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바위man 님의 서재입니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라이트노벨

바위man
작품등록일 :
2019.05.09 17:45
최근연재일 :
2020.03.12 08:45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958
추천수 :
3
글자수 :
150,144

작성
19.05.24 17:17
조회
20
추천
0
글자
10쪽

말했다

DUMMY

“뭐?”


방으로 돌아가려는 걸음을 멈추고 수진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선배······.”


수진이는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혹시 재우 선배한테 능력을 쓸 의향은 없으신가요?”


“없어.”


나는 생각할 필요도 없이 즉답했다.


“그런 걸 왜 묻는 거야? 내가 그런 짓 할 리가 없잖아.”


“실은······ 제가 선배라면 할 거 같아서요.”


“의왼데? 굳이 왜?”


나는 그렇게 물으며 수진이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일단 좋아하는 사람이랑 데이트도 할 수 있고. 재우 선배의 마음까지 전부 알 수 있잖아요.”


“확실히 그런 방법도 있지.”


나는 손깍지를 끼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내 능력은 그런 속편한 능력이 아니야. 다른 사람의 몸의 빙의해 기억과 마음을 읽는다는 건 내 경험상 80퍼센트 정도 대상자의 몸을 완벽하게 조종할 수 있다는 거니까.”


“그럼 평생 빙의한 상태로 살 수도 있겠네요. 선배가 나쁜 마음만 먹으면.”


“뭐 그렇기는 한데······.”


나는 멋쩍게 볼을 긁었다.


“중1때 말이야······ 나는 내 능력을 내 친구한테 사용했었어. 난생 처음으로.”


“그건 알아요. 중1때 능력을 각성하셨잖아요. 그때 분명 무슨 일이 있으셨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무리 물어봐도 얘기도 안 해주시고······.”


수진이는 사뭇 진지한 얼굴로 나의 말을 기다렸다.


“무슨 일이 있어냐라······ 내가 능력을 처음 쓴 여파인지 적응을 잘못해서 완전히 폭주해버렸어. 그 친구의 몸으로 해서는 안 되는 짓을 해버렸어······. 결국, 그 친구는 전학을 가게 됐어. 온전히 나 때문에.”


“······.”


수진이는 아무 말 없이 내 말에 경청했다.


“그 친구의 인생이 단 1초도 안 걸려서 내 머릿속에 들어왔어 필터도 안 걸린 채. 이게 무슨 말이냐면 그 친구가 까먹었던 일도 나는 다 알 수 있다는 거야. 그때는 정말 정신을 못 차리겠더라. 기억과 함께 한꺼번에 많은 희로애락아 느껴져서. 주로 화를 더 많이 느꼈지만. 하지만 제일 힘들었던 건 그 친구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였어.

나와 함께 지내면서 나의 좋은 점과 싫은 점을 느꼈을 거 아니야. 근데 나한테 좋은 감정이 있다고 해도 나를 싫어할 때의 감정이 더 크게 다가왔어. 그 친구를 다시는 못 볼 정도로······. 아, 내가 이렇게 해서 그 친구가 싫은 감정을 느끼게 했구나······. 그러면서 그 친구가 나한테 느낀 배신감을 내가 이해하게 됐을 때는 정말······.”


나는 말을 잠시 멈추고 그때를 회상했다. 나에게 있어 정말 끔찍한 사건이었고. 정말 끔찍한 날이었다. 나는 사과해야만 한다고 느꼈지만 그런 용기를 낼 겨를도 없이 그 친구는 떠나버렸다. 나 같은 놈을 그렇게나 좋아해줬던 친구였는데······.


“물론, 내가 아빠한테도 능력을 쓰고 선배한테 능력을 써보면서 능력 컨트롤이 많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나는 내 능력을 사용하면서 결심했어. 내 주변인들에게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능력을 쓰지 않기로. 나에게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나를 싫어하는 마음을 견뎌 내는 게 너무 버거워. 그래서 누나가 아빠와 나를 떨어트려 놓은 거잖아.”


나는 긴말을 멈추고 그 동안 잠자코 있던 수진이를 쳐다봤다. 수진이는 잠시 눈을 꾹 감더니 결심이라도 다진 거 마냥 눈을 부릅뜨며······.


“저, 저는 선배를 싫어해 본적 없으니까! 저한테는 마음껏 쓰셔도 돼요!”


