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주공자 님의 서재입니다.

스캔

웹소설 > 일반연재 > SF, 현대판타지

주공자
작품등록일 :
2019.07.17 01:42
최근연재일 :
2019.11.16 23:00
연재수 :
97 회
조회수 :
26,903
추천수 :
901
글자수 :
357,029

작성
19.07.28 21:37
조회
292
추천
11
글자
7쪽

세상 속으로 4

DUMMY

“이무근. 네가 어떻게 치안관이 됐지?”


“나 같은 놈은 치안관 되면 안돼?”


이무근은 예전에 빅브라더와 함께 12구역을 만든 창립멤버였다.

하지만 나중에 마약을 이용해 외부 여성들을 납치해,

사창가를 운영하는가 하면 12구역에 사는 이들을 죽여,

부자들을 대상으로 장기매매를 하기도 했다.


그의 방식이 언젠가 12구역에 파멸을 가져올 거라 예상한 빅브라더는,

서로에게 간섭하지 않기로 한 약속을 깨고 이무근의 수하들을 죽이면서 전쟁이 시작되었다.

결과는 뻔했다. 빅 브라더는 화력과 전략 모든 면에서 이무근보다 우위였다.


패거리는 순식간에 제압당하고 이무근은 빅 브라더의 포로가 되었다.

빅 브라더는 당시 그의 죄명을 ‘카인의 죄’라고 했다.

권력자에게 사랑받고 싶은 마음에 형제들을 해쳤기 때문이다.

그렇게 전쟁에서 패배한 이무근은 12구역에서 쫓겨나 유랑하는 도적단 신세가 되었다.

진우가 빅 브라더에게 왜 그를 죽이지 않냐고 물었을 때 빅 브라더는 이렇게 말했다.


“그 녀석은 12구역의 아버지야.”


연화는 아직도 빅 브라더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세상에 어떤 아버지가 성인도 안된 딸의 몸을 탐할 수 있을까.

이무근은 평소에도 자주 연화가 일하는 곳에 찾아오곤 했다.

빅 브라더 패거리도 그가 전쟁에서 패배한 뒤로,

12구역에서 아무런 말썽을 일으키지 않았기에 못 본 척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연화의 몸이 여성으로서의 선을 그리기 시작할 때부터 이무근은 추파를 던졌다.

그럴 때마다 연화는 진우에게 보호를 요청했다.

사람을 죽이고 여자를 파는 놈의 관심 따위는 사양이었다.


연화에게는 질서를 파괴하는 남자보다는 질서를 만들고,

그것을 수호하는 남자가 훨씬 매력 있었다.

폭력의 위협에서 멀어질수록 연화는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발휘할 수 있었으니까.


연화는 12구역에서 미용사 말고 다른 분야로도 유명한 아이였다.

그가 살고 있는 12구역 외곽에는 벽이란 벽에 벽화가 그려졌는데,

모두 연화가 그린 그림이었다.


12구역을 지키고 있는 영웅들과 시공간을 초월하여,

12구역의 완성된 미래를 추상화로 그리기도 했다.

이곳 사람들은 모두 연화가 17살이 되는 날 화이트 네임카드를 받을거라며 기대했다.


그렇게 17살이 되기만을 꿈꾸듯 기다리던 연화 앞에 이무근이 기동대가 되어 나타난 것이다.


“보이는 것처럼 빅 브라더는 너희들을 버렸어.

이젠 내가 우라노스랑 계약한 몸이라고.

덕분에 경기도 상급 치안관 직책까지 얻었지.

어때? 김진우 그 족제비처럼 생긴 놈 말고 나랑 같이 살자. 내가 많이 사랑해줄테니까.”


“네깟 놈이 사랑을 알아?”


“당연히 알지! 사랑은 욕망하는 거야. 그리고 파괴하는 거지.

욕망하는 데는 아무런 제약이 없어.

무엇이든 나를 흥분시키는 것이라면 그건 사랑이지.

그 안에 들어있는 어떤 가치들로 나를 실컷 채우고나서 그걸 규정하는 모든 것들을 파괴하는 거라고.”


“무슨 개소리를 하는 거야. 난 죽어도 너 같은 변태한테 안가.”


“네 가치가 어디서 시작되는지 정말 모르는구나.

네가 정말 영의 수레바퀴에 입학해서 유명한 화가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옐로우의 딸이자 12구역 출신인 네가?

설령 그곳에 들어간다고 해도 넌 절대 재능을 발휘할 수 없어.


네가 그나마 그림다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이유는 규정되지 않은 자유를 얻었기 때문이지.

그러니까 네가 이 구역질나는 빈민가를 떠나는 순간 화가도 미용사도 될 수 없는 거야.

평생 나와 함께 여기에서 어둠을 씹어먹으며 사는 거야. 꽤 풍족하게!”


이무근은 연화의 몸에 자신의 욕망을 투여하면서 만들어진 흥분감에 제정신이 아니었다.

연화의 발목을 붙잡아 소파에서 눕히고는 그의 바지를 벗기기 시작했다.

연화의 반항이 너무 심해 뜻대로 되지 않자 무근의 부하가 어깨를 누르기 시작했다.


