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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자 님의 서재입니다.

스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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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자
작품등록일 :
2019.07.17 01:42
최근연재일 :
2019.11.16 23:00
연재수 :
9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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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902
추천수 :
901
글자수 :
357,029

작성
19.09.08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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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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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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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폭풍전야 2

DUMMY

유정무는 이무근의 연락을 받고 급하게 사막의 매에게 전화했다.


“학교에 대해서 뭔가 보고할 거 없나?”


「학생회가 만들어질 것 같습니다」


이무근의 이야기는 이런 종류의 소식이 아니었지만,

유정무는 아키텍쳐스쿨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확신했다.


“어째서 보고하지 않은거지?”


「아직 만들어지지도 않았고 학생회가 정부에 위협이 될 만한 존재는 아닐 테니까요」


“그걸 왜 네가 판단하는거야!

앞으로 학생회에 대한 것들 모두 보고해.

론리 져스틴은 어떤가? 학생회에 들어갔나?”


「학생회에 들어오라는 제안을 받긴 했죠」


“그래서? 합류했나?”


「학생회는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좋은 성적을 받지 못한 낙오자들의 소꿉놀이야.

라고 거절하더군요.」


“상관없어. 학생회와 론리의 근황.

그리고 학교에 대해 알게 된 모든 것을 보고해.”


유정무는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

분명 재수없는 영감탱이라고 사막의 매가 욕하고 있을 것이 분명했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이무근의 정보통에 의하면 상하이 반란조직의 자금줄 일부가 학교에서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곳이 어떤 학교인지는 모르니 조사해봐야 하는 일이지만 이 타이밍에 아키텍쳐 스쿨에 학생회가 생긴다니 매우 의심스러웠다.

애초에 론리와 엮여있는 모든 것이 의심스러운 터다.


학생회는 존재 자체로 학교의 운영이 비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증거다.

더군다나 그곳에 있는 설리반 총장과 김막생 교수는 한때 에르네스와 뜻을 함께하던 지식인들이었다.

만약 반란군에 학교의 자금이 들어간다면 학교 운영에 대해 학생들이 불만이 가중될 수 밖에 없다.

모든 이야기가 들어맞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사막의 매에게 이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다.

그는 사막의 매도 의심스러웠다.

애초에 그는 정부에 충성하지 않는 자다.

자신을 버린 정부에 충성을 바라는 것도 웃기다.


무엇보다 그는 그동안 론리가 반정부요인이라는 증거를 얼마든지 찾아내거나 암살하고도 남을 역량이 얼마든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론리는 버젓이 살아있다.

그런 그에게 반란군이 존재한다는 정보 자체가 흘러들어가는 것이 위험하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에 대해 자세한 조사를 시키기에 적합하지 않다.

그는 집무실 문을 열어 밖에 있는 당번비서에게 말했다.


“낙화유수 국장을 집무실로 부르게.”


※ ※ ※


그림자와 함께 총장실로 들어온 옥저는 설리반에게 인사했다.

설리반은 응접테이블에 옥저를 안내했다.

이카루스에게 그랬던 것처럼. 옥저가 테이블 앞에 서서 설리반에게 물었다.


“학생회 설립에 대해 인정해주시는 건가요?”


설리반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그럼 앉지 않겠습니다.

진지한 협상이 아니라면 우리가 한 자리에 앉아 담소를 나눌만큼 친근하게 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지 않나요?”


“역사적으로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은 언제나 주제를 무겁게 생각하고 대립각을 세우는 태도에서 비롯됐지.”


설리반이 다시 한번 앉으라고 고개를 까딱였다.

옥저는 더 고집부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의자에 앉았다.


“내가 원망스럽니?”


설리반의 물음에 옥저가 고개를 저었다.


“총장님 개인을 원망하는게 아니에요.

학교의 시스템이 의문스러운데 그런 것들을 물어봐도 대답해주지 않죠.

우리를 무시하는 처사에 화가 나요.”


“구체적으로 말해볼 수 있니?”


“장학금이 교칙대로 지급되지 않고 있잖아요.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을 전수조사해봤어요.

행정실에선 학교 운영과 관련한 정보를 절대 공개하지 않으니까요.


게다가 이익잉여금 대부분을 매년 어디론가 빼돌리고 있죠.

학생들은 밤새 아르바이트를 하고 빚을 지면서 그 엄청난 학비를 내는 데 돌아오는 건 없어요.

학생을 고통받게 하는 학교라니.”


“네가 지금 당장은 모르고 있는것도,

이해할 수 없는 것들도 있다.

언젠가 너도 그게 뭔지 알게 될 거고 그때가 되면 나를 이해하게 될 거야. 틀림없이.”


“그렇다면 그게 뭔지 당장 밝힐 수 없다는 건가요.

학생들은 당장 고통받고 있는데 그 이유를 언젠가 알게 되고 이해할 수 있을 거라니.

