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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칸더브이 님의 서재입니다.

남홍여중 소녀들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서칸더브이
그림/삽화
Bomemade
작품등록일 :
2019.04.04 01:56
최근연재일 :
2019.07.31 23:37
연재수 :
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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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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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4
글자수 :
287,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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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1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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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Chapter Fourteen-The Dragon Lair

DUMMY

매년 음력 11월이 되면, 동짓날에 치뤄지는 수성전(守城戰)을 위해 청송사(靑松寺)의 고승(高僧)들은 남홍여중 학생회와 서호국제 백호무리에게 지도 한 장과 초대장을 보냈다. 대게 “고귀하신 주작의 여제들께” 아니면 “용맹무적의 백호 혈손들께”라는 글귀로 시작하는 초대장은 매년 비슷했지만, 지도는 달랐다.


일년 중 낮이 가장 짧은 날, 설악산 공룡능선의 꼬리가 가리키는 방향에 자리잡은 청송마을은 그 위치가 오묘해 날짜와 시간에 따라 바뀌었고, 그래서 고승들의 지도가 없이는 찾기가 힘든 곳이었다. 지도가 있다고 한들, 일반 사람들은 오를 수 없는 곳이었으며, 설사 사방신(四方神)의 능력을 가진 자라고 해도 신수(神獸)가 길목을 지키고 있어 ‘주작의 알’이나 ‘백호의 눈’이 없으면 피를 봐야 들어갈 수 있는 비밀스러운 마을이었다.


신비로운 짐승이 지키고 있는 길목을 지나 작은 시내를 건너면, 드디어 푸른 침엽수가 빽빽이 들어서 있는 네 봉우리의 산이 나타났다. 오래전 한 스님이 산세가 여의주를 움켜쥐고 있는 용의 발톱 모양을 닮았다 하여 용조산(龍爪山)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지만, 단순히 봉우리가 네 개 있다는 뜻의 사봉산(四蓬山)으로 더 많이 불려졌다. 그 높은 봉우리들 사이 움푹 패인 골짜기에 청룡을 숭배하는 자들의 오래된 보금자리, 청송마을이 터잡고 있었다.


고승들이 말하기로, 청룡의 마을은 경계에 위치했다. 삶이 죽음으로부터 분리되는 선(線). 선(善)과 악(惡)이 구분되는 한계. 다른 세계가 맞닿아 있는 경계. 고승들은 현세의 중생들이 선과 악을 혼돈하는 이유가 사방신이 동서남북의 경계에서 벗어나 지켜야할 선을 방치했기 때문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그들은 그 오래된 경계 중의 하나인 동쪽의 한계선이자, ‘청룡의 비늘’이 처음 발견된 그곳에 남아있었다.


사봉산(四蓬山)의 첫번째 그러니까 용의 발에 비교하자면 엄지발가락에 해당하는 봉우리 중턱에 마을을 굽어보고 있는 거대한 청룡 석상이 하나 세워져 있었는데, 그곳이 바로 고승들이 수련을 하는 절이었다. 성인남자 키의 다섯배쯤 하는 돌로 만든 청룡이외에 다른 석탑이나 불상은 없었고, 눈이 불룩 튀어나온 사천왕 조각이나 머리 큰 보살을 그린 벽화 또한 없었다. 절의 이름을 말해주는 현판조차 걸려있지 않아서, 주작과 백호의 뜻을 계승하는 자들은 그 절을 ‘청송사’ 혹은 ‘청룡사’로 불렀다.


그 외 ‘이불란사”라는 별칭도 갖고 있었는데, 주로 절에서 쫓겨난 파계승들이나 사방신의 능력을 가졌음에도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자들 사이에서 은어처럼 사용되는 명칭이었다. 고승들은 그들의 절이 청송사나 청룡사라는 불리는 것은 상관치 아니했지만, 이불란사라는 이름은 꺼려했다.


