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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칸더브이 님의 서재입니다.

남홍여중 소녀들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서칸더브이
그림/삽화
Bomemade
작품등록일 :
2019.04.04 01:56
최근연재일 :
2019.07.31 23:37
연재수 :
5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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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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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6
글자수 :
287,562

작성
19.06.23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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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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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Chapter Fifteen-7년전 (2)

DUMMY

‘강화만을 빠져나와 남서쪽으로 세 시간쯤 항해하다 보면 (30노트 유지 시) ‘격렬비열도(格列飛列島)’라는 이름의 세 개의 섬이 나온다. 동경 125°34´, 북위 36°24´에 위치한 이 섬들 중, 동쪽에 자리한 ‘동격렬비도’가 바로 남홍재단이 소유한 섬이고 주작의 둥지로 가는 뱃길의 시작이 되는 점이다. 달이 보이지 않는 밤, 남쪽 절벽 아래 문이 열리니 바다의 주인과 맺은 계약에 따라 주작의 딸들은 그곳을 통하여 남쪽의 경계로 향할 수 있다. 허나, 그 길은 한 방향으로만 나 있어 돌아올 수 없는 길이라 하니, 후배들이여, 바라건대 부디 사용할 일이 없기를 빈다.’


1996년은 인천 앞바다에서 치루던 오징어잡이를 강화만으로 옮긴 지 3년째 되는 해였다. 심한 풍랑으로 바닥에 미리 설치해 두었던 그물이 떨어져 나가버려 당시 학생회는 오징어를 쫓아 서해로 나왔고, 결국 지독한 추격 끝에 태안 앞바다에서 주작의 알을 획득했다. 그곳이 바로 격렬비열도였다. 꽤나 드문 일이었기때문에, 학생회는 추격한 오징어의 경로를 포함하여 당시 상황을 상세히 일지에 기록했다. 나중에 격렬비열도가 남홍재단의 소유라는 것을 알고는 오징어가 왜 그 섬으로 향했는지에 대해 연구하고 나름의 가설을 세웠으며, 후배들을 위한 경고문까지 달아 놓았다.


“바다의 주인과 맺은 계약” 유정은 비슷한 문구를 다른 년도 일지에 본 것 같았다. 유정은 읽고 있던 96년도 성문일지를 던져 놓고 방바닥에서 다른 일지를 집어 들었다.


“아우, 이게 다 뭐야. 방바닥에 또 사전들을 이렇게 어질러 놓았어.”


사진 한 장에서 시작된 탐정생활은 그녀에게 성문일지 탐독이라는 취미를 안겨주었다. 사라진 일지들과 가까운 연도의 것들을 읽기 시작한 유정은 이제 무작위적으로 골라 읽었고, 심지어 매 주말 한 권 씩 집에 들고 왔다.


“엄마 왔어? 홈런볼 사왔어?”


“여기.”


“엄마 최고.”


학교에서는 말수가 적은 유정도 엄마 앞에서는 영락없는 외동딸이었다.


“저럴 땐, 지 아빠 똑 닮았다니까.”


유정은 반가웠다. 4년 전 아빠가 돌아가시고, 엄마는 아빠 이야기를 거의 하지않았다. 아빠의 죽음에 유정보다도 엄마가 더 힘들어했고, 엄마는 근 일년 가까이 우울증도 앓았다. 그래서, 엄마가 아빠에 대해 자연스럽게 언급할 때면 유정은 안도감이 들었다.


“진짜? 난 엄마 닮아 이쁜 거 아니었어?”


“치이~. 아냐. 너 니 아빠 닮았어. 특히 짙은 그 눈하고 동그스름한 콧망울하며, 입도 그렇고.”


“아빠가 그렇게 잘생겼었나?”


“진~~짜 잘생겼었어, 너희 아빠. 젊었을 때 길에 나가면 다들 난리도 아니었어. 아가씨들이 따라다니고, 싸인 해달라고.”


“치이~, 말도 안돼. 무슨 싸인을 해달라고 해. 아빠가 연예인도 아니었는데. 엄마 뻥이 심한데.”


“아니야, 진짜야. 연예인 아니라고 해도 싸인해달라고 했어. 얘가, 내가 왜 너한테 아빠가지고 거짓말하니. 진짜라니까.”


“못 믿겠는데.”


“사진 가져올까? 요새 그 누구야? 잘생긴 배우. 왜 그 멀끔하게 잘생긴 남자애 있잖아. 그래! 김수현! 김수현 닮았어.”


“알았어. 알았어. 그만해. 그리도 어디 가서 그런 소리 하지, 절대로.”


