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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칸더브이 님의 서재입니다.

남홍여중 소녀들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서칸더브이
그림/삽화
Bomemade
작품등록일 :
2019.04.04 01:56
최근연재일 :
2019.07.31 23:37
연재수 :
59 회
조회수 :
11,790
추천수 :
406
글자수 :
287,562

작성
19.07.31 17:00
조회
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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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2쪽

Chapter Twenty Two-Graduation [1부 완결]

DUMMY

졸업식은 대실망이었다. 사실, 줄리엣이 그렇게 호들갑을 떨 때부터 알아봤다. 올해 졸업식은 자기네가 기획하기 때문에 역대급일 거라는 둥, 남홍의 전설을 보내 드리는 자리인 만큼 급에 맞게 남홍여중 설립이래 가장 화려한 졸업식이 될 거라는 둥, 학기 내내 설레발을 치더니···, 쯧쯧.


그 므아누 으우쥐인지 뭔넘에 쥐인지하는 성에서 영화 “해리포터와 불의 잔”에 나오는 무도회처럼 서호국제를 초대해 파티를 열거라고, 영화에 나온 것처럼 다양한 게임도 하고 상품도 나눠주고 그럴 거라고, 괜히 신입생들만 들뜨게 해놓고, 결국 제 71대 남홍여중 학생회 졸업식은 역대급으로 조촐하게 진행됐다.


솔직히 그게 다 2학년들 책임은 아니었다. 일단, 학교 자체가 어수선했다. 교장의 갑작스런 행방불명(?)으로 인해 경찰들이 학교에 몇 번 왔다 갔다. 유정 선배와 은혜 선배를 포함해 학생회 임원들 중 몇 명은 참고인으로 조사까지 받았다.


다행히 어디선가 날라온 편지 한 장으로 사건은 교장의 일탈인 걸로 마무리되었다. 젊은 스페인 남자와 다정스럽게 찍은 사진과 함께 해외에서 날라온 편지는 일종의···음···사직서를 가장한 사랑 고백이었다.


‘이태원 스페인 식당에서 운명적으로 만난 셰프 “나의 사랑 알레한드로 헤르난데스”와 남은 인생을 함께 하려고 한다, 이미 그의 고향, 까딸로니아에 있는 아름 작은 마을에서 부부의 연을 맺었고, 그래서 남홍여중의 교장직을 내려놓으려 한다, 등등이 등등~.’ 누가 썼는지 레알 닭살 돋고 그럴싸했다.


처음엔 3학년 임원들이 그날 사건을 감추기 위해 편지와 사진을 위조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임원들 말로는 남홍재단 측에서 손을 쓴 거라고 했다. 나중에 이 재단이라는 곳도 조사해봐야 할 듯 하다. 분명 태하의 실종과 관련이 있을 것 같다.



학생회는 학생회 나름 정신이 없었다. 은혜 선배의 기지로 이어도에서 가까스로 살아나왔지만, 다들 몸에 영광의 상처(?)가 남았다. 학교 복귀 후, 영은 선배와 은혜 선배가 몇 달에 걸쳐 교장 방에 숨겨져 있던 것들을 포함해 도서관에 있는 성문일지 전권을 다 뒤졌음에도 불구하고 상처를 없애는 방법을 찾지는 못했다.


덕분에 물의 계약이라는 쿨한 능력을 얻었지만 그 부작용(?)으로 아가미가 생겨버렸다. 그래서 지금 내 목에도 있다, 두 줄의 아가미. 평소에는 잘 안보이는데 물 속에 들어가면 목 왼쪽의 얇고 가느다란 틈이 벌어진다. 은혜 선배가 부작용이라고 해서 그렇지 역시나 죽여주는 기능이다. 나 이제 물 속에서 숨 쉴 수 있다. 문제는 이게 샤워할 때 물에 닿거나 비가 오는 날에 살짝살짝 들린다는 것이다. 글구 살갗이 들리면 그 안에 붉은 빛 모세혈관들이 보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학생회는 이미 결정된 교복 초안을 뒤집어엎었다.


