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주공자 님의 서재입니다.

스캔

웹소설 > 일반연재 > SF, 현대판타지

주공자
작품등록일 :
2019.07.17 01:42
최근연재일 :
2019.11.16 23:00
연재수 :
97 회
조회수 :
26,916
추천수 :
901
글자수 :
357,029

작성
19.08.30 10:35
조회
161
추천
9
글자
8쪽

아키텍쳐 스쿨 3

DUMMY

총장실 문이 열리고 김막생 교수가 들어왔다.

아키텍쳐 스쿨의 총장인 설리반은 컴퓨터 타이핑을 멈추고 김 교수를 쳐다봤다.

김막생이 들어오고 바로 뒤이어 설리반의 비서가 따라 들어왔다.

비서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면담 시간을 잡지 않고 오시면 안 된다고 말씀드렸는데도...”


“괜찮아. 돌아가서 일 봐요.”


설리반은 비서의 변명을 끊고 그를 돌려보냈다.

문이 닫히고 설리반과 김막생은 응접용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새로 채용된 친구라 여기 사정을 잘 몰라.

끊어내야 할 사람과 환영할만한 이들,

존중하는 마음으로 예우해줘야 할 사람들을 구분하지 못해서 나를 곤란하게 해.”


김막생은 설리반의 말에 아무렇지 않은 듯 대꾸했다.


“이런 일은 오늘 저녁 먹을 때가 되면 기억도 안 나는 일이지.

오늘 내 강의실에 있었던 일과 비교하면 더더욱 그렇고.”


김막생의 말에 설리반은 무슨 일인지 짐작했으나 모른 척 물었다.


“강의실?”


“오늘 이카루스라는 학생에 대해 알게됐어.

그레이도 아니고 바이올렛도 아닌 블루 명찰을 인식한 그 친구.

반도도, 섬도, 대륙출신도 아닌 고원 출신(현재의 북한지역)의 그 이카루스 말이야.

입학시험, 아니 입학식때라도 나에게는 말 했어야지!”


“네가 이렇게 나올 줄 알고 말 안했던거야.”


김막생의 다그침에 설리반은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는 일어서서 창가로 다가갔다.

창가 바깥에 교정을 걷는 학생들을 보며 설리반이 다시 입을 열었다.


“학교는 시민연합의 미래를 결정하는 엔진부라고 할 수 있어.”


“그런 곳에 블루 명찰을 편입시킨 건 도대체가...”


설리반의 말에 불평을 늘어놓던 김막생은 말을 이을 수 없었다.

그녀가 뒤를 돌아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기 때문이다.

학창시절 때부터 그녀가 상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하는 주장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었기에 토론에서 이겨본 적이 없는 김막생이었다.

그것은 설리반의 위협적인 무기이자 치명적인 매력이었다.


“동시에 학교는 개인의 인생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운명으로 작용하지.”


설리반의 말에 김막생이 반박했다.


“그렇다고 능력이 되지 않는 사람을 입학시켜,

그가 나중에 사회의 심대한 이익을 결정하게 될 자리에 앉게 되면 어떤 손실을 초래하는지 잘 알지 않나?”


“네 말이 맞아.

그런데 그건 바꿔 말하면 누구나 능력이 되면 스쿨에 입학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야.

그리고 이카루스는 우리의 입학시험에 당당히 통과한 친구야.

심지어 그의 입학시험 점수는 최저점수로 입학한 친구보다 높았어.”


“그 친구는 결국 블루야!

그런 친구를 받아주게되면 10억명이 넘는 블루의 학부모들은 또 사교육으로 고통받게 될거야.”


“넌 정말로 명찰에 따라 인간의 능력이 절대적으로 나뉜다고 생각해?

마인드 스캐너는 정확하게 인간의 잠재력을 예측할 수 있을까?”


“아닌 경우도 있겠지. 하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해봐.

