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주공자 님의 서재입니다.

스캔

웹소설 > 일반연재 > SF, 현대판타지

주공자
작품등록일 :
2019.07.17 01:42
최근연재일 :
2019.11.16 23:00
연재수 :
97 회
조회수 :
26,898
추천수 :
901
글자수 :
357,029

작성
19.07.28 14:15
조회
341
추천
15
글자
8쪽

세상 속으로 2

DUMMY

론리가 겁을 내지 않았던 이유는 그에게 주어진 능력에 있었다.

그는 상대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행동의 결과를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기도 했다.


빅 브라더가 겨눈 것은 론리가 아니라 입구로 침투하려던 무장괴한들이었다.

빅 브라더가 쏜 총이 그 중 하나에게 명중해 맞아 쓰러졌다.

그것을 본 괴한들이 웨이브건을 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대규모 전투가 발생했다.

창고 안에서는 빅 브라더와 김진우가 소총을 쏘며 자신들을 잡으러 오는 괴한들에게 도망다녔고,

론리는 침입자들의 표적이 빅 브라더임을 눈치채고 그와 거리를 벌리며 피해다녔다. 창고 바깥에서는 빅 브라더의 수하들이 포위당한 채 저항하며 기관총과 소총사격을 하고 있었다.


빅 브라더가 이동 중 진열된 소총과 탄창을 집어 론리에게 던졌다.

그것을 엉겁결에 받아든 론리가 탄창을 결합하며 빅 브라더에게 큰 소리로 물었다.


“저들은 누구죠?”


“정규군이 이렇게 신속하게 치고들어왔을 리는 없고,

치안부 광역기동대일거다.

그리고 경기도 관찰사 우라노스의 개인 병력들도 섞여 있겠지.”


“그렇다면 정부 소속이잖아요. 난 저들을 죽일 수 없어요!”


“저놈들은 우릴 전부 죽일 생각인 것 같은데?”


빅 브라더가 달리자마자 론리도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론리는 본의아니게 치안부 기동대가 타겟을 헷갈리게 만드는 미끼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줬다.

아무리 많은 인원들이 론리를 맞추려고 해도,

그들의 행동결과를 전부 예측할 수 있는 론리를 맞추기는 힘들었다.


심지어 론리는 그들의 행동 몇 수 앞을 내다보는 것처럼 진열대 사이사이에서 사라졌다.

기동대가 론리를 잡으려고 수색하는 움직임 자체가,

오히려 론리에게서 그들을 멀어지게 했다.


결국 뭉쳐있던 기동대가 뿔뿔이 흩어져 수색하기 시작하자,

그 순간에 휩싸이는 정적과 불길함을 기다렸다는 듯이,

칼날이 나타나 기동대의 목에 스쳤다.


기동대는 베인 목을 부여잡다가 비명조차 내지르지 못한 채 쓰러졌고,

단검을 든 김진우는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은 채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희생자가 흘린 피만이 이곳에 찾아오는 죽음을 경고할 뿐이었다.


간혹가다 들리는 소총의 사격소리,

그리고 비명소리를 제외하고는 공포가 공간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빅 브라더가 방아쇠를 당긴 소총의 단발 소리 한 번에 명중 하나.

비명소리 한번에 김진우가 베어낸 단검의 상처가 하나.

이것들이 쌓이면서 기동대는 악어에게 사냥당하는 얼룩말 떼로 변했다.

웨이브건은 상대를 죽이기 위함이 아니라,

아군의 죽음에 뒤늦게 반응하는 진혼곡일 뿐이었다.


전투가 시작된 지 30분 조금 넘자 아무런 비명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김진우가 어둠에서 모습을 드러내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폈다.


“전부 처리했습니다.”


그제서야 빅 브라더와 론리가 진열대와 입구 근처에 쌓인 수많은 기동대의 시체를 지나 1공장을 나왔다.

하지만 멀지 않은 곳에서는 교전이 지속되고 있었고,

전문적으로 훈련을 받지 않은 빅 브라더쪽이 밀리고 있었다.

