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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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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자
작품등록일 :
2019.07.17 01:42
최근연재일 :
2019.11.1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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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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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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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57,029

작성
19.08.27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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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2구역의 박해 5

DUMMY

「쿠구궁!」


빅 브라더가 탑승한 MFR과 CK-4로 무장한 중화기부대가 12구역에 도착하자마자 기동대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CK-4 : 챔핀코에서 생산하는 화약무기로 수류탄을 연속해서 발사하는 기관포)

그런데 어쩐 일인지 기동대는 제대로 반격하지도 못한 채 철수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철수하는 방향은 우라노스의 사택이었다.

김진우와 그의 팀원들이 급하게 론리가 있던 건물로 들어갔다.

하지만 그곳에는 연화밖에 없었다.

쌓여있는 기동대원들의 시체들 사이에 서있는.


빌딩 근처에서 어느 소속인지 모를 헬기가 빠르게 12구역을 벗어나고 있을 뿐이었다.

옥상으로 올라가 헬기를 자세히 관찰한 김진우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그것을 향해 힘껏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그 옆에서 함께 손을 흔들던 연화가 진우의 품에 안겨 흐느껴 울며 이야기했다.


“카이로스 언니가 떠났어.”


“그게 누군데?”


“나를 구해준 언니야. 언니가 나한테 같이 가자고 했는데 안된다고 했어.”


카이로스는 떠나기 전 연화에게 말했다. 먼저 싸우러 성 안에 들어간다고.


빅 브라더는 후퇴하는 기동대를 전멸시킬 생각으로 추격했지만 중도에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미 우라노스를 체포하러 온 낙화유수의 부대가 저택을 포위했기 때문이다.

뒤늦게 합류한 김진우가 빅 브라더에게 물었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하죠?”


“우리는 지금부터 상하이로 간다.”


“그곳에 뭐가 있나요?”


“우리와 뜻을 함께할 사람들.”


한편 낙화유수가 심복들 몇 명과 함께 저택에 들어오고 있을 때 우라노스의 집사는 크로노스를 발견했다.

크로노스는 칼을 든 채 벌벌 떨고 있었다.

그의 앞에는 우라노스가 등에 피 흘리며 쓰러져있었다.

집사는 침착하게 크로노스에게 다가가 칼을 빼앗아 자신이 그 손잡이를 쥐었다.

크로노스가 놀라며 물었다.


“지금 뭐하시는...?”


“크로노스.”


집사가 크로노스의 얼굴을 잡고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크로노스의 눈은 혼란과 두려움으로 가득했다.

그때 멀리서 낙화유수의 걸음소리가 뚜벅뚜벅 들려왔다.


“방위정보국장 낙화유수다.

우라노스를 체포하러 왔으니 나머지 인원들은 수색에 협조해주기 바란다.

무기를 들었을 경우 반역자로 간주하고 즉결 처형하겠다!”


집사가 다시 고개를 돌려 크로노스를 보며 말했다.


“앞으로도 지켜주지 못할 것 같다. 미안하구나.”


집사는 우라노스의 시신에 급소를 골라 찌르기 시작했다.


“영감!”


크로노스가 놀라서 소리지르자, 그 소리를 듣고 낙화유수와 심복들이 달려왔다.

집사는 우라노스를 찌르다 말고 낙화유수를 쳐다보며 일어섰다. 칼을 든 채로.


「지이이잉!」


정보국 요원들이 일제히 웨이브건을 쏘기 시작했고 집사는 귀에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낙화유수는 집사의 죽음을 확인한 뒤 크로노스에게 다가왔다.


“방금 우리가 죽인 자가 우라노스인가?”


크로노스는 아무말 못한 채 고개를 저었다.


“그럼 도대체...”


낙화유수는 말을 하다 말고 크로노스가 바라보는 방향을 따라 보았다.

그곳에는 우라노스의 시신, 집사가 크로노스의 칼을 빼앗아 훼손한 시신이 보였다.

낙화유수는 크로노스와 우라노스의 시신을 번갈아 보다가 유정무에게 연락했다.


“우라노스가 사망했습니다.”


저격수가 죽은 어떤 옥상에서 사막의 매는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거리에 쌓인 시체들은 최루탄 가스와 피가 뒤섞였다.

우레탄으로 만들어진 낡은 농구코트와 갈라진 시멘트바닥에 도망다니던 거주민들의 절규가 새빨갛게 묻어있었다.

웨이브건에 맞은 자들이 많았지만, 섬광탄환이 눈에 박혀 죽은 자도 있었다.

