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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man 님의 서재입니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라이트노벨

바위man
작품등록일 :
2019.05.09 17:45
최근연재일 :
2020.03.12 08:45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951
추천수 :
3
글자수 :
150,144

작성
19.06.20 19:37
조회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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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5쪽

기억의 바다(3)

DUMMY

무서울 정도로 소름 돋았다.


“······무슨 일이세요? 선배?”


나는 놀라지 않은 것처럼 태연하게 웃으며 선배를 대했다.


“글쎄~? 네가 더 잘 알지 않을까?”


재우 선배는 싱긋 웃어보였다.


“······.”


이 사람은 항상 싱글벙글 웃고 있지만, 지금 짓고 있는 웃음은 의미가 달랐다.



등꼴이 오싹해졌다. 나에게는 재우가 평범하게 웃는 거처럼 보였지만 진우는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나보다. 재우는 모든 애들한테 친절한 애니까. 그렇게 겁먹을 필요는 없는데······.


“절 몰래 미행하신 건가요?”


“미행?”


재우 선배는 모르는 일인 거 마냥 고개를 갸웃거렸다.


“미행은 네가 한 거 아니야? 난 단순히 볼일 좀 보려고 우정이와 헤어졌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야. 우정이 옆 동이거든~.”


“저 사람은 대체······”


“저 사람이 아니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재우 선배가 내 말을 끊었다.


“선배잖아. 나이도 1살 많고 우정 선배라고 불러야지 아니면 선배님이라던가.”


가벼운 어조로 살랑살랑 거리며 말을 하고 있지만 선배의 말에는 분명 가시가 돋쳐있었다.


“······사실 미행한 거 맞아요.”


이 사람한테 거짓말을 소용없다. 이미 들킨 거 사실대로 고백하자.


“우정 선배님은 어떤 사람이죠?”


재우 선배는 내 말에 피식 웃었다.


“내 최고의 친구야.”


재우 선배는 자랑하듯이 자신의 가슴에 손을 갖다 대며 부드럽게 말했다.



“재우야······.”


이런 말을 재우의 입에서 직접 들을 수 있다니······ 정말 감동이다. 그런데 선배랑 사귀는 건 왜 나한테 말 안하냐. 이 나쁜 자식아!



“자기가 속해있는 관계를 정말로 소중히 여기고. 소중한 사람과 관계된 일이라면 손해 보는 일이라도 마다하지 않는 그런 애야. 그리고 고통 받지······. 나는 예전에 우정이가 고통 속에서 몸부림 칠 때 아무것도 해준 게 없어······. 다시는 그런 일 없게 할 거야. 굳이 네가 우정이랑 너 자신을 비교한다면 우정이는 너처럼 타산적이지 않지.”


“선배가 하실 말은 아닌 거 같은데요?”


나는 무거운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위해 농담조로 말했다.


“뭐, 그렇기는 하지.”


재우 선배는 인정하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나도 내 친한 친구가 관계된 일이라면 가만있지 않아. 나한테 수진이의 이름을 물어봤을 때부터 싹수가 보이기는 했지만······. 아니, 애초에 왜 다들 나한테 그런 걸 물어보는 거야? 이렇게 될 줄 몰랐던 거야?”


“입도 무거우시고······. 다른 사람에 대해서 아는 것도 많고······. 제일 중요한 건 선배는 평소에 다른 사람 일에 관여하시지 않잖아요.”


“그렇기는 하지. 하지만 수진이는 내 소중한 동생이고. 우정이도 내 소중한 친구야. 그리고······ 너 말이야 살짝 엇나갔다고 생각하지 않아? 스토킹까지 하다니 이상하잖아. 학교에서 몰래 몰래 쳐다보는 거 까지는 봐주겠는데. 집 앞까지 따라오는 건 좀······.”


“······선배도 저 스토킹하신 거잖아요.”


“아니지. 아까도 말했지만 나는 우연이라니까.”


“······.”


진이 다 빠진다. 학교에 있는 카더라 통신을 통해 소문을 들어보기는 했지만, 저런 상태의 재우 선배는······. 대체 우정 선배님은 어떤 사람이길래 재우 선배가 이렇게 나서는 거지?


“······그럼 이것만 물어볼게요. 수진이는 우정 선배를 좋아하나요?”


나는 확고히 하고 싶은 부분을 짚고 넘어가기로 했다.


재우 선배는 그런 내 말에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왜 저런 사람을 좋아하는 거지?

왜 나를 좋아하는 거지?

오래 알고 지내서 오빠라고 부를 정도니까?

나를 오빠라고 부를 정도니까 우리는 가족 같은 관계가 아니었던 건가?

대체 수진이한테 어떤 사람이지?

나는 수진이한테 대체 어떤 사람이지?



“뭐······ 너무 충격 받지 마. 우정이는 수진이한테 동생 이상의 감정은 없으니까. 그리고 네 친구들한테 좀 더 의지하도록 해. 좋은 애들이니까.”


그 말을 끝으로 우리는······



일말의 희망을 느꼈고.

일말의 희망을 잃었다.


수진이는 지금까지 그 사람을······ 나를······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을까?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는 게 이런 느낌인가?


주제 할 수 없는 두 감정이 혼합되었다.


이 바다에서 내 감정이 뚜렷해지고 나면 내 능력은 내 감정을 지우기 위해 더욱더 세차게 몰아친다.


세차게. 세차게. 세차게.


작가의말

오타 및 기타 등등 지적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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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말할 수 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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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아무 생각이 없다 20.03.12 7 0 11쪽
30 방과 후 20.03.06 8 0 21쪽
29 그의 이름은 김하윤 19.10.30 21 0 14쪽
28 전학생이 오다 19.10.28 13 0 9쪽
27 기억 상실 19.10.26 19 0 9쪽
26 죽은 토끼의 향연(2부 프롤로그) 19.08.28 22 0 5쪽
25 1부 에필로그 19.07.13 26 0 11쪽
24 좋아한다고 19.07.04 31 0 5쪽
23 이제는 말할 수 있다(2) 19.06.29 34 0 15쪽
22 이제는 말할 수 있다 19.06.23 32 0 16쪽
» 기억의 바다(3) 19.06.20 27 0 5쪽
20 기억의 바다(2) 19.06.18 17 0 12쪽
19 기억의 바다 +2 19.06.16 28 0 15쪽
18 결국 이렇게 되는 건가 19.06.13 27 0 14쪽
17 금요일의 대결전 19.06.10 16 0 12쪽
16 계약 종료 +1 19.06.06 27 0 6쪽
15 이렇게 될 줄 몰랐어 +1 19.06.05 27 0 11쪽
14 옷가게로 가요 19.06.03 21 0 11쪽
13 곡별연자 +1 19.05.31 34 0 10쪽
12 영화보러 가요 19.05.30 21 0 11쪽
11 시공의 폭풍 19.05.27 20 0 19쪽
10 말했다 19.05.24 20 0 10쪽
9 식사를 마치고 19.05.23 19 0 12쪽
8 금요일은 동아리 시간 19.05.21 22 0 8쪽
7 고백 확정 19.05.17 21 0 9쪽
6 목요일(2) 19.05.15 27 0 12쪽
5 목요일 +1 19.05.13 72 1 10쪽
4 부탁 19.05.12 71 0 8쪽
3 계약 19.05.11 52 0 9쪽
2 고백 19.05.09 38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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