목에 있는 아기미를 감쪽같이 가리기 위해 여러가지 아이디어가 나왔다. 스카프, 하이넥 셔츠, 터틀넥, 목걸이에 문신까지. 결국 소라 선배와 줄리엣의 강력 추천으로 초커(chocker)로 정해졌다. (소라 선배는 졸업하면 끝인데 도대체 왜 이 사안에 결정권이 있는 거야?). 문제는 학생회만 교복에 초커를 입고 다닐 수 없다는 것이었다. 가뜩이나 학생회에 너무 많은 특권을 준다고 불만이 있는 학생들도 교내 꽤 있어서 눈에 띄게 차별을 둘 순 없었다.


결국, 내년부터 입게 될 회색정장을 초커가 어울리는 형태로 대대적인 수정을 해야 했고, 수정을 하는 김에 교복 색과 치마를 입을지 말지에 대해 다시 한번 투표를 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투표 결과, 바지 정장을 입자는 의견이 여전히 압도적이었지만, 교복색은 51:49 정도 우위로 붉은색에 대한 선호가 높았고 그래서 내년 교복은 (옵션으로) 초커를 입을 수 있는 붉은 정장이 되었다.


난 절대 반대다. 이사라나 윤봄 같은 늘씬이들이나 바지 정장에 초커를 소화할 수 있다고, 나 같은 귀여운 중딩 몸매에게는 치마를 허하란 말이닷! 줴엔장!



그 와중에 청송사에서 안 좋은 뉴스가 날라왔다. 교장이 그 곳에도 나타났었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그 아줌마가 블루드래곤을 데리고 가서 난장판을 피운 것 같은데, 그 때문에 올해는 수성전인가 하는 것을 치룰 수 없다는 소식이었다. 수성전이니 뭐니 하는 것은 별 관심 없지만, 꿈에 선 본 사봉산은 꼭 가야 했는데.


선배들한테 그냥 가보기만 하는 것은 안되냐고 졸라봤지만 소용없었다. 아무 때나 맘대로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 했다. 지도가 그려진 초대장이 있어야 갈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원한다고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 거지발싸개 같은 교장 아줌탱. 그 여자 분명 태하에 대해 뭔가 알고 있는 것 같았는데, 그 아줌탱이 때문에 일이 더 꼬여버렸다.


서호국제 오빠들도 미안하지만 참석하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줄리엣이 자기 말이면 무조건 올 거라고 장담을 했는데, 쪽 당하는 거 볼 때는 좀 짜릿했다. 근데, 혁이 오라방 올해는 졸업이라고 하던데. 한번 더 볼 수 있음 좋을텐데 아쉬웠다.



안타깝게도 여전히 아무도 전태하를 기억하지 못했다. 사라, 봄, 지현에게 내가 기억하고 있는 모든 일들을 설명해주었지만, 그들의 기억은 나와 달랐다. 그렇지만, 그 아이들은 나를 믿어주었고, 함께 태하를 찾아 주기로 했다. 착한 년들. 내가 유정 선배를 따라 중간계에 간다고 했을 때, 선배를 따라가 같이 데려가 달라고 졸랐다. 아아, 폭풍 감동. 사라다, 봉봉, 곰돌, 너희들과는 평생 간다. 진짜.


게다가, 졸업식을 얼마 안 남겨두고 유정 선배와 3학년 임원들이 기억을 지우지않고 중간계로 떠날 거라고 발표했다. 유정 선배의 이모를 찾으러 가는데 남주 선배, 재선 선배, 소라 선배, 영은 선배가 함께 하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각자 집에는 남홍재단에서 프랑스로 유학을 보내준다고 뻥을 쳤다고 한다.)


나도 데려가 달라고 했지만, 거절당했다. 위험할거라고, 난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격렬비열도에 있는 사잇문을 열고 들어간다고 하는데, 돌아올 수 없을 수도 있다고 했다. (하늘을 찢고 가던 오징어 뱃속을 통해가던 상관없고 난 태하만 찾으면 된다고.) 너무나 시크한 표정으로 몇 마디 하지 않았지만, 유정 선배의 말은 거부하기가 쉽지 않았다. 사실 유정 선배의 말은 언제나 거부하기 쉽지않다. 그런 마성적인 여자다.



교장 아줌탱 말로는 유정 선배의 쌍둥이 이모가 중간계로 사라졌다고 했는데, 내 생각엔 아무래도 태하와 나도 비슷한 운명에 처해진 것 같다. 떠나기 전 3학년 선배들을 찾아갔을 때, 선배들로부터 유정 선배의 엄마와 이모에 관해 들을 수 있었다.


