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괴롭힘의 연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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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혁이 빵을 한입 먹으려 할 때쯤 그 무리 중 제일 작은 친구 한명이 그의 빵을 집어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그리고 그들은 그 모습을 보며 킬킬 웃었다.
“오늘은 왜 급식 먹으러 안가냐?”
“야 쪽팔려서 어떻게 가냐?”
“그러게 존나 국 뒤집어쓰고 수업 들어오는 거 보면 철판 깐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닌가보네.”
“야 배고프냐? 빵 주까?”
하면서 바닥에 떨어진 빵을 주워 그의 입에 가져다 댔다.
그가 거부하자 그들은 찬혁의 입을 강제로 벌리며 넣으려고 하고 있었다.
그런 모습이 지나가는 선생님들 눈에 보였지만 그냥 모른 척 지나 갈 뿐이었다.
나는 더 이상 그 상황을 지켜 볼 순 없었다.
그 순간은 이성도 뭐도 아무것도 없었다.
그냥 그를 당장 구해야겠다는 마음뿐이었다.
나는 그 무리들로 다가가 빵을 빼앗았다.
“오, 뭐야? 또 청소하러 왔어?”
“이 빵 땅에 떨어진 거니까 제가 대신 주워서 버리려고 왔어요.”
“와 일 엄청 열심히 하시네. 할 일이 그렇게 안 많은 가봐요.”
“지나다니는 쓰레기 버리는 일이 제 일이니깐요.”
그 무리 중 키가 가장 큰 친구가 내 앞으로 다가왔다.
“여기 가장 큰 쓰레기가 있는데 이건 왜 안치우시는 건지? 직무 유기 아닌가요?”
그의 말에 주변 친구들은 깔깔대며 웃었다.
“쓰레기랑 청소부 너무 잘 어울린다.”
“야 너 이번에 또 저번처럼 씻겨달라고 해보지 그러냐. 그때 어땠냐? 좋았냐?”
“와 이 형님도 아직 못해본걸 네가 먼저 하네. 재수 없게”
“역시 쓰레기 커플들답다. 와 한명은 항상 더럽고 한명은 치우려하고 재밌는 조합이네.”
그들은 자신들의 대화에 취해 소란스럽게 떠들어 댔다.
“저는 일이 바빠서요. 빨리 치우고 갈게요.”
또다시 그의 손을 잡고 학생들이 안 올 만한 장소로 데리고 갔다.
그는 자신의 몸에 묻은 모래를 털었다.
“저 안 도와주셔도 되요.”
“딱히 도와준 건 아니에요.”
“그럼 그냥 쓰레기 주운건가요?”
“당신은 쓰레기가 아니에요. 바닥에 떨어진 중요한 물건이라 주운 것뿐이에요.”
“.....”
“청소부는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담죠. 저는 학생이 쓰레기라고 생각 한 적이 없어요. 그냥 학생을 원래 있어야할 곳에 두고 싶었을 뿐이에요.”
그는 아무 말 없이 그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나는 다시 내 할 일을 하고 있었다.
다시 돌아온 쉬는 시간, 내가 또 그를 데려간 일이 학생들 사이에 재밌는 이야기 거리가 되었다.
점점 말도 안 되는 소문들이 무성해 지고 그 무리들은 그것을 빌미로 그를 또 괴롭혔다.
내가 다른 일을 하고 있던 사이, 그들은 찬혁의 옷을 갈기갈기 찢어 놨다.
거의 누더기가 된 상태였고 옷의 형태를 찾기 어려워보였다.
그의 그런 모습을 보고도 선생님은 아무렇지 않게 수업했다.
다들 나와 그들이 다른 세계에 사는 것만 같은 그런 착각이 들었다.
나는 할 일들이 많아 계속 동향을 살피진 못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도 청소하느라 허리가 다 아플 지경이었다.
교감은 다시 교무실로 나를 불렀다.
“당신이 이 일에 개입하면 할수록 애들은 더 심해질 거에요. 무관심한 게 그들이 아무것도 못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에요.”