지금까지 대부분은 맞아왔고 그것으로 배출된 챔핀코의 정치, 외교, 문화 담당자들은 직업탐색과정이 생기기 이전의 담당자들보다 엄청난 성과를 이뤘어.”


설리반은 김막생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네가 언제나 시민혁명때의 일을 기억하며 괴로워했다는 건 나도 알아.”


그 기억은 괴로운 것들이 많아 설리반조차 본인이 말하면서도 과거의 기억에 울컥했다.


먹을 것들이 비싸졌다.

몇 배 정도가 아니라 수십, 수백 배로.

세계 대부분의 정부는 와해되고 금융과 증권 시스템이 붕괴했다.

시민연합 혁명 직전에는 권력자들이 부동산과 세금으로 대중들의 피를 빨아먹기 시작했고,

그것으로도 부족해질만큼 화폐가치가 떨어지자 서로들 싸우며 자가당착에 빠졌다.

결국 정부와 자본주의가 붕괴하고 길거리에 수백 수천만 명이 식량이 없어 서로를 죽이기 시작했다.


이때 김막생과 설리반은 함께 이 일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연구와 교육, 그리고 새로운 정부 시스템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면서.

결국 그들은 시민정부의 지원을 받아 아키텍쳐 스쿨 설립과 졸업생들을 권력층에 진출시키는 성과를 낼 수 있었다.


“그런데 만약 직업탐색과정의 결함으로 선택받지 못한 엘리트가 있다면?

그의 능력을 쓰지 못하는 사회의 손실과 학교에 발탁되지 못한 개인의 비극은?

그건 어떻게 구제해야 하지?”


“현실적으로 생각해. 사회공학에 100% 완벽함이란 있을 수 없어.”


“이상주의자인 김막생 교수가 그런 말을 하니까 기분이 이상하군.”


“아니. 나는 현실주의자야. 우리가 처음 생각한 시스템도 실현 가능하다고 믿었어.

하지만 입학자격의 범위를 넓히는 건 지금까지와는 다른 문제라고!”


“전학이나 편입시험은 어째서 실현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김막생 교수는 설리반의 질문에 한숨을 쉬고는 걸음을 뚜벅뚜벅 옮겨 설리반 앞에 섰다.

김 교수는 설리반의 두 손을 잡아 포개었다.


“이제 우린 할 만큼 했잖아.

물론 우리가 구축한 사회에 결함이 있다는 것을 부정하진 않아.

하지만 그것들을 해결하는 건 우리 말고 우리에게 수혜를 본 후손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

우리는 부패한 정치인과 달리 떳떳이 의무를 수행했어.

굳이 이제와서 연합사령부나 밸류 컴퍼니의 의심을 받을 필요는 없어.

설리반 당신이 너무 위험해지는 일이야.”


설리반은 김막생이 잡은 손을 슬그머니 뺀 뒤 다시 의자에 앉았다.


“당신은 나를 믿지?”


불안감이 김 교수의 가슴을 스쳤다.

시민연합혁명 당시 연합사령부를 결성하는 세력에 반대하던 동료 지식인 에르메스라는 친구가 있었다.

그도 김 교수에게 어느 날 그런 질문을 했다.


「너는 나를 믿지?」


그리고 그는 연합사령부가 결성된 이후 실종됐다.


김막생은 몸을 돌려 설리반을 쳐다보며 다급하게 물었다.


“도대체 무슨 말이야? 무슨 일을 계획하고 있는 거야?”


“밸류 컴퍼니가 직업탐색 과정을 엉터리로 관리한다는 정황이 포착됐어.”


“젠장. 학교에서 정보기관을 운영하는 거야?

정치에 개입하는 순간 학교의 의미는 사라지는 거야.

거기서 그치는 게 아니라 피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될 거라고.”


“말 돌리지 마. 중요한 건 연합사령부와 밸류 컴퍼니가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할 정도로 부패했다는 거야.

이래서는 과거의 비극을 반복할 뿐이지.