“오월이지만 아직 밤바람이 매섭습니다, 큰스님. 외투를 걸치시지요.”


청송사의 북쪽 누각에 올라서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던 노승에게 젊은 스님이 다가와 두루마기를 씌어 드렸다.


“올 단풍이 들 때 즈음 북녘에 흑월(黑月)이 뜨겠구나.”


진묵이라는 법호를 가진 젊은 승려는 노승의 말을 곱씹으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


“노아는 붓을 들었느냐?”


“아직···아직 들지 않았습니다.”


“그래···.”


바로 그때, 그들 앞으로 날개 달린 원숭이 떼가 나타났다. 열두 마리 정도되는 황금색 털을 가진 원숭이 무리는 그 두 승려 앞에서 현란한 재주를 부리고는 숲으로 날아가버렸다.


“진묵아, 저 금후(金猴)들이 너의 화신(化身)이냐?”


“네, 스님.”


“잘 크고 있구나. 계속 정성을 드려라.”


“네~. 저의 비천한 것들에게도 신경 써 주셔서 감개무량합니다.”


“비록 우리의 염원이 청룡의 화신 재현(再現)이라 하나, 이 세상에는 청룡 뿐만 아니라 주작, 백호, 현무가 있고 그들은 그들에게 맞는 역할이 있듯이, 너의 금후 또한 그 나름의 존재 이유가 분명 있는 법. 그리 생각하지 말거라.”


“네, 스님.”


“올 초 홍도에서 날라온 소식에 준비는 잘 하고 있느냐?”


“네, 정음이 준비하고 있습니다. 허나, 스님. 과연 그 아이가 그들 주인의 부름을 받을까요?”


“그 아이가 작년 수성전에서 장검을 휘두르던 그 아이지? 수희라고 했나?”


“네.”


“받을 게야. 그러니 자네가 정음이에게 잘 알려주게, 아마도 겨울전에 이리 찾아 올 거야.”


“네, 스님.”


말을 끝마친 노승은 물끄러미 달을 바라보았다. 그의 주름진 얼굴에 수심이 느껴진 젊은 승려는 침묵을 깨고 노승에게 물었다.


“큰스님, 사색을 깨서 죄송하옵니다만, 혹 이번에 뜨는 검은 달이 특별히 더 신경 쓰이시는 이유가 있으신지요?”


진묵의 물음에도 노승은 한동안 답이 없었다. 주기가 불규칙해 뜨는 시기를 예측하기 어려운 검은 달은 예로부터 불길한 징조로 여겨져 왔다. 죽음이 밤을 가려 사방을 혼돈케 하려고 검은 달이 뜬다고 알려졌다. 또한 시간의 빗장이 가장 느슨해 지는 시기라는 설도 있고, 타락한 사방신의 부활을 알리는 효시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딱히 더 신경을 쓰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그것이 이유일지도···. 불길한 징조도 익숙해지다 보니 무디어지는 것. 열 번 쏜 화살이 열 번 다 빗나갔다 한들, 다음 번 화살이 두렵지 않은 것은 아니여야 하는데···. 요즘 들어 자꾸 대붕 스님의 말씀이 떠오르는구나. 동서남북이 중한 것이 아니라, 서로의 왼편과 오른편에 서있어야 하는 것이 사방신인데···. 진묵아, 우리가 아직 남제(南帝)와 연이 닿느냐?”


“남제라 하심, 남방 주작의 여제들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렇다.”


“연이 끊긴 지가 오래되었기는 합니다. 이미 십 수년 전에 남홍재단에서도 물러난 듯 싶습니다.”


“그렇느냐? ·········서로 왼편과 오른편에 서있어야 하는 것인데·········.”


노승은 짧은 탄식과 함께 조용히 읊조렸다.


“큰스님, 알아 볼 방도를 찾아볼까요?”


