모르겠지만, 그리 걱정할 필요 없겠어. 저 놈의 눈빛이 자네 것보다 백 배는 더 총명해 보이니.”


이번에 신자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현승의 말에 청송사 쪽을 바라보니, 고전하고 있는 청룡이 보였다.


“어렸을 때는 잘 몰랐는데, 여기 출신 노인네들은 다 고약하시네.”


청송사로 날아간 청룡은 다른 고승들의 아바따라와 한판을 벌리고 있었다. 거대한 왜가리와 구렁이, 붉은 늑대가 신자의 청룡과 얽히고 섞였다. 구렁이가 청룡의 몸을 감싸고 자꾸 땅을 끌어내렸고, 늑대는 그 틈을 노려 청룡의 뒷발을 물고 늘어졌다. 청룡이 늑대에게 푸른 화염을 쏘아보려고 했지만, 왜가리가 머리를 공격하는 바람에 자꾸 빗나갔다. 3대 1로 붙은 화신들의 싸움은 아직 경험이 적은 청룡의 열세로 기울기 시작했다.


“더 이상 놀아 드릴 시간이 없을 것 같네요, 현승 스님.”


웃음기가 사라진 신자의 건조한 말투에 현승은 침만 삼켰다. 그녀는 이미 불이 타오르고 있는 요상한 검을 치켜들고 현승을 향해 달려들었다.


“내 평생에 이걸 쓸 순간이 올 줄이야.”


검은 도포의 현승은 반월도를 돌려 반대편에 달려있던 푸른 구슬을 떼어내 자신의 발 밑에 던졌다.


“청룡의 화염이여, 이 미천한 자의 천년 결계를 풀어 주시게. 이세상에서 다하지 못한 꿈, 내 저세상에서 이루어볼테니.”


구슬이 깨지자, 푸른 불꽃이 솟아올라 그를 감쌌다. 그의 얼굴은 평안했다. 영험한 불 속, 그의 육체는 점점 희미해 지더니 사라졌다. 예상치 못한 전개에 신자는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그녀는 비슷한 광경을 목격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푸른 불꽃이 사라지고, 잠시 후 땅이 심하게 흔들렸다. 그리고는 좀 전 것들 하고는 크기가 다른 검은 손 하나가 땅 위로 솟아올랐다. 퍽. 퍽. 퍽. 차례로 네 개의 손이 땅속에서 올라오더니 몸체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당황한 신자는 섣불리 공격하지 못한 채 그 모습을 지켜봤다. 검은 피부의 닫히지 않는 눈을 가진 머리가 올라오고, 두꺼운 몸체가 올라왔다. 마침내 온몸을 빼어내서 두 발로 섰을 때, 그것의 눈은 신자의 키의 세 배는 되는 곳에서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땅 속 어딘 가에서 거대한 반월도를 끄집어내고는 허연 이빨을 들어냈다. 현승의 미소를 닮았다. 신자는 등줄기가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


“고요하네요.”


효은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고요한 밤바다의 정적을 깼다.


“너무 고요한데.”


재선이 답했다.


“선배님도 그렇죠? 제가 깜깜한 거 무서워하는 그런 타입은 아닌데. 근데 오늘밤은 왠지 조금 뭔가 오싹하네요. 안개도 안 꼈는데 시야가 너무 안 좋아요. 글구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데 파도 소리도 안 들리고, 깊은 바다에 이렇게 바람이 안 불 수도 있나요?”


“오징어 말이야.”


좀전부터 레이더를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던 재선이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고 말했다.


“네? 오징어요?”


“삼십 분 동안 움직임이 없어.”


“아···, 오징어가요? 음, 자는 거 아닐까요?”


“오징어는 잘 때도 항상 움직이지 저렇게 가만히 있지는 않아. 입수한 애들한테서 아무런 연락 없지?”


“네.”


“이 정도 깊이면 벌써 바닥에 닿았어야 하는데. 스텔스 슈트라서 레이다에 잡히지도 않고···. 안되겠다. 아무래도 느낌이 좋지 않아. 조명탄으로 신호를 보내봐야겠어. 내가 후미에 가서 신호를 쏠 테니까, 넌 여기서 혹시 잡히는 신호 있는지 확인하고 있어.”


재선이 플래쉬 건 하나와 수중 조명탄 두 발을 챙겨 선미 갑판으로 내려갔다. 갑판 위에서 유정과 아이들이 내려간 지점을 향해 한발을 쏘고, 3초 뒤 두번째 조명탄을 쐈다. 이런 식으로 신호를 교환한 적은 없었지만, 유정이라면 분명 비슷한 방법으로 답신을 보내왔을 것이었다. 물론, 재선의 신호를 보았다면 말이었다.


