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서칸더브이 님의 서재입니다.

남홍여중 소녀들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서칸더브이
그림/삽화
Bomemade
작품등록일 :
2019.04.04 01:56
최근연재일 :
2019.07.31 23:37
연재수 :
59 회
조회수 :
11,794
추천수 :
406
글자수 :
287,562

작성
19.07.30 07:00
조회
111
추천
4
글자
12쪽

Chapter Twenty One-현무의 심장 (3)

DUMMY

가까이서 보니 주머니기 아닌 물방울 모양의 얇은 유리 구슬이었다. 오징어 먹물 같은 검정 액체가 담겨있는 유리 구슬안에 자궁 속 태아처럼 한 아이가 웅크리고 있었다. 검은 액체때문에 아이의 뽀얀 피부가 더 창백해 보였다.


“뭘 까요?”


눈깜짝할 새 오징어 스톤 토템을 타고 올라간 소하와 유정은 아무 말없이 한동안 유리 구슬 속 아이를 관찰했다. 침묵을 깨고 소하가 질문을 했지만, 유정도 답이 없었다.


“깨 볼까요?”


소하가 자신의 칼 끝으로 유리 구슬을 툭툭 치며 물었다. 유정은 잠시 소하의 제안을 생각하고는 토템아래 쳐다보고 있는 소녀들에게 소리쳤다.


“떨어지면 받아!”


쉬익~~. 그림자 검이 유리 구슬의 바닥을 말끔하게 잘라냈다. 그와 동시에 하얀 피부의 아이가 먹물과 함께 구슬에서 쏟아져 나와 매끄러운 오징어 석상의 면을 타고 소녀들이 곳으로 떨어졌다.


토템 아래서 유정과 소하를 쳐다보고 있던 아이들은 갑자기 왜 둘이 오징어를 타고 올라갔는지 알 수 없었다. 하늘을 향하고 있는 오징어 눈알 옆에 검은 주머니 같은 것 때문에 그런 것 같은데, 대략 30미터 아래서는 정확하게 상황을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저게 뭐야?”


남주가 옆에 서 있던 소라와 영은에게 물었다.


“I dunno.”


소라가 답했다.


그때 토템 정상의 유정이 소리쳤다. “@#$% 받아!”


“방금 유정이 뭐라고 했냐?”


남주가 물었다.


“뭘 받으라는 것 같은데?”


영은이 답했다.


“뭘?”


“모르겠는데? ···어?”


“뭐 떨어진다! 저거 뭐야! 야, 야. 받아, 받아! 얘들아! 받아!”


빤히 보고 있었음에도 남주와 3학년 임원들은 당황했다. 받으라고는 소리쳤지만, 누구도 섣불리 나서지 않았다. 나서기 쉽지 않았다. 아직 검은 액체가 묻어 있는 그것은 빠른 속도로 미끄러져 내려왔고 가까워 질수록 사람의 형체가 분명해졌다.


“어어어어어.”


“어어어. 떨어진다. 떨어진다.”


“누가 받아!”


“아~~~악!”


마지막 순간까지 그 누구도 덜컥 나서지 않았지만, 그 누구도 추락의 끝을 목격하고 싶지 않았다. 소녀들은 일제히 고개를 돌렸고, 돌리긴 전 그들이 본 마지막 장면은 빠른 속도로 미끄러진 사람 모양의 하얀 물체가 처마같이 휘어진 오징어 스톤 토템의 끝을 타고 5~6미터 공중에 붕 뜬 모습이었다.


휘이잉~~~ 탁.


‘쿵’이나 ‘퍽’이 아니었다. 그 속도로 떨어졌으면 비록 고운 모랫바닥이라도 꽤나 둔탁한 소리를 냈을 터인데, 예상과 달리 착지의 소리는 가벼웠다. 소녀들은 하나, 둘 눈을 뜨고 고개를 돌렸다. 착지 지점에는 180센치미터의 지현이 하얀 피부의 아이를 받아 들고 서 있었다.


“오올~~. 김지현! 잘했어!”


사라가 박수를 치며 칭찬했다. 소녀들은 다시 한번 환호했다. 예상치 못한 신입생의 활약에 모두 엄지를 치켜 올렸다. 하지만 정작 주인공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저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지현이 3학년 임원들을 보고 물었다.