도망가는 인원들에게 짓밟혀 죽기도 했다.


그들의 저항에 맞아죽은 기동대와 론리의 총에 사망한 치안관들이 계단에 아무렇게나 널부러져있었다.

아마도 정부는 이들을 위해 무덤을 만들어주지 않을 것이다.

12구역은 조만간 파리와 구더기가 들끓을 것이고, 그것들을 잡아먹는 바퀴벌레가 점령할 것이다.


매는 고개숙여 사망한 거주민들과 치안관들을 위해 묵념했다.


‘위대한 것보다 위대하고 큰 것보다도 거대한 의식이시여.

부디 당신께 돌아가는 자들이 더는 욕심과 무지로 말미암은 고통을 받지 않게 해주소서.’


그리고 낙화유수처럼 유정무에게 전화했다.


“론리 져스틴은 12구역에서 탈출했습니다.”


「아쉽네. 이번에 론리까지 처리했으면 골치아픈 일이 한번에 사라지는 건데말이야.」


“파더의 특수부대가 데려간 듯 합니다.”


「그래. 그나저나 엄청난 난리통이었을텐데 말이야.

자네정도의 실력자가 그 틈에 론리를 죽이지 못했다니 신기하군.」


매는 유정무의 말에 아무런 감정변화를 나타내지 않고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워낙 크게 일어난 분쟁이라 오히려 보는 눈이 많았습니다.”


「자네가 일부러 놔준 건 아니고?」


“쓸데없는 소리 할 거면 끊겠습니다.”


※ ※ ※


‘12구역의 박해’가 일어나고 한 달 후.

아키텍쳐 스쿨은 시험을 치르기 위해 수험생들의 신분을 확인하고 있었다.

신분을 확인한 수험생들은 지정된 자리에 앉았다.


레드 네임카드를 부여받는 인원은 별로 없을뿐더러,

비싼 수업료를 감당하지 못하는 가난한 집안 출신이나, 시험을 치를 자신이없는 학생들은 대부분 시험을 포기한다.


그럼에도 한국, 중국, 일본 지역을 합쳐 많은 수의 학생들이 시험을 보러 왔다.

수험생들은 서로의 얼굴을 보며 과연 이 친구는 합격을 할까 하는 기대에 반가움이 들다가도 경쟁자를 견제하는 감정이 교차한다.

그러면서도 이 모든 경험을 아무나 해보지는 못하는 것이기에 시험을 치르기 위한 강의실 의자나 벽의 모서리까지 눈에 담아두며 설레는 감정을 느꼈다.

이미 경쟁자이자 친구인 옆 사람들과 짝을 지어 즐겁게 수다를 떠는 수험생들도 나타났다.

그들은 합격 후 다니게 될 학교생활에 대한 상상과,

이곳을 졸업하고 진출할 수많은 직업 중 하나를 꿈처럼 공유했다.


누군가 앉아있는 론리의 어깨를 쿡쿡 찔렀다. 옥저였다.

평소 같았으면 심드렁 했겠지만 삶과 죽음의 경계를 여러 번 오간 론리는 옥저마저 반가웠다.

특히 아무도 자신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둘러쌓여 시험을 치를 것이라 생각한 장소.

그곳에서 예상치 못한 지인과의 만남을 가졌을 때는 더더욱.


옥저는 그 사이 더 성숙해진 듯했다. 젖살은 빠지고 이목구비가 원래 자리를 찾아가듯 또렷했다. 짧았던 단발은 어느덧 자라 긴 생머리가 되었다.


“오랜만이야. 검사 이후로 처음이네.”


옥저는 그날 론리가 안 좋은 일을 겪었다는 것을 직감했다.

검사를 받을 당시 론리가 뛰쳐나가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이후 론리가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니,

검사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은 쉽게 추측할 수 있었다.


론리에 대한 소식은 전혀 들을 수 없어서 오래된 친구를 가슴에 묻고 산 지 한 달이었다.

태연하게 아키텍쳐 스쿨에 나타났으니 옥저 입장에선 반가우면서도 원망스러웠다.

론리 입장에선 옥저가 시험을 보는 날 괜한 걱정을 하게 될까 아무렇지 않은 척했던 것인데 말이다.


옥저와 론리가 서로에게 마음을 표현하지 못한 어색한 인사를 마무리짓는다.

옥저가 자신의 자리로 가는 길에 뒤에서 론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 꼭 합격해서 같이 학교에 다니자.”


옥저는 뒤를 돌아볼 수 없었다.

