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증거 모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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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집안으로 들어간 걸 확인 한 뒤, 나는 쓸쓸히 집으로 들어왔다.
생각 보다 금방 끝날 것 같은 일이라 생각했는데 역시 순탄히 끝날 리가 없었다.
그들의 행동을 보면서 막상 내가 도와줄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게 한심해보였다.
내가 집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타이밍 좋게 위키에게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아까 전화했는데 무슨 일이 있었나요?”
“뭐 일이 있었긴 했었는데 그냥 저냥 끝났어요.”
“그런데 목소리가 왜 이렇게 다운되어있어요? 아침에 학교 갈 때 까지만 해도 기분 좋았잖아요.”
“네?! 아침에 절 보셨어요?”
“아니.. 그냥 뭐 오랜만에 고등학교 가는 거라 기분이 좋았을 것 같다. 뭐 그런 추측인거죠.”
“아... 오랜만에 고등학교 간다고 생각하니까 기분이 들뜨긴 했는데요, 찬혁이라는 친구를 지켜보니까 기분이 안 좋더라구요.”
“어떤?”
“그 친구가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것 같더라구요. 뭐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그를 괴롭히는 무리 중 한명이 학교 후원해주는 기업 대표의 아들이라 학교에서 손쓰지 못하고 있나 봐요.”
“그러면 아까 전화는..?”
“그것도 그 무리들이 밖에서 찬혁이를 괴롭히고 있어서 혹시 저도 같이 위험해 처할 상황이 올 수 있으니까 전화 한 거에요.”
“제가 바로 받지 못한 게 죄송스럽네요.”
“아니에요. 오히려 바로 안 받아서 다행이었어요. 제가 경찰차 소리로 유인해서 그들을 쫓아냈거든요. 그때 진짜 전화 걸려서 말소리가 났으면 가짜인 게 들통 날 뻔했어요. 하하...”
“그렇군요. 그럼 그들이 어떤 곳으로 갔는지 알 수 있을까요?”
“한적한 골목이었는데, 아 잠시 만요. 이름이 생각이 안 나서...”
“그럼 주변에 뭐가 있었는지 알려주세요.”
“한국 빌라 뒷문으로 연결되는 뒷골목이었는데 온통 주택가여서 아마.. 날 밝을 때 가야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흠... 뭐 위치는 더 고민 안하셔도 되요. 어느 정도 파악이 될 것 같거든요. 그러면 내일도 방과 후에 그가 어디 가는지 한번더 따라다녀 주세요.”
그리고 그는 전화를 끊었다.
아니 처음만 따라다니면 된다고 했지만 이런 일이 있어서 그런가, 다시 수업 끝난 후 찬혁의 뒤를 밟아야 한다.
뭐 어차피 혼자 내버려 두기도 사실 마음이 걸렸던 터라 싫은 것은 아니었지만 오늘 같은 일이 다시 생길까 조금은 두렵긴 했다.
내가 그를 위해 할 수 있는 게 무엇 일지? 그리고 내가 도움이 될지? 이런 것들 말이다.
다시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을 때 같은 수법은 통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에 내가 준비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준비하기로 결심했다.
우선 내 몸을 지킬만한 게 필요한데 흠.. 호신용품? 같은 것들이 있으려나?
아무리 찾아봐도 호신과 관련된 것들은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냥 유투브로 호신술에 관한 것들을 몇 번 본채 그냥 대책 없이 잠이 들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 너무 가기 싫은 하루였다.
그냥 아침인 이 상황에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들었다.
아마 이건 찬혁이도 같은 생각이지 않을까 싶었다.
그 때 띠링- 하고 문자가 왔다.
「이지민님 국민은행계좌로 5,000,000원이 입금되었습니다.」
오우!! 진짜 돈이 들어오다니.
나는 다시금 우울했던 생각들이 멀어져갔다.