“뭘 어떻게? 내려놔.”


“근데··· 그게···.”


“왜?”


“그게··· 남잔데요.”


“응?”


지현이 눈을 위로 돌리면서 다시 말했다.


“남자입니다, 선배님! 아무것도 입지 않은··· 사내입니다! 콜록.”


---*---



“와~, 살벌하네요. 그래도 여잔데 좀 살살 해주세요, 송파 스님.”


고승들의 반월도와 이신자의 검이 강하게 부딪혔다. 그 충격에 양쪽 다 뒤로 밀려나고 두 진영 사이에 거리가 생기자, 이신지가 먼저 말을 꺼냈다. 때마침 청룡과 다른 화신들의 전투 또한 잠시 소강상태가 되었다.


“현승은 어찌 됐지?”


송파의 질문에 신자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마을 어귀에서 뵈었는데···, 어떻게 말씀드려야 하나, 흠. 원래 나오셨던 데로 보내 드렸어요.”


“개똥 같은 소리! 현승의 재차의가 너 따위 것에 당할 리가 없다!”


송파 옆의 키가 크고 마른 승려가 대뜸 소리를 질렀다.


“성조 스님도 안녕하셨어요. 스님의 은각(銀角) 왜가리도 오랜만이네요.”


이신자의 오른 팔에서 피가 흘러 바닥에 떨어졌다. 화신을 소환하는 청송사 고승들은 무예가 높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만만케 볼 상대는 아니었다. 고승들은 정신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화신과 일심동체가 되어 신자와 청룡에 사생결단으로 맞섰고, 손발이 맞지 않는 신자와 청룡이 상대하기에는 쉽지 않았다. 게다가 현승을 상대하고 곧장 이곳으로 달려오느라 숨돌릴 틈도 없었다.


“그대가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도대체 원하는 것이 무엇이길래, 여기까지 찾아와서 이 행패를 부리는 것이요?”


송파가 물었다.


“저에요, 스님. 이신자. 남홍여중 27대 학생회장! 기억 안나세요? 현승 스님은 알아보시던데.”


“남홍 출신이 어째서···.”


고승들은 어리둥절했다. 그리고 자신 앞에 서있는 중년 여인의 40년전 소녀 때 얼굴을 상상하며 기억을 더듬었다.


“소녀가 정중히 말씀 드리려고 했는데, 다짜고짜 반월도를 휘두르시니. 호호. 제가 사십 여년이 지나 이 찾기도 어려운 곳을 고생고생해서 다시 찾은 이유는 다름이 아니오라, 으흠~~ 휴~~~, 바로 현무의 아이를 찾으러 왔습니다. 여기 있죠, 그 아이, 청송사에?”


네 고승의 표정이 일제히 얼어붙었다.


“이럴 때 요새 애들이 잘 쓰는 표현이 있는데. ‘딱 걸렸어!.’ 호호호.”


송파의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어조도 달라졌다.


“여기는 사방신의 청룡을 모시는 절일세. 자네가 찾는 그런 아이는 이곳에 없네. 그러니 자네의··· 소환수를 데리고 돌아가시게.”


송파는 신자와 함께 온 존재를 청룡이라고 부르고 싶지 않았고, 그렇다고 화신이라고 부르고 싶지도 않았다.


“송파 스님! 저 여자를 그냥 보내준다니요? 그럴 수 없어요. 현승은 어쩌구요?”


성조가 앞으로 나서며 크게 말했다.


“청사골 노친네가 성깔은 고약하게 해도, 말은 똑바로 하네요. 모시는 청룡의 화신을 데리고 왔는데도 알아 보시지도 못하고, 그냥 내쫓을라고 하시네.”


“저것은 모양새만 청룡일 뿐 진정한 청룡의 화신이 아니다.”


송파의 말은 단호했다. 너무나 확신해 차 있어서 신자는 잠시 다음 말을 잊어버렸다.


“그리고 현무의 아이는 이 절에 없다. 청송사의 주지로서 내 목을 걸고 보장하지.”


