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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자 님의 서재입니다.

스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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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자
작품등록일 :
2019.07.17 01:42
최근연재일 :
2019.11.1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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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57,029

작성
19.08.28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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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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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아키텍쳐 스쿨 1

DUMMY

「따르르르릉! 탁! 따르르르르릉! 탁!」

옥저가 눈살을 찌푸리며 알람을 껐다.

알람을 끈 손조차 미동 없이 다시 잠들었다가 다시 알람이 울리기를 여러 번 반복하던 중에 벌떡 일어났다.


7시 25분. 옥저는 아침도 거른 상태로 후드티 하나를 헐레벌떡 걸친다.

짓눌린 머리카락은 모자로 감춘다. 화장은 사치다. 기숙사를 나와 캠퍼스를 뛰어다녔다.


아키텍쳐 스쿨 학생들은 오전 7시 30분에 수업을 시작하기 때문에 아침부터 지각을 면하기 위해 뛰어다닌다.

한 학기에 의무적으로 수강해야 하는 40학점을 채우기 위한 0교시가 있기 때문이다. 기숙사에 살지 않는 학생들은 5시에 일어나야 할 때도 있다.


살인적인 일정으로 유명하지만 아무도 불평하지 않는다.

불만이 있으면 나가라는 것이 학교의 입장이다.

그 입장을 가장 잘 대변해주는 유명한 교수가 바로 김막생 행정학 교수다.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고뇌하고 고생하는 것은 설계자의 권리가 아니고 의무다.”


김막생 교수는 지금의 아키텍쳐 스쿨 운영방법의 기초가 됐던 ‘설계자들의 집’ 이론을 창시하고 이를 연설한 장본인이었다.

그리고 하필 오늘 옥저의 첫 수업은 김막생 교수의 ‘설계자 윤리’ 과목이다.


달리던 옥저가 시계를 쳐다보자 7시 29분이었다. 뛰어야 한다.

의상과 머리를 생각하며 살금살금 뛰어오는 시늉만 했다간 지각을 할 테고 지각을 했다간 스쿨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그는 우사인 볼트가 0.5초를 앞당기기 위해 전력질주 하는 것처럼 달린다.

이 미래에 왜 우사인 볼트를 예로 드냐고? 그 이후로도 그보다 빠른 사람은 없었다는 게 학계의 정설.


너무 빨리 달리는 바람에 입구에서 모자가 날아갔다.

짓눌린 머리가 다른 이에게 보였지만 상관없었다.

어차피 다른 학생들도 뛰느라 자신을 볼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미쳤지! 무슨 안락함을 누리겠다고 5분 더 자겠다고 일어나지를 않니 이 쓸모없는 망할 몸 덩어리야!’


뒤돌아서 모자를 다시 줍고 전속력으로 달려갔다.

드디어 강의실에 도착했다.

강의실문을 벌컥 열자 강의중인 김막생 교수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신경쓰지 않은 채 강의를 진행하는 듯 했다.

옥저는 안도의 숨을 쉬며 재빨리 빈 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설마 학교에 낭만과 청춘을 즐기려고 오는 건 아니겠지?

그러고 싶으면 그래도 된다. 단 여기서 말고 시민교양학교에서 말이다.”


그러면 그렇지. 그냥 넘어갈 김 교수가 아니다.

그는 학생들이 이곳에서 배움을 소홀히 하고 금요일 오후수업을 째서 한강에 놀러갈 생각을 하는 그 순간,

10만 명의 챔핀코 시민이 굶어 죽고 2000만 명의 챔핀코 시민의 주간 노동 시간이 80분 이상 증가하며 30만 명의 억울한 사법 및 언론 희생자가 생겨난다.

라는 사회공식을 입증한 사람이다. 그러므로 그는 아키텍쳐스쿨 학생들에게 엄격하다.


하지만 시민교양학교는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자든 대리출석을 해서 놀러가든 강의실에서 연애를 하든 모른 척 놔둔다.

시민교양학교를 졸업해서 들어갈 AI수리센터에서는 졸업자의 지식이나 판단력을 요구하지 않으니까.

그의 무능함이 다른 이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으니까.


김막생 교수가 말하는 시민교양학교는 블루명찰을 받은 자들이 가는 학교를 말하는 것으로,

그곳에 가는 순간 레드 명찰은 반납하고 블루로 자동 변경된다.