“그래, 그러자꾸나. 알려주자꾸나, 흑월에 대해. 올해는 그래야 할 듯 싶다.”


주름 패인 노승의 인자한 얼굴이 달빛에 드러났다. 그의 눈 안에 동공이 보이질 않았다. 멀리서 알 수 없는 짐승들의 울음이 들려왔다.


“노아가 어서 붓을 들어야 할 텐데···.”


청룡, 주작, 백호, 현무는 애초에 한무리에서 시작해서 네 방향으로 쪼개졌다. 서로 다른 것을 쫓았고, 그렇게 앞만 보고 나아가던 사방신들은 너무 멀어져 언젠가부터 서로에게 닿을 수 없었다. 세월이 흘러 자신만의 가문을 세우고 각자 다른 교리, 다른 규칙을 만들어 서로를 구분했다. 주작은 환상계를 만들었고, 백호는 중간계를 탐험했으며, 청룡은 화신을 소환했다. 주작은 발전을 쫓아 세상속으로 깊숙이 들어갔고, 백호는 발전과 전통사이에서 중도를 지키며 걸어가려고 노력했으며, 청룡은 변화와 싸우며 자리에 남았다.


청송마을은 청룡의 오래된 둥지였다. 산 자는 경계를 넘어 저승으로 넘어가서는 안된다는 교리를 가졌기에, 백호나 주작의 관행에 따라 중간계나 환상계에 들어가지 않았고, 대신 그들은 화신(avatar)을 소환하여 악이 맞닿아 있는 곳을 지켰다. 그래서 그 마을에는 신령스러운 생물들로 가득했다.


---*---


“백호의 가신 하나 이겼다고, 우쭐대지 말고. 남제(南帝)들은 건드리지 않는게 좋아. 괜히 그 주작 할망탱이들이 알게 돼서 청송의 늙은 중대가리들 하고 붙어먹으면 성가시게 될 거야. 현무를 찾기 전에는 얌전히 연기 잘 하라고, 교장 선생.”


이신자 교장은 한숨과 함께 책을 덮었다. 72년도 일지를 꺼내려고 했는데, 정신을 어디다 두었는지 위장용으로 진열해 놓은 진짜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꺼내 왔다. 방금 전 통화한 청사골 노인의 께름칙한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아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목소리에 날이 서있어서 듣기 거북한 것도 있었지만, 그보다 더 성가신 것은 그의 음흉한 웃음소리였다.


“살아있구만. 흐흐흐. 엉덩짝은 무사하신가? 어때? 그 불검이 뜨끈뜨끈한 것이 물건이지? 그렇다고 또 추운 밤 끌어 않고 자진 말고. 흐흐흐.”


“무슨 일이죠?”


“무슨 일은 무슨 일이야. 약속을 지켰으니, 내 화신을 넘겨 줄라 하지. 다음 달 말일에 찾아와, 내 소개 시켜줄 아이랑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청룡의 화신이요?”


“그거 말고 뭐 있어? 왜 젊은 남정네라도 하나 불러줄까? 흐흐흐. 그러지 말고 내가 나이는 있어 보여도, 아직···.”


“말! 조심하세요···, 어르신.”


“농담이야, 농담. 그래서 청송마을은? 찾아갈 방법은 알아냈고?”


“···.”


“쯧쯧쯧, 뭐 혼자 할 줄 아는게 없구만. 그래서 이불란사의 중대가리들 상대할 수 있겠어? 백호의 가신 나부랭이 정도로 생각했다가는 이번엔 진짜 못 돌아와, 이 아줌마야.”


“···.”


“정히 어려움 그것도 내가 한번 알아보까?”


“됐어요. 청룡의 화신만 확실하면 볼 일 없습니다.”