수긍할 거라고 진심으로 믿으신 건 아니죠?”


“원하는 게 뭐니?”


“학교 운영 정보를 공개하세요.

학생현황과 회계정보. 그리고 학자금을 줄여주시고 장학금을 늘려주세요.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하는 학점은 줄여주시고요.”


“그러니까 학교의 권위를 실추시키고 재정을 파탄내면서, 학생의 의무는 없애달라는 거지?”


옥저는 설리반의 침착한 비아냥에 얼굴이 붉어져 벌떡 일어섰다.


“성공하셨네요. 제 시간을 낭비시킨 게 작전이었으면.

또 뵙겠습니다. 그땐 도장을 준비하셔야 할거에요.”


“네가 내 말을 듣지 않고 나간다면 제대로 시작도 하지 않았던 협상을 포기하는 거다.

네가 어른이라면 다시 앉아라.”


아마 옥저가 다시 자리에 앉는다고 해도 설리반은 그가 요구하는 것을 들어주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걸 알고도 옥저는 앉을 수 밖에 없었다.

학생회를 만들겠다는 사람이 총장과의 협상테이블에서 이탈했다는 얘기가 돌면 자신의 입지만 좁아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자. 우선 네가 전달하는 학생회 구성 멤버에게 학비를 감면해줄게.

교칙대로 장학금을 학생들에게 주는 것은 내가 노력해서 점진적으로 개선할테니 믿고 기다려주면 안되겠니?”


“어른들은 항상 믿고 기다려달라는 말만 하죠.

미래를 위해 현재를 포기하고 믿고 기다리는 것.

다시 말하지만 학생들은 당장 고통받고 있고,

그것을 더 견디지 못해 퇴학하고 있어요.


이 학교에 와서 배운 게 하나 있죠.

절대로 다른 사람은 믿지 말라는 것이요.

그게 챔핀코를 올바르게 돌아가게 하는 원동력일 거고요.


게다가 학생회 멤버들에게 우선적으로 특혜를 준다니 정말 역겹네요.

제가 한때나마 총장님을 존경하고 좋아했다는 사실마저 부끄러워질 정도로요.”


“학교의 이익잉여금.

그게 어디로 들어가는지 말하지 않는 것이 너에게 신뢰를 받지 못한다는 건 안다.

하지만 맹세코 그건 내 개인적인 이익에 쓰지 않았고 사회를 위해 썼다.


그걸 비밀로 하는 이유는 너희들을 보호하기 위해서야.

나는 총장으로서 학생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고,

또 지식인으로서 사회의 아픔을 치유해야 할 의무가 있어.”


“그렇다고 해도 비밀을 밝히지 않는 이상 모든 말들은 의미가 없어요.

사회의 아픔이요? 학생들도 아프다고요.”


옥저가 일어나 문을 열고 나가려 할 때 등 뒤로 설리반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차피 넌 학생회를 만들지 못할 거다.

설령 만든다고 해도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고.”


“격려 감사합니다.”


설리반은 쿵 하고 문을 거칠게 닫고 나가는 옥저의 무례함에 화가 나진 않았다.

그저 누군가에게 어떤 상황에서는 악이 되어야 하는 자신과 이 학교의 운명이 지겨울 뿐이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때를 기다릴 뿐이다.


턱을 괴고 문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이유는 이쯤 되어 정말 기다리고 있던 누군가가 왔어야 했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문이 벌컥 열렸을 때 기대하던 사람은 오지 않았다.


“당신 때문이 아니고도 두통이 심한데. 반갑지 않은 손님은 더 받고 싶지 않은데.”


김막생 교수는 궁금함과 분노를 함께 눌러담은 표정으로 설리반에게 뚜벅뚜벅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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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야만의 거래 3 19.09.02 96 5 8쪽
29 야만의 거래 2 19.09.01 112 6 8쪽
28 야만의 거래 1 19.08.31 131 4 9쪽
27 아키텍쳐 스쿨 3 19.08.30 161 9 8쪽
26 아키텍쳐 스쿨 2 +3 19.08.29 188 6 9쪽
25 아키텍쳐 스쿨 1 +2 19.08.28 232 8 7쪽
24 12구역의 박해 5 +4 19.08.27 249 10 11쪽
23 12구역의 박해 4 +5 19.08.26 259 1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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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12구역의 박해 2 +1 19.08.23 260 9 9쪽
20 12구역의 박해 1 +2 19.08.23 291 1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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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세상 속으로 1 +4 19.07.28 421 14 6쪽
15 야만의 정의 4 +4 19.07.28 391 14 7쪽
14 야만의 정의 3 +1 19.07.27 431 13 11쪽
13 야만의 정의 2 +3 19.07.27 457 16 6쪽
12 야만의 정의 1 +4 19.07.26 524 17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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