“얘가 진짜라니까.”


“그러니까 알았다고. 그니까 그런 소리는 나한테만 해. 알았지? 아무튼 그렇게 잘생긴 아빠가 엄마를 선택했다~. 뭐 그런 거지?”


“말하자면···, 그렇지. 아빠가 엄마를 선택했으니까, 아빠를 똑 닮은 네가 나온거지.”


“그럼 엄마 닮은 건 없어?”


딸의 질문에 엄마는 잠깐 고민하다가 웃음 지으며 답했다.


“있어! 당황해 하는 표정은 엄마 똑 닮았어. 정말 신기하게, 눈이며, 입이며, 코 전부 다 아빠 닮았는데, 놀라서 어쩔 줄 모를 때는 나를 닮았대.”


“엥?”


“그게 진짜 닮은 거는 아닌데, 눈 똥그래지는 거랑, 입꼬리 올라가는 거. 당황스런 표정에서 엄마 얼굴이 나온대, 옛날에 할머니, 할아버지가 그러셨어. 저녁에 소라무침에 새우 쪄 먹을까?”


“근데, 할머니, 할아버지 나 어렸을 때 돌아가셨잖아.”


“어렸을 때, 너 기저귀에 똥 싸고 그런 표정 지었거든. 찌지 말고 새우튀김 해서 먹자. 좋지? 과자 너무 많이 먹지 말고, 저녁 금방 되니까.”


“그게 뭐야~!”


유정은 엄마를 쫓아 부엌으로 따라갔다. 오랜만에 나누는 오붓한 모녀의 대화는 이 세상에 없는 아빠에서부터 최신 인기 아이돌까지 저녁식사 때까지 이어졌다. 유정은 그 대화 중 어딘 가에 사진 속 엄마의 쌍둥이 자매에 대해 물어볼까 하는 생각이 아주 잠깐 들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


돈암동, 되너미고개에 숨어있는 청사골 노인의 한옥집은 늘 적막했다. 전통문양의 철제 장식이 붙은 무거운 나무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세 평 남짓 되는 텅 빈 시멘트 마당이 손님을 맞이했다. 마당 한쪽에 솟아 있는 상수도관과 그 옆에 뚫어 놓은 수챗구멍, 고무 대야와 비누 한 장이 그 공간을 채우고 있는 전부였다.


하지만, 그날은 달랐다. 남홍여중 교장 이신자가 준비된 마음으로 마당에 들어 섰을 때, 한 소녀가 휠체어에 앉아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열살도 안돼 보이는 소녀는 자신의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축 늘어진 사지는 앙상한 몸뚱아리에 겨우 붙어 있었고, 비틀어진 손가락들은 오므리지도 펴지도 못하는 꼴이었다. 휠체어 뒤로 장착된 산소통에서 호스가 빠져나와 아이의 코에 연결되어 있었으며, 팔뚝에는 주사바늘이 꽂혀 있었다. 비스듬히 기울어진 고개는 하늘을 향했다.


“왜? 놀랐어?”


부엌에서 튀어나온 청사골 노인은 소녀의 몰골에 놀란 이신자를 마당 한편에 세워 둔 채, 인사도 없이 고무 대야로 수챗구멍 막고는 수도꼭지를 틀었다. 세찬 물소리만큼 쏟아지는 양도 많아 작은 마당에 금새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불란사 찾아갈 방법은 알아냈고?”


신자는 아이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아이가 애처로우면서도 묘한 기운이 느껴졌다. 자의로 움직일 수 없는 몸을 가진 아이에게 어울리지 않는 눈빛이었다.


“생명력이야.”


청사골 노인이 그녀의 생각이라도 읽은 것처럼 불쑥 내뱉았다.


“?”


“그 아이 생명력이라고. 무섭지? 꼴은 상 병신꼴을 해가지고는···삶에 대한 호기심은 내 저 아이보다 강한 애를 본 적이 없어.”


“···.”


“잠시 뒤 보게 될 걸세. 깜짝 놀라 뒤로 나자빠지지나 말라고. 이불란사는? 알아냈어?”


유정이 찾아 온 밤, 신자는 청송마을에 가는 방법을 기억해냈다. 하지만, 말해주고 싶지 않았다, 적어도 청룡의 아바따라를 확인하기 전에는.


“네. 그래서 청룡의 화신 그림은 어디 있죠?”


청사골 노인은 대답대신 신자에게 음흉한 눈길을 주었다. 신자는 불쾌했다.


“자네, 왜 청송마을의 절을 ‘이불란사’라고 부르는 줄 알아?”


