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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 님의 서재입니다.

당신의 억울함을 들어드립니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seesun123
작품등록일 :
2021.05.18 01:57
최근연재일 :
2021.06.13 23:00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579
추천수 :
70
글자수 :
92,958

작성
21.06.13 23:00
조회
7
추천
1
글자
7쪽

29. 들어난 정체

.




DUMMY

비가 그친 뒤 날은 그 어느 때보다 화창했다.

나는 우빈과 약속했던 장소로 갔다.

기분이 약간 묘하면서도 설렜다.

맨날 전화로만 말하는 사이를 직접 보게 된다니 뭔가 신기 할 따름 이었다.

공원 앞 우빈은 남색 양복 차림이었다.

이렇게 밝은 대낮에 정상적으로 본 것은 처음이라 어색하기만 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나는 어색한 인사를 주고받았다.

“어디로 가면 될까요?”

나의 물음에 그는 조용히 나를 안내했다.

공원 사이를 가로질러 작은 단독 주택에 도착했다.

우리가 도착하자 문이 열리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앞에는 휠체어 탄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안녕하세요.”

나는 그에게 인사를 했고 그도 대답했다.

“어서 오세요.”

나는 그의 모습이 왠지 낯설지 않았다

“이쪽 안으로 들어오세요.”

그는 거실 쪽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여기 앉으세요.”

나는 소파에 앉았고 우빈은 휠체어 탄 남자 뒤에 서있었다.

그는 아무 말 없었다.

“저.. 아직 상황파악이 안돼서요. 당신이 우진씨인가요?”

“네.”

그는 내가 생각 했던 것 보다 꽤 다정한 모습이었다.

나는 흐뭇하게 웃었다.

“왜요?”

그가 물었다.

“생각보다 다정해 보여서요.”

“네? 그럼 제가 무슨 괴물이라도 되는 줄 알았어요?”

“복수하는 법보면 천사라곤 볼 수 없잖아요. 근데 생각보다 순수하게 생겼달까? 상상하던 이미지랑 많이 다르네요.”

그는 부끄러운 듯 아래를 봤다.

“저.. 정말 궁금했거든요. 왜 내 앞에 안 나타나는 걸까. 얼굴도 안 알려주고 이름도 안 알려주고 뭔가 미스터리한 그런 존재 같았는데, 뭔가 얼굴보니 친근하고 좋네요.”

뒤에서 우빈은 큭큭거리며 웃고 있었다.

우진은 그런 형을 괜히 못마땅하게 봤다.

“두 분 보니 꽤 닮았네요.”

“아니에요.” “아니거든요.”

둘이 동시에 대답했다.

그런 모습을 보니 나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저 감사했습니다.”

“네?”

“우진씨 얼굴 보면서 감사하다고 말할 날이 올까 싶었는데, 얼굴보고 이야기 하니 좋네요. 정말 고마웠어요.”

“아니 뭐...”

“그리고 저를 보겠다고 해줘서 고마워요. 사실 뭐 안 봐도 그만인 사람이잖아요. 근데 방문 허락해주고 먼저 만나도 된다고 말해주셔서 감사했어요.”

“그런 것까지 감사할 필요는 ...”

“계속 숨겨서 정말 이상한 사람이다라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이상하게 만나니까 엄청 친근하네요.”

“저.. 사실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불렀어요. 전화로 하는 것보단 직접 보고 이야기 하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어떤 이야기요?”

그는 약간 긴장한 듯이 보였다.

“당신이 절 기억 할지는 모르겠지만 당신을 처음 본 건 안과였어요. 제가 녹내장 검사하러 갔었는데 그때 당신을 처음 만나게 됐죠.”

나는 그의 말에 그때의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하지만 나의 기억력으론 그를 찾긴 미지수였다.

“휠체어 탄 저를 보면서 주위 간호사들이 꺼려할 때 당신이 제일 먼저 다가와서 절 도와줬어요. 그리고 매 검사마다 저를 부축하고 도와주면서 한 번도 얼굴을 찌푸리지 않고 오히려 환하게 웃어줬죠.”

“저는 그냥...”

“뭐... 아무 의미 없는 건 압니다만, 그게 저에겐 감동이었어요. 다들 저를 이상하게 보는 그런 시선들 속에서 당신의 존재는 저에게 다르게 다가 왔거든요. 물론 그냥 친절하다고 생각해서 그런걸 아니에요. 당신이 일하는 모습 볼 때 잘 안되지만 끝까지 노력하고 사람들에게 최대한 피해주지 않으려고 조심하려는 게 인상이 깊었달까...”

“제가... 그랬었나요?”

나는 그냥 아무 의미 없이 다녔다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 눈에 나는 이렇게 보였던 것일까?

뭔가 그의 말이 한편으로 기쁘면서도 씁쓸했다.

왜냐면 나는 그 병원에서 쫓겨났기 때문에...

순간 정적에 잠긴 분위기를 우빈이 깼다.

“내가 얘 자랑 좀 할게요.”

우진은 그만두라는 눈치였지만 그리 싫은 건 또 아니었나보다.

“네.”

“얘가 지금은 히키코모리처럼 집안에서만 있는데 그전에는 엄청 잘나갔어요. 아이티 관련해서 특허도 몇 개 갖고 있고 보안이나 암호 관련해서는 거의 이 나이 때의 탑이었거든요. 여기 있는 집도 얘가 일 년 돈 번 걸로 산거고 얘 앞으로도 건물이 두 채 더 있어요. 이러니 좀 달라 보이죠?”

