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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자 님의 서재입니다.

스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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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자
작품등록일 :
2019.07.17 01:42
최근연재일 :
2019.11.1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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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57,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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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04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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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야만의 거래 7

DUMMY

헬기 몇 대가 인천을 지나 이름 없는 무인도로 향하고 있었다.

과거에 남한과 북한이라는 이름으로 갈라져 서로를 경계하는 동안 누구도 점유하지 않은 채 방치된 섬 중의 하나였다.

헬기 안에는 유정무와 성유나가 탑승하고 있었다.

그 뒤로 그를 따르는 굿맨의 팀들이 있었다.

언제나 정장을 입고 근무하다가 작전 현장에 전투수트를 입고 웨이브건으로 무장한 채로 투입되려니 약간은 어색했다.


2시간 전. 굿맨은 유정무의 호출을 받았다는 연락을 받고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서둘러 집무실로 향했다.

경호관으로 임관식에서 단 한번 축하사를 낭독하는 그의 얼굴을 봤을 뿐 대면하는 경우는 여태껏 한번도 없었기 때문에 조금은 긴장됐다.


‘사실은 많이 긴장했어 젠장.’


당번비서가 일어나서 무슨 일로 왔는지 물어보려 할 때 성유나가 나타나서 당번비서를 제지했다.


“기록에 남기지 않는 일정이니까 확인할 필요 없어. 지금부터는 내가 안내할게.”


“실장님. 안녕하십니까.”


“팀장님. 오랜만이에요. 사령 당직 설 때 부관으로 오신 적 있죠? 잘 기억하고 있어요.”


“영광입니다.”


성유나는 굳어서 쭈뼛쭈뼛 따라오는 굿맨의 모습이 귀여워서 미소짓고는 알현 대기실까지 안내해 뒤돌아섰다.

그리고 가까이에 다가와 눈을 마주쳤다.

굿맨은 비서실장의 눈을 회피하는 것은 실례라고 생각해서 마주보았지만 어색해서 최대한 눈동자를 여기저기 굴리고 있었다.


“사령부 경비 4팀장님.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 잘 들으세요.”


“네 실장님.”


성유나는 굿맨이 메고 있는 넥타이, 아주 조금 삐뚫어지고 미세하게 풀린 그것을 중앙에 맞춰 조여주며 말했다.


“직장을 유지하고 싶다면 사령관님의 말에 거절하지 마세요. 거절은 곧 사직입니다.”


“그... 알겠습니다.”


“그래요. 그럼... 준비되셨나요?”


굿맨은 무슨 준비가 필요한 건지 되묻고 싶었지만 질문과 긴장을 한꺼번에 목구멍으로 삼켜 넘긴 뒤 그렇다고 대답했다.

유나는 사령관 집무실을 벌컥 열며 들어가라고 눈짓했다.

지나가는 굿맨에게 유나는 작은 소리로 행운을 빈다고 속삭이고는 문을 닫았다.


이미 유나에 의해 잔뜩 쫄아든 굿맨은 곧장 경례를 했다.

유정무는 그에게 손을 들어 맞경례를 했다.


“들어오게.”


역시 쭈뼛쭈뼛 걸어오는 굿맨을 보고 웃음이 터져나온 유정무는 벌떡 일어서서 굿맨에게 다가갔다.


“비서실장한테 신고식 당했구만.”


“잘 못 들었습니다?”


“아니야. 아니야. 신경쓰지마. 나중에 다 이해할거야. 담배 태우나?”


담배를 내미는 유정무에게 굿맨은 고개를 흔들었다.


“아들이 하나 있습니다.”


잠깐 알아듣지 못한 유정무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훌륭하군. 담배 이기는 자식인가? 자식은 몇 살이 됐나?”


“열 일곱입니다.”


“열 일곱이면...”


“바이올렛 스쿨에 입학했습니다.”


“부전자전이네. 잘됐어!”


사담을 나누며 굿맨의 긴장이 풀려갈 즈음 유정무가 본론을 꺼냈다.


