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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man 님의 서재입니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라이트노벨

바위man
작품등록일 :
2019.05.09 17:45
최근연재일 :
2020.03.12 08:45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954
추천수 :
3
글자수 :
150,144

작성
20.03.12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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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아무 생각이 없다

DUMMY

“여······보세요?”


“아! 여보세요. 우정이니?”


“아! 네!.”


급박한 상황에 좋아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들으니 왠지 모르게 릴렉스 되는 기분이 들었다. 다른 사람의 앞인데도 표정이 풀어질 것만 같았다.


“그게 잊지······ 일단 미안해!.”


“네?”


다짜고짜 사과라니 선배가 나에게 잘못한 게 있나? 설마 기억을 잃은 3월 달에 그런 일이 있었던 건가? 무슨 짓을 한 거야 3월의 나! 선배가 나에게 사과하게 만들다니······ 나는 선배가 나에게 무슨 짓을 하더라도 넓은 마음으로 이해할 도량이 있는 남자임을 어필하고 싶다고!


“퇴원했다고 들었는데······ 연락을 못해서······.”


“아~ 그것 때문에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지금은 완전 팔팔해요!.”


나는 당장이라도 선배에게 나의 건강함을 어필하고 싶어 어깨를 시원하게 한 바퀴 돌렸다. 물론 선배는 스마트폰 너머에 있다고 해도 말이다.


“그래? 정말 다행이다······.”


선배는 그런 말을 하면서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선배에게 걱정을 끼치는 것은 죄송한 일이었지만 그래도 걱정을 받으니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았다.


“선배 걱정 끼쳐드려서 죄송해요. 그리고 걱정해주셔서 감사해요. 큰 힘이 된 것 같아요.”


넘쳐흐르는 감정을 제어하며 나는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그럼 이만 들어가 볼게요. 선배. 지금 친구랑 놀고 있어서요.”


아무리 좋아하는 사람의 전화라 하더라도 긴 통화를 기다리게 할 만큼 나는 예의가 없지 않다. 물론 말주변도 좋지 않아서 곁에 아무도 없이 진득이 통화하는 상황이 나오더라도 오래 대화를 이을 자신이 없다. 왜냐? 부끄러우니까~.


그렇게 말하며 통화를 종료하려는 찰나에 선배가 마지막 한마디를 내게 건넸다.


“······우정아 오늘 시간 있으면 우리 집에 오지 않을래? 할 얘기가 있어서.”


“?????”


순간 머릿속이 물음표로 가득차고 말았다.


“에?”

······라는 뭔가 제정신을 못 차린 이상한 답변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흠······ 좋다는 거지? 그래, 그럼 오늘 계속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꼭 와줘.”


선배의 말을 끝으로 통화는 종료됐다.


“······.”


그리고 나는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어두워져 내 얼굴이 비치는 스마트폰 화면을 멍하니 바라봤다. 그리고 화면에 비친 나 스스로에게 물었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그리고 이내 기쁜 마음을 표출하며 나는 “아싸!” 하고 펄쩍펄쩍 뛰었다.


주변에서 보면 “왜 저래?” 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래도 좋다. 3월의 기억이 날아갔다는 것은 나는 2월 달에 선배와 마지막 만남을 했던 것이다. 그래도 드문드문 만난 기억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이렇게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니 기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오히려 좋아하는 사람과 오랜만에 만나는 기회가 생겼는데 좋아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나는 단호하게 그렇게 말할 수 있다.


“기분 좋은 일이라도 생기신 모양이네요. 후훗.”


기쁨과 환희도 빠진 나를 다시금 제정신으로 돌려놓은 것은 한 사람의 목소리였다.


“아······.”

······차 싶었다. 기본적으로 내가 아랑 선배를 좋아하는 것은 모두에게 비밀이다. 내 절친인 재우도 선우도 모른다. 물론 수진이는 알고 있지만······ 그리고 희정 누나도 알고 있다. 애초에 왜 알고 있냐고 하면 수진이는 내가 예전에 쓴 러브레터를 읽었고 희정 누나는 감을 알았다고 한다. 가족의 감은 역시 무시할 수 없나보다. 수진이도 그렇고.


아무튼 나는 언제나 주변 사람들 앞에서 아랑 선배에 대한 낮은 스탠스를 취하기 때문에 잘 숨기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도가 지나쳤다. 오히려 잘 모르는 사람이기에 숨긴다는 생각보다는 어차피 별상관 없겠지라고 생각해버리고 만 것이다. 순간 잊어버리고 만 것이다. 김하윤의 존재를······.


“어······ 좋은 일이 생긴 것 같아요······.”


나는 삐질 삐질 땀을 흘리며 시선을 잠시 하늘을 향한 채 천천히 말했다.