······라고 말했다.


“푸······ 흐흐흡”


“아니, 왜 그렇게 웃으세요! 진지하게 말한 건데!”


“아니······ 그냥 웃겨서.”


나는 손을 저으며 발끈하는 수진이를 진정시켰다.


“말했잖아. 지인들한테는 안 쓸 거라고. 애초에 너한테 쓸 필요도 없어. 내 능력은 4, 5살 이후의 기억부터 읽을 수 있으니까. 애초에 너희 부모님이랑 우리 부모님이 친해서 내 능력의 범위 보다 더 옛날부터 붙어 지냈잖아. 너랑 있었던 일 다 기억한다고.”


“4, 5살이요? 그건 왜 그런 거예요?”


수진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글쎄다. 초능력이라는 게 애초에 상식 밖이니까.”


심지어 내가 몸에 들어갔어도 기억과 마음이 안 읽힌 사람이 있었다. 아랑 선배가 그 케이스다. 왠지 모르겠지만 안 읽혔다. 그때 내 몸으로 돌아오고 나서 얼마나 가슴을 쓸어내렸는지······.


“선배, 정말로 저랑 어렸을 때 있었던 일 다 기억하세요? 능력을 안 쓰시고도?”


천장을 바라보며 옛날 일을 회상하고 있을 때 수진이가 그렇게 물었다.


“뭐······ 대충은?”


“진짜로요?”


수진이는 사뭇 진지한 눈빛으로 내 눈을 바라봤다.


“솔직히 말하면 인간의 기억이라는 게 각색되거나 잊기는 마련인데······.”


머리를 긁적이면서 말을 이었다.


“부끄럽기는 하지만 어렸을 때 내가 탄천에 빠졌을 때 네가 구해준 건 아직도 기억해. 그때 아마 내가 초1이었나 초2였나?”


“초2셨어요.”


수진이는 갑자기 고개를 숙인 채 그렇게 말했다.


“아, 그랬냐?”


음······ 확실히 생각해보니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그럼······ 그때 제가 선배를 구해드리고 했던 말 기억하세요?”


“흠······ 그때 네가 무슨 말 했었나?”


“······.”


“그때 펑펑 울었던 기억밖에 없는데······. 아무튼 이 얘기는 그만하자, 계속하니까 좀 부끄럽다.”


내 말이 마침과 동시에 수진이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안녕히 주무세요.” 하고 수진이는 도망치듯이 방으로 돌아갔다.


“그, 그래.”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했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내 방으로 돌아갔다.



침대에 누우면서 수진이가 한 말을 되새겼다.


“아랑 선배만 보지 말고 다른 것을 보라······. 그럼 많은 게 보일 것이다······.”


확실히 맞는 말이다.


수진이한테 이런 말을 들을 정도면 내가 주변에 별 신경을 안 쓴 것 같다. 그러니 재우가 선배를 좋아한다는 사실도 선우가 재우를 좋아한다는 사실도 눈치 못 챘지.

그렇다고 해서 어떻게 하면 선배한테서 눈을 뗄 수 있지?


그런 고민을 하는 순간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그래! 이렇게 한 번 해보자.


나는 내가 생각해 낸 재치 있는 작전에 흡족해 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



수진이의 말을 의식해 나만의 작전으로 선배와 일부러 거리를 둔지 1주일이 지났다.

달라진 점은 없다. 새로 보이게 된 것도 없다. 대체 뭐가 문제였던 것일까······? 수진이의 말대로 선배한테서 눈을 뗐는데······.


소파에 앉아 자아성찰을 하고 있을 때 수진이가 말을 걸어왔다,


“선배, 이번 주에 대체 뭐하신 거예요? 아랑 선배랑 만나자 마자 도망치질 않나. 아랑 선배한테 전화가 와도 안 받지 않나.”


“아니······ 네 말대로 선배한테서 눈을 떼보려고 한 건데······ 별 효과 없는 거 같아.”


“당연하죠! 그건 오히려 선배를 의식하는 행동이라구요. 아랑 선배가 저한테 ‘내가 우정이한테 무슨 잘못했니?’라는 연락까지 받았다구요!”


“정말로?”


“네! 전화하면 씹고 만나면 도망치고 그런 게 무슨 눈을 떼는 행동이에요! 그냥 미친짓이지!”

