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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영혼 님의 서재입니다.

2032 임자왜란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시간의영혼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6
최근연재일 :
2021.11.18 10:00
연재수 :
19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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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168
추천수 :
980
글자수 :
658,694

작성
21.06.2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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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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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7쪽

43. 혼자 남다 (1)

DUMMY

“그건 해군이나 공군이나 마찬가지였어. 군인들은 큰 그릇에서 국가안보 전체의 균형을 생각하기보다는 자신의 속한 군에 예산을 더 따가려는 밥그릇 싸움을 하고 있더군.”


“지역구 건설 예산 싸움하는 국회의원들이랑 다를 바가 없었군요.”


석필의 말에 형민은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그렇지. 지금 국회의원들이 자기 당과 자신의 지역구에 필요한 예산 따가기에 혈안이 된 것처럼, 국방예산도 나라 전체를 생각하는 게 아닌 마치 주인 없는 돈 눈먼 돈 먼저 가져가는 게 임자 다 식이었지.”


석필은 고개를 들어 잠시 옛날을 회상하는듯했다.


“합참에서 육군 출신으로 해군과 공군예산에 더 배정하자는 주장을 시작한 이후로 난 육사 출신 선배들에게서 따돌림을 당했어. 그 뒤로 해군, 공군 골프장 건설 예산을 언급한 뒤로는 해군, 공군 장교들도 내게 말을 안 걸더군.”


석필은 묵묵히 지난 시절을 회상했다.


“합참에서 십여 년간 근무하며 참여정부 시절 자주국방 기획안을 주도하면서 난 일에 파묻혀 살았지. 주변에서 같이 회식하러 가자는 말조차 걸지 않았으니 어쩌면 일밖에 할 일이 없었는지도 몰라.“


석필의 말을 들으며 형민은 쓴웃음과 함께 소주잔을 비웠다.


깊은 밤에 청와대를 나온 석필과 형민은 피곤한 몸에도 뭔가 오래된 묵은 숙제를 해결했다는 시원함에 잔을 나누며 술자리는 깊은 밤 동안 오랫동안 계속되었다.


”지난 40년 동안 해온 연구의 결과를 대통령님께 무사히 전달했으니 이젠 더 여한이 없네.“


”할 일 다 하시긴요. 이젠 대통령님이 진짜 행동으로 대한민국을 G3 국가로 이끄시는지 지켜보고 국민과 함께 정치권을 감시해야죠.“


비틀거리며 술값을 계산한 뒤, 잘 먹었다는 형민의 말에 석필은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난 여기까지가 나의 개인적, 역사적인 역할인듯해. 이제 자네 세대가 나라를 이끌어야지. 자네도 IMF 직후 태어나서 사회에서 겪을 일, 못 겪을 일, 안 겪었어야 하는 것 다 경험하지 않았나?

이젠 자네 세대와 90년 이후 태어난 젊은이들이 대한민국의 나아갈 길을 결정해야 하네 난 방향만 알려줬을 뿐이야.“


석필은 알 듯 모를듯한 말을 이어갔다.


“이제부터 앞으로 나아가고 안 나아가고는 자네들의 몫이야.“


“주인으로 살 것인가 노예로 살 것인가 결정하란 말씀이시죠?“


석필이 항상 입버릇처럼 하던 말로 형민이 대답했다.


”하하하“


별 말없이 웃으며 어깨를 툭 친 석필은 지하철역 방향으로 뒤돌아 갔다.


”대통령님이 언제 또 호출할 줄 모르니 스마트폰 충전 잘해놓고 계세요.“


형민의 말에 석필은 뒤돌아보지 않고 손만 흔들었다.


집으로 가는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가며 형민은 이제야 긴장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지난 1월 이후 대통령을 만나고 무려 10달 동안 전력을 다해 최선을 다해서 달려온 시간이었다.


사회에 처음 나온 신입사원 시절 같은 설래임으로 일에 열중했던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오랜 풍파를 딛고 견뎌온 대한민국은 다가오는 위기도 극복할 수 있을까?’


형민은 담담히 집으로 가는 버스를 향해 몸을 맡겼다.




2020. 11. 30


투자자문 일로 바쁜 일상 속으로 돌아온 형민은 11월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며칠 전 석필에게 전화를 건 형민은 주문진에 머리를 식히러 왔다는 소식을 듣고 왜 혼자 가셨냐며 타박을 했다.


머리 식히러 내려와 자연산 오징어에 갯바위에서 소주 한잔하고 올라오겠다는 석필의 전화를 마지막으로 연락이 없었다.


11월 30일 월말 시간에 맞춰 투자자들에게 월 결산 투자보고서 메일 작성을 마무리하고 있을 때...


스마트폰의 날카로운 신호음이 조용한 사무실의 정적을 깼다.


폰을 보니 비서실장 번호였다.


”안녕하세요. 비서실장님“


모니터를 보며 무심코 받아든 전화에 형민은 놀라 스마트폰을 떨어트렸고 커피잔에 부딪혀 쏟아진 커피로 결산 보고서는 짙은 색의 얼룩으로 젖어 들었다.


떨어트린 스마트폰에서는 비서실장의 큰 목소리가 울려왔다.


”형민씨, 듣고 있나? 최석필 대령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네!“


전화기 너머 들려오는 비서실장의 다급한 목소리에도 형민은 머리를 둔기로 맞은 듯 넋이 나간 표정으로 의자에 쓰러지듯이 무너졌다.





최석필의 장례식날.


병원의 영안실에서 떨리는 손으로 시신 확인을 한 형민은 계속 과음을 했다.


20대 시절 신입사원 때의 사회생활 이후 술을 절제하며 살아왔던 형민이었지만 오늘은 마시고 싶었다.