짧은 전화를 하며 내가 취한 퍼포먼스를 보고 김하윤이 유출 할 수 있는 것은?


1. 정말 친한 친구한테 전화가 왔나보다.

이건 말이 안 된다. 나한테 전화 올 친한 친구라면 재우뿐일 텐데 재우는 사건을 물고와 곤란하게 만들지 기쁜 소식을 몰고 오지 않는다.


2.로또의 당첨됐다는 전화라도 받았나보다.

이것도 말이 안 된다. 만약 당첨 전화였으면 나는 보이스 피싱을 의심해봤을 것이다. 나는 나이가 안 되니까 로또 같은 것은 사지도 못한다. 설령 살 수 있는 나이가 됐더라도 할 일은 없을 것 같다.


3. 좋아하는 이성 분에게 전화가 왔나보다. 혹은 넓은 사고를 가졌기에 그냥 좋아하는 사람에게 전화가 왔다고도 볼 수도 있다.


정답은 뭐냐! 제발 3번은 아니라고 해 줘.


“좋아하는 분에게 연락이라도 받으신 건가요?”


김하윤은 내가 제발 아니길 바랐던 답을 도출해 내며 싱긋 웃어보였다. 내 생각이지만 분명 객관식 문제를 잘 푸는 학생일지도 모른다.


“에······.”

난 또 이상한 소리를 입에 담았다. 지금에 와서 느낀 거지만 나는 아무 생각이 없을 때 이런 소리를 입에 담는 건지도 모른다.


“후훗.”


그런 내가 재밌는지 김하윤은 상쾌한 웃음을 지었다.


“걱정 마세요. 우정 씨 저도 어느 정도는 눈치가 있답니다. 비밀로 해드릴게요.”


검지를 입에 갖다 대며 그렇게 말하는 김하윤이었지만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가늘게 뜬 외쪽 눈은 무슨 재미난 궁리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약간 재우의 모습과 겹쳐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시선을 바닥에 내리 꽂은 채 벌벌 떨면서 말했다.


“제가 어떻게 하면 될까요?”


순한 토끼처럼 나는 포식자 앞에서 덜덜 떨 수밖에 없었다.


“글쎄요······. 지금은 딱히 생각나는 게 없네요. 생각 나는게 있다면 다음에 말씀드릴게요. 그럼······.”


김하윤은 그 말을 끝으로 단아하게 미소 지으며 내게 손을 흔들더니 그대로 나를 지나쳐 어딘가로 향했다. 헤어짐의 손짓이었고. 향하는 곳은 분명 집일 것이다.


나는 멀어져 가는 그의 등을 멍하니 아무 생각 없이 쳐다만 봤다.


“망했다.”

······라는 말이 힘없이 내 입에서 새어나왔다.


나는 오늘 저 김하윤이란 사람을 처음 만났다. 분명 성별과 옛사람에 대한 오해를 하기는 했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고. 김하윤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그렇기에 어떤 사람인지 모른다. 하지만 나의 비밀을 알고 나서 바뀌어 버린 저 표정은 가까이 있는 누군가의 얼굴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표정이었다.

재우와도 같은 재밌는 일이 생기면 빠지지 않는 쾌락주의자의 표정이었다. 그런 사람한테 약점이 쥐어진다면 앞으로 어떻게 될까? 상상도 하기 싫다. 분명 사건의 눈덩이는 커지고 커져 나를 덮쳐 버릴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취해야할 행동은······ 단 하나밖에 없다.


나는 그렇게 생각을 마친 뒤 어느새 시야에서 사라진 그의 등을 쫓았다. 문슨 일있더라도 잡아야하고 사건을 매듭지어야한다.


“자, 잠깐만. 김하윤!”


다시 보인 긴 머리카락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그렇게 그를 멈춰 세우고자 했다.


“네?”


내가 다시 쫓아올 거라는 것을 알았다는 듯이 김하윤은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봤다.


나는 멈춰선 김하윤의 앞까지 그대로 직행해 숨을 헐떡거리다가 차분하게 말했다.


“그······ 나를 친 거랑······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거······’ 라고 차마 말을 할 수 없어서 이렇게 말했다.\


“아무튼 그런 거 다해서 쌤쌤으로 하지 않을래? 그 무승부로 말이야?”


뭔가 이렇게 필사적이었던 적이 있었나 싶었다.


“치사한 사람이네요, 우정 씨는. 아까 학교에서는 괜찮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그렇다면 그 일은 거기서 끝난게 아닌가요? 물론 저도 잘못했다고 용서를 구했고요.”


“그래 나도 알아. 하지만 네 재미 들린 그 표정을 들면 앞으로가 걱정된단 말이야. 지금도 계속 그런 표정이고!”


“제가 정말 그런 표정이라고요? 흠······ 부정은 못하겠네요~.”


“봐, 봐!”


