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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칸더브이 님의 서재입니다.

남홍여중 소녀들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서칸더브이
그림/삽화
Bomemade
작품등록일 :
2019.04.04 01:56
최근연재일 :
2019.07.31 23:37
연재수 :
59 회
조회수 :
12,059
추천수 :
464
글자수 :
287,562

작성
19.05.09 05:39
조회
115
추천
7
글자
8쪽

Chapter Twelve-Real Game (4)

DUMMY

자신의 몸에 수십 배에 달하는 야생 동물을 맨몸으로 마주 보는 것은 달랐다. 수족관의 단단한 유리 벽 밖이나 거대한 선박 위가 아니라 망망한 바다에서 코앞으로 튀어나온 해양생물은 그 크기만으로도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출렁거리는 파도 아래 소하의 방광도 수축하는 느낌이 들었다. 눈을 뗄 수가 없어 오징어를 뚫어지라 쳐다보고 있던 소하는 제멋대로 움직이는 놈의 눈알과 마주치고는 심장이 멈춰버렸다. 순간 선수 위의 오징어가 갑판을 박차고 튀어 올라 자신을 덮치는 상상이 그녀의 뇌를 지배했고, 잠시 멈췄던 심장의 박동수는 순식간에 치솟았다.


“오징어 대가리, 조금만 기둘려.”


소하는 공포감을 물리치기 위해 혼잣말을 내뱉었다. 효과가 있었다.


오징어의 소프트 스팟(soft spot), 적확히 찌를 수만 있다면 단박에 위 안에 있던 것들을 게워내게 만드는 부위는 오징어 몸통을 감싸는 외투막 안쪽으로 숨어 있는 깔대기 모양의 구조, 즉 누두(syphon)였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누두 안쪽에 위치하는 항문이 학생회가 작살로 맞춰야 하는 정곡이었다. 오징어의 누두는 여러 가지 기능을 하는 기관이었다. 안쪽 깊숙이 아가미가 있어 호흡을 돕는 기관이었으며, 먹물 주머니가 연결되어 있었고, 배설과 생식 또한 누두를 통해 이루어졌다.


무엇보다도, 오징어는 머금었던 물을 누두를 통해 내뿜으면서 얻는 추진력으로 재빠르게 뒤로 헤엄도 치고 급방향을 틀 수도 있었기에, 그 누두가 벌어져 있는 타이밍을 잡기란 매우 어려웠다. 그래서 학생회는 한강 혹은 강화만 바닥에 장치한 그물로 오징어를 옭아맨 후, 오징어가 지칠 때 쯤 누두 쪽을 향해 여러 발의 작살을 쏘아 자극하는 방법으로 구토를 유도했다. 항문에 정확히 맞지 않아도, 누두에 여러 번 자극을 받은 오징어는 먹물을 다 쏟아내고 나서 위장을 게워냈다.


소하는 오징어가 선박 위로 올라와 있는 지금이 누두 속 항문을 노려볼 만한 적기라고 직감했다. 다만, 누두가 보이지 않았다. 분명 외투속에 숨겨져 있을 터인데, 그게 어느 쪽에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전소하!”


오징어를 선박의 좌현에서 바라보고 있던 소하를 마침내 그녀를 따라잡은 지현이 불렀다.


“전소하, 너 정말 네 멋대로 할래? 헉···헉···헉.”


-괜찮아?


지현과 같이 따라온 봄이 안부를 먼저 물었다.


-괜찮아.


“헉! 저거 씨···. 너무 크잖아.”


-소하야, 어떡하려고?


“지금 저 오징어 눈깔에다 작살을 박아버리자. 그럼 떨어질 거 아냐.”


지현이 말과 동시에 작살총을 들어 올렸다.


“안돼!”


소하가 지현을 말렸다.


“왜?”


“물 밖에 나와 있는 지금이 기회야.”


“무슨 기회? 지금 배 가라앉을 것 같은데.”


“배 안 가라앉아. 이제 누두만 보이면 똥꼬를 노려볼 만한 최고의 기회라니까.”


“누두? 오징어 깔대기?”


-누두가 어느 쪽에 있는데?