한 5분쯤 갑판 위에 서있지만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답답한 재선은 유난히 잔잔한 수면을 바라보았다. 그 위로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졌다.


‘이런 씨...!’


재선이 증오하는 눈으로 하늘을 쳐다봤다. 남쪽하늘 구름 사이에서 밝지도 흐리지도 않은 그믐달이 애써 어둠을 밝히고 있었다. 재선은 한숨을 쉬었다. 바로 그때, 고개를 돌리던 재선의 시야에 놀라운 광경이 들어왔다. 반대편 하늘에서 또 하나의 달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개기월식과 같은 풍경이었지만, 전혀 달랐다. 달이 지구의 그림자의 가려지는 것과는 달리, 무언 가에 가려져 있던 달이 점차 차 올랐다. 이전부터 북쪽하늘, 그 자리에 있던 검은 만월이 세상의 그림자를 거둬내고 본모습을 드러냈다.


“선배님! 재선 선배니임~!”


자신이 목격하고 있는 것을 이해해보려고 몇 번이고 두 달을 번갈아 보던 재선을 멈춘 건 효은이었다.


“왜~?”


무전이 들어오는 것도 몰랐었다. 선교의 부서진 창문 사이로 몸을 반쯤 내밀고 있는 효은이 소리를 질렀다.


“올라와 보셔야겠는데요.”


재선이 두개의 달을 다시 한번씩 보고는 선교로 뛰어올라갔다.


“왜? 무슨 일이야? 신호 잡혔어?”


“그게···.”


“왜에? 뭐야? 답답하게.”


재선은 정확하게 답을 하지 못하고 있는 효은을 제치고 그녀가 보고 있던 레이다를 확인했다. 재선의 미간이 찌그러졌다. 삑. 삑. 삑. 레이다 위에 거대한 물체가 그들을 향해,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어도를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삑. 삑. 삑. 트래커 시그널. 소하가 누두에 맞추었다고 하는 트래커의 시그널이 레이더에 잡혔다.


‘구족이다! 구족이야! 그러면, 아까부터 가만히 있던 저건···저건 대체 뭐지?!’


뚝. 뚝. 뚝.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


“선배님!”


윤지가 소리쳤다.


한 두어 시간쯤 걸었을까? 아닌가 십 분도 채 안된 건가? 유정과 아이들은 시간을 셀 수가 없었다. 이어도 해저동굴의 해변에 도착한 후 빛의 근원을 찾아 숲으로 걸어 들어갔다. 숲은 청송마을처럼 신비로운 생명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익숙한 것들과 그렇지 않은 것들이 아이들을 유혹했다. 아이들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자신 앞에 걷고 있는 동료의 발뒤꿈치를 놓치지않으려고 애썼다. 그러다 앞 사람이 갑자기 멈춰 섰고, 그 바람에 뒤에서 따라오던 사람이 부딪혔다. 그 때, 윤지의 외침이 들렸다. 아이들은 모두 고개를 돌려 윤지가 바라보던 방향을 보았다. 크라켄징어.


분홍 빛이 감도는 호수였다. 물은 맑고 투명했다. 오히려 푸른 빛을 띄었다. 물 안의 구체들이 붉은 기운의 밝은 빛을 발하고 있었다. 수백 개의 구체. 유정은 단번에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남홍여중의 루비. 주작의 알이었다. 수백 개의 붉은 돌은 물에 반쯤 잠긴 오징어 토템의 다리에 붙어있었다. 백미터가 넘는 길이의 오징어 토템은 육지로 이어져 있었다.


아이들은 오징어 토템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멀리서 볼 때는 살아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가까이 다가가니 매끈하게 다듬어진 돌이었다. 유정은 호수에 손을 넣고 주작의 알 하나를 꺼내 들었다. 오징어 다리에 붙어 있는 듯했던 그것은 생각보다 쉽게 떨어졌다.


“유정아?”


걱정과 환희가 공존하는 표정의 남주가 유정을 불렀다. 등에 메고있던 가방을 앞으로 돌려 알을 달라는 손짓을 했다. 유정은 남주에게 알을 건내 주었고, 알이 가방안에 안전하게 들어간 것을 목격한 아이들은, 여정이 길어서 였을까, 동시에 환호를 내질렀다.


“선배님?”


함성소리에 소하가 유정을 부르는 소리가 묻혔다.


“선배님?”


소하는 무리에서 벗어나 오징어에 다가갔다. 그제서야 사라와 봄, 지현이 소하의 행동을 눈치채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


“야, 니들 뭐해?”