송파도 알고 있었다. 신자가 숨을 고르고 있다는 것을. 아마도 기운이 돌아오면 다시 달려들지 모른다는 것을. 비록 여인과 그녀가 데려온 용의 공격에 빈틈이 있었지만, 이미 전세는 기울기 시작했고 운이 좋아 다음 공격을 막아낸다고 해도 그 빈틈을 노릴 수 있을 만큼 강한 공격력이 자신들에게는 없다는 것을. 다음 공격이 아니라면, 그 다음 공격에 십중팔구 쓰러진다는 것을.


“그러니 이 노인의 말을 듣고 돌아가게.”


송파가 반월도를 등 뒤로 돌렸다. 송파의 행동에 나머지 고승들도 같은 자세를 취했다. 얼핏 보면 적의를 거두어 드리는 몸짓 같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반월도 창 끝에 달린 푸른 구슬이 손에 더 가까워졌다.


“아~~. 이제 좀 지치네요. 현승 스님도 그러시더니···. 스님, 궁금하시지 않으세요? 기억이 지워졌어야 하는 주작의 딸이 졸업한지 44년이 지나 할머니가 되어서는 왜 여기에 오게 된 건지? 어떻게 온 건지?”


그녀의 입에서 ‘현승’이라는 이름이 다시 나오자 고승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하지만, 그녀가 하고 싶어하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한 톨의 관심조차 없는 듯했다.


“훗, 꽤나 흥미진진한 스토리인데···.”


이번엔 신자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렇죠. 아무도 육십이 다 된 여자의 이야기는 궁금해하진 않아요. 솔직히 육십이 다 된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더 듣고 싶지 않아해요. 호호. 나이가 든다는 것은 그런 거죠.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존재가 되는 거예요. 인간이 늙는다는 것은 벌을 받는 거예요. 죽음은 쉽죠. 죽음을 기다리는 시간이 고통스러운 것이지. 인간의 일생에 가장 긴 시기가 뭔 줄 아세요? 노년이에요. 10년쯤 되는 유년기가 지나면, 10년에서 20년쯤 되는 청년기가 오죠, 그리고는 중년이 와요. 그 후 또 한 10년에서 20년이 지나면 드디어 노년기가 시작되요. 언제 끝날지 모르는, 10년이 될지, 20년이 될지, 30년일 돌지, 50, 60년이 될지 아무도 모르는. 피부는 말라비틀어지고, 장기는 기능을 잃어가고, 정신은 가물가물해지고···. 하지만, 그런 육체적인 변화보다 더 견디기 힘든 거는 세상은 노인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 다는 거예요. 사라지기도 전에 잊혀져버리는 존재가 되는 거죠. 웃기지 않나요? 죽은 자의 말들은 명언이다 뭐다 해가며 그렇게 칭송하지만 정작 어린 것들은 살아있는 현자에게는 관심이 없어요.”


혼자 떠들고 있는 신자의 나이 든 얼굴이 묘하게 소녀시절의 인상을 풍겼다.


“‘신이 인간을 위해 시간의 빗장을 걸었다.’ 이 문구 아시죠? 아시겠죠. 청송사에서 가르치는 이야기인데. 시간의 빗장. 참 그럴싸해요. 있어 보이고. 추상적이고. 신은 왜 시간의 빗장을 이 세상에 걸었을까요, 스님? 그렇게 사랑하는 창조물이 늙어 죽어가는 것을 보기 위해? 그게 아니라면, 죽음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차라리 죽음이 넘지못하는 거대한 벽을 만드는 게 더 쉽지 않았을까요, 스님? 하지만 신은 이 세상에 시간의 빗장을 걸었다. 왜? 왜죠? ···좋아요, 전지전능한 우리의 신은 시간의 빗장이라는 추상적이고, 인간이 감히 이해할 수 없는 초월적인 것을 만들 수는 있어도 단순한 벽 따위를 만들어 우리를 행복하게 할 순 없어요. 왜냐하면, 인간이라니 건방진 창조물은 고난과 역경을 통해서만이 신의 존재를 깨닫고 인생의 참의미를 알 수 있으니까? 뭐 그런 건가요, 송파 스님?”


굳게 닫힌 송파의 입은 열리지 않았다.