“······.”


“여러가지 말들이 많은데···.”


바닥부터 차오르는 물이 이제 신자가 신고 있는 구두 밑창에 닿았다. 신자는 기분 나쁜 이 노인네가 지금 뭘 하려고 하는 지 알 수 없었지만 묻지 않았다. 생각을 읽힐 것 같았다.


“그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거는 말이야. 두 이(二)자, 부처 불(佛), 알 란(卵)자를 붙여 놓은 거야. 바로, 두개의 불알. 키키키킥. 불. 알. 크크크흐흐흐, 흐허허허허, 불알. 하하하하. 헛헛헛허.”


자신의 우스갯소리에 신이 난 청사골 노인은 한참을 뒤집어 질 듯이 웃었다. 신자는 헛소리보다도 노인의 가래 낀 마른 웃음이 귀에 더 거슬렸다.


“우리 신자는 유머감각이 황이구만. 그래서 사내들한테 인기가 없나. 허헛 에헴, 흠. 흠. 두개의 알을 모시는 절이라서 ‘이불란사’라는 건데. 거기서 모시는 불(佛)은 청룡이거든, 근데 그 청룡의 알이 둘일리는 없고. 하나가 청룡의 알이라면 그럼 다른 알은 무엇을 가리키는 걸까?”


신자는 노인의 말에 집중하고 싶었으나 점점 더 크게 들리는 물소리가 그녀의 집중을 방해했다.


“하나가 청옥, ‘청룡의 비늘’을 가리키는 거라면, 다른 하나는 바로 흑석, ‘현무의 심장’이라는 얘기가 된단 말이야. 재밌지않아?”


“고작 가설 따위로 저를 청송마을에 보내려는 건가요?”


“가설?”


노인이 그 탁한 눈으로 신자를 노려보았다.


“아님 내 이 두 눈으로 보았을까, 신자? 헤헤. 허허허허. 하긴 또 다른 이야기도 있어. 두 이(二)자 대신에 다른 이(以)자를 써서, 다른 부처가 태어나는 곳이라고 해서. 청룡이 아니라 백룡이 태어날 절이라고.”


이제 차가운 물이 마당 전체를 채웠고 그녀의 구두 속 발가락을 적셨다. 노인은 어느새 소녀 뒤에 서있었다.


“하하하하. 허허흐흐. 얼마나 골 때리는 얘기야. 그렇게 청룡을 불러내려고 했는데, 정작 나타나는 것이 백룡이라니. 허허흐흐. 흐흐흠. 흠. 콜록콜록. 흐으~~~음. 흠. 자, 농은 여까지 하고, 청룡의 화신이나 함 볼까? 거 주작이 잘 하는 거 함 해보게.”


“??”


“왜 거 있잖아. 환상인지, 환영인지 하는 거.”


“’주작의 알’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거 잘 아실텐데요.”


“거 말고. 그것까지 필요 없고. 주작이 바다의 주인과 맺은 계약, 그걸로도 충분해.”


신자를 말문이 막혔다. ‘도대체 이 노인네가 아는 것이 어디까지란 말인가?’ 그녀는 그가 방금 말한 이불란사에 관한 이야기를 속으로 되뇌었다.


“뭐해? 해 떨어지면 할라고?”


노인을 그를 노려보고 있는 신자를 재촉했다. 신자는 소매에서 불검을 꺼냈다.


“···나, 이신자, 용맹스러운 남쪽 붉은 주작의 딸. 이 고귀한 피로 증명하니, 그대와 어머니의 계약에 따라 천년의 문지기는 빗장을 열고 나를 맞이하라. 나 이제 그곳으로 들어가려 하니. 나를 그대의 주인이 있는 곳으로 인도하라.”


핏방울의 그녀의 손가락에서 물 위로 떨어졌다. 순간 사방이 검게 변했다.


---*---


“찾았다!”


저녁 식사 후, 이 일지 저 일지를 뒤져 보던 유정의 입에서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물의 계약은 1952년도 일지 끝부분에 언급됐다.