평소에 볼 수 없었던 론리의 다정함과 관심에 얼굴이 빨개졌기 때문이다.


이어서 크로노스가 들어오고, 다음에 사막의 매가 들어왔다.

계속해서 수험생에 대한 신분을 확인하는데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정확히 확인하고 온 게 맞습니까?”


감독관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앞에 있는 접수자를 쳐다보고 있었다.

누군가가 다 헤져서 물이 빠진 청바지와 목이 늘어난 맨투맨 티를 입고 서 있었다.


“이카루스. 블루네임카드인데 아키텍쳐스쿨 시험이라뇨.”


“내래 추천편지를 가지고 왔습네다.”


감독관은 이카루스가 내민 추천장을 보고 무전으로 누군가와 교신했다.


“설리반 총장님 서명이 확실한데요.

이런 경우가 한 번도 없어서 확인이 필요합니다.”


몇 분 뒤 나이가 들어 머리가 하얗게 샌,

하지만 꼿꼿한 허리와 밝은 눈빛을 유지하고 있는 여인이 들어왔다.

하이힐을 신었지만 또각거리지 않았고 당당하지만 자만은 없어보이는 걸음으로 감독관에게 다가왔다.

감독관이 일어나서 그에게 인사했다.


“총장님.”


“고생이 많아요. 이 학생은 내가 특별히 추천해주는 학생이 맞습니다.

시험 치르게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또 한 명을 데려왔어요.”


“누굽니까?”


그때 문을 열고 어떤 여인이 수험장으로 들어왔다.

론리는 그때 그 여인을 누군가로 착각하면서, 반가운 마음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이내 자신이 착각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실망한 채 자리에 앉았다.


‘카이로스인줄 알았어.’


카이로스는 ‘12구역의 박해’때 론리와 함께 그곳을 탈출하는 헬기에 탑승했다.

병원에서 신체에 이상이 없다는 검진을 받은 뒤 론리는 카이로스에게 당분간 함께 살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카이로스는 고개를 저으며 ‘혼자 힘으로 서지 않으면 서울로 온 의미가 없다’고 말한 채 헤어졌다.

그날 이후로 카이로스와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카이로스와 닮은 그 여인은 감독관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제조넘버는 PAXDVD-007. 제품명은 판도라입니다.”


강의실은 이카루스가 블루카드인 것을 알았을 때보다 더 크게 술렁였다.


“디벨로이드가 입학시험을 보러오다니. 나중엔 로봇이 정치도 하겠네.”


감독관은 총장에게 장난하는 것이냐고 되묻는 표정을 지었지만 설리반은 진지하게 명령했다.


“똑같이 수험생으로서의 대우를 해주시고, 공정하게 채점해주세요. 자격이 입증되면 학생으로 받을 겁니다.”


모두의 주목을 받은 판도라까지 자리에 앉고 시험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론리 져스틴, 옥저, 크로노스, 사막의 매, 이카루스, 그리고 판도라는 시험지를 받았다.

모두 이루고자 하는 바는 달랐지만 학교에 들어오게 된 공통된 동기가 있었다.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

그것을 위해 어떻게 해서라도 그들은 이 학교에 입학해야만 했다.


시험지를 받아든 수험생들은 당황했다.

모두들 아키텍쳐 스쿨의 입학시험에는 많은 문제가 있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단 하나의 문제만이 있었고, 나머지는 답안을 적는 백지였다.


「인간의 삶은 의미가 있는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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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Personacon [탈퇴계정]
    작성일
    19.08.27 19:29
    No. 1

    핡...재밌게 읽었습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63 ch******
    작성일
    19.08.28 09:14
    No. 2

    초반에 '연화와 기동대원들의 시체'라고 나와 있는데 연화의 시체와 기동대원들의 시체가 같이 있는지 기동대원들의 시체와 연화(생존)이 같이 있는지 헷갈려요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1 주공자
    작성일
    19.08.28 11:16
    No. 3

    이런 초보적인 비문 부끄럽고 죄송합니다
    수정할 수있게 지적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 MoiraS
    작성일
    19.08.28 14:09
    No. 4

    결국 이렇게 다 만나는군..
    뭔가 여지껏 두툼한 프롤로그 느낌...
    초반에 디테일한 인물소개로 글의 진행이 지체되는가 싶어 걱정이였는데
    이상하게 진행은 다 되고 있었고, 결국 다 만나서 또 새로운 스토리 진행이네..
    이제 마음 좀 놓고 편하게 봐도 될라나ㅋㅋ;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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