내 인생에서 받아본 제일 큰 돈, 이 문자를 받고 나는 다시 힘이 났다.
그래 힘으로 도울 수 없다면 머리를 한번 써보는 거야, 지민아!
우선 제일 먼저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들을 구분했다.
내가 할 수 없는 것은 그들을 무력으로 맞서거나 그를 직접적으로 돕는 것.
교사들마저 그들의 악행을 알면서도 가만히 놔두기 때문에 내가 직접적으로 그들이 그를 괴롭힐 때 막 나서서 막아 주기 곤란하다.
물론 무력차이나 수적으로도 적기 때문에 더 그러한 것도 없잖아 있다.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청소, 따라다니기? 아니면 증거를 모으기?
청소부인 나로써만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그리고 다시 시작된 나의 출근길.
그 급식실 사건 이후로 부터 학생들이 나를 보는 표정이 달라졌다.
아무래도 그 소문 때문인 것 같다.
어차피 이틀 뒤면 나는 여길 떠날 존재이기 때문에 생각보다 신경은 쓰이지 않았다.
그냥 내가 할 일만 하고 가면 오늘 하루 무사히 끝날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어제 그런 사건을 벌이고서 오늘은 잠잠히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 말이다.
오늘 일할 청소량은 어제 보다 꽤 많이 늘었다.
요일마다 해야 할 일이 다르기도 하고 오늘은 분리수거해 버리는 날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나는 분리수거를 하다가 전기 충격기 비슷한 걸 발견했다.
물론 작동은 되진 않았지만 언젠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주머니에 챙겼다.
찬혁의 동향을 살피기 위해서라도 이 긴 작업들을 빨리 끝내야만 했다.
그리고 시작된 화장실 청소.
화장실 청소가 제일 고된 작업이긴 하다.
일단 쉬는 시간을 피해 학교 전 층을 돌아다니면서 수업시간 동안 끝내야하기 때문이다.
화장실을 더럽게 쓰는 것도 한 몫 하긴 했지만 중간에 담배 피러 나오는 학생들 때문에 눈치 보며 청소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이 먼저 들어가 담배를 피우고 있으면 선생님에게 알려야 하는지 고민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알리는 게 당연한 거일수도 있지만 이 학교는 권력 있는 학생들 앞에서 큰 힘을 못 썼기 때문에 알리는 게 의미가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때 한 익숙한 학생의 모습이 보였다.
거울에 살짝 비춰진 모습 속 손목에는 문신이 있었다.
아마 그 무리중 하나 일 것으로 추정됐다.
그리고 그가 들어간 칸에는 미리 다른 친구들도 들어가 있었다.
아.! 순간 이건 꼭 증거를 남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담배 피우는 장면을 몰래 찍는 건 사실상 어려웠기 때문에 그들의 말을 녹음하기로 했다.
그들의 대화는 찬혁이에 관한 내용이 주로 이루었다.
그들은 강찬혁 이라는 학생을 오늘 어떻게 괴롭혔는지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았다.
그 외에도 학생의 범주로써 해선 안 되는 것들과 이런저런 시시콜콜한 잡담까지 고스란히 다 담았다.
당연히 그들은 내가 몰래 들으며 녹음 한다는 것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고 그들이 나오기 전에 곧 바로 여자 화장실로 몸을 숨겼다.
이거라면 지금 당장은 아니라도 어딘가에 쓰이지 않을까라는 기대감과 오늘 내가 뭐라도 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리고 또 어김없이 찾아온 점심시간 나는 복도 청소 하는 척 하면서 강찬혁 학생의 뒤를 따라갔다.
그는 급식실로 가지 않고 이번에는 매점으로 향했다.
매점 뒤에는 쓰레기 버리는 곳과 분리수거함이 있어서 그의 동향을 살피기엔 최적의 장소였다.
그리고 그가 빵을 먹고 있을 때 쯤 다시 그 무리들이 그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잘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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