소하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배 안 가라앉는 거 확실해? 배에서 먼저 떨어뜨리는 게 우선일 것 같은데. 그냥 우리 눈에다 하나 박고 시작하자. 우리끼리 뭘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야.”


거대 오징어를 코에 달고 너울을 타던 아즈망이 갑자기 특유의 그르렁 소리를 내며 뒤로 빠지려고 했지만, 덜컹거리고는 멈췄다. 아직 다 끌어올리진 못한 앵커(anchor) 때문에 단번에 내빼지 못한 배는 오징어의 무게에 다시 한번 앞으로 기울어져 바닥의 프로펠러가 물 밖으로 들어 올려진 채 휘청거렸다.


“나 쏜다!”


“김지현, 하지마!”


바로 그때 남아있던 촉수 하나가 물속에서 올라와 선교를 공격했고, 재선이 선수 쪽 갑판 위로 나동그라졌다.


쉬유~욱. 지현의 작살이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메탈 총열(metal barrel)을 빠져나갔다.


“김지현!”


출렁거리는 물 위에서 휘청거리는 배 위의 과녁은 지름이 1미터라고 한들 맞추기 어려웠다. 빗나간 작살은 재선이 떨어지는 방향으로 날아갔다. 소하의 동공이 커졌다. 오징어의 누두가 소하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내고는 깔대기의 구멍을 벌리기 시작했다.


---*---


선교의 사라가 혼잡한 상황에서 제일 먼저 정신을 차렸다. 선장의 부재 시, 일등 항해사(Chief Officer)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본선의 일등 항해사 역할을 맡은 사라는 인원 체크를 했다. 촉수에 맞은 재선은 갑판 위로 떨어졌지만, 그나마 다행히 영주는 어리둥절해 할 뿐 다친 곳은 없었다.


“괜찮아, 영주야? 정신 차리고, 현재 상황 1호에 당장 보고 해줘!”


사라는 영주의 상태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선수 갑판을 살폈다. 선수 위로 떨어진 재선과 오징어의 거리는 불과 1미터도 되지 않았다. 다급해진 사라는 여전히 선교 안에서 움직이는 촉수를 무시하고, 깨진 창틀에 바짝 붙어 떨어진 충격 때문에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재선을 불렀다.


“선배님! 선배님!”


다행히, 배가 여전히 앞뒤로 너울거리는데도 불구하고 나무 갑판 위의 재선은 더이상 미끄러지지 않았다. 뾰족한 작살 하나가 그녀의 어깨 근처에 비스듬히 박혀 있었다. 사라는 순간 작살이 그녀의 어깨를 관통한 것은 아닐까 봐 겁이 났지만, 작살 아래로 늘어진 슈트가 사라를 안심시켜주었다. 그녀는 재빨리 작살이 날아온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얘들아!”


그녀도 모르게 짧은 신음 소리가 났다. 그리고는 크게 소리쳤다.


“소하야! 지현아!”


“전소하! 김지현!”


몇 번을 부르고 나서야 소하가 사라를 쳐다봤다. 말소리가 파도에 묻혀 잘 전달되지 않았다.


“사라···선배···괜···아~”


소하는 두 팔을 들어 수화를 하기 시작했다. 손가락을 사용하는 언어기에 여전히 그 거리에서 원활한 의사소통은 힘들었지만, 심해진 파도 소리에 묻히는 육성의 대화보다는 효율적이었다. 사라는 재빨리 소하에게 선교 위 조명을 쏘았고 소하도 동작을 크게 하였다.


-재선 선배 괜찮아?


-다행히 작살 때문에···.


-선배 작살에 맞았어?!


-아니, 아냐. 너희가 쏜 작살 때문에 살았어. 하마터면 오징어 입으로 그대로 들어갈 뻔했어.


지현의 작살이 오징어의 눈을 맞추지 못하고 재선이 떨어지는 방향 갑판 위로 날아간 것 만을 본 아이들은 사라의 설명을 이해하지 못했다. 어떻게 빗나간 작살이 그녀를 구했는지 상상할 수 없었지만, 상관없었다.


-재선 선배님은 정말 괜찮으신 거지?


본인의 실수에 가장 걱정이 심한 지현이 다시 한번 물었다.


-응. 괜찮으셔!