그의 얼굴에는 장난이 가득했다.

“하하... 그전에도 엄청 멋있었는데요. 저한텐 누구에게 뭐라고 할 자신도 용기도 없었거든요. 싫은걸 싫다고 나쁜걸 나쁘다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용기가 없었어요. 그래서 당신이 좀 더 다르게 느껴졌나봐요.”

“오~~ 근데 얘 알고 보면 엄청 찌질해요. 사고 나기 전엔 안 그랬는데 사고 나서 엄청 찌질해졌거든요.”

“사고요?”

“얘가 한창 잘나가던 시기에 사고가 났어요. 뺑소니였거든요. 그래서 다리 두 쪽을 잃었고 한동안 병원신세에 벗어나질 못했죠. 정말 웃긴 건 그 뺑소니 범도 그날 죽었다는 거에요. 그 뺑소니 범이 살아있었다면 뭐라고 항의라도 할 텐데 이 친구를 치고 나서 역주행으로 도망가는 길에 앞에 오던 트럭이랑 박았어요.”

“... 그런 일이 있을 거라곤 생각 못했어요. 트라우마가 굉장히 컸겠네요.”

“그렇죠.”

듣고 있던 우빈이 대답했다.

“대인기피는 물론이고 다양한 합병증에 시달려야 했어요. 하는 일 없이 회복만 하고 있다가 형의 제안으로 다시 컴퓨터를 시작하게 됐어요. 근데 제가 다친 그 사이에 프로그램이랑 기술들은 꽤 많이 변해있었고 그것을 따라 가기에도 벅찼어요. 그렇게 다시 저의 자리를 잡게 될 때 쯤 눈이 갑자기 안보이기 시작했어요. 녹내장이래요.”

이를 말하는 그의 눈은 사뭇 진지하고 슬퍼보였다.

“젊은 나이에 녹내장은 많지 않다던데... 저는 그걸 너무 늦게 알아서 지연되는 약을 써도 한계가 있다고 하더라구요. 일단은 더 악화되지 않게 수술을 해서 오른쪽 눈은 겨우 살릴 수 있었어요.”

“아...”

“그리고 잘못 보는 내가 컴퓨터를 더 이상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그 때 안과에서 당신을 만난거에요.”

“그냥 이런 보잘 것 없는 나에게도 잘해주는 사람이 있구나. 친절한 사람 그렇게 생각했어요. 근데 당신이 다른 검사하러 들어가는 사이 동료들이 당신의 험담을 하는 걸 들었어요. 물론 일부러 들을 생각은 없었지만 우연치 않게 듣게 되고나선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었어요.”

“..?..네..”

“그리고 다음번에 왔을 때엔 원장과 실장이 이야기 하는 걸 들었습니다. 당신이 한 선생님이랑 너무 가까이 지내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에요. 그를 먼저 자르고 싶은데 당신이 방해된다 이런 내용이었어요. 그 말을 듣고 내가 뭐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걸 없을까?란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병원에서 정말 필요한 사람을 그런 이유로 억울하게 내 보내져야 한다는 게 납득이 안 갔거든요.”




안녕하세요. 잘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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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 새로운 시작 21.06.13 4 1 7쪽
» 29. 들어난 정체 21.06.13 8 1 7쪽
28 28. 이상한 결말 21.06.12 9 1 7쪽
27 27. 범인은 가까이에 21.06.11 8 1 7쪽
26 26. 어둠속 사건 21.06.10 14 1 7쪽
25 25. 조용한 집 21.06.09 11 1 7쪽
24 24. 증거의 허점 21.06.08 13 1 7쪽
23 23. 명백한 증거 21.06.07 9 1 7쪽
22 22. 일상 복귀 21.06.06 12 1 7쪽
21 21. 사건 그 후 21.06.05 13 1 7쪽
20 20. 이에는 이 눈에는 눈 21.06.05 14 1 7쪽
19 19. 반격의 서막 21.06.04 10 1 7쪽
18 18. 끝없는 괴롭힘 21.06.04 15 1 7쪽
17 17. 옥상에 서서 21.06.02 15 3 7쪽
16 16. 괴롭힘의 연속 21.06.01 14 1 7쪽
15 15. 증거 모으기 21.06.01 14 1 7쪽
14 14. 짓궂은 장난 21.05.31 13 1 7쪽
13 13. 학교에서 21.05.30 13 1 7쪽
12 12. 이름대신 호칭 21.05.29 19 2 7쪽
11 11. 황당한 결말 21.05.28 16 2 7쪽
10 10. 들어난 비밀 21.05.27 18 1 7쪽
9 9. 질의응답 21.05.26 20 2 7쪽
8 8. 위기의 시작 21.05.25 17 1 7쪽
7 7. 꼬인 실타래 21.05.24 18 1 7쪽
6 6. 삼각관계 21.05.23 21 3 7쪽
5 5. 새로운 사건 21.05.22 19 1 7쪽
4 4. 변화의 시작 21.05.21 39 2 7쪽
3 3. 소탐대실 21.05.20 45 4 7쪽
2 2.수상한 전화 21.05.19 55 11 7쪽
1 1.억울한 인생 21.05.18 84 2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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