그들은 한 명씩 웨이브건에 맞아 희생되고 있었다.


빅 브라더는 김진우를 보며 말했다.


“나는 3번창고에서 그걸 꺼내올테니까 너는 12구역으로 가!

거기서 사람들을 피신시켜. 론리도 함께 데려가.”


빅 브라더가 부탁한다는 표정으로 론리를 쳐다보자 론리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다른 지역으로 도망갈 수도 없었고,

12구역에 있는 사람들이 공격받는다면 제대로 저항하지 못한채,

죽을 사람들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셋은 동시에 다른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웨이브건에 맞아 컨테이너 지붕에서부터 떨어져 추락하는 동료들이 곳곳에 보였지만 그들을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론리는 달리면서 김진우에게 물었다.


“3번창고에는 도대체 뭐가 있는거야?”


그의 말에 김진우가 대답하려는 순간 무언가를 보고 론리를 밀치며 땅을 굴렀다.

섬광탄이었다. 13구역으로 진입하는 입구에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멀리에서부터 땅에 진동이 느껴지고 큰 소리가 날 정도로 거대한 것이었다.

쿠구구구 하며 무언가가 구르는 소리를 듣자 김진우가 론리에게 다급하게 외쳤다.


“도망쳐!”


론리는 김진우의 외침에 반사적으로 몸을 재빨리 일으켜 버려진 폐공장 안으로 들어갔다.

동시에 바깥은 섬광탄과 최루탄이 무자비하게 바닥에 꽂혀 터지기 시작했다.


거대한 전차가 입구를 막으며 진입하고 있었다.

전차는 자동차를 두 개는 합친 크기의 궤도를 양쪽에 굴렸고,

포신이 긴 레이져캐넌과 상대적으로 포신이 짧은 직사기관포를 장착했다.

직사기관포는 몸체를 돌리며 주기적으로 최루탄과 섬광탄을 발사하고 있었다.

인상적인 것은 탑에 설치된 그랜드웨이브터렛이었는데 그것은 거대한 우퍼같았다.

웨이브건을 거대화시킨 버전으로 범위도, 위력도 훨씬 넓은 파동공격이 가능했다.


전차는 느린 속도로 전진하고 있었다.

최대시속은 120km/h가 넘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갈 수 있지만,

전차를 호위하는 보병들과 속도를 맞춰서,

느리지만 확실하게 가까이 있는 적들을 죽이고 포위망을 좁혔다.


전차가 진입하자 훈련을 받아 어느 정도 소양을 갖춘 병력들마저,

무기력하게 학살당하기 시작했다.

진영은 순식간에 좁혀졌고,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거나 도망가려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모두들 겁에 질리기 시작했다.

론리는 그 장면을 숨어서 지켜보며 입을 틀어막아 두려움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론리라고 해도 저렇게 압도적인 화기와 많은 병력들 앞에선 죽을 수 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는 어떻게 해서라도 다른 인원들이 생산시설과 창고에 주의를 집중하고 있을 때 몰래 그곳을 벗어날 생각이었다.


몸을 몰래 빼낼 수 있을지 상황을 보기 위해,

다시 얼굴을 바깥으로 내미려던 론리가 재빠르게 다시 공장 안의 벽에 기댔다.


기동대 한 명이 론리가 숨어있는 공장을 수색하려고 들어오고 있었다.

그를 맨손으로 제압하거나 총을 쏘는 거야 쉽지만,

그 순간 총소리든 비명소리든 큰 소리가 날 것이다.

모든 병력들에게 자신이 여기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진 않았다.


론리는 선반 아래로 들어가 숨을 죽이고,

문이 반쯤 닫힌 입구를 쳐다보며 그를 기다렸다.


기동대 하나가 웨이브건을 겨누며 주변을 둘러보고는 조심스레 들어왔다.

기동대가 신고 있는 전투화굽이 또각거릴 때마다 론리의 심장도 함께 뛰었다.

그는 이 공장에 있는 선반과 사무실을 모조리 뒤질 작정인 듯했다.