“네가 싫다고 생각하는 건 다 환상이 만들어낸 고집이야. 욕망에 솔직해져 보라고!”


“내 욕망은 잘 모르겠지만 네 욕망은 알겠어. 날 욕보이고 죽이려는거.”


“죽이긴 누가. 천천히 길들여 강아지로 만들고 싶을 뿐이야.”


연화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둘을 이길 순 없었다.

연화의 바지가 벗겨지자 무근은 자신의 바지를 벗기 시작했다.


“개는 내가 아니고 너겠지.”


연화가 재빨리 짓눌린 어깨를 빼내 무근에게 달려들었다.


「푹」


무언가 깊숙이 박히는 소리가 들렸고 무근이 노래방기계쪽에 머리를 부딪히며 쓰러졌다.


“으아아악!”


무근의 통증이 전달될 법한 고음이 마이크를 통해 끊임없이 울려퍼졌다.

무근의 물건에 연화의 미용가위가 관통해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연화의 어머니가 쓰던 것이었다.


“중성화수술이다 개자식아.”


그것을 본 무근의 부하가 연화를 쓰러뜨려 주먹으로 때리기 시작했다.

마치 밀가루 반죽을 하듯이 이곳저곳을 가리지 않고 때렸는데,

통증을 느낄 새도 없이 맞아서 연화는 억 소리 한번 지르지도 못했다.


이대로 계속 맞는다면 형체도 알아보지 못하게 죽을 것이 분명했는데,

연화는 이상하게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화가 났다.

평생을 바쳐 어머니 한을 풀어주려는 소녀를,

단순한 욕구 때문에 죽이려 했다는 상황에 화가 났고 억울해서 눈물이 났다.

만약 신이 있다면 어째서 이따위 세상을 만든 것인지 궁금해졌다.


「텅」


신의 존재유무를 의심한 것에 대해 누군가 항변한 것처럼 기적이 일어났다.

둔탁하게 울리는 소리와 함께 무근의 수하가 쓰러진 것이다.

위를 올려다보니 건물에 비치되어있던 소화기를 들고있는 여인이 보였다.


여인의 목과 손목은 소화기를 들고 남자를 내려치기엔 적합하지 않을만큼 가늘었다.

턱은 선이 보였지만 뾰족하지 않았고 사슴같이 깊고 맑은 눈을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 보지 않은 채 그의 초상화만을 봤다면 순정만화의 주인공인 줄 알았을 것이다.

그가 연화에게 손을 내밀었다.


“일어날 수 있니?”


연화는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잡았다.

여자는 무근과 수하가 들고있던 웨이브건을 빼앗은 뒤 연화를 이끌고 출구로 갔다.

닫힌 문 손잡이를 잡고는 연화에게 물었다.


“나갈 준비 됐니?”


연화는 다시 고개를 끄덕이며 여자에게 되물었다.


“언니는 누구세요?”


그는 연화를 바라보며 살짝 눈웃음을 지었다.


“카이로스.”


둘은 출구의 문을 열고 힘차게 뛰기 시작했다. 해방 속으로.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스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0 폭풍전야 5 19.09.10 54 5 3쪽
39 폭풍전야 4 19.09.09 70 5 8쪽
38 폭풍전야 3 +1 19.09.09 64 4 7쪽
37 폭풍전야 2 19.09.08 70 4 8쪽
36 폭풍전야 1 19.09.06 78 4 8쪽
35 야만의 거래 8 19.09.05 80 7 4쪽
34 야만의 거래 7 19.09.04 85 5 10쪽
33 야만의 거래 6 19.09.04 129 5 4쪽
32 야만의 거래 5 19.09.03 87 6 8쪽
31 야만의 거래 4 19.09.02 90 6 8쪽
30 야만의 거래 3 19.09.02 96 5 8쪽
29 야만의 거래 2 19.09.01 112 6 8쪽
28 야만의 거래 1 19.08.31 131 4 9쪽
27 아키텍쳐 스쿨 3 19.08.30 161 9 8쪽
26 아키텍쳐 스쿨 2 +3 19.08.29 188 6 9쪽
25 아키텍쳐 스쿨 1 +2 19.08.28 232 8 7쪽
24 12구역의 박해 5 +4 19.08.27 249 10 11쪽
23 12구역의 박해 4 +5 19.08.26 259 12 8쪽
22 12구역의 박해 3 +2 19.08.26 273 9 9쪽
21 12구역의 박해 2 +1 19.08.23 260 9 9쪽
20 12구역의 박해 1 +2 19.08.23 291 12 7쪽
» 세상 속으로 4 +1 19.07.28 293 11 7쪽
18 세상 속으로 3 +3 19.07.28 311 11 6쪽
17 세상 속으로 2 +5 19.07.28 342 15 8쪽
16 세상 속으로 1 +4 19.07.28 421 14 6쪽
15 야만의 정의 4 +4 19.07.28 391 14 7쪽
14 야만의 정의 3 +1 19.07.27 431 13 11쪽
13 야만의 정의 2 +3 19.07.27 457 16 6쪽
12 야만의 정의 1 +4 19.07.26 524 17 7쪽
11 잠입 2 +6 19.07.24 591 20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