“그래, 그래 야지. 자넨 자네 바둑을 자알~ 두고. 난 내 걸 자알~ 두고. 확실하냐고 자꾸 물으니까 내가 다시 한번 말해주는데, 그 절에 가면··· 백 년 동안 아무도 보지 못한 현무를 찾을 수 있을 게야. 그리고! 백호의 가신 하나 이겼다고, 우쭐대지 말고. 남제(南帝)들은 건드리지 않는게 좋아. 괜히 그 주작 할망탱이들이 알게 돼서 청송의 늙은 중대가리들 하고 붙어먹으면 성가시게 될 거야. 현무를 찾기 전에는 얌전히 연기 잘 하라고, 교장 선생. ”


“···.”


“흐흐흐. 신자~, 또 보세, 그럼. 허허허허.”


‘이자는 도대체 얼마나 알고 있는 것일까?’ 신자는 통화내내 비아냥거리더니 전화를 끊기 전에 자신이 묻고 싶었던 것을 미리 확인해주는 청사골 노인네가 맘에 들지 않았다. 도대체 그가 얼마나 아는지, 원하는 것이 무언인지 도통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다시 한번 그를 죽이고 싶은 살의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녀는 현무를 찾으면 청사골 노인네부터 죽이겠다는 결심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청송마을을 찾아갈 방도를 알아내야 했다. 그리고 그 길은 아른거리는 기억 속 어딘 가엔 분명 있었다.


그 시절, 신자와 민옥은 일지 보는 일에 빠져 있었다. 환상계 훈련이 끝나면 틈틈이 도서관을 찾아 오래된 일지를 찾아보았고, 선배들도 알지 못하는 옛이야기를 배웠다.


홍백전, 오징어잡이, 수련회 등 매년 반복되는 일들이 적혀 있는 같으면서도 변화하는 점이 있었고, 사이사이 남홍의 유래와 주작의 역사에 관해 기록되어 있었다. 게다가, 백호와 청룡을 계승하는 자들의 특징 및 재주, 그리고 그들의 관계 및 그 들에 관한 전설 및 가설 등 자세히 들여다보면 신화책같이 꽤 재미있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일련적으로 나열되어 있지 않아서 정보를 연결하기가 어려웠지만, 영묘했던 신자와 민옥은 서로 대화하며 떨어져 있는 정보를 이어 가설을 완성해 나갔으며 사방신의 오래된 비밀을 하나, 둘 알아냈다. 물의 계약도 그렇게 해서 찾아냈다. 그리고 청송사 고승들의 지도가 없이도 청송마을을 찾아갈 수 있는 방법을 발견했다.


누군가 기억을 뒤섞어 놓은 듯한 찜찜한 기분이었다. 7년전, 기억이 돌아오기 시작했을 때도 비슷했다. 뒤죽박죽 섞여버린 남홍여중 시절의 기억. 그 기억의 조각들을 맞추는데 일지가 많은 도움이 되었다.


다만, 개인의 사적인 행적들까지 낱낱이 기록되진 않았기에, 그 시절 그녀가 알았던 것 전부를 기억내기는 쉽지 않았다. 물의 계약같이 돌아온 것도 있었지만, 청송마을을 찾아가는 길은 쉽사리 나타나지 않았다.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녀와 민옥이 다녔던 시절, 1972년에서 1974년의 일지를 계속 읽는 것 밖에 없었다.


기억이 어느정도 돌아왔을 때, 이신자는 먼저 남홍재단을 조사했다. 남홍여중 출신들의 기부금으로 설립되었다고 알려진 재단은 교육, 복지사업 뿐만 아니라 국내외 다양한 수익사업을 영위하고 있었다.


이사회 밑으로 각 사업부분을 담당하는 수많은 부서들이 있었고, 그 부서들은 또 세부부서로 나뉘었으며, 각 사업부분의 재무, 인사, 등의 업무는 분리되어 또 다른 파트에서 관리되었다. 현란한 조직 구조를 갖추었지만, 오랜 시간 정착된 체계적인 업무처리 때문인지 사업은 순조롭게 돌아갔다.