선배는 이모를 모른다고 했다. 기억 속에 아예 없다고, 우연히 발견한 사진 한 장에서 알게 되었다고. 선배들도 누군가가 우리의 기억을 가지고 장난을 치고 있고, 어쩌면 내 쌍둥이 언니도 중간계로 사라진 것이 맞을 수도 있다고 동의했다. 그렇지만, 난 갈 수 없다고. 내가 간다고 하면 사라, 봄, 지현이도 따라간다고 할 것이 분명하고 그러면 남홍여중 학생회는 그걸로 끝이라고. 선배들이 돌아올 때까지 남홍을 지켜 달라고. 대신 중간계에서 나와 똑 같은 애를 찾아보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는 나를 72대 남홍여중 학생회 훈련담당 제4서기관으로 임명했다.



그리하야, 졸업식은 서해의 망망대해에서 치뤄졌다. 폭죽도 없었고, 케이크도 없었다. 비장감만 맴돌았다. 3학년 임원 선배들은 자신들 때문에 다른 졸업생들의 기분을 망치는 것이 싫어 조용히 가겠다고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전원 동의 하에 2월의 추운 겨울 밤, 격열비열도 앞 아즈망 위에서 떠나시는 선배들을 환송해드렸다. 말그대로 눈물 바다였다. 물론, 그렇게 유정 선배와 임원 선배들을 보내 드리고 돌아와서, 다른 3학년 선배들을 위해 기숙사 강당에서 조촐한 과자 파티를 열기는 열었다. 웬일인지, 아무도 환상계에 들어가자고 하지 않았다. 단지 과자 파티가 끝날 무렵, 후배들은 3학년 선배들을 위해 자리를 피해줬고, 선배들은 마지막으로 환상계에 들어갔다. 기억을 지운다고 했다.


왜?


아무도 내게 왜 기억을 지워야 하는지 설명해주지 못했다.



태하야,


잘 있지?

나 이제 알겠어. 네가 왜 이렇게 이곳을 좋아했는지. 남홍여중은 리얼이야. 환상계도 리얼이고. 미안해. 네 말대로 좀 더 일찍 들어왔어야 했는데 말이야.


나 제4서기관 됐다. 믿어지냐? 신입생 훈련교관이라고. 내가 훈련교관 되었을 때, 줄리엣의 표정을 네가 봤어야 하는데. 눈이 완전 땡그래져 가지고 비명 질렀다. 히히. 예상했겠지만, 에이스 사라는 2학년 부회장이 되었어. 봄이는 실력으로는 당연히 제2서기관이 되는 건데, 자기가 일지를 담당하고 싶다고 해서 제5서기관이 됐어. 은혜 선배랑 함께 성문일지를 더 공부하고 싶다나. 재선이는 당연히 재발이 선배의 발자취를 따라 기기담당 제3서기관이 됐고. 재선이 더 컸다. 이제 정말 덩치가 재선 선배랑 비슷해.


사라다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겠다고 매일 연습 삼매경이야. 그렇게 고집이 센 아이인줄 처음 알았네. 완전 폭주기관차야. 주말에도 8시간씩 훈련이야. 근데 새로 개발하는 기술은 죽여줘. 완성되기 전에 안 보여준다는 걸 내가 조르고 졸라서 한번 보여줬는데. 와우, 환상적이야. 완성되면 유정 선배의 더블 클러치 트라이 슬래쉬를 넘어설 것 같아.


봄이는 똑 같아. 나랑도 잘 놀아주고. 요샌 도서관에 자주 있기는 하는데, 그래도 사라정도는 아니야. 나랑 취향도 비슷하고, 관심사도 비슷하고. 죽이 잘 맞아. 아, 맞다. 그리고 애완 문어 한 마리를 키우기 시작했어. 동태평양 붉은 문어라는 종인데, 사이즈가 손바닥 반도 안되는데 이름이 뭔지 아냐? 루비 크라켄징어. 하하하. 근데 봉봉이 왜 키우기 시작한 줄 알어? 아직 다른 애들한테는 비밀인데, 봄이 언젠가 그 문어를 환상계 안에서 구현해보려고 해. 왜 유정 선배의 레드처럼. 아마 다들 깜짝 놀랄 꺼다.


