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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자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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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자
작품등록일 :
2019.07.17 01:42
최근연재일 :
2019.11.1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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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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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1
글자수 :
357,029

작성
19.07.27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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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야만의 정의 3

DUMMY

빅 브라더는 찢어진 눈을 가져 표정이 잘 보이지 않았고,

입꼬리가 올라가 있어 웃는 상을 유지하고 있었다.


만약 산전수전을 겪으며 생긴 커다란 칼자국이 눈 밑을 지나가지 않았다면,

누가 봐도 선량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적당한 키에 몸은 약간 말랐지만,

군살 하나 없이 재빨라 보였다.


빅 브라더는 들고있던 가방을 전달했다.

우라노스는 그것을 받아 열어보았다.

금괴와 정제된 마약이었다.


특이한 것은 정제되지 않은 마리화나가 일부 있었는데,

우라노스는 그것을 빼서 말아피운 뒤 가방을 집사에게 맡겼다.

집사는 그것을 금고로 가져갔다.


“다음 달부턴 세금을 줄여주시죠.”


빅 브라더의 말에 우라노스가 마리화나 연기를 뿜으며 되물었다.


“이유가 뭐지?”


“수입이 줄었어요. 너무 자주 습격 하다보니 상인들의 유통경로가 바뀌고 있습니다.

거기에 최근에 더 많은 호프리스들의 유입이 있었어요.

먹여 살릴 식구는 늘고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단 말입니다.”


“내가 너를 그 자리에서 놔둔 이유는 그런 일을 해결하라는 거야.”


“그럼 차라리 마리화나 농장을 더 늘리게 해줘요.”


“정신 나간 소리 하지 마. 벌써 5ha(약 2만평)가 넘었어.

정규군이 냄새를 맡고 오면 우린 전부 죽은 목숨이 될 거야.”


빅 브라더는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관찰사님. 저는 오늘 부탁을 하러 온 게 아니라 통보하러 온 겁니다.

화성에 수색대를 보낼 예정입니다.

농장으로 쓸만한 적당한 땅을 알아보러.

그리고 세금은 오늘부터 반으로 줄일 겁니다.”


“자네 나랑 전쟁해보겠다는 건가?”


“국제경제가 혁명때만큼이나 안 좋아지고 있습니다.

관찰사님도 분위기 파악 좀 하십시오.

정규군들은 경기도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습니다.

우리 살길은 알아서 도모해야 할 때란 말입니다.”


“너는 호랑이가 아니라 개일 뿐이야.

그냥 얌전히 지금처럼 사는 게 좋을거야.”


“당신이야말로 착각하지 마십시오.

이곳은 내가 일군 터전입니다.

누가 와도 제 것은 빼앗아 갈 수 없습니다.

여기 있는 땅, 건물, 작물, 마약, 술. 그리고 사람. 전부 말입니다.”


“빅 브라더. 그동안 함께 일해왔던 정으로 미리 말하는 건데.

다시는 여기 오지 말게. 조용히 이 동네를 떠나면 목숨은 부지할 수 있을 거야.”


“저야말로 함께 일했던 정으로 이 관계를 유지할 방법을 제안한 건데,

예상을 빗나가지 않으시는군요.”


빅 브라더는 고개숙여 인사한 뒤 돌아서서 나갔다.

고민하는 우라노스에게 집사가 다가왔다.


“정규군을 요청할까요?”


집사의 말에 우라노스는 고개를 저었다.


“정규군이 오면 내가 저놈들과 이익을 나누고 눈감아줬다는 사실도 함께 밝혀질거야.

유정무 사령관은 군 출신 정치인들을 숙청하고 싶어서 안달 난 놈이니,

빌미를 제공해줬다간 바로 목이 날아갈 거다.

치안부의 광역기동대와 우리 쪽 사람들만 대기시키게.”


※ ※ ※


겨울의 눈 오는 길,

그것도 하수구 물로 얼룩져 축축하기까지 한 노상에서,

론리는 제대로 잠을 잘 수 없었다.

그저 몸을 웅크려 떨며 눈만 말똥말똥 뜨고 있을 뿐이었다.


처음에는 두려웠다.

