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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자 님의 서재입니다.

스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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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자
작품등록일 :
2019.07.17 01:42
최근연재일 :
2019.11.1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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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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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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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1
글자수 :
357,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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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3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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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야만의 거래 1

DUMMY

젖은 머리를 말리던 성유나가 옆에 놓인 전자패드의 알림을 보고 유정무에게 말했다.


“경기도 치안부 광역기동대장이 사령관님께 독대를 요청했어요. 급한 사안이라 아침부터 뵙자고 하는데요.”


넥타이를 매던 유정무가 성유나에게 눈살을 찌푸리며 대꾸했다.


“둘만 있을 때는 존댓말좀 안하면 안돼? 왜 말투가 밤하고 아침이 달라.”


“정무 얘기할 땐 그렇게 잘 안돼.”


“그건 그렇고 아침에 홍콩 행정자치위원장이랑 량허 특수지구 건설단장 불러서 조찬모임하기로 돼 있잖아.”


“그랬었지.”


“홍콩 행정자치위원장은 하이드레이트 가스 운송과 수입에 관한 관세 조약 건이고,

량허 특수지구 건설단장은 도심야생동물 조직T.O(조직체계 및 인력구성)결정 건이야.

장관급 인사들 중에서도 주요이슈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일정인데,

갑자기 분위기 4급 치안관은 좀 아니지 않아?

평소에 그런 건 알아서 커트하더니.”


“내가 모르는 얘기들이 좀 있어서 함부로 판단할 수가 없었어.

자기를 안 만나면 분명 후회할 거라고 강조하면서 12구역의 일들에 대해 알고 있다는데?”


비서실장의 말에 연합사령관은 잘 매어진 넥타이를 한번 확인하고 서둘러 쟈켓을 걸쳤다.


“조찬 끝나고 오전 일정은? 아니 점심식사 일정까지 확인해줘.”


“오전은 재정부 추가경정예산 집행현황 보고 받고,

외교부에서 내년도 농산물 및 구제용 컴팩푸드(식량난으로 일어난 시민혁명 이후 만들어진 단백질 합성 식량) 수입 협상방안 보고받기로 했어.

점심식사 일정은 따로 없고.”


“오전일정은 내일로 미루고 조찬일정은 점심일정으로 변경해.

조금 서두르자. 기동대장이란 놈 만나봐야겠어.”


“당신 요즘 좀 이상해.

12구역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건지 말도 안해주고.

그렇게 많은 병력을 움직였는데 나한테 아무런 정보도 안 들어왔을 거라고 생각한거야?

경기도 관찰사는 죽은 채 발견됐다며.”


“그 놈은 반역자였어. 챔핀코를 좀먹는.

너무 위험한 일들이었고, 자기를 보호하려고 그랬던거야.”


“나 연합사령관 비서실장이야.

무슨 일이든 공유해야 당신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어.

어쩌면 당신이 무언가에 신경쓰지 못할 때 거들어 줄 수 도 있고.

지금도 봐. 국방부장관이 당신하고 얼굴도 안 보고 있어.

내가 보안국장의 선조치 후보고였다고 변명하느라 진땀뺐다고.

어차피 믿지도 않을 테지만 그 정도 일을 벌이려면 구색과 명분은 갖춰야 하는거 몰라?”


“그래 알았어.”


“앞으론 뭐든지 무슨 일이든지 공유해.”


유나는 정무에게 새끼손가락을 걸라는 시늉을 했다.

정무는 그런 유나를 보고는 웃으며 손가락을 걸어 약속했다.


“앞으론 전부 보고합죠 실장님.”


유나가 정무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 미처 말리지 못한 머리를 다시 말리며 얘기했다.


“먼저 가 있어. 바로 사령부로 갈테니까.”


“2년 뒤에 선거야.

원로원의 선택을 못 받으면 퇴임할지도 모르는데 사령부 나란히 출근하는 꿈은 언제 이뤄지나.”


“사령관 추문이 얼마나 큰 레임덕을 가져오는지 몰라서 그러는거야?

그땐 정말 재취임 나가리 되는 거야.

나 감동주려고 하는거면 실패했어. 이혼이나 하고 말해.”


“사람 민망하게 하는 재주는 나이를 먹어도 안 죽네.”


유정무가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방을 나가자마자,

성유나는 벌떡 일어나서 문을 열고 사령관이 정말로 갔는지 확인해봤다.

정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유나는 재빨리 전자패드를 통해 누군가와 연결했다.


“사령관은 제가 꽉 잡았어요.

신뢰를 잃은 것 같지는 않아요.

당분간 모든 정보를 공유할거에요.

그런데 오늘 누군가를 만날 예정이에요.

12구역에 있었던 일로 얘기를 나눌 것 같아요.”


“알겠습니다.

상하이 반란세력들에 대한 본격적인 진압으로 연결될 수도 있습니다.

그 만남에 대해 주시해주세요.”


화면을 통해 유나에게 지시하는 자는 맥 져스틴이었다.


※ ※ ※


이무근은 생전 처음 와본 사령부의 모든 것이 어색하고도 신기한 듯 쳐다보며 사진을 찍어대고 있었다.

사령부 경호원이 다가와 이무근의 폰을 빼앗아 사진을 삭제했다.


“사령부의 내부시설은 사진촬영할 수 없습니다.”