“몇 년 전에 티비를 보다가 우연히 인간의 종교에 관한 프로그램을 보던 중에 원죄라는 것이 나왔어요. 기독교 사상에 있는 건데, 인간이 늙고 죽는 것이 태초의 인간이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선악과를 먹어서 그렇다고 하대요, 재미있지 않나요? 들어 보셨나요, 이 이야기? 일말의 자비도 없는 신이죠? 과일 하나 따먹었다고, 아비, 어미 뿐만 아니라 그 자식들에게 그런 무자비한 저주를 걸고. 호호호. 애초에 인간이 옳고 그름을 판단하면 안되는 건 가봐요? 참내. 그런데도 뭔 놈에나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런 신을 믿고 따르는지, 원. 어찌됐건, 그걸 보고 며칠 뒤였나, 어느 날 아침 사과를 먹고 있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에요. 신은 인간이 자신과 같은 존재가 되는 것을 두려워서 인간에게 죽음이라는 저주를 건 것은 아닐까 하는. 선악과가 신의 모든 지혜를 담은 물건이라면, 선악과를 먹는 것이 인간이 신의 능력을 탐하는 행위를 말하고 있는 것이라면. 그러니까 제 말은, 이 신화가 담고 있는 숨겨진 교훈은 어쩌면 신의 본성에 관해 것이 아닐까, 사실 신은 인간이 신처럼 되는 것을 두려워한 것은 아닐까? 그래서 시간을 통한 죽음이 있는 세상에 인간을 몰아 넣고 가둬버린 것은 아닐까? 시간의 빗장이라는 것은 사실, 죽음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신이 우리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남홍여중 소녀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남홍여중 소녀들 1부를 마치며 +4 19.08.01 871 0 -
59 Epilogue +5 19.07.31 321 4 12쪽
58 Chapter Twenty Two-Graduation [1부 완결] +1 19.07.31 143 5 12쪽
57 Chapter Twenty One-현무의 심장 (5) +1 19.07.31 118 6 13쪽
56 Chapter Twenty One-현무의 심장 (4) +1 19.07.30 98 3 15쪽
» Chapter Twenty One-현무의 심장 (3) +1 19.07.30 112 4 12쪽
54 Chapter Twenty One-현무의 심장 (2) +1 19.07.29 90 5 12쪽
53 Chapter Twenty One-현무의 심장 (1) +1 19.07.29 99 4 13쪽
52 Chapter Twenty-Black Moon +3 19.07.25 113 4 14쪽
51 Chapter Nineteen-기억 (2) +2 19.07.21 96 4 12쪽
50 Chapter Nineteen-기억 (1) +2 19.07.18 108 4 14쪽
49 Chapter Eighteen-Biker Girls vs Mad Boys (3) +2 19.07.14 165 6 14쪽
48 Chapter Eighteen-Biker Girls vs Mad Boys (2) +1 19.07.11 125 6 12쪽
47 Chapter Eighteen-Biker Girls vs Mad Boys (1) +2 19.07.07 110 5 13쪽
46 Chapter Seventeen-여름방학 (2) +1 19.07.04 122 6 15쪽
45 Chapter Seventeen-여름방학 (1) +1 19.06.30 125 3 15쪽
44 Chapter Sixteen-Rock, Paper, Scissors +1 19.06.27 123 5 15쪽
43 Chapter Fifteen-7년전 (2) +1 19.06.23 137 3 16쪽
42 Chapter Fifteen-7년전 (1) 19.06.20 104 4 14쪽
41 Chapter Fourteen-The Dragon Lair +1 19.06.16 146 3 17쪽
40 Chapter Thirteen-홍백전 (2) +2 19.06.13 124 3 14쪽
39 Chapter Thirteen-홍백전 (1) +1 19.06.09 117 4 13쪽
38 Interlude +4 19.06.06 110 5 13쪽
37 Chapter Twelve-Real Game (6) +4 19.05.09 183 6 9쪽
36 Chapter Twelve-Real Game (5) 19.05.09 267 5 11쪽
35 Chapter Twelve-Real Game (4) 19.05.09 114 6 8쪽
34 Chapter Twelve-Real Game (3) 19.05.09 76 6 8쪽
33 Chapter Twelve-Real Game (2) 19.05.09 101 6 9쪽
32 Chapter Twelve-Real Game (1) 19.05.09 92 6 9쪽
31 Chapter Eleven-흑주작 (6) +2 19.05.08 120 5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