노숙을 해봤을 리 없고 이런 거리에서 살아보지도 않은,

순진한 도련님은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하고 죽을 거라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물론 직업탐색과정에서 우주의 끝에 몇 번을 까무러치며,

좁은 공간을 기어다니는 극한의 체험을 한 적이 있었지만,

그날 일은 기억하지 못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두려움보다는 분노에 휩싸였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자신을 여기까지 몰아세운,

챔핀코 정부의 정당성에 대해 회의감이 들었다.

없어져야 할 것은 자신이 아니라,

자신을 이유없이 죽이려고 하는 정부라고 생각했다.


‘복수하려면 먼저 살아남아야 한다.’


반드시 살아남아서 정부가 자신에게 한 짓들,

그리고 직업탐색검사의 오류들에 대해 낱낱이 사람들에게 알리겠다는 결심이 서자,

오히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다.

처음으로 자신의 삶에 대한 목표와 의미를 정한 것이다.


론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곳에서 자신의 생존을 보장해줄 수 있는 인물.

빅 브라더를 찾아가기로 했다.


“이제 결심이 섰어?”


어둠속에 들리는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렸다.

사박사박 눈을 밟으며 자신에게 다가오는 그림자가,

가로등 불빛과 함께 정체를 드러냈다.


빅 브라더였다.

그를 보며 뭘 해야할지 몰라 머뭇거리던 론리에게,

빅 브라더는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손을 잡고 악수하는 론리에게 빅 브라더가 말했다.


“따라와. 보여줄 게 있어.”


빅 브라더의 차를 타고 향하는 곳은 달빛에 호수처럼 반짝이는 곳이었다.

가까이 가면서 형체가 드러났는데, 그것은 비닐온실의 밀집지였다.


눈으로 가늠할 수 없는 넓이의 농장이었는데,

그중 하나의 온실 안에 들어가자 너무 따뜻하고 안락해서,

론리는 그대로 잠에 취해 쓰러질 뻔했다.


온풍기가 가동되고 있었는데,

아마도 온실 중간중간 분포된 거대한 시설에서 공급되는 가스가 에너지원인 듯했다.

온실에서 키우는 작물은 단 하나, 대마초였다.


순식간에 잠에 빠져 휘청거리는 론리의 앞에 두 사람이 보였다.

유정무 사령관과 감마 회장이었다.

론리는 그들이 누군지 기억하지 못했다.

그들은 론리에게 속삭이듯 이야기했다.


「살고 싶다면 우리에게 와.」


론리는 그들의 정체가 너무 궁금하여 달려가고 싶었지만,

온몸에 힘이 빠져 그러지 못했다.

이를 악물고 그들에게 한 걸음씩 다가가며 잠꼬대하듯이 입에 물고있는 물음을 내뱉었다.


“누구야. 너희들은...?”


하지만 그들은 론리의 질문에 대답도 하지 않았고,

그에게 다가와주지도 않았다.

그 자리에서 우뚝 선 채 올 수 있으면 오란 듯이,

미소와 비웃음 사이 어딘가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온실의 한가운데를 향하던 론리 앞을 누군가 가로막아 섰다.

론리의 아버지 맥 져스틴이었다.

론리는 너무나 기쁘고 놀라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아버지!”


맥 져스틴은 론리의 어깨를 있는 힘껏 쥐었다.

그것이 어찌나 아프던지 론리는 잠에서 깨고 말았다.


“여기서 잠들면 죽을거야.”


순간 정신을 차린 론리가 앞을 보자 아무것도 없었다.

빅 브라더가 론리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있을 뿐이었다.


“대마초에서 환각작용을 하는 THC(테트라히드로카나비놀)는 꽃가루로도 날리지.

밀폐된 공간에서 더운 공기가 순환하면 더 치명적이야. 나가자.”


밖에 나와 시원한 바람을 쐬니 론리는 완전히 정신을 차렸다.

정신을 차리고보니 알지도 못하는 빅 브라더에 대한 경계심이 다시 생겼다.


빅 브라더를 따라 둑을 걸어 차로 복귀하는 길에 론리가 물었다.


“본인이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확신하시나요?”


“옳은 것의 기준은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우리 구역에 사는 모두에게 좋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당신 밑에서 일하는 자들에게 저기 있는 마리화나를 정제한 마약을 팔고서,

그들이 갚지 못한 돈을 고리대금으로 전환하는게요?”