아니. 마시지 않으면 5분도 못 버티고, 미쳐버릴 것은 자신을 버텨낼 수 없다는 편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사고 경위를 듣고 전해주는 비서실장의 말도, 장례식장에 놓인 대통령의 조화도... 사람들 울음소리 속에 멍한 형민의 머릿속에선 물속에서 울리는 소리처럼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았다.


흠뻑 취한 채, 마지막 인사를 드리고 가겠다고 상주와 마주 선 기억을 마지막으로 슬픈 밤의 기억을 잃어버렸다.


다음날 어떻게 왔는지는 모른 채 집의 침대에서 깨어난 형민은 두통으로 깨질 듯한 머릿속을 울리는 스마트폰의 소음에 겨우 손가락을 더듬어서 폰을 끌어왔다.


”여... 여보세요.“


”5분 뒤 아파트 비상계단 입구로 내려오시오.“


마른침을 삼키며 겨우 전화를 받은 형민에게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인가요?“


형민은 눈을 비비며 겨우 허리를 일으키며 잠을 쫓아보았다.


”시간이 없습니다. 김 형민씨 지금 즉시 집에서 나오세요.“


”아니 누구신데 이러시나요?“


형민은 짜증을 내며 일어나 커튼을 재 쳤다.


정오의 따듯한 햇빛이 형민의 눈을 태울 듯이 강렬하게 비춰왔다.


겨우 뜨였던 눈을 다시 감으며 형민은 외쳤다.


”장난 전화 그만 하세요. 지금 이런 전화 받을 기분이 아닙니다.“


”최 석필이 보낸 사람입니다.“


머리를 누가 세게 친 느낌이었다.


‘최석필이 보냈다니 이 사람 대체 누구야.’


”3분 남았습니다. 지금 안 나오시면 김형민씨 목숨도 장담할 수가 없습니다.“


”뭐라구요?“


”비상계단 앞 자주색 세단입니다. 즉시 나오세요.“


형민이 미처 대꾸하기도 전에 전화는 끊겼다.


전화기 너머 남자의 목소리는 차분했으나 왠지 들어본 듯 낯설지 않은 누군가의 톤과 닮아있었다.


기억해보니 처음 만나기 전에 통화했었던 최석필만큼, 남자의 목소리도 차가웠으나 거짓은 아닌 듯한 느낌이었다.


형민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잠시 고민했으나, 본능적으로 목소리를 따르기로 했다.


즉시 스마트폰, 지갑만 챙긴 채 대충 옷을 입고 복도를 뛰어 비상계단으로 5층에서 달려 내려갔다.


자주색 차가 보였다.


"당신들 누구야? 누군데 나를 같이 가자는 거야.“


형민이 소리치며 다가서자 뒷문이 열리며 사람들이 내렸다.


검은색 선글라스에 마스크를 한 2명의 남자들이 형민 앞에 섰다.



한 사내가 마스크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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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3. 혼자 남다 (1) +2 21.06.22 261 5 7쪽
42 42. 능행도(陵幸圖)의 의미 +2 21.06.21 254 6 7쪽
41 41. 답답한 상황 (2) +1 21.06.20 258 4 7쪽
40 40. 답답한 상황 (1) +2 21.06.19 262 5 7쪽
39 39. 천하삼분지대계 (天下三分之大計) (2) +2 21.06.18 276 5 8쪽
38 38. 천하삼분지대계 (天下三分之大計) (1) +2 21.06.17 272 6 8쪽
37 37. 내부의 적 (2) +2 21.06.16 286 4 8쪽
36 36. 내부의 적 (1) +2 21.06.15 273 6 8쪽
35 35. 방심과 무능 (2) +2 21.06.14 279 4 7쪽
34 34. 방심과 무능 (1) +2 21.06.13 281 5 8쪽
33 33. 한국의 국부펀드 발행을 막아라 (2) +2 21.06.12 295 5 11쪽
32 32. 한국의 국부펀드 발행을 막아라 (1) +2 21.06.11 297 7 8쪽
31 31. 두려움을 넘어서 (3) +2 21.06.10 298 5 7쪽
30 30. 두려움을 넘어서 (2) +2 21.06.09 292 8 8쪽
29 29. 두려움을 넘어서 (1) +2 21.06.08 301 7 8쪽
28 28. 대안을 찾다 (2) +2 21.06.07 304 6 8쪽
27 27. 대안을 찾다 (1) +2 21.06.06 305 7 7쪽
26 26. 동쪽에서 부는 폭풍 (2) +2 21.06.05 304 6 7쪽
25 25. 동쪽에서 부는 폭풍 (1) +2 21.06.04 305 6 7쪽
24 24. 숫자에 파묻히다 (2) +2 21.06.03 297 6 8쪽
23 23. 숫자에 파묻히다 (1) +2 21.06.02 302 7 7쪽
22 22. 진행되는 음모 (3) +2 21.06.01 310 7 9쪽
21 21. 진행되는 음모 (2) +4 21.05.31 328 9 7쪽
20 20. 진행되는 음모 (1) +2 21.05.30 336 9 9쪽
19 19. 계산할 수 없는 미래를 계산하라 (2) +2 21.05.29 339 8 7쪽
18 18. 계산할 수 없는 미래를 계산하라 (1) +2 21.05.28 342 8 10쪽
17 17. 다가오는 먹구름 (2) +4 21.05.27 336 11 7쪽
16 16. 다가오는 먹구름 (1) +2 21.05.26 337 10 7쪽
15 15. 일본으로의 잠행 (2) +1 21.05.25 339 10 7쪽
14 14. 일본으로의 잠행 (1) +2 21.05.24 349 1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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