리에가 그들을 불렀지만, 무리에서 네 명의 아이들은 오징어의 어느 부위를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리에의 부름에 먼저 반응한 것은 유정이었다. 유정은 네 명의 아이들이 보고 있는 곳을 올려보며 소하에게 걸어갔다. 그리고는 소하와 똑같이 멈춰 서서 그것을 쳐다보았다.


“저게 뭘까요?”


“모르겠는데.”


“제 눈이 삔 건지는 모르겠는데. 저는 사람 같은 게 보이는데···.”


“나도 그런데.”


“어!”


소하와 유정은 동시에 한발 뒤로 물러섰다.


“방금 보셨어요?”


“응.”


“움직였는데.”


“···.”


“가 볼래?”


“···.”


소하와 유정은 서로를 바라봤다. 그제서야 둘은 말을 섞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분위기가 어색해 졌다. 소하가 먼저 겸연쩍게 미소를 지었고, 유정은 여전히 무표정으로 뚫어져라 봤다. 유정은 고개를 한번 까딱이고 오징어 다리에 가장 낮은 부분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 부분을 타고 오징어에 올라가 심산이었다. 소하는 주저하지 않고 유정의 뒤를 따라 달렸다.


둘은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자신의 라피에르를 소환했다. 그것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과연 자신의 검을 이 공간안에서 구현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 따위는 눈곱만큼도 들지않았다. 담비 검과 그림자 검이 각자의 손에 나타났다. 유정이 자신의 검을 스파이크(spike)처럼 활용해 오징어 스톤 토템을 타고 올랐고, 소하가 그 뒤를 바짝 뒤쫓았다. 나머지 소녀들은 돌산을 오르는 두 마리의 설표처럼 올라가는 그 둘은 감히 쫓을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그냥 검은 돌멩이처럼 보였다. 오징어의 눈알 옆에 눈물처럼 맺혀 있는 검은 주머니. 그 안에 무엇이 갇혀 있다는 것을 맨 처음 발견한 것은 전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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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Epilogue +5 19.07.31 321 4 12쪽
58 Chapter Twenty Two-Graduation [1부 완결] +1 19.07.31 143 5 12쪽
57 Chapter Twenty One-현무의 심장 (5) +1 19.07.31 118 6 13쪽
56 Chapter Twenty One-현무의 심장 (4) +1 19.07.30 99 3 15쪽
55 Chapter Twenty One-현무의 심장 (3) +1 19.07.30 112 4 12쪽
» Chapter Twenty One-현무의 심장 (2) +1 19.07.29 91 5 12쪽
53 Chapter Twenty One-현무의 심장 (1) +1 19.07.29 100 4 13쪽
52 Chapter Twenty-Black Moon +3 19.07.25 113 4 14쪽
51 Chapter Nineteen-기억 (2) +2 19.07.21 97 4 12쪽
50 Chapter Nineteen-기억 (1) +2 19.07.18 109 4 14쪽
49 Chapter Eighteen-Biker Girls vs Mad Boys (3) +2 19.07.14 165 6 14쪽
48 Chapter Eighteen-Biker Girls vs Mad Boys (2) +1 19.07.11 125 6 12쪽
47 Chapter Eighteen-Biker Girls vs Mad Boys (1) +2 19.07.07 110 5 13쪽
46 Chapter Seventeen-여름방학 (2) +1 19.07.04 122 6 15쪽
45 Chapter Seventeen-여름방학 (1) +1 19.06.30 125 3 15쪽
44 Chapter Sixteen-Rock, Paper, Scissors +1 19.06.27 124 5 15쪽
43 Chapter Fifteen-7년전 (2) +1 19.06.23 138 3 16쪽
42 Chapter Fifteen-7년전 (1) 19.06.20 105 4 14쪽
41 Chapter Fourteen-The Dragon Lair +1 19.06.16 146 3 17쪽
40 Chapter Thirteen-홍백전 (2) +2 19.06.13 124 3 14쪽
39 Chapter Thirteen-홍백전 (1) +1 19.06.09 118 4 13쪽
38 Interlude +4 19.06.06 110 5 13쪽
37 Chapter Twelve-Real Game (6) +4 19.05.09 183 6 9쪽
36 Chapter Twelve-Real Game (5) 19.05.09 267 5 11쪽
35 Chapter Twelve-Real Game (4) 19.05.09 114 6 8쪽
34 Chapter Twelve-Real Game (3) 19.05.09 76 6 8쪽
33 Chapter Twelve-Real Game (2) 19.05.09 101 6 9쪽
32 Chapter Twelve-Real Game (1) 19.05.09 94 6 9쪽
31 Chapter Eleven-흑주작 (6) +2 19.05.08 121 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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