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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자 님의 서재입니다.

스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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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자
작품등록일 :
2019.07.17 01:42
최근연재일 :
2019.11.1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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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57,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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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23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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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12구역의 박해 2

DUMMY

진우는 자신의 눈을 믿지 못했다.

론리는 처음으로 소총전투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탁월한 전술로 싸웠다.

적절히 주위의 건물에 숨으면서도 상대가 안심하고 포위하려는 찰나에 한군데를 쳐서 진영을 부쉈다.

과감하게 적진에 파고들어 분대를 공격하다가 빠지기도 했고 건물 옥상에서 지휘자들을 저격하기도 했다.


비록 론리를 위험에 빠뜨릴만한 저격수나 근접거리의 적을 진우가 막아주고 있긴 했지만,

그것을 감안해도 론리는 천재적인 전투를 하고 있었다.

먼 훗날 진우는 이날, ‘12구역의 박해’ 사건을 회고하며 이렇게 적었다.


「론리의 움직임은 변화무쌍했다.

그가 모르게 움직일 수 있는 자는 적어도 그 자리에선 아무도 없었다.

그는 애초에 사람을 초월한 전술을 사용했기 때문에 지금도, 또 앞으로도 그 원리나 원칙을 통달하는 자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그저 론리가 휘젓는 손가락이나 눈으로 좇으며 도통 이 작자가 뭘 하는 건지 궁금해할 뿐일 것이다.」


하지만 천재는 천재일 뿐 신이 아니었다.

끝없이 몰려오는 많은 수의 병력들을 혼자 전멸시킬 수는 없었다.

개인이 휴대할 수 있는 탄약의 한계는 200발 남짓이었다.

체력도 한계에 부딪혔고, 점점 몰려오는 포위망을 계속해서 잘라낼 만큼 동시에 공격할 수도 없었다.


1시간이 지났을 무렵 론리는 점차 수세에 몰려,

골고다부동산이라고 적힌 간판의 건물의 옥상으로 올라갔다.


어느샌가 진우는 보이지 않았고 론리 혼자 가쁜 숨을 내쉬며 이곳으로 다가오는 적들을 지켜봤다.

오로지 하늘에서 무겁게 내리는 눈이 론리의 두려움과 그의 총을 식혀주었다.

다시 침착하게 한 발씩 적을 조준했다.


하지만 포위망은 완전히 구축됐고 론리의 사격에 흔들리지 않은 채 좁혀졌다.

게다가 론리는 더 이상 저격을 하지 못했다.

아래층에서부터 누군가 들어오는 발걸음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화들짝 놀라 소총을 들고 일어섰다.

죽음을 맞이할 때가 온 것일까. 론리는 한숨을 크게 들이키고 옥상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들이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


※ ※ ※


론리 주변의 옥상에 그를 저격하기 위한 저격수들이 상당수 올라가고 있었다.

사실 그것은 한참 전부터 시도되었는데 그들은 올라가는 족족 연락이 끊기고 있었다.

적이 론리와 진우 둘 뿐만이 아니라고 예감한 기동대 지휘부는 저격수와 함께 호위병력 넷을 함께 붙여 올려보냈다.


저격을 위한 웨이브스피어는 이름대로 창과 같이 길었다.

파동증폭기가 장착되었고 전기충전식인 웨이브건에 반해,

즉석으로 가공된 감마선을 에너지파동으로 전환시켜 탄환을 충전할 수 있는 우라늄변환기가 함께 있었다.

이것은 웨이브건처럼 단순히 파동을 사람의 몸에 공명시키는 것이 아니라,

강한 방사능으로 사람의 몸을 융해하고 파괴시키는 무시무시한 무기였다.


저격수가 웨이브스피어를 모두 설치하고 론리를 저격할 준비가 됐다는 무전을 했다.

무전 너머에서는 ‘즉시 사살하라’고 지체없이 명령을 내렸다.

저격수는 론리를 조준하기 시작했다. 천천히 방아쇠에 손을 올리는 순간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짓은 전쟁터에 나온 군인들도 하지 않는데.

너희들은 치안관으로서 부끄럽지도 않나?”


저격수가 고개를 돌리자 호위병력 넷이 어느 새인지도 모르게 쓰러져있었고,

사막의 매가 저격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저격수가 다급하게 웨이브스피어를 매에게 조준했다.

하지만 스쿠프에 눈을 갖다댄 순간 매는 이미 저격수의 옆에 바짝 다가와서는 귓속말로 속삭였다.


“저항하지 못하는 노약자를 죽이고.”


저격수는 순식간에 목을 가격당하며 스피어를 놓쳤다.

급하게 웨이브건을 꺼내려고 했는데 또다시 사막의 매는 사라졌다.

저격수의 주변에 태풍이 휘몰아치듯 광풍이 불기 시작했다.


“피어나지도 않은 소녀를 욕망 아래 짓밟으려 하고.”


저격수는 어디에서 날아온지도 모르는 주먹에 명치를 맞고 쓰러졌다.

저격수는 두려움에 떨며 소리지르고 발버둥쳤다.


“인디언 난민 자식이!”