다만, 덩치가 커질 때로 커져버린 남홍재단은 매뉴얼대로 움직이는 기계처럼 보였다. 여러 부서들은 커다란 기계의 톱니바퀴처럼 목적을 묻지않고 맡은 기능을 수행하고 있었으며, 자리를 유지하고 것 이외에는 관심이 없는 인물들로 구성된 이사회는 되살아난 시체의 머리처럼 대외적 대표일 뿐 특별한 기능이 없어 보였다.


몇 년을 조사했지만, 신자는 재단에 관해 표면적인 것 이외에 별다른 것을 알아내지 못했다. 하마터면, 그 현란한 장막 뒤에 숨은 존재들을 알아채지 못한 채, 이제는 그 안의 누구도 남홍재단의 근본이나 역사는 기억하지 못하게 된, 정녕 시스템만으로 돌아가는 조직이 되어버렸다고 단정지을 뻔했다.


그때도 오래된 일지에서 찾아냈다, 주작의 오랜 존재들의 대해. 그들이 어디 있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나와있진 않았지만, 신자는 그 오래된 방관자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들이 얼마나 강력한 존재들인지 가늠할 수 없었고 신비한 만큼 두려움도 컸다.


청송마을의 고승들 또한 만만치 아니했지만, 숨어버린 주작의 오랜 존재, 남쪽의 여제들은 그 능력이 정확히 알려진 바 없기에 신자는 섣불리 재단을 건드려 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솔직히, 될 수 있으면 그들의 관심밖에서 그녀의 계획을 진행하고 싶었다. 적어도 북쪽의 신, 현무를 찾기 전까지는 마주치지 않았으면 했다.


그렇기에, 도서관의 일지를 열람하는데 있어서도 조심을 기울였다. 자신의 기억이 돌아왔다는 것을 재단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신중했다. 학생복지를 위한다는 표어를 걸고 재단을 설득해 도서관을 개조했다. 도서관 사서를 없앴고, 24시간 오픈시스템을 구축하여 학생들이 없는 시간에 일지를 찾아볼 수 있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녀는 뒤처지는 학생회 회원에게 접근했다. 고민을 들어주는 척하며, 물의 계약에 관해 알려주고 그 소녀의 관심을 일지로 향하게 했다. 물의 계약을 통해 자신만의 환상계에서 실력을 키울 수 있게 된 소녀는 신자를 믿었고, 그렇게 얻은 믿음을 통해 신자는 비밀리에 일지들을 읽을 수 있었다. 최은혜도 그런 소녀 중에 하나였다.


교장과 비밀을 나누게 된 소녀들은 비밀을 졸업때까지 지켰다. 신자는 내성적이고 혼자 있는 아이들에게만 접근했고, 물의 계약을 통해 강해질 수 있었던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비밀을 독점하고 싶어했다.


은혜는 달랐다. 은혜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던 신입생을 동정했고, 그 소녀에게 물의 계약에 대해 말해버렸다. 이신자는 화가 났다. 신입생은 다름아닌 청사골 노인네가 관심있어 하는 아이였고, 그래서 청룡의 아바따라를 대가로 학생회에 넣은 자격미달의 후보생이었다. 은혜 같은 외톨이가 아니라 활달해 보였고, 그 아이에 행동을 예측하기 힘들었다.


만에 하나, 물의 계약에 관해 유정이나 다른 3학년 임원에게 알리기라도 한다면, 주작의 오랜 존재들과 원치 않는 만남을 가져야 할 지 몰랐다. 신자는 후보생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 수 있는지 가늠해보기 위해 수련회 이후 바로 찾았지만 만날 수 없었다. 아이는 수련회 이후에 고열을 앓았고 학교에 근 한달간 나오지 않았다. 다행인 것은 아이가 해리성 기억상실증을 겪고 있다는 것이었다. 신자는 일단 상황을 지켜 보기로 했다.


