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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자 님의 서재입니다.

스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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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자
작품등록일 :
2019.07.17 01:42
최근연재일 :
2019.11.16 23:00
연재수 :
9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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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93
추천수 :
901
글자수 :
357,029

작성
19.07.27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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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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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글자
6쪽

야만의 정의 2

DUMMY

크로노스와 카이로스는 남매였지만 우라노스는 언제나 크로노스만 사랑했다.

그들의 아버지 우라노스는 시민혁명 당시 수도방위사령부의 군단장이었는데,

시민들 편에서 역으로 수도를 포위 공격하면서 시민혁명을 성공으로 이끈 공신이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아버지는 경기도의 행정과 치안을 총괄하는 관찰사로 임명됐다.


“오빠의 반만 따라잡으면 좋으련만.”


크로노스는 아버지의 입장에서 언제나 우수했다.

정규과목에서 만점을 받았고 정해진 규칙을 어기는 법이 없었다.


반면 카이로스는 규칙에 대해 언제나 회의했고 정규과목에서 만점을 받는 법이 없었다.

사실은 카이로스도 꽤 높은 성적을 내기 때문에 우등생이라고 할 수 있지만,

크로노스만큼은 아니었기 때문에 언제나 가려졌다.

무엇보다 아버지가 좋아할 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


크로노스가 운동과 사냥에 뛰어난 소질을 보였고,

시험을 치르는 과목에 대해 통째로 암기할 수 있는 능력을 보였지만,

카이로스는 그런 것에 관심이 없었다.


그의 관심사는 오로지 사색이었다.

세상에서 자신의 존재의미가 무엇인지,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는 것이 가장 좋았다.


“카이로스.”


“네 아버지.”


“너도 레드카드를 받았다는 사실을 언제까지 숨기려고 했니?”


식사하던 크로노스와 카이로스의 목이 턱 하고 막히는 것 같았다.

카이로스는 포크와 나이프를 천천히 내려놓고 냅킨으로 입을 닦았다.


“저는 아키텍쳐 스쿨에 갈 생각이 없어요.”


“카이로스?”


크로노스가 이 일을 수습하려고 아버지보다 먼저 카이로스를 불렀지만 소용없었다.

아버지는 앞에 있는 물컵을 들어 한 모금 마신 뒤 ‘탁’하고 내려놓으며,

크로노스에게는 침묵을 강요하는 무언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니?”


“저는 영의 수레바퀴에 갈 생각이에요.”


영의 수레바퀴란 화이트 네임카드를 부여받은 이들이 입학하는,

화이트 스쿨의 별명이다.

그곳은 세상 모든 형태의 예술에 관한 기술과 철학, 그리고 정신을 배우는 곳으로서,

그곳을 졸업한 이들이 만드는 예술품만이 경제적으로 높은 가치를 가지게 된다.


“그곳에서 철학을 공부하겠습니다.”


아버지는 카이로스의 말에 고개를 아주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폭도놈들이 들고 일어났을 때 나는 명예로운 군인이었다.

외국에서 흘러들어온 난민의 자식이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가난한 집에서 못 먹고 못사는 자식으로 살아가면서 내 목표는 오직 하나.

높은 곳으로 올라가 밑바닥 세상을 탈출하는 거였어.

긍지와 명예, 그리고 사랑 이런 거 다 좋지. 그런데 말이다.”


아버지는 카이로스의 입을 한 손으로 거칠게 쥐어잡았다.


“아버지!”


크로노스가 벌떡 일어나 그를 말리려고 했지만,

우라노스는 나머지 손으로 크로노스에게 접근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그게 우리의 생명을 보전해주거나 지위와 재산을 지켜주지 않는단 말이야.

폭도놈들이 아무리 정권을 뒤집고 지도자를 끌어내서 죽인다고 해도,

정의로운 놈들이 되진 않지.


그저 이 세상을 극복하지 못해서 도태된 녀석들이,

굶어 죽게 생기니까 발악한 사건이 좋게 말해 시민혁명이다.


그날 근본도 없는 녀석들한테 몹쓸 짓을 당한 게 네 엄마다.

그런데도 나는 살겠다고 그 폭도들과 뜻을 같이하고,

내가 모시던 지도자를 죽이는데 일조했어.


덕분에 이 성 하나 받아서 스테이크라도 썰고 있는 거란 말이다.


카이로스 너는 어떠냐?

내가 너를 자식이라고 인정한 덕분에 이 모든 환경을 누리고 있지않니.

엄마는 죽고 아빠는 누군지 모른 채 사생아로 떠돌면서,

저 밖에서 마약을 팔고 강도짓을 하는 녀석들에게,

노리개로 이용당하다가 버려질 수도 있었단 말이다!”


소리지르며 발악하는 아버지를 보며 카이로스가 눈을 부릅떴다.

그것을 본 아버지는 잠깐 나갔던 정신을 되찾았다.

카이로스의 입을 잡았던 손을 놓아주며 말했다.


“자존심 세우지 말고 아키텍쳐 스쿨에 입학할 준비해라. 시간이 없다.

내 딸이 사기꾼들이나 들어가는 영의 수레바퀴에 입학하게 두지 않을 거다.”


아버지가 식사를 그만두고 방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등 뒤에 카이로스의 외침이 들렸다.


“언제 나를 자식이라고 인정해준 적은 있었나요?”


“입 다물어라.”


“나를 이 감옥에 가두고 평생을 오빠와 비교하면서 복수하는 거잖아요.

엄마를 죽이고 나온 나에게. 그리고 그 폭도에게.”


“그만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질문밖에 없었어요.

나는 왜 이 세상에 나왔는지.

세상은 어떻게 생겨먹었길래 내가 엄마를 죽이고 나올 수 밖에 없었는지.

아버지는 어째서 나를 미워하는지.

인간에게 자유와 구속 중 어떤 것이 본성이라고 할 수 있는지.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지 않으면 나는 숨을 쉴 뿐 살아있는 게 아니니까요.

아버지 성화에 찍소리도 못하고 수백, 수천번 마음속에서 나를 죽였던 세월만 보냈어요.

이제야 내 목소리 한번 내보겠다는 건데 그것조차 허락할 수 없는 건가요?”


아버지의 콧수염이 씰룩거린 것은 분노가 극에 달했다는 뜻이었다.

그가 천천히 뒤를 돌아 크로노스를 지나쳐 카이로스에게 다가갔다.

크로노스는 어금니를 꽉 깨물며 아버지의 뒷모습을 지켜봤다.

아버지가 카이로스의 코앞까지 오자,

무슨 짓을 할지 몰라 불안했던 크로노스는 나이프를 꽉 쥔 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짝!」


카이로스의 뺨이 아버지의 손에 붉어졌다.

카이로스는 아버지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그래. 이래야 당신답지.”


아버지가 카이로스의 뺨을 다시 때리기 위해 손을 올리는 순간,

크로노스가 벌떡 일어나 아버지에게 다가갔다. 나이프를 쥔 채로.


카이로스의 뺨에 우라노스의 손이 더 얹어지기 전,

집사가 문을 벌컥 열고 식당에 들어왔다.


아버지가 뒤돌아 집사를 봤고,

크로노스는 잽싸게 뒷짐을 지며 칼을 숨겼다.

집사는 크로노스가 뒤로 숨긴 칼에 잠깐 시선이 멈췄다가 다시 아버지를 보며 말했다.


“빅 브라더가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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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야만의 정의 4 +4 19.07.28 391 14 7쪽
14 야만의 정의 3 +1 19.07.27 430 13 11쪽
» 야만의 정의 2 +3 19.07.27 457 16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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