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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자 님의 서재입니다.

스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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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자
작품등록일 :
2019.07.17 01:42
최근연재일 :
2019.11.16 23:00
연재수 :
97 회
조회수 :
26,915
추천수 :
901
글자수 :
357,029

작성
19.09.04 18:57
조회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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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4쪽

야만의 거래 6

DUMMY

수천의 거지 떼가 먹을 것을 찾아 거리를 헤매고 있다.

쥐를 사냥하려는 모양이다. 조금이라도 멀쩡한 옷을 입은 사람을 보면 다급하게 적선을 호소한다.

애석하게도 크로노스는 도울 수 없다.

노숙인과 크로노스는 옷 한 벌의 차이일 뿐이니까.

우라노스의 저택이 아니었으면 크로노스 또한 서울역을 배회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래도 과거와 조금은 달라진 게 있다.

저택으로 향하는 숲길을 몰래 다니지 않아도 된다.

낙엽을 마음껏 밟으며 소리내도 된다.

더 이상 불쌍한 동물들을 죽이지 않아도 견딜 수 있게 되었다.

숲의 공기가 이렇게 맑을 줄 몰랐다.

이제야 그 사실을 알았다는 것이 억울할 만큼 좋았다.

저택이 모습을 드러냈는데도 숨이 막히지 않는다.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카이로스가 뛰어오고 멀리서 집사 영감이 말없이 환영의 인사를 해주고 있다.

아아. 사랑하는 내 누이. 친구같은 영감.

카이로스가 발치까지 다가와 두 팔 벌려 그를 안아주는 순간 적막과 외로움이 크로노스를 감쌌다.

거짓말처럼 아무도 없는 저택의 입구에 섰다.

이제 현실로 돌아와야 할 시간이다.


불을 켜도 되지만 랜턴을 챙겨왔다.

누구에게도 자신이 돌아왔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

특히 12구역에 누군가가 아직도 남아있다면,

그의 존재를 들킨다는 것은 미안한 동시에 두려운 일이었다.

문을 열자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과 정면으로 뻗은 복도,

그리고 왼쪽 식당으로 가는 복도가 나왔다.


크로노스는 정면으로 뻗은 복도를 걸어갔다.

우라노스가 이 저택을 왕국으로 만들기 위해 저지른 죄악들을 생각하니 또다시 끔찍함과 참담함이 가슴을 짓눌렀다.

기억의 재연을 보고싶지 않아 눈을 질끈감으며 복도를 걸었다.

응접실과 메이드실, 그리고 이불이며 시트를 보관한 비품창고를 지나자 2층으로 올라가는 다른 계단이 나왔다.

그리고 계단의 측면에는 지하로 내려가는 다락문이 나 있다.

평범한 지하실 출입문 답지 않게 두꺼웠기에 그냥 부숴서 열수는 없었다.

크로노스는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냈다.


‘나의 탈출구가 숲속이었다면 당신의 탈출구는 여기였겠죠.’


문을 열고 지하로 내려가자 그곳에는 지하실을 비좁게 보일만큼 커다란 금고가 있었다.

아버지는 생체인식이라던가 전자보안을 싫어했다. 해킹의 우려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 철두철미의 성격이 오히려 지금의 크로노스에게 다행이었다.

다이얼을 돌려 비밀번호 6자리를 맞추었다.

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금고문이 열리는 느낌이 났다.


크로노스는 문을 열기전에 심호흡을 했다.


‘빌리는 거다. 반드시 돌아와서 이곳에 다시 채워 넣는거야.’


문을 열어본 크로노스는 입술이 저릿해지고 입속에 침이 한가득 고이기 시작했다.

그는 가득 찬 침을 꿀꺽 삼키고 제정신을 유지하기 위해 손톱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도대체 이 황당한 상황이 무엇인지 알아내야만 했다.


하지만 알아낼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텅 빈 금고 앞에서 크로노스가 당장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안돼. 안돼. 안된다고. 이건 말도 안돼!”


작가의말

분량이 짧아 다음편을 연속으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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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아키텍쳐 스쿨 2 +3 19.08.29 188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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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야만의 정의 4 +4 19.07.28 392 14 7쪽
14 야만의 정의 3 +1 19.07.27 431 13 11쪽
13 야만의 정의 2 +3 19.07.27 457 16 6쪽
12 야만의 정의 1 +4 19.07.26 524 17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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