다행스럽게도 그는 구석에 별실로 차려진 사무실을 먼저 뒤지러 간 듯 했다.

그의 몸은 론리의 시야에 사라졌지만,

그가 또각거리는 소리를 계속 내는 덕분에 쉽게 그를 따돌려 입구로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론리는 선반에 총이 부딪혀 소리가 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손을 내밀어 총을 앞으로 빼고는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켰다.


성공이다. 아직 그의 굽소리는 사무실에 머물러있었다.

발 뒤꿈치를 살짝 들어 고양이 걸음으로 은밀하게 입구로 다가갔다.

그리고 입구에 발을 디디는 그 순간 론리는 동료를 찾으러 온 다른 기동대와 정면에서 눈이 마주쳤다.


론리는 망설임없이 기동대를 겨눴고 기동대는 놀라 두 손을 들었다.

론리가 어떻게 할까 망설이는 중에 사무실을 수색하던 기동대의 굽 소리가 빨라졌다.

이쪽으로 급하게 오는 소리였다.


“거기 누구야?”


판단할 겨를도 없이 론리는 눈을 질끈 감고 방아쇠를 당겼는데 당겨지지 않았다.

무기를 한 번도 다뤄보지 않았기 때문에,

방아쇠를 실수로당기지 못하게 막는 안전장치를 풀지 않은 것이다.

론리가 무기를 다룰 줄 모른다는 것을 눈치챈 눈앞의 상대가,

손을 재빨리 내리고 웨이브건을 겨눴다.


「투두두! 투두두!」


김진우가 순식간에 기동대 두 명을 연사로 명중시켰다.

론리가 총에 맞아 쓰러진 두 명의 기동대를 사이에 두고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어 주저앉았다.

김진우는 그런 론리를 억지로 일으킨 뒤 잡아끌었다.


“가자. 기동대들이 이쪽으로 오고 있어.”


“나 방금 사람을 죽일 뻔했어. 그리고 죽을 뻔했어.”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스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0 폭풍전야 5 19.09.10 54 5 3쪽
39 폭풍전야 4 19.09.09 70 5 8쪽
38 폭풍전야 3 +1 19.09.09 64 4 7쪽
37 폭풍전야 2 19.09.08 69 4 8쪽
36 폭풍전야 1 19.09.06 78 4 8쪽
35 야만의 거래 8 19.09.05 80 7 4쪽
34 야만의 거래 7 19.09.04 85 5 10쪽
33 야만의 거래 6 19.09.04 129 5 4쪽
32 야만의 거래 5 19.09.03 87 6 8쪽
31 야만의 거래 4 19.09.02 90 6 8쪽
30 야만의 거래 3 19.09.02 96 5 8쪽
29 야만의 거래 2 19.09.01 112 6 8쪽
28 야만의 거래 1 19.08.31 130 4 9쪽
27 아키텍쳐 스쿨 3 19.08.30 161 9 8쪽
26 아키텍쳐 스쿨 2 +3 19.08.29 188 6 9쪽
25 아키텍쳐 스쿨 1 +2 19.08.28 232 8 7쪽
24 12구역의 박해 5 +4 19.08.27 249 10 11쪽
23 12구역의 박해 4 +5 19.08.26 258 12 8쪽
22 12구역의 박해 3 +2 19.08.26 273 9 9쪽
21 12구역의 박해 2 +1 19.08.23 259 9 9쪽
20 12구역의 박해 1 +2 19.08.23 291 12 7쪽
19 세상 속으로 4 +1 19.07.28 292 11 7쪽
18 세상 속으로 3 +3 19.07.28 311 11 6쪽
» 세상 속으로 2 +5 19.07.28 342 15 8쪽
16 세상 속으로 1 +4 19.07.28 421 14 6쪽
15 야만의 정의 4 +4 19.07.28 391 14 7쪽
14 야만의 정의 3 +1 19.07.27 431 13 11쪽
13 야만의 정의 2 +3 19.07.27 457 16 6쪽
12 야만의 정의 1 +4 19.07.26 524 17 7쪽
11 잠입 2 +6 19.07.24 591 20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