‘수성전이 끝나고 연회자리에서 청송사 대붕스님 왈, 아이들의 재능은 영물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타고 나는 것이니, 백호는 대지와 가깝고, 청룡은 불과 가까우며, 주작은 물에 가깝다는 것을 기억하라 하셨다. 그리고 또 우리에게 말씀하시길, 옛적에 고약한 남쪽 바다의 주인이 지나가는 배를 격침하고 인간을 괴롭히는 둥 그 심술이 정도를 넘자, 주작의 대모가 그를 좋게 타이르러 바닷속 깊은 곳을 찾아갔는데. 이 놈이 대모를 감히 얕봐 한판이 벌어졌고, 놈은 고작 삼 합 만에 다리 한쪽을 잃고 나서야 목숨만은 살려 달라고 빌고 빌었다 한다. 맘씨가 관대한 주작의 대모는 그 모습을 딱히 여겨 놈을 바닷속 경계에 문지기로 세우고 천년을 지키게 하였는데. 대모가 그렇게 떠나려 하자, 놈이 존함을 물으며 대모와 그 후손에게 주종의 맹세를 하였다고 한다. 그것이 곧 물의 계약이고 주작이 물과 가까운 이유인데, 허나, 바다란 놈은 본성이 변덕스럽고 고약한지라, 대모가 승천하여 하늘에 오르자, 그 이름을 기억하고 후손이 찾아오면 잔재주를 피워 그중 여린 주작의 딸들을 꼬여 저 세계로 데리고 갔다고 한다.’


당시 일지들은 한자가 많이 섞여 있어서 유정은 인터넷을 한참 찾아서 그 내용을 해독했다. 바다의 주인, 주작과 바다의 관계, 물의 계약, 한 방향으로만 나 있는 길, 경계, 저 세계. 유정은 많은 것이 궁금했다. 하지만 52년도 일지 속 물의 계약에 관한 언급은 그게 다였다. 분명 다른 년도 일지들, 아마도 더 오래된 일지들 어딘 가에 또 다른 설명이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유정은 집에 가져온 일지들 중 52년도 전에 것이 있었나 찾았다. 운이 좋게도 한 권 있었다. 1933년도 성문일지. 유정은 성급히 책을 열고 봉인을 풀었다. 바로 그때,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아무 연고없이 창밖에서 불어오는 실바람 같은 것이었다. 불현듯 떠오르는 기사감같은 것이었다. 유정은 1933년도 일지의 마지막 속지 위 인증자 목록을 살폈다.


[64대 학생회. 황미연.

70대 학생회. 최은혜.

71대 학생회. 최은혜. 제5 서기관.

71대 학생회. 신유정. 학생회장.]


‘64대 황미연. 최근 어디서 들어본 이름인데···. 64대 학생회면···7년 전? 근데 은혜는 왜 이 오래된 일지를 작년이랑 올해 두번씩이나 찾아 본거지?’ 유정은 답답했다. 풀고 있는 퍼즐의 또 다른 조각이 나타났는데 그것을 어디에 끼워 맞춰야 하는 지 알 수 없었다.


---*---


그녀의 검은 공간은 무한했다. 온 우주를 담을 수도 있을 것 같은 암흑이었다. 신자는 물의 계약을 통해 구현한 자신만의 환상계에 누군가를 초대한 적은 처음이었다. 그것도 그녀가 세상에서 가장 혐오하는 늙은이와 생전 처음보는 소녀. 하지만, 그녀는 그런 것들이 지금 전혀 성가시지 않았다. 푸른 비늘을 가진 용 한 마리가 어둠 속을 날아다녔다.


십여 미터쯤 되어 보이는 푸른 비늘의 용은 하늘을 바다처럼 유영했다. 몸에 붙어 있는 네 다리는 상상했던 것 보다 길고 단단했고, 날카롭게 구부러진 발톱은 힘있어 보였다. 콧등 위로 난 긴 수염이 한 쌍의 더듬이처럼 바람에 날렸고, 머리 위로 솟은 두개의 짧은 뿔은 은은한 빛을 냈다.


“어때? 확실하냐고 자꾸 쳐물어대더니, 막상 보니까 입이 안 떨어져?”


좀 더 오랫동안 그 신비로운 영물을 관찰하고 싶었지만, 노인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다시 한번 신자의 집중을 흐트러트렸다. 그녀는 노인의 손에 들린 푸른 구슬을 눈치채지 못했다.


“······.”


신자는 청룡이 어떻게 생겼는지 본 적 없었다. 그러나, 확신할 수 있었다. 자신 앞에 나타난 신묘한 생물체의 눈을 보고 있으니 믿음이 생길 수 밖에 없었다.


“자, 이제. 내가 재주 부려야 할 차례인가?”


청사골 노인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옆에 있는 소녀의 발 밑으로 푸른 구슬을 던졌다. 구슬이 깨어지며 푸른 불꽃이 쏟아져 나와 소녀를 감싸고 타올랐다.


“무슨 짓···!!!”


“청룡의 화염이여, 이제 이 아이를 자유롭게 할지니. 천년의 결계를 풀고 봉인했던 재주를 허하라. 이세상에서 다하지 못한 꿈, 저세상에서 축복받으리라.”


