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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자 님의 서재입니다.

스캔

웹소설 > 일반연재 > SF, 현대판타지

주공자
작품등록일 :
2019.07.17 01:42
최근연재일 :
2019.11.16 23:00
연재수 :
9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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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57,029

작성
19.09.09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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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폭풍전야 3

DUMMY

“학생회가 만들어지고 있는데 그 명분이 학교의 이익잉여금에 대한 것이더군.”


설리반은 질린다는 듯이 고개를 숙이고 머리를 매만지기 시작했다.


“방금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학생회장 후보하고 한바탕했어.

오늘은 그만하고 나가주면 안 되겠니?”


설리반의 적반하장에 김막생 교수는 팔짱을 끼고 코웃음을 쳤다.


“나한테 숨기고 있는 비밀은 이카루스와 이익잉여금 두 개가 전부인 거지?”


“오 제발! 네가 학생은 아니잖아.”


“이런 비밀을 하나씩 만들어가라고 너에게 총장 자리를 양보했던게 아니야!”


“그래. 그랬겠지. 네가 총장 자리에 앉았으면 지금 수업을 받고 있는 학생의 절반은 퇴학이었을 테니까.”


“논점 흐리지 마. 이익잉여금 어디에 쓴 거야?

지금 교수들도 난리야. 똑바로 해명하지 않으면 문제가 커질 거라고.”


“어린애처럼 굴지 마.

내가 그걸 사적인 이익을 위해 쓰지 않았을 거라는 건 네가 제일 잘 알잖아.”


“말 안할거야?”


“김 교수 당신을 보호하기 위해서야.”


그 말을 들은 김막생은 옥저와 달리 무언가를 알았다는 듯이 표정이 굳었다.


“너 설마... 상하이에 보낸 거야?”


그때였다. 똑똑 하는 노크소리가 들렸고 방에는 긴장이 흘러넘쳤다.

만약 상대가 노크하기 전에 방 안에서의 얘기를 엿들었다면.

설리반이 김막생의 말에 대답하기 전이라 하더라도 둘 모두에게 상당히 치명적인 상황이 될 수 있었다.

김막생이 누구냐는 눈빛을 보냈고, 설리반은 고개를 저어 자신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직접 문으로 다가가 열었다.


“총장님 부탁사항 가지고 왔습네다.”


문 앞에는 이카루스가 서 있었다.

설리반 총장은 이카루스에게 학생회 잠입을 요구했고,

내부정보를 보고하기 위해 온 것이다.

설리반은 김막생이 아니라 이카루스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상기하고는 안도의 숨을 쉬었다.


“그래 수고했어.”


설리반은 이카루스가 가져온 서류를 서둘러 챙겼다.


“이제부터 학생회는 설립을 위해서 많은 일들을 할거야.

일정들을 하나도 빼놓지 말고 모조리 내게 알려줘야해.”


“문제없슴다. 지켜보시라요.”


이카루스가 복도를 지나 계단을 내려가는 모습까지 지켜본 설리반은 문을 닫았다.

김막생은 총장에게 ‘간거야?’ 하고 물었고 설리반은 고개를 끄덕였다.

김막생도 안도의 숨을 쉬다가 다시 표정을 굳혔다.


“상하이에 보낸 거야?”


설리반은 긍정도 부정도 아닌 얼굴로 김막생을 쳐다봤다.

김막생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을 수는 있어도 거짓말을 할 수는 없었다.

설령 김막생이 자신의 신념에 정면으로 반하는 인물일 지라도 그에게 거짓말을 해서는 안되는 의무를 진 관계였다.

적어도 이 학교의 설립과, 챔핀코 연합의 정치체계 구축에 상당한 공헌을 한 인물이었으니까.


김막생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아니 믿고 싶지 않다는 듯이 숨을 거칠게 몰아쉬기 시작했다.

정신이 아찔했다.


“언제부터였니?”


“김교수.... 나는...”


“언제부터였냐고!!!”


