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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자 님의 서재입니다.

스캔

웹소설 > 일반연재 > SF, 현대판타지

주공자
작품등록일 :
2019.07.17 01:42
최근연재일 :
2019.11.16 23:00
연재수 :
97 회
조회수 :
26,923
추천수 :
901
글자수 :
357,029

작성
19.07.28 19:30
조회
311
추천
11
글자
6쪽

세상 속으로 3

DUMMY

순간 론리의 정신이 번쩍 들었다.

김진우가 론리의 뺨을 퍽 소리가 나도록 세게 때렸기 때문이다.


“너를 죽이려는 사람을 죽이는 건 죄가 아니고 당연한 거야 멍청아.

지금도 가만히 있지 말고 뭐라도 해!”


덕분에 론리는 정신을 차렸지만 상황이 좋아진 것은 아니었다.

수많은 병력들이 그들을 향해 포위망을 좁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진우야. 우리 끝난거야?”


“너 아까 3창고에 뭐가 있냐고 물어봤지?”


“그게 지금 상황에 꼭 대답할 만큼 중요해?”


“그럼 중요하지.”


씨익 웃는 진우의 얼굴 저 너머에 3창고의 문이 날아가는 것이 보였다.

아주 멀리 날아갔다.

문을 날린 것으로 보이는 어떤 물체가 튀어나와 순식간에 창고주위의 기동대들을 날려버렸다.

MFR에 탑승한 빅 브라더였다.


MFR의 위력은 대단했다.

사람이 작동시키는 웨이브건은 모두 무효가되는 쉴드가 작동되어 타격을 받지 않았다.

1톤이 훌쩍 넘는 무게였는데도 움직임이 가벼워 무장한 병력들을 순식간에 발차기와 주먹만으로 날려버렸다.


포위망을 뚫어낸 빅 브라더는 주저없이 입구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전차가 쏘는 레이져캐넌과 그랜드웨이브캐논을 피하면서도,

200미터는 넘게 떨어져있는 거리를 순식간에 좁히며 착지했다.

기동대들은 착지를 위한 발디딤만으로 생기는 먼지와 돌에 휩쓸려 함께 튕겨 날아갔다.


MFR은 본래 지역연합체가 생긴 직후 일어난 자원전쟁에 투입된 로봇이었다.

본래는 FR로만 불리다가 이후에 전투로봇의 크기경쟁이 붙었고,

더욱 거대한 로봇이 나타나 MFR과 GFR로 나뉘었다.


GFR이 전쟁에 도입되면서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은 MFR은,

지역연합체들이 내부적으로 치안을 안정시키는 데 사용되었다.


그러니까 전쟁용으로 도입된 무기가 이제 막 치안용으로 바뀌던 시기였고,

현재 치안대가 보유한 무기중에서는 가장 상위급 무기였던 것이다.


MFR은 전차위에 훌쩍 뛰어오른 뒤 레이져캐넌을 붙잡아 그대로 격파해버렸다.

전차는 상대에게 벗어나려고 궤도를 굴려도 보고,

섬광탄과 최루탄을 빅 브라더에게 조준해보려고도 했지만,

이미 시야각을 벗어난 괴력의 로봇을 상대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빅 브라더가 전차의 모든 무기를 부순 뒤,

궤도를 사정없이 때리자 찌그러져 기동할 수 없었다.


전의를 상실했던 빅 브라더의 부하들도 다시 진영을 갖춰 기동대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구원자를 바라보는 표정을 짓는 론리에게 진우가 말했다.


“우린 12구역으로 가자.”


※ ※ ※


12구역은 악마가 죄인들을 형벌로 다스리는 불지옥과 같았다.

상공에 떠다니는 헬기와 지상의 전차가,

최루탄과 레이져를 쏘면서 만들어진 불과 연기가 거리를 메웠다.