학교가 정치에 개입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은 사회의 시스템이 정상일 때나 지켜질 수 있는 얘기야.

이건 당신이나 나나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잖아.”


“그렇지 않아. 그럴 때일수록 우리는 중립을 지켜야해.

비정치성을 고수하는 것이 어떤 것보다 막강한 정치력을 가지는 거야.”


“막생아.”


“내 이름 부르는 거 싫어하는 거 알잖아.”


“이름은 바꿀 수 있지만 삶은 바꿀 수 없고 죽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오지.”


설리반의 비웃음에 김막생은 물러서지 않았다.


“일단 살아있으면 언제든 기회가 찾아오지만 죽으면 되살아날 수 없어.”


김막생의 반격에 설리반은 헛웃음을 짓고는 일어나서 김막생 앞으로 다가가 마주보았다.


“당신은 할 만큼 했으니 후손들에게 맡겨야 한다고 말하지.

사실 우리 잘못을 되돌릴 힘은 우리가 쥐고 있다는 걸 알 거야.

비겁한 사람 같으니라고.

당신이나 당신이 욕하는 부패한 정치인들 모두 똑같은 꼴이지.

나는 그렇게 살지 않을거야.

이카루스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시켜 블루명찰을 단채 원로원에 보내는 사례를 만들 거라고.

그리고 명찰에 상관없이 편입시험에 통과하면 누구든 아키텍쳐 스쿨에 입학할 수 있도록 할 거야.”


김막생 교수는 설리반의 말에 지친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방을 나가기 위해 문을 열었다.

그때 설리반이 그에게 한마디를 던졌다.


“도와달라는 말은 안 할 테니 훼방은 놓지 말았으면 좋겠어.”


김막생은 대꾸하지 않고 방을 나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스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0 폭풍전야 5 19.09.10 54 5 3쪽
39 폭풍전야 4 19.09.09 70 5 8쪽
38 폭풍전야 3 +1 19.09.09 65 4 7쪽
37 폭풍전야 2 19.09.08 70 4 8쪽
36 폭풍전야 1 19.09.06 79 4 8쪽
35 야만의 거래 8 19.09.05 81 7 4쪽
34 야만의 거래 7 19.09.04 86 5 10쪽
33 야만의 거래 6 19.09.04 130 5 4쪽
32 야만의 거래 5 19.09.03 88 6 8쪽
31 야만의 거래 4 19.09.02 91 6 8쪽
30 야만의 거래 3 19.09.02 97 5 8쪽
29 야만의 거래 2 19.09.01 112 6 8쪽
28 야만의 거래 1 19.08.31 131 4 9쪽
» 아키텍쳐 스쿨 3 19.08.30 162 9 8쪽
26 아키텍쳐 스쿨 2 +3 19.08.29 188 6 9쪽
25 아키텍쳐 스쿨 1 +2 19.08.28 232 8 7쪽
24 12구역의 박해 5 +4 19.08.27 249 10 11쪽
23 12구역의 박해 4 +5 19.08.26 259 12 8쪽
22 12구역의 박해 3 +2 19.08.26 274 9 9쪽
21 12구역의 박해 2 +1 19.08.23 260 9 9쪽
20 12구역의 박해 1 +2 19.08.23 291 12 7쪽
19 세상 속으로 4 +1 19.07.28 293 11 7쪽
18 세상 속으로 3 +3 19.07.28 311 11 6쪽
17 세상 속으로 2 +5 19.07.28 342 15 8쪽
16 세상 속으로 1 +4 19.07.28 422 14 6쪽
15 야만의 정의 4 +4 19.07.28 392 14 7쪽
14 야만의 정의 3 +1 19.07.27 431 13 11쪽
13 야만의 정의 2 +3 19.07.27 457 16 6쪽
12 야만의 정의 1 +4 19.07.26 524 17 7쪽
11 잠입 2 +6 19.07.24 592 20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