사라의 확인에 소하가 재빨리 대화의 주제를 바꿨다.


-사라야! 본선에 작살포가 있다고 했지? 어딨어?


-응? 작살포? 작살포! 아, 맞다!


사라는 무엇인가 생각이 났는지 갑자기 선교 안으로 사라졌다.


“사라야!”


소하는 오징어 깔때기 속 소프트스팟을 맞출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지현의 빗나간 작살이 소하를 망설이게 했다. 그래서 작살포를 찾았다. 언젠가 사라와 지현이 아즈망에 설치된 작살포에 관하여 이야기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다. 훈련이 끝나고 재선이 보여줬다는 작살포는 예전 선배들이 바다에 나가 오징어잡이를 할 때 사용하던 것을 차용해서 아즈망에 설치해 놓았다고 했다. 소하는 그것이 있다면 만에 하나 자신의 작살이 빗나가더라도 도망치는 오징어를 묶어 놓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라는 소하가 미처 계획을 말하기도 전에 선교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뭘 하려는 거야, 이사라.”


그 순간 오징어는 꿈틀대며 재선이 있는 쪽으로 전진했고, 외투막 밖으로 나온 깔때기는 벌어지기 시작했다. 소하는 작살을 그 안으로 겨누었다. 멀리 있는 소리부터 들리지 않아 적막이 되었고, 시야는 점차 좁아져 이제 벌어진 누두의 입구밖에 보이지 않았으며, 평온해진 심장은 사방의 시간을 느리게 했다. 소하는 방아쇠를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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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Chapter Twenty Two-Graduation [1부 완결] +1 19.07.31 146 6 12쪽
57 Chapter Twenty One-현무의 심장 (5) +1 19.07.31 121 7 13쪽
56 Chapter Twenty One-현무의 심장 (4) +1 19.07.30 101 4 15쪽
55 Chapter Twenty One-현무의 심장 (3) +1 19.07.30 114 5 12쪽
54 Chapter Twenty One-현무의 심장 (2) +1 19.07.29 93 6 12쪽
53 Chapter Twenty One-현무의 심장 (1) +1 19.07.29 104 5 13쪽
52 Chapter Twenty-Black Moon +3 19.07.25 115 5 14쪽
51 Chapter Nineteen-기억 (2) +2 19.07.21 100 5 12쪽
50 Chapter Nineteen-기억 (1) +2 19.07.18 113 5 14쪽
49 Chapter Eighteen-Biker Girls vs Mad Boys (3) +2 19.07.14 166 7 14쪽
48 Chapter Eighteen-Biker Girls vs Mad Boys (2) +1 19.07.11 127 7 12쪽
47 Chapter Eighteen-Biker Girls vs Mad Boys (1) +2 19.07.07 111 6 13쪽
46 Chapter Seventeen-여름방학 (2) +1 19.07.04 123 7 15쪽
45 Chapter Seventeen-여름방학 (1) +1 19.06.30 127 4 15쪽
44 Chapter Sixteen-Rock, Paper, Scissors +1 19.06.27 144 6 15쪽
43 Chapter Fifteen-7년전 (2) +1 19.06.23 139 4 16쪽
42 Chapter Fifteen-7년전 (1) 19.06.20 108 5 14쪽
41 Chapter Fourteen-The Dragon Lair +1 19.06.16 148 4 17쪽
40 Chapter Thirteen-홍백전 (2) +2 19.06.13 126 4 14쪽
39 Chapter Thirteen-홍백전 (1) +1 19.06.09 120 5 13쪽
38 Interlude +4 19.06.06 111 6 13쪽
37 Chapter Twelve-Real Game (6) +4 19.05.09 186 7 9쪽
36 Chapter Twelve-Real Game (5) 19.05.09 269 6 11쪽
» Chapter Twelve-Real Game (4) 19.05.09 116 7 8쪽
34 Chapter Twelve-Real Game (3) 19.05.09 78 7 8쪽
33 Chapter Twelve-Real Game (2) 19.05.09 104 7 9쪽
32 Chapter Twelve-Real Game (1) 19.05.09 95 7 9쪽
31 Chapter Eleven-흑주작 (6) +2 19.05.08 123 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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