숨을 쉴 수 없게 된 거주자들이 기침하며 숙소를 나왔지만,

밖에선 다시 진압대를 피해 도망다녀야 했다.


방패와 곤봉으로 무장한 진압대는 사람들을 보는 족족 대열을 갖춰,

한 곳으로 몰아낸 뒤 웨이브건을 발사했다.

12구역에 있는 거주자들을 모조리 체포하는 것보다,

상해를 입혀 제압하는 편이 쉬웠으니까.


모든 진압대가 임무에만 충실한 것은 아니었다.

그들 중 일부는 빈민가의 재물을 챙기거나 재미로 사람을 죽였다.

풍족함을 누리지 못하고, 억압받으며 자랐던 하급 치안관들은,

저항하지 못하는 인간 앞에서 변태적인 지배욕구를 충족하느라 혈안을 올렸다.


그런 현상은 긴박하게 돌아가는 중심가의 작전지역보다 외곽이 더 심했다.

사회에서 버림받은 인간 중 나이가 많고 힘이 없거나,

어린 여자들이 사는 곳이 외곽지역이었다.


이제 14살이 된 연화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엄마는 미용사였는데 직업탐색결과 옐로우 명찰을 달게 되어 수용소에 갔다.

아빠는 태어날 때부터 생사조차 알 수 없었다.

마땅한 벌이가 없어 12구역에 사는 사람들의 머리를 미용해주며 살았다.


그가 사는 곳은 전기와 가스가 끊겨 밤에는 춥고 낮에는 더웠다.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점점 좁은 방으로 거처를 옮겼고,

추위와 더위를 덜 느끼는 지하의 2평 남짓한 방에 정착했다.


12구역에서도 외곽에 위치했기에 사람이 별로 없었고,

쥐와 벌레가 많았지만 괜찮았다.

아니, 괜찮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부모도 재력도 없는 아이에게 안락함이나 안전, 그리고 위생보다는 생존이 우선이었으니까.


외곽의 거리까지 불바다가 된 것은 아니었기에,

그는 자신의 숙소에 숨어서 바깥 상황을 지켜볼 셈이었다.


외부에서 들어온 진압대라면 이런 곳에 사람이 있을 거란 생각은 못 할 테니까.

게다가 지하까지 최루가스가 들어오진 않았으니 나가는 편이 더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누군가가 들어왔다.

갈라진 페인트 틈으로 시멘트 부스럼이 떨어지는 외벽에,

가나안노래방이라고 적혀진 간판을 지나 계단을 뚜벅뚜벅 내려와,

자동으로 열리지 않는 자동문을 굳이 열고 들어온 것이다.


‘나를 아는 놈이야!’


연화는 망설이지 않고 방문을 열어 비상구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이 건물엔 어찌 된 일인지 입구와 반대되는 방향에,

사람들은 잘 모를법한 작은 출구가 따로 있었다.


연화는 출구까지 올라가는 좁은 계단복도를 몇 달음 만에 올라갔다.

어려서부터 도망칠 일이 많다 보니,

달리기가 웬만한 어른들보다 훨씬 빠르고 체력도 좋았다.


문을 벌컥 열었던 그는 하지만 거리로 도망칠 수 없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그곳을 막아선 진압대 하나가,

연화의 멱살을 잡아 다시 안으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계단을 전부 내려와 지하에 발을 디딘 연화를 다시 뒤에서 누가 잡아끌었다.


발버둥 치는 연화가 질질 끌려 도착한 곳은 그가 머무르던 방이었다.

낡아서 해진 기다란 소파와 노래방기계가 있었는데,

곰팡이와 쥐오줌 냄새로 가득했다.


“누구야 너희들.”


소파에 떠밀려 앉아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 연화를 보며 진압대는 서로를 보며 웃었다.

그들이 방독면을 벗자 연화의 낯빛은 더욱 어두워졌다.

자신을 아는 놈 중에 가장 질 나쁜 녀석들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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