이무근이 경호원의 패용증을 잡아 눈 앞으로 갖다댔다.


“경비 4팀. 팀 매니져 굿맨. 굿맨 팀장님!

내가 여길 처음 와봐서 그러는데 보도관제실이 어디요?”


“여기서부터는 정무상 필요한 내부인의 만남이 예약되어야 출입가능합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보도관제실은 담당자와 VIP외에는 출입제한구역입니다.”


이무근이 굿맨에게 자신의 공무원 신분증을 눈앞에 들이밀며 얘기했다.


“거 참 잘난척은. 나도 경기도 상급치안관이야.

당신이랑 같은 직급이라고. 연합사령관님과 독대예정이니까 확인해보라고.”


신분증을 위조한 게 아닐까라는 의심이 들 정도로 경박한 자였다.

하지만 사실일 경우 사령관의 시간을 빼앗는 격이 될 수도 있기에,

굿맨은 유선전화를 통해 비서실에 연락했다.


“정말요? 지금까지 상급치안관하고 독대한 적은 없었잖아요.”


「글쎄요. 각하께서 현장을 중요시하는 열린 소통이라도 하시려나보죠.

더 궁금하면 대변인한테 물어보시던가요.」


당번비서를 통해 이무근의 말이 사실임을 확인한 굿맨은 그에게 출입증을 발급해 주는 수밖에 없었다.

이무근이 안으로 들어가면서 굿맨에게 기분 나쁜 윙크를 한다.

그 순간 굿맨의 핸드폰에 벨소리가 울리는 바람에 자연스럽게 그를 외면했다.


“그래 우리 아들. 바이올렛 스쿨은 잘 다니고 있니?

전화 갑자기 왜 끊었냐고? 신경쓰지마. 미친놈이 하나 있었어.”


보안관제실을 찾아다니던 이무근 앞에는 성유나가 나타났다.


“연합사령부 비서실장 성유나입니다.

보안관제실은 원래 1급제한구역이기 때문에 치안관님은 출입이 제한됩니다.

사령관님을 독대하는 특별한 상황이니 제가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비서실장은 얼굴을 보고 뽑나봐요.”


“경기도 치안관은 친화력으로 뽑나봐요. 우리 오늘 처음 본 사이 맞죠?”


“남녀사이에 처음이 중요한가요?

난 아가씨처럼 예쁜 여자가 스타킹을 신으면 거부할 수 없는 신호가 오거든.

아쉽게도 얼마 전에 안테나가 고장났지만.”


이무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성유나가 몸을 돌려 발길질을 했다.

공격이 너무 빨라 몇 번했는지는 세기 힘들었다.

그 발길질에 이무근은 처음에 무릎을 꿇다가 ‘억’하고 명치를 부여잡으며 쓰러졌다.

숨쉬기 힘들어 입에서 하악 소리를 내던 이무근의 얼굴가까이 성유나가 속삭였다.


“쓰레기새끼 잘 들어.

12구역에서 포주노릇하고 장기매매나 하던 옐로카드놈이 우라노스한테 붙어 치안관 좀 됐다고 서울에서 깝칠 수 있을 줄 알았냐?

오늘 사령관님께 쓸모를 입증 못 하면 넌 바로 우라노스 반역 연좌제로 희토류 채집노역형에 쳐넣을 줄 알아라.”


“켁켁! 명심하겠습니다.”


잔뜩 쫄아든 무근에게 유나가 말없이 손가락으로 앞에 있는 방을 가리켰다.

간판에는 보안관제실이라고 써있었다.

무근이 유나의 눈치를 보며 그에게 최대한 멀리 떨어져 방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유나가 한마디 덧붙였다.


“너 누구랑 말할 때 멀리 떨어져서 말해라. 입 냄새 구리니까.”


유나에 의해 거칠게 닫힌 문 덕분에 관제실은 모니터의 불빛과 어둠이 싸우기 시작했다.

수십 개가 넘는 모니터 앞에 있는 자리가 모두 텅 비어있었다.

사령관의 명령을 받고 실무자들이 모두 자리를 비운 것이다.

모니터에는 쉴 새 없이 언론과 관련한 모든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실무자들은 아마 모니터를 보며 정부가 권장하는 보도지침을 지키지 않는 방송사에 연락해 시정명령을 내리는 일을 하고 있으리라 예상할 수 있었다.


“당신 생각이 맞습니다.

여긴 챔핀코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감시하는 곳이죠.”


모니터의 역광 때문에 보이지 않던 유정무 사령관의 형체가 이무근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무근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가 사령관임을 알 수 있었기에 급하게 거수경례를 했다.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거수경례였기에 왼손으로 어설픈 동작을 구사하는 이무근이다.

그를 보고 사령관은 조금 우스웠지만 표정에는 드러내지 않았다.

이무근은 사령관의 등장만으로도 그에게 압도됐지만,

그런 모습을 첫 만남부터 들키지 않기 위해 태연한 척 답변했다.


“어마어마하게 멋진 곳이군요.”


“반대로 우리가 얘기하기엔 더없이 괜찮은 장소지.

챔핀코에서 감시하는 자는 감시받지 않으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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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야만의 거래 3 19.09.02 96 5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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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야만의 정의 3 +1 19.07.27 431 13 11쪽
13 야만의 정의 2 +3 19.07.27 457 16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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