화염은 더 거세게 타 올랐고 소녀는 비명조차 지를 수 없었다. 당황한 신자는 벌어진 광경에 어찌할 줄 몰라 손에 든 불검만 세게 쥐었다. 여차하면 청사골 노인네에게 달려들 기세였다.


“신자, 자꾸 봐서 그런가. 자네와 정들었나 보이. 이제 그 예쁜 엉덩이도 못 볼 테니 아쉽구만. 허허허.”


노인은 마른 웃음만을 남기고 사라져 버렸다. 신자가 그를 쫓아가려 환상계에서 나가려는 찰나, 또 다른 광경이 그녀를 붙잡았다.


구슬에서 나온 푸른 불꽃이 서서히 잦아들자, 소녀의 재가 그 위로 떠올랐다. 그것들이 반딧불이처럼 날아 청룡에게 다가갔다. 아이의 기운이 에워싸니, 검은 하늘의 생명체는 변이하기 시작했다. 눈 깜짝할 사이, 길이가 두배 넘게 자라 났고 다리와 몸통도 두꺼워졌다. 푸른 비늘은 더욱 더 짙어 졌으며 등 뒤로 갈퀴가 생겨났다. 얼굴에 난 수염은 더욱 길어져 어깨까지 닿았고 머리의 양각(兩角) 또한 숫사슴의 것 마냥 화려해졌다. 다물어지지 않는 입 양 옆으로 발톱만큼이나 날카로운 이빨이 튀어나와 있었다.


그리고는 신자의 머리위에서 그녀를 비스듬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그 눈빛이 익숙했다. 무시무시하게 생긴 용안(龍顔)에 어울리지 않는 두 눈은 방금 전까지 살아있던 소녀의 눈을 닮았다.


이제 그녀는 오징어잡이만 기다리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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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Epilogue +5 19.07.31 321 4 12쪽
58 Chapter Twenty Two-Graduation [1부 완결] +1 19.07.31 143 5 12쪽
57 Chapter Twenty One-현무의 심장 (5) +1 19.07.31 118 6 13쪽
56 Chapter Twenty One-현무의 심장 (4) +1 19.07.30 98 3 15쪽
55 Chapter Twenty One-현무의 심장 (3) +1 19.07.30 112 4 12쪽
54 Chapter Twenty One-현무의 심장 (2) +1 19.07.29 90 5 12쪽
53 Chapter Twenty One-현무의 심장 (1) +1 19.07.29 100 4 13쪽
52 Chapter Twenty-Black Moon +3 19.07.25 113 4 14쪽
51 Chapter Nineteen-기억 (2) +2 19.07.21 97 4 12쪽
50 Chapter Nineteen-기억 (1) +2 19.07.18 109 4 14쪽
49 Chapter Eighteen-Biker Girls vs Mad Boys (3) +2 19.07.14 165 6 14쪽
48 Chapter Eighteen-Biker Girls vs Mad Boys (2) +1 19.07.11 125 6 12쪽
47 Chapter Eighteen-Biker Girls vs Mad Boys (1) +2 19.07.07 110 5 13쪽
46 Chapter Seventeen-여름방학 (2) +1 19.07.04 122 6 15쪽
45 Chapter Seventeen-여름방학 (1) +1 19.06.30 125 3 15쪽
44 Chapter Sixteen-Rock, Paper, Scissors +1 19.06.27 123 5 15쪽
» Chapter Fifteen-7년전 (2) +1 19.06.23 138 3 16쪽
42 Chapter Fifteen-7년전 (1) 19.06.20 105 4 14쪽
41 Chapter Fourteen-The Dragon Lair +1 19.06.16 146 3 17쪽
40 Chapter Thirteen-홍백전 (2) +2 19.06.13 124 3 14쪽
39 Chapter Thirteen-홍백전 (1) +1 19.06.09 117 4 13쪽
38 Interlude +4 19.06.06 110 5 13쪽
37 Chapter Twelve-Real Game (6) +4 19.05.09 183 6 9쪽
36 Chapter Twelve-Real Game (5) 19.05.09 267 5 11쪽
35 Chapter Twelve-Real Game (4) 19.05.09 114 6 8쪽
34 Chapter Twelve-Real Game (3) 19.05.09 76 6 8쪽
33 Chapter Twelve-Real Game (2) 19.05.09 101 6 9쪽
32 Chapter Twelve-Real Game (1) 19.05.09 94 6 9쪽
31 Chapter Eleven-흑주작 (6) +2 19.05.08 120 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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