“방금 인종차별 한 거야? 형벌 하나 추가.”


저격수는 얼굴에 몇 대가 되는지도 모르는 연타를 맞고 코피를 흘리기 시작했다.

광대는 부어오르다가 급기야는 우직끈소리를 내며 함몰됐다. 저격수가 쓰러지려 하자 바람은 멈추고 사막의 매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쓰러지려는 저격수를 붙잡고 억지로 일으켜세웠다.


“아직 안 끝났어 이 새끼야.

아무것도 모르는 소년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고 또 그 하나를 죽이기 위해 수백 명이 몰려들어 핍박한 죄.”


저격수의 턱에 매의 주먹이 정확히 꽂히면서 이 하나가 함께 빠져 날아갔다.

매는 기절한 저격수 옆에 있는 스피어를 들고 저격모드에서 기관모드로 바꿨다.


“나는 이딴 나라를 위해 전장에서 고생한 게 아니거든!”


매는 론리를 향해 몰려드는 병력들을 향해 스피어를 발사했고,

기동대는 마치 폭격기의 습격을 받은 것처럼 일렬로 쓰러졌다.


※ ※ ※


‘하필이면 론리가 12구역으로 들어갔단 말이지?’


사막의 매에게 경기도에 위치한 12구역에 관한 보고를 받은 유정무 사령관은,

일거양득으로 골칫거리를 한꺼번에 치울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론리 져스틴은 향후 정부의 존폐를 위협하는 인물로 성장할 것이라는 파더의 예언과 자체적인 정보가 있다.

그래서 사막의 매가 아키텍쳐스쿨에 입학하는 조건으로 론리의 움직임을 감시하도록 거래한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만약 기회가 된다면 론리를 죽이라고 했다.


파더의 뜻에 거스르는 것은 조금 찝찝하지만 만약 누가 론리를 죽였는지 모른다면 유정무에게는 상관 없었다.

유정무에게 중요한 것은 파더의 뜻보다 체제의 유지였다.


파더와 협력하는 이유는 그의 존재를 정부보다 우위에 뒀기 때문이 아니라,

그의 뜻이 궁극적으로는 정부에게 유익했기 때문이었고,

또 그와 대립할 경우 수많은 반대파가 생길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라노스. 정규군에 대적할 만큼 큰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지역 토호다.

물론 그보다 세력이 큰 곳은 평안도나 칭따오, 티벳을 포함해 많이 있지만,

문제는 연합사령부를 둘러싼 지역에 위치했다는 것이 문제다.


또 유정무는 외교정보특임사령관 시절부터 수도방위사령부 군단장이었던 우라노스를 개인적으로 잘 알았다.

그는 절대 경기도 관찰사로 만족하지 않을 인물이다. 권력에 대한 야욕이 대단했으니까.

만약 그가 정권을 탈환하기 위해 서울을 포위한다면 싸움은 힘들어질 것이다.

게다가 어찌나 여기저기 줄을 대놨는지 막상 정규군이 그와 대립할 경우 실제로 토벌을 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였다.

시민혁명 당시 초대 사령관 다음으로 빨리 군사세력에 등을 돌리고,

시민들에게 협조한 장군이었기 때문에 명분없이 함부로 움직이기도 힘들었다.


그러나 방금 사막의 매가 상황을 바꿨다.

12구역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전말을 보고한 것이다.

지금껏 존재조차 몰랐던 12구역에 대규모의 직업탐색검사 탈주자들이 거주하고 있었고,

그들과 우라노스가 공생하고 있었다니.


사막의 매가 론리를 감시한 덕분에 엄청난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분명히 뒤가 구린 짓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유정무는 낙화유수를 불렀다.

낙화유수는 간단히 경례하고 유정무에게 다가왔다.

유정무는 기회를 놓치기 싫은 조급함에 낙화유수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국장이 국방부장관의 간섭없이 직권으로 동원할 수 있는 병력의 규모가 어느 정도 됩니까?”


“특별법과 안보법 해석상으로는 1개 연대규모지만,

실질적으로 즉시 명령에 따라줄 수 있는 병력은 치안관과 정규군을 포함해서 1개 대대.

400명 정도입니다.”


“장갑차와 로봇도 동원할 수 있소?”


유정무의 질문에 낙화유수는 놀라며 약간 지체한 뒤 대답했다.


“장갑차 10대와 MFR 3기를 동원할 수는 있습니다.

그것은 장관의 동의는 필요 없지만 형식적으로나마 중앙법원의 명령서가 필요합니다.”


“전부 동원해서 경기도 관찰사 우라노스를 체포하시오.”


평소에 감정을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한 낙화유수의 눈썹이 올라가고 눈동자가 커졌다.

하지만 호들갑은 떨지 않고 되묻는다.


“죄목은 뭡니까?”


“반역이오.”


“은밀하게 움직여야 합니까?”


“그럴 필요는 없지만 군사세력이 알아도 대처할 수 없도록 신속하게 움직이시오.”


낙화유수는 더 묻고 싶은 게 많았지만 신속하라는 주문에 더 묻지 않고 경례한 뒤 나간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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