“정부의 규모는 전례가 없을 정도로 커졌지만, 사령관의 입지는 그것을 따라가지 못해.

오히려 흔들리고 있다고 보는 게 맞겠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고 그와 비슷한 권력을 가진 조직들이 계속해서 출현하니까.

그러다 보니 정해진 업무규정이나 법 같은 것을 준수하면서는 내 입지를 지키지도,

합리적인 정무를 추진할 수도 없어.

혼돈의 시대지 않은가.”


“마...맞습니다.”


“나의 그림자가 되어줄 친구가 필요하네.

나는 그게 자네라고 생각해.”


유정무의 제안이 좋은 일인지 나쁜일인지 생각하기도 전에 온몸의 털이 쭈뼜 섰다.

사령관 직속라인이 된다는 것은 살면서 상상해 본 적 조차 없었다.

굿맨이 아무런 대답이 없자 유정무는 그가 자신의 제안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받아들인다고 생각하며 말을 이었다.


“자네는 내가 경호관들에게 관심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오산이야.

난 자네를 오랫동안 지켜봐 왔어.

예상하는 것보다도 훨씬 오래 전부터.


누구에게도 휘둘리거나 아부하지 않고 권력다툼에 끼지 않아 바보같이 경비 4팀장 자리에 앉은 사람을 알고 있지.

오래전부터 팀장을 후보에 올려놨거든.


그런 사람이 나를 위해 일해줘야 나의 권위도 공고해진다.

사령관의 권위가 공고해져야 챔핀코가 단단해진다.

어떤가. 시민 정부 말고 나에게 충성해보겠나?”


굿맨은 사령관의 제안에 고개를 떨군 채 한참을 대답하지 않았다. 예상하지 못했던 반응에 유정무는 당황했다.


‘설마 누구라도 무조건 수락할 이런 절호의 기회마저 거절하고 정도만 걷겠다는 건가?’


그런데 고개를 든 굿맨을 보고 유정무는 다시 한번 당황했다.

그는 훌쩍이고 있었던 것이다.


“사령관님. 여태까지 저를 그렇게 지켜보셨는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충성이요? 물론입니다. 제 목숨도 바칠 수 있습니다!”


사령관은 목숨까지는 필요 없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의 비장한 각오를 지켜줘야 할 것만 같아 입을 다물었다.


“그래. 그럼 앞으로 기대하겠네.

혹시 자네가 함께 일한다면 합을 잘 맞출 수 있는 인원이 있나?”


유정무의 질문에 굿맨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4팀 전원이 그런 인원입니다.”


“지금부터 경비 4팀 전원 사령관 직속 국토안보정찰실로 전출진급됐습니다.

팀장은 실장, 팀원은 모두 과장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실장.”


굿맨이 아까의 일을 회상하는 사이 지정된 장소에 도착했다.

위성에 발각되지 않는 수많은 위장천막들과 수풀이 어우러져 절대로 발각되지 않을만한 장소에 수십대의 C-22 스텔스기가 격납고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이곳은 대외적으로 공개되지 않은 비밀 공군기지인 것이다.


“알포인트 도착했다. 하강준비!”


“와! 실장 달더니 멋있어지셨는데요?”


굿맨은 깐죽거리는 팀원 슌슌의 헬멧을 후려쳤다.


“정신 똑바로 차려 임마. VVIP경호임무야!”


“예이 예이.”


그들은 하강하자마자 흩어져 사주경계를 했다.

헬기가 착륙하는 것을 지켜보던 군인이 다가와 굿맨에게 경례했다.


“공군 0사단장 백지섭입니다.”


백지섭은 초대 사령관의 동기였다.

시민 혁명당시 공군은 진압도, 동조도 하지 않았는데, 초대 사령관의 부관이었던 유정무가 직접 이곳으로 와서 설득해 서울로 진격하는 전방 육군사단을 폭격했다.

그것은 한반도의 시민혁명이 성공하는데 큰 공헌을 했고 그 뒤로 백지섭은 ‘단비사단장’이라 불리며 유정무 사령관과 막역하게 지내고 있다.