흠... 무관심이라 나는 퍽 내키지 않았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무관심이 최선의 방법이 될 수 있나요?”
누구나 그럴 것이다.
내가 힘이 들 때 누군가가 먼저 손을 내밀어주길 바라는 것.
무관심은 그들이 더 활개를 치게 내두는 것이지 더 잠잠하게 만들지 않을 것이다.
“저, 교감선생님. 제가 이 학교에 들어 온지 얼마 안 되서 물어보는 거지만 강찬혁이라는 학생이 누군가에게 괴롭힘을 당할 만큼 큰 잘못을 저질렀나요?”
그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가 잘못이 있다면 이만한 고통을 감당할 만한 큰 잘못이었을까요? 아무리 봐도 그들이 그를 괴롭힐만한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선생님이 관심을 주면 애들이 더 괴롭힐 순 있겠죠. 그렇지만 그렇다고 그를 방치해야할 납득할 만한 이유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한분 두분 여러 선생님들이 그를 도와준다면 그들도 가만히 있지 않을까요?”
“그치만 그 아이는 가재그룹의 아들이에요. 그의 부모님이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구요. 학교가 국가의 돈만으로 운영이 이루어질 수 없어요. 그들에게 최소한의 뭐라도 챙겨주려면 후원비가 필요 할 수밖에 없다구요.”
“그러면 찬혁이라는 친구는 후원비보다 못한 거네요.”
“그런 의미가 아니라.”
“어차피 제가 여기에 오래 있는 것도 아닌데 뭐 저는 그냥 제가 하고 싶은 대로 있다 갈게요.”
미움 받을 만큼 잘못한 친구는 따로 있는데 왜 찬혁이 고통스러워하는 건가?
방치, 무관심 이것들은 도움보단 이 상황을 악화시킬만한 요소들.
그것들을 난 너무 잘 알고 있다.
나도 전 직장에서 따돌림을 당했으니깐.
이렇게 심하진 않았지만 그때 누군가 나에게 손을 내밀어 줬던 사람을 나는 아직 잊지 못한다.
그도 그런 사람이 필요 한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그 역할이 되어야 겠다라고 결심이 섰다.
사실 이러한 생각이든 건 오늘 입금이 완료된 상태라 매우 충성도가 높은 것도 한 몫했다.
그러니 책임지고 끝까지 해결해야겠다는 마음이 앞섰다.
그리고 마지막 교시가 끝날 때 쯤 3-2반 앞을 기웃 거렸다.
그러나 찬혁의 자리엔 그가 없었다.
그의 부재에도 선생님은 수업을 계속 이어나갔고 다른 학생들도 큰 관심이 없는 듯 했다.
나는 그를 찾기 위해 경비실로 제일 먼저 갔다.
경비실 관리인 도움으로 씨씨티비를 확인 할 수 있었다.
씨씨티비 속 그는 옷이 너덜너덜한 채로 학교 옥상으로 가고 있었다.
나는 곧바로 그를 찾으러 옥상으로 올라갔다.
옥상 위 찬혁은 멍하니 하늘을 보면서 있었다.
나는 너무 놀라 그 모습을 멍하니 처다 보았다.
“강찬혁..”
그는 뒤를 돌아봤다.
그의 표정은 학생들에게선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씁쓸하고 인생의 모든 것들을 잃어버린 모습, 그의 얼굴에 허무함이 가득했다.
“거기서 뭐하고 있는 거에요.”
“그냥 내려다보는 기분이 어떨지 궁금해서요. 막상 보니까 모든 것들이 작아 보이고 내 발 아래에 있는 거 같고.”
“?”
“저는 왜 존재할까요?”
철학적인 질문?
그는 이어서 말했다.
“저는 잘못한 게 없어요. 그냥 첫날 혜원이라는 애한테 안녕이라고 인사를 한 게 전부였어요.”
혜원은 그들 무리 중 가장 큰 리더 같은 친구이다.
“그는 저에게 네가 이반에서 나에게 제일 먼저 인사를 했으니 널 특별한 존재로 만들어주겠다면서 절 괴롭히기 시작했어요.”
안녕하세요. 잘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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