“그러냐?”


아, 선배를 걱정 시키다니······. 뭐하는 거야, 나······.


머리를 싸매며 선배에게 괜한 걱정 시킨 것에 대해 끙끙거렸다.


“아무튼 선배, 다음에 아랑 선배 만나시면 꼭 사과하세요.”


“그래야겠다. 그런데 수진아.”


“네?”


“다음에 선배를 만나서 사과할 때 재우에 대한 걸 물어봐야할까?”


그 말에 수진이는 표정을 구기더니 이내 표정을 풀고 한 숨을 내쉬었다.


“······그건 선배가 알아서 하셔야죠. 도와드리고는 싶지만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건 하나도 없어요.”


“그렇긴 하지······ 미안하다. 괜한 헛소리해서.”


“선배의 그런 헛소리 한, 두 번이 아니니까요~. 그래도 선배가 정말로 관계를 유지하고 싶으시면 말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막 사귀기 시작한 커플에 축복을 못 해줄망정 찬물 끼얹을 수는 없는 거잖아요. 그리고 재우 선배랑 아랑 선배가 선배한테 얘기를 안 하는 이유가 있을 거예요.”


“······너한테는 말했냐?”


“네?!”


무심코 던진 질문에 수진이는 시선을 회피하기 시작했다.


“뭐야? 왜 시선을 피해?”


“그, 글쎄요?”


수진이는 집게손가락을 턱에 갖다 대며 그렇게 말했다.


수진이의 그 반응에 나는 넋이라도 나간 거처럼 고개를 떨어트렸다. 새하얗게 불타버린 느낌이 바로 이런 거구나······. 나한테는 말 안하고 수진이한테는 말했구나······.


“아, 아무튼 내일부터 준비해주세요.”


“······.”


“이, 이제 진우가 이민 갈 날이 얼마 안 남아서 슬슬 사전준비를 할까 해서요.”


“······.”


“내, 내일은 바쁠 테니까. 일찍 일어나주세요!”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걸까? 잘 모르겠다. 힘들다. 방으로 돌아가자······.

그렇게 소파에서 일어나 수진이를 뒤로하고 좀비 같은 걸음걸이로 내 방으로 돌아갔다.


“서, 선배!”


그런 나를 향해 수진이가 다급한 어조로 소리쳤지만 반응할 여력이 없어 무시하기로 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1 아무 생각이 없다 20.03.12 8 0 11쪽
30 방과 후 20.03.06 8 0 21쪽
29 그의 이름은 김하윤 19.10.30 22 0 14쪽
28 전학생이 오다 19.10.28 13 0 9쪽
27 기억 상실 19.10.26 19 0 9쪽
26 죽은 토끼의 향연(2부 프롤로그) 19.08.28 23 0 5쪽
25 1부 에필로그 19.07.13 27 0 11쪽
24 좋아한다고 19.07.04 31 0 5쪽
23 이제는 말할 수 있다(2) 19.06.29 34 0 15쪽
22 이제는 말할 수 있다 19.06.23 33 0 16쪽
21 기억의 바다(3) 19.06.20 27 0 5쪽
20 기억의 바다(2) 19.06.18 17 0 12쪽
19 기억의 바다 +2 19.06.16 28 0 15쪽
18 결국 이렇게 되는 건가 19.06.13 27 0 14쪽
17 금요일의 대결전 19.06.10 16 0 12쪽
16 계약 종료 +1 19.06.06 27 0 6쪽
15 이렇게 될 줄 몰랐어 +1 19.06.05 27 0 11쪽
14 옷가게로 가요 19.06.03 22 0 11쪽
13 곡별연자 +1 19.05.31 34 0 10쪽
12 영화보러 가요 19.05.30 21 0 11쪽
11 시공의 폭풍 19.05.27 20 0 19쪽
» 말했다 19.05.24 21 0 10쪽
9 식사를 마치고 19.05.23 19 0 12쪽
8 금요일은 동아리 시간 19.05.21 22 0 8쪽
7 고백 확정 19.05.17 21 0 9쪽
6 목요일(2) 19.05.15 27 0 12쪽
5 목요일 +1 19.05.13 72 1 10쪽
4 부탁 19.05.12 71 0 8쪽
3 계약 19.05.11 52 0 9쪽
2 고백 19.05.09 38 1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