우리 곰돌양께서는 아주 갑부집 딸답게 현질을 아주 제대로 해주시고 계신다. 재선 선배처럼 기기에 빠삭하려면, 다 만져보고 분해해봐야 한다고 새 거 사서 다 부셔 놓고 아빠한테 또 사달라고 하고, 아무튼 덩치는 더 커져서 바닥에 앉아서 뭐에 집중하고 있으면 곰돌이 푸가 꿀단지 빨고 있는 것 같다니까. 뭐, 덕분에 같이 있으면 드론이다 뭐다 신기한 장난감들 갖고 노는 재미가 좋기는 해.


새우대가리. 전 태하.


넌···누구랑 있니? 거기도 친구들이 있는 거지? 근데 왜 요샌 꿈에도 나타나지 않는 거야.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전 태하! 너 꼭 살아있어. 내가 금새 찾으러 갈게. 중간계로 떠난 유정 선배와 다른 선배가 널 찾아본다고 했는데, 요새 드는 생각인데 넌 나만 찾을 수 있는 곳에 있는 것 같아. 그냥 그런 자꾸 생각이 들어. 그런데, 선배들 말이 맞는 것 같다. 난 아직 네가 있는 곳에 갈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아. 그때까지만 기다려줘. 오래 안 걸릴 거야. 금방 갈게, 언니.


금방 갈게, 전 태하.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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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Epilogue +5 19.07.31 321 4 12쪽
» Chapter Twenty Two-Graduation [1부 완결] +1 19.07.31 143 5 12쪽
57 Chapter Twenty One-현무의 심장 (5) +1 19.07.31 118 6 13쪽
56 Chapter Twenty One-현무의 심장 (4) +1 19.07.30 98 3 15쪽
55 Chapter Twenty One-현무의 심장 (3) +1 19.07.30 111 4 12쪽
54 Chapter Twenty One-현무의 심장 (2) +1 19.07.29 90 5 12쪽
53 Chapter Twenty One-현무의 심장 (1) +1 19.07.29 99 4 13쪽
52 Chapter Twenty-Black Moon +3 19.07.25 112 4 14쪽
51 Chapter Nineteen-기억 (2) +2 19.07.21 96 4 12쪽
50 Chapter Nineteen-기억 (1) +2 19.07.18 108 4 14쪽
49 Chapter Eighteen-Biker Girls vs Mad Boys (3) +2 19.07.14 165 6 14쪽
48 Chapter Eighteen-Biker Girls vs Mad Boys (2) +1 19.07.11 125 6 12쪽
47 Chapter Eighteen-Biker Girls vs Mad Boys (1) +2 19.07.07 110 5 13쪽
46 Chapter Seventeen-여름방학 (2) +1 19.07.04 122 6 15쪽
45 Chapter Seventeen-여름방학 (1) +1 19.06.30 125 3 15쪽
44 Chapter Sixteen-Rock, Paper, Scissors +1 19.06.27 123 5 15쪽
43 Chapter Fifteen-7년전 (2) +1 19.06.23 137 3 16쪽
42 Chapter Fifteen-7년전 (1) 19.06.20 104 4 14쪽
41 Chapter Fourteen-The Dragon Lair +1 19.06.16 146 3 17쪽
40 Chapter Thirteen-홍백전 (2) +2 19.06.13 123 3 14쪽
39 Chapter Thirteen-홍백전 (1) +1 19.06.09 117 4 13쪽
38 Interlude +4 19.06.06 110 5 13쪽
37 Chapter Twelve-Real Game (6) +4 19.05.09 183 6 9쪽
36 Chapter Twelve-Real Game (5) 19.05.09 267 5 11쪽
35 Chapter Twelve-Real Game (4) 19.05.09 114 6 8쪽
34 Chapter Twelve-Real Game (3) 19.05.09 75 6 8쪽
33 Chapter Twelve-Real Game (2) 19.05.09 101 6 9쪽
32 Chapter Twelve-Real Game (1) 19.05.09 92 6 9쪽
31 Chapter Eleven-흑주작 (6) +2 19.05.08 120 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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