역시 놀리고 있다. 분명 다 알고 있는 거야······. 물론 내가 아무 생각 없이 행동하기는 했지만······. 하~, 내 잘못이 크다······.


“하지만 우정 씨 저는 아무것도 몰라요. 당신을 보는 것도 오늘이 처음이고 당신이 그렇게 걱정하시는 문제에 대해 제가 추론할 수 있게된 정보는 당신 누군가의 전화를 받고 정말로 기뻐했다는 것뿐이에요. 단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저는 아무것도 몰라요.”


“거짓말 하지 마! 좋아하는 사람한테 전화라도 온 거냐고 말했잖아!”


분명히 내가 전화를 끊고 나서 만든 마음의 선택지의 3번을 골랐다. 제발 고르지 않기를 바랐는데······.


“아~ 그 점 말씀하시는 거군요. 좋아요 그럼 제 생각을 말씀드릴게요. 우정 씨가 좋아하시는 분은 희정 선생님 아닌가요? 그런 설정이시라면서요. 저는 단지 우정 씨가 좋아하시는 희정 선생님에게 전화를 받아서 기뻐하시는 줄 안거예요. 혹시 아닌가요?”


양손을 살짝 벌리는 제스처를 취한 김하윤이 내 눈에는 너무나도 아니꼬웠다. 다 알고 있다. 저 사람은 단지 내가 말하기를 유도하는 것이다. 그 착각은 오해이며 오해가 아니고 사실을 이러이러하다고 말이다. 왜 수진이에게도 진우에게도 선우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것을 말을 하게 만드는 것일까?


“거짓말 하지마세요! 희정 누나는 개뿔! 다 아시잖아요! 제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온 전화를 받고 좋아했다는 걸 당연히 알고 계시잖아요!”


끓어오르는 열기를 참지 못해 그만 터지고 말았다. 어차피 다 알고 있는 사람이다. 그러니 누군가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들켜버리고 말았던 이 감정을 확실히 하고 싶은 마음이 내 몸속 어딘가에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감정을 생판 모르는, 처음 만난 사람에게 터트려버리고 말았다.


“하하하하하하!!!”


터졌다······. 터져버리고 만 것은 내 감정만이 아니었다. 나의 부끄러움이 한계치의 도달했다면 상대방의 ‘재미있어!’ 라는 것 역시 한계치의 도달한 듯했다.


“우정 씨는 역시 재미있는 사람이군요. 좋아요. 정말 좋아요. 잠시 저희 집에서 차라도 한잔 하시지 않으실래요? 차가 싫다면 커피라도 좋고요.”


웃음을 멈춘 김하윤은 태연하게 그런 권유를 했다. 집이라는 호랑이굴에 초대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하지만 무슨 이유일까? 나는 그 권유에 응했고 역시나 아무 생각 없이 그의 등을 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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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말할 수 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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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 생각이 없다 20.03.12 7 0 11쪽
30 방과 후 20.03.06 8 0 21쪽
29 그의 이름은 김하윤 19.10.30 21 0 14쪽
28 전학생이 오다 19.10.28 13 0 9쪽
27 기억 상실 19.10.26 19 0 9쪽
26 죽은 토끼의 향연(2부 프롤로그) 19.08.28 23 0 5쪽
25 1부 에필로그 19.07.13 27 0 11쪽
24 좋아한다고 19.07.04 31 0 5쪽
23 이제는 말할 수 있다(2) 19.06.29 34 0 15쪽
22 이제는 말할 수 있다 19.06.23 32 0 16쪽
21 기억의 바다(3) 19.06.20 27 0 5쪽
20 기억의 바다(2) 19.06.18 17 0 12쪽
19 기억의 바다 +2 19.06.16 28 0 15쪽
18 결국 이렇게 되는 건가 19.06.13 27 0 14쪽
17 금요일의 대결전 19.06.10 16 0 12쪽
16 계약 종료 +1 19.06.06 27 0 6쪽
15 이렇게 될 줄 몰랐어 +1 19.06.05 27 0 11쪽
14 옷가게로 가요 19.06.03 21 0 11쪽
13 곡별연자 +1 19.05.31 34 0 10쪽
12 영화보러 가요 19.05.30 21 0 11쪽
11 시공의 폭풍 19.05.27 20 0 19쪽
10 말했다 19.05.24 20 0 10쪽
9 식사를 마치고 19.05.23 19 0 12쪽
8 금요일은 동아리 시간 19.05.21 22 0 8쪽
7 고백 확정 19.05.17 21 0 9쪽
6 목요일(2) 19.05.15 27 0 12쪽
5 목요일 +1 19.05.13 72 1 10쪽
4 부탁 19.05.12 71 0 8쪽
3 계약 19.05.11 52 0 9쪽
2 고백 19.05.09 38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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