“정찰실장 굿맨입니다.”


함께 착륙지점에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굿맨이 양자교신기를 통해 유정무의 헬기 조종사에게 착륙해도 좋다고 알렸다.


유정무가 내리고 성유나가 그 뒤를 따랐다.

공군 사단장이 경례하자 유정무가 물었다.


“도착했습니까?”


“네. 지금 방공호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유정무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표정은 변화가 없었지만 밀려오는 흥분감을 감추지 못한 결과였다.


“물건도 그곳에 있습니까?”


“모두 옮겨놨습니다.”


방공호는 헬기 착륙장에서 꽤나 먼 거리에 있었기에 차량이 준비돼있었다.

굿맨은 사령관이 차에 탈 수 있도록 차 문을 열어주었고,

사령관과 성유나가 차량에 탑승하자 차 문을 닫았다.

사단장은 다른 차량으로 그 뒤를 따를 준비를 했다.


굿맨이 팀원들과 함께 헬기장을 경계하기위해 돌아가는 길에 경적이 울렸다.

뒤를 돌아보니 사령관이 차문을 내리며 큰 소리로 얘기했다.


“앞으로 정찰실장은 어디서든 동석하게.”


굿맨은 그 말에 급하게 팀원들에게 알아서 경계하라는 손짓을 했다.

슌슌이 윙크를 하며 엄지손가락을 내밀고 소리나지 않게 입모양으로 말을 전달했다.


「우리 실장님 권력자아아아아.」


황급히 사령관의 차에 동석하느라 그에게 대꾸하지 못한 것이 가는내내 억울했다.

기회가 있으면 슌슌을 반드시 웨이브건으로 쏘리라고 다짐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방공호에 도착한 사령관은 기다리던 이무근, 아니 황금을 만날 수 있었다.

하마터면 황금에 몸을 안기려 이무근의 인사를 지나칠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이무근은 아직 쓸모가 많은 사람이니까.

유정무는 황금에 대한 반가움을 이무근에게 대신 쏟아내기 위해 격렬하게 포옹하며 인사했다.


“오랜만이군요 친구!”


“친구라니 영광입니다.”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정말 뒤탈은 없는 거겠죠?”


이무근은 유정무의 말에 히죽거리며 골드바 하나를 집어 들었다.

먹음직스럽게 빛나는 노란색과 모서리의 흠집을 체크한 뒤,

품질을 보증하는 인장을 눈에 새기며 사령관에게 말했다.


“혼돈의 시대 아닙니까. 가진 사람이 임자지요.”


“이런 영웅을 친구로 두다니. 나는 참 행운아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광역기동단장님.”


유정무와 이무근이 손을 맞잡은 뒤 크게 웃기 시작했다.


굿맨은 어마어마한 양의 금을 목격하고 머리가 텅 빈 채로 입이 벌어졌다.

그리고 궁금해졌다. 자신은 도대체 앞으로 이런 거래를 몇 번이나 목격할 것인지.

그 거래 속에서 자신은 어떤 공헌을 할 수 있을 것인지.

그리고 이 수많은 금 속에 자신의 몫은 어느 정도가 있는 것인지 말이다.


성유나는 굳은 표정으로 둘의 웃음을 지켜봤다.

이무근에 대한 단장 임명과 그가 가져오는 금의 거래가 잘못된 것인 줄 알았지만 유정무를 적극적으로 만류하지 못했다.

잘못을 한 번만 눈감는다면 그것으로 수많은 챔핀코 시민을 살릴 수 있으니까.


야만의 거래는 그렇게 누군가의 힘과, 도둑질과, 외면과, 복종을 통해 아무런 장애물 없이 원만하게 완성되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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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야만의 거래 3 19.09.02 96 5 8쪽
29 야만의 거래 2 19.09.01 112 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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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야만의 정의 2 +3 19.07.27 457 16 6쪽
12 야만의 정의 1 +4 19.07.26 524 17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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