론리의 말에 빅 브라더는 키득키득 웃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천진난만한 소년같았다.


“네가 낮에 진우한테 장난을 좀 심하게 당했나본데,

우리는 구역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영업하지 않아.


자발적으로 물건을 사겠다고 하는 사람들과 빼돌리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야.

대부분의 대마나 밀수 주류들은 고위 공무원들이나 기업인, 정치인들에게 팔고 있으니까. 멋진 일이지. 우리들을 좀먹는 자들에게 재산을 되찾아오는 일이잖냐.”


“그렇다고 할아버지를 치는 건 납득이 되지 않아요.”


“할아버지건 할머니건 규율을 어기고 우리 생존을 방해한다면 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죽는 건 나나 너다.

너는 사회의 규율을 어기는 자를 살리기 위해 기꺼이 네 목숨을 내어 줄 수 있니?”


론리는 대답하지 못했다.

직업탐색검사를 받을 당시 경황이 없고 두려워서 낙화유수를 죽이지 않고 나오긴 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낙화유수를,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보여줄 것이 하나 더 남았다.”


차를 타고 농장에서 꽤나 멀리까지 나왔다.

그곳은 빅 브라더가 주로 관리하는 12구역이 아니었다.

빅 브라더는 이곳을 13구역이라고 설명했다.

12구역에 있는 인원들 대부분은 이 구역의 존재 자체도 모르며,

빅 브라더의 심복들만 있다고 했다.


그곳은 예전에 금형과 레이져같은 철강산업단지가 들어서 있다가 버려진 듯했다.

사출기와 주조물들이 널려있었다.

공업단지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버려진 장비들을 이용해 금속을 가공하고 있었다.

또 어떤 곳에는 가공된 부품들을 조립하고 있었다.


“옛날에는 아주 번성한 곳이었어.

작게는 나사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서 로드셀, 유압, 엔진, 모터, 아이스슬러리, 플라즈마까지.

크게는 드론과 로봇까지도 생산했지.”


빅 브라더의 말에 론리가 물었다.


“그런데 어째서 이렇게 버려진 곳이 됐죠?”


“단가를 후려치는 대기업들 때문에 도산하거나,

적은 보수를 받으며 고된 노동을 견디지 못한 직원들이 혁명 당시 사장을 죽였다.”


“그럼 일 하던 사람들이 이 공장을 함께 일궈나갔으면 더 좋은 거 아닌가요?”


“그럴 수도 있었지. 혁명 이후에 수립된 정부가 똑바로 했다면 말이야.”


“이곳 상황을 어떻게 그렇게 잘 알고 계시는 거죠?”


“모르는 게 이상하지. 내가 여기서 일했던 직원이었으니까.”


가는 길에 몇몇은 무장하고 그곳에서 경비를 서고 있었는데,

그중 한 명이 빅 브라더를 알아보고 다가왔다. 김진우였다.


“데려오셨네요. 보스.”


진우는 론리에게 반갑다는 듯이 손을 올렸다.

빅 브라더가 진우에게 작업을 완료했냐고 묻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1번 창고에 진열했고, 방금 검수도 모두 끝났어요.”


진우가 둘을 1번 창고로 안내했다.

수십 명의 무장 경호원을 지나치고서야 창고 앞에 설 수 있었다.

문을 열기 전 진우가 다시 한번 빅 브라더의 표정을 살폈다.

빅 브라더가 고개를 끄덕이고서야 진우는 자물쇠로 잠긴 문을 열었다.


론리는 그 안으로 들어가 진열된 물건을 보고 놀라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것은 화약으로 작동하는 소총과 권총들이었다.

이 창고에 보관되어있는 수량만 해도 1개 보병중대는 갖출 수 있는 규모였다.


‘무기를 어딘가에서 구해온 게 아니라 직접 생산하는 거였어.

이 자체가 거대한 병영시스템이야.’


“이곳은 호프리스들만 모여있는 구역이 아니야.”


빅 브라더는 입고있던 상의를 헤쳐서 오른쪽 어깨를 드러냈다.

그의 명찰 색은 옐로우가 아니라 그레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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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만의 정의 3 +1 19.07.27 431 13 11쪽
13 야만의 정의 2 +3 19.07.27 457 16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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