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의 거래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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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회를 만들자고?”
교내의 카페테리아에서 그가 즐겨 마시는 딸기스무디를 빨던 론리는 옥저의 제안이 조금은 갑작스러워 고민에 빠졌다.
옥저는 고민하는 론리를 조금 더 강하게 끌어당겼다.
“사실 이미 조직은 갖췄어.
함께 하기로 한 학생만 30명이 넘어.
하지만 학생들의 지지를 받으려면 너처럼 상징적인 존재가 회장을 해야 해.”
“내가 어떤 상징을 가지는데?”
“엘리트. 공부 외모 체육 어느것 하나 떨어지지 않는 완벽한 사람.
그런 학생조차 이 학교의 시스템에 문제를 제기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학생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어.
대부분은 성적이 뛰어나지 않은 편이야.
성적이 좋은 아이들은 사교성이 없고.”
“그동안 졸업생만 10기를 배출하면서 학생회를 만들려는 시도가 한 번도 없었을 것 같지는 않은데.
상대는 설리반 총장이야.
부두목 급으론 김막생 교수가 있지.
성공할 수 있을까?”
“아마 그동안 시도되었던 건 네가 말한 그 상대방과 타협하는 전략을 가져갔을 거야.
하지만 우리 목표는 지불한 돈에 대한 감시고, 학생들의 지지야.
돈을 지불하는 입장인데도 불리한 위치에 내몰리는 지위는 전 세계에서 학생밖에 없을 거야.”
“어쨌든 학생회를 만드는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생길 거고,
내가 그 대표라면 많은 것들을 고민하고 판단하게 될 텐데.
솔직히 나는 자신이 없어.”
론리는 턱을 괴고는 검지손가락을 테이블에 툭툭 갖다 대다가,
묘안이 생각났다는 듯이 표정이 밝아졌다.
“판도라를 여기에 합류시키자. 그럼 나도 조금 더 자신이 있을 것 같아.”
론리의 말에 옥저가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네가 판도라랑 단짝처럼 붙어 다니는 건 알아.
둘이 이 학교에서 1등을 번갈아 하는 것도 알고.
하지만 이건 학생의 권리를 찾겠다는 활동이지 로봇의 권리를 보호하자는 게 아니야.”
“뭐 어때. 우리를 돕게 하자는 거야. 그리고 걔가 로봇이라고 학생이 아닌 건 아니잖아.”
옥저는 마치 판도라를 변호하는 듯한 론리의 태도에 순간 화가 치밀었다.
하지만 화를 낼 명목도 없고 화를 낸다고 해도 자기만 이상한 사람이 될 것 같아 그만뒀다.
디벨로이드에게 지는 여자가 될 수는 없으니까.
“가끔 보면 너 꼭 판도라를 이성으로 좋아하는 것 같아.”
“그 얘기가 지금 여기서...”
론리는 옥저의 공격적인 말투에 무언가 대꾸하려다가 갑자기 말을 멈췄다.
론리는 흔들렸던 동공을 금새 다잡고 침착하게 옥저를 쳐다본다.
옥저는 그가 지금 다른 사람처럼 군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혹시 그가 어디 아픈 건지 물으려던 옥저는 방금의 론리처럼 입을 다물었다.
식은땀이 목덜미를 타고 등으로 내려와 서늘해졌다.
론리는 천천히 눈썹을 비비고 있었다. 가려운 곳을 긁는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우린 네가 필요해. 꼭 와줬으면 좋겠어.”
옥저는 형식적인 말로 론리에게 대화가 끊어지지 않도록 유도하고선,
최대한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천천히 곁눈질로 자신의 옆자리를 주시했다.
그곳을 보자마자 옥저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사막의 매가 조용히, 그리고 지그시 론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팔짱을 낀 채로. 그러다가 그 시선을 천천히 옥저에게로 옮기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본인을 알아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의 눈초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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