종종 고된 학업일정을 견디지 못하고 그레이스쿨에 가거나 예체능에 뜻이 생겨,

‘영의 수레바퀴’ 시험을 응시하는 경우가 있지만 시민교양학교로 가는 아키텍쳐 스쿨의 학생들은 여지껏 없었다.


만 18세부터 입학하는 아키텍쳐 스쿨은 2학년부터 정치, 행정, 외교, 사법 , 언론, 상급연구, 상급치안으로 전공이 나뉜다.

정치는 예산을 배정하거나 법률을 입안하는 원로원에 들어간다.

행정은 그것을 집행하는 국가 공무원, 외교는 타국의 대사관이나 연합체간의 동맹 및 협상 등을 주도하는 외무 공무원.

상급치안은 범죄나 개인적인 시비에 대해 즉결적 심판을 하거나 하위직 치안관을 통솔하는 고위직에 가게 된다.

사법은 즉결적 심판이 불가한 사항들에 대해 재판을 주도하는 판사 및 검사, 변호사로 진출하는데 이들은 모두 국가 기관 소속이다.

여기에서 언론은 네트워크 보도국의 기자와 아나운서, 또는 책임자 및 제작자들을 이야기한다.

이들은 국가공무원은 아니지만 대중들의 여론을 형성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노출되는 정보를 통제함으로써 국가기관을 능가하는 권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상급연구는 주로 로봇, 그중에서도 마인드 스캐너와 AI의 기술을 다루거나 관련된 정책을 연구, 건의하는 기관이다. 한참동안 인기있는 직종이었으나 점차 그 역할을 밸류 컴퍼니가 대체하면서 지원자가 줄고 있다.


아키텍쳐 스쿨에 졸업한 자들이 진출하는 기관은 이처럼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곳이다.

따라서 능력을 배양하지 못한 자가 이곳을 졸업할 경우 그의 엉터리 실무나 의사결정에 의해 사회 전체적으로 지대한 피해를 끼친다는 것이 김막생 교수의 지론이다.

그러니 김 교수가 지각한 옥저를 그냥 들여보낼 리 없다.


“지금 들어오는 학생. 멈추고 나를 좀 보게나.”


옥저는 민망한 표정으로 그 자리에서 뒤돌아 김 교수를 봤다.

김 교수는 옥저에게 장난스러운 웃음을 머금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매우 화가난 표정도 아니었다.

매우 중요한 일, 예컨대 커다란 선박을 조종하는 것과 같은 일이지만 덤덤하게 반드시 꼭 할 일만을 꼼꼼히 해나가는 그런 표정이었다.

김 교수는 그런 얼굴을 하고는 옥저에게 물었다.


“자네는 어떤 청춘을 즐기느라 3분을 늦은건가?”


그의 말에 옥저는 죽을죄를 진 것처럼 울상을 지으며 대답했다.


“늦잠을 잤습니다.”


그녀가 대답하자 김 교수가 다시 물었다.


“평소보다 얼마나 늦게 일어났지?”


“20분 정도입니다.”


“자네는 사람마다 시간의 가치가 같다고 생각하나?”


이번 질문에는 옥저가 대답하지 못했다.

김 교수는 옥저가 대답할 때까지 충분히 기다리다가 강의장 안의 다른 사람들에게 다시 물었다.


“이 질문에 대해 누구라도 개인 견해가 있다면 이야기해도 좋네.

대답한다면 가점을 부여하는 발표다.”


김 교수의 말이 끝난 후에도 강의실은 조용했다.

그가 요구하는 발표는 단순한 개인 견해가 아니기 때문이다.

반드시 주장에 대한 보편타당한 논리를 근거로 대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망신당하기 일쑤였다.

처음에는 김 교수 스타일을 모르던 신입생들이 멋모르고 손을 들다가,

주관적인 견해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받고 다른 학생들의 비웃음을 산 것이다.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시간의 가치는 모두 다릅니다.”


김 교수와 강의실 간에 쳐져있는 침묵의 장막을 뚫고 목소리 하나가 화살처럼 날아들었다. 김 교수와 학생들이 목소리가 난 곳을 쳐다보니 그곳엔 론리 져스틴이 있었다.


“이유가 뭔가?”


김 교수가 흥미 있다는 표정으로 론리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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