똑똑똑.


“교장 선생님, 저 유정인데요.”


청사골 노인과 통화 후 여러가지 복잡한 생각이 끊이지 않고 이신자를 괴롭히고 있을 때, 구원자가 그녀를 방문했다. 상기된 얼굴로 무작정 자신의 방으로 찾아온 유정은 후보생 이야기로 시작해서 횡설수설 하더니 덜컥 신자가 들고 있던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빼앗아 들고는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어찌할 바를 몰라 하는 표정으로 사과의 말을 얼버무리며 나가버렸다. 그 당황해 하는 얼굴에서 불현듯 기억이 났다.


‘저 아이 민옥이를 닮았어.’


남궁민옥. 유정이 나가고 이신자 교장은 신유정의 생활기록부를 찾았다. 그렇게 우연한 방문으로 실마리가 풀려나갔고, 그날 밤 그녀는 청송마을로 가는 길을 기억해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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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55 warcotle
    작성일
    19.06.17 18:11
    No. 1

    잘봤습니다! 신자는 무엇을 할려는걸까요..? 게다가 신자도 태하가 사라진걸 모르네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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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Epilogue +5 19.07.31 335 5 12쪽
58 Chapter Twenty Two-Graduation [1부 완결] +1 19.07.31 146 6 12쪽
57 Chapter Twenty One-현무의 심장 (5) +1 19.07.31 121 7 13쪽
56 Chapter Twenty One-현무의 심장 (4) +1 19.07.30 101 4 15쪽
55 Chapter Twenty One-현무의 심장 (3) +1 19.07.30 114 5 12쪽
54 Chapter Twenty One-현무의 심장 (2) +1 19.07.29 93 6 12쪽
53 Chapter Twenty One-현무의 심장 (1) +1 19.07.29 104 5 13쪽
52 Chapter Twenty-Black Moon +3 19.07.25 115 5 14쪽
51 Chapter Nineteen-기억 (2) +2 19.07.21 100 5 12쪽
50 Chapter Nineteen-기억 (1) +2 19.07.18 113 5 14쪽
49 Chapter Eighteen-Biker Girls vs Mad Boys (3) +2 19.07.14 166 7 14쪽
48 Chapter Eighteen-Biker Girls vs Mad Boys (2) +1 19.07.11 127 7 12쪽
47 Chapter Eighteen-Biker Girls vs Mad Boys (1) +2 19.07.07 111 6 13쪽
46 Chapter Seventeen-여름방학 (2) +1 19.07.04 123 7 15쪽
45 Chapter Seventeen-여름방학 (1) +1 19.06.30 127 4 15쪽
44 Chapter Sixteen-Rock, Paper, Scissors +1 19.06.27 144 6 15쪽
43 Chapter Fifteen-7년전 (2) +1 19.06.23 139 4 16쪽
42 Chapter Fifteen-7년전 (1) 19.06.20 108 5 14쪽
» Chapter Fourteen-The Dragon Lair +1 19.06.16 149 4 17쪽
40 Chapter Thirteen-홍백전 (2) +2 19.06.13 127 4 14쪽
39 Chapter Thirteen-홍백전 (1) +1 19.06.09 120 5 13쪽
38 Interlude +4 19.06.06 111 6 13쪽
37 Chapter Twelve-Real Game (6) +4 19.05.09 186 7 9쪽
36 Chapter Twelve-Real Game (5) 19.05.09 269 6 11쪽
35 Chapter Twelve-Real Game (4) 19.05.09 116 7 8쪽
34 Chapter Twelve-Real Game (3) 19.05.09 78 7 8쪽
33 Chapter Twelve-Real Game (2) 19.05.09 104 7 9쪽
32 Chapter Twelve-Real Game (1) 19.05.09 96 7 9쪽
31 Chapter Eleven-흑주작 (6) +2 19.05.08 123 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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