김막생은 살면서 처음으로 설리반에게 진심으로 화를 냈다.

그렇게 큰 소리를 내는 것을 본 적이 없었던 설리반은 잠깐 움찔했다.

김막생에게 다른 것은 몰라도 설리반의 목숨을 위험하게 할 만한 모든 것들은 결코 용납하지 못했다.

그렇게 만든 것이 설리반 본인일지라도.


“반란세력에게 자금을 지원한 것은 단순한 동조, 방관의 의미가 아니야.

본인이 반란군 그 자체라는 뜻이라고.”


“나는 처음부터 그들과 함께였어.

단 한번도 밸류컴퍼니와 챔핀코 정부가 만들어낸 NC시스템에 동의한 적 없고, 따를 생각도 없어.”


“정신이 나갔군. 거기에 너는 네 목숨과 학교를 끌어들인 거라고.”


“학교를 끌어들인 건 아니야.

이 사실은 아무도 모르고 있고, 이익잉여금에 대한 처분은 이사회를 빼고 내가 독단적으로 횡령해서 처분한거니까.”


“이사회 일원인 나에게 너무 당당하게 말하는 거 아니야?”


설리반은 김막생의 물음에 아랑곳 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예전에도 말했다시피 목숨은 내가 믿는 무언가를 위해 써야 해.

목숨을 지키기 위해 내 신념을 버리면 그 목숨은 처음부터 죽은 거나 마찬가지니까.

이름은 바꿀 수 있지만...”


“삶은 바꿀 수 없고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오지. 그래 알겠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고!

내가 졌으니까 제발 나 말고 어느 누구에게라도 걸리지 않길 바라.”


김막생은 문을 닫지 않고 다시 고개를 내밀면서 한마디 덧붙였다.


“학생회를 이대로 두면 사령부에서 냄새를 맡을거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와해시켜. 꼬리 밟히기 싫으면.”


“격려 고마워. 네가 방금 그 시간을 뺏었어.”


김막생은 문이 쾅 소리가 나도록 거칠게 닫고 나갔다.

설리반은 다시 손을 이마에 짚으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오늘 내 방문 부술 사람 더 없는거지?”


설리반은 그제서야 이카루스가 넘겨준 학생회 명단을 쳐다봤다.

그곳엔 옆에 V체크가 되어있는 이름이 절반 가까이 있었다.

그중에는 크로노스의 이름도 포함되었다.

설리반은 체크되어있는 이름의 숫자를 세어보더니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학생회는 지금도, 앞으로도 영원히 만들어질 수 없을 거라 확신했다.

설리반의 전략과 권력이 있는 한.


세 명이나 상대하며 복잡해진 머리를 식히기 위해 설리반은 평소보다 일찍 퇴근하기로 했다.

학생회 명단을 가져가야 하나 고민하다가 누가 자신의 방에 들어올리도 없고,

설령 들어와서 이것을 본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생각해 그대로 두고 나갔다.

깔끔하게 정리된 책상위에 명단만이 덩그러니 방을 지키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해가 지고 총장실에도 어둠이 찾아왔다.

창 밖으로 들리던 학생들의 말소리도 더는 방으로 들리지 않았다.

적막이 명단을 감추려던 찰나 ‘탁’하는 스위치 소리가 나면서 등이 켜졌다.

발자국 소리는 설리반의 책상을 향해 다가왔고,

그림자는 그 위에 놓인 명단에 손을 뻗었다.


그 이름들을 둘러보던 괴한은 전화기를 들었다.


“노마? 방위정보국장이다. 지금부터 내가 부르는 이름들의 신원을 확인해주게.”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가 무슨 용도로 신원확인을 하는 건지 물었다.

낙화유수는 그에게 대답했다.


“반역자 색출이다.”


작가의말

소설 ‘스캔’에 대한 언론사 인터뷰를 하는 관계로 어제 연재하지 못해 오늘 두 편을 올릴 예정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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