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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man 님의 서재입니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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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man
작품등록일 :
2019.05.09 17:45
최근연재일 :
2020.03.12 08:45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959
추천수 :
3
글자수 :
150,144

작성
19.05.17 13:22
조회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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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고백 확정

DUMMY

“선-배~”


수진이는 해바라기라도 된 것 마냥 환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네······.”


그 밝기에 짓눌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시선을 회피했다.


“제가 말해드리기 전까지 굳이 나설 필요 없다고 했잖아요!”


수진이는 이를 악 물더니 나를 향해 몸을 앞으로 젖혔다.


“진, 진정해. 상대방을 알아야 나를 안다고 하잖아. 나도 내 능력을 쓸 상대가 어떤 사람인 지 알아야. 들어가고 나서 잘 제어할 수 있지······.”


“······.”


수진이는 눈을 꼭 감으며 팔짱을 낀 채 아무 말도 없었다.


먹혔나?


“······선배는 능력을 쓰면 상대방에 대해서 전부 알게 되는데 그런 사전 정보가 왜 필요해요!”


······안 먹혔구나.


“미안. 하지만 봐도 모르겠더라. 다들 즐겁게 웃고 떠들고 있어서 누가 누굴 좋아하는지 그런 복잡한 인간관계는 잘······.”


말꼬리를 흐리면서 내가 보고 느낀 점 사실대로 말했다. 실제로 나는 아무것도 못 느꼈다.


“그럼 재우 선배는요?”


“뭐······?”


“재우 선배요! 재우 선배는 무서울 정도로 날카롭잖아요. 선배와는 다르게!”


너도 충분히 날카로워······.


“그······ 손목시계를 찬 애? 걔가 널 좋아한다더라······.”


“하······.”


수진이는 한 숨을 내쉬더니 머리를 부둥켜안고 바닥에 구르기 시작했다.


“아아아아아아아~”


아무래도 재우의 말이 맞았나보다. 그래도 난 모르겠던데······.


“이래서 재우 선배가 문제에요. 맨날 자기 얘기는 안하면서 남 얘기만 되면 귀를 쫑긋 세우시고······ 불공평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자기 얘기, 해줄 수도 있잖아요! 형평성에 어긋나요!”


“확실히 동감하기는 하는데. 너도······.”


“······너도, 뭐요?”


“아니야, 아니야. 아무것도.”


나는 손사래를 치며 별일 아니라고 말했다.


오늘 학교에서 재우가 너에 대해 말해줬다고 말하면 안 되겠지? 사람간의 신뢰가 있으니······.


“애초에 선배가 문제에요. 제 말을 안 들은 것도 문제지만 재우 선배는 왜 데려온 거예요!”

수진이는 눈썹을 치켜세우면 매섭게 노려봤다.


“아니. 혼자서 오려고 했는데······ 나보고 어디 가냐고 묻더라. 그래서 사실대로 말했지. 너도 알잖아. 사실대로 말 안 해도 따라올 거.”


“확실히 재우 선배는 선배 일만 되면 나서려고 하죠······. 아무리 오랫동안 알고 지냈다고는 하지만······ 재우 선배 설마 그쪽 취향은 아니죠?”


“뭔 헛소리야! 걔 아랑 선배랑 사귀잖아. 알면서 나 괴롭히냐?”


“아······ 죄송해요. 잠시 까먹고 있었어요.”


“까먹을게 다 있지. 내가 차여서 울 때 데리러 나왔으면서.”


“역시 우셨군요.”


“아, 안 울었어!”


나는 수진이에게 더 이상 말하지 말라고 인상을 찌푸렸다. 수진이는 그런 나를 시답잖게 바라보더니 바닥에서 일어나 팔짱을 꼈다.


“하여튼 선배는 저한테 더 혼나셔야······.”


나 더 혼나야 돼? 라고 생각해 한 숨을 내쉬려던 순간 철컹하고 문 여는 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시간에 우리 집에 올 사람이면······ 설마? 하고 소리가 난 현관문을 바라봤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부모님이 안 계시는 동안 우리들의 보호자역을 맡은 희정 누나가 신발과 겉옷을 벗고 있었다.

희정 누나는 고개를 들어 우리를 바라보고는 입을 열었다.


“누나 왔다~.” 하고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나는 누나의 깜짝 등장에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빠르게 누나의 곁으로 가 겉옷을 받았다.


“웬일이야?”


나는 차가운 눈빛으로 초대하지 않은 손님을 홀대했다. 이 양반이 우리 집에 온 이유는 뻔하다.


“마시러 왔지~.”


예상했던 대답. 수진이도 예상했는지. 나와 함께 인상을 찌푸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누나, 학교 선생님이 학생들 앞에서 그러면 자라나는 학생들이 뭘 배우겠어?”


“선배 말이 맞아요!”


“하지만~.”


얼굴을 붉힌 채 혀 짧은 소리를 하는 거 보니까 이 사람 이미 취했다. 술 냄새도 좀 나고······.


“희정 언니, 이미 취하신 거 같은데요?”


“아냐, 아냐~. 다른 선생님들하고 조금~ 쪼끔 마셨어. 완전 괜찮다구~.”


“괜찮긴 뭐가 괜찮아! 이미 맛이 갔구먼.”


“재미없는 사람드리랑 마시는 거 보다. 여기서 마시는 게 훨~ 좋아. 안주도 더 맛있고. 아ㄴ주 있지 우정아?”


나는 불쌍한 우리 누나를 가엽게 쳐다보고 겉옷을 소파에 내려놓고 냉장고에 있는 안주와 술을 꺼내왔다.


“누나, 소파에서 먹어······.”


“히. 히. 히. 역시 우리 동생이야.”


누나는 얼큰하게 취한 얼굴로 빙그레 웃으며 접시를 받아 소파에 누웠다.


별 저항 없이 안주를 갖다 준 나를 보고 수진이가 내 귓가에 속삭였다.


“이래도 괜찮은 거예요? 어떻게든 재워야할 텐데······. 내일 학교 가셔야 되잖아요.”


“알아서 하겠지. 나이도 다 먹었는데.”


“그래도······.”


“어이, 거기. 청춘남녀! 학교에서 뭐 재밌는 일 없었어? 참된 스승으로써 학생들의 학교생활을 알아야겠는걸? 오늘 대머리한테 교사답지 않다고 혼났다구~. 나는 적성검사해서 선수 생활도 포기하고 선생이 된 사람인데······ 너무 하지 않아?”


왜 저럴까······ 저 취객은 취하지만 않으면 진짜 괜찮은 사람인데······ 나이 얘기도 빼고.


“뭐? 불만 있어? 대답하라구~.”


안쓰럽게 쳐다보는 나의 눈빛이 기분 나빴는지 누나가 투정을 부리기 시작했다. 더 귀찮아지기 전에 대충 대답하자.


“재밌는 일 없어요. 없어.”


“구래~?”


나의 성의 없는 대답을 듣고도 누나는 히죽 웃으며 말을 이었다.


“왜? 우리 우정이 아랑이한테 차였잖아! 맞다! 고백도 못하고 차였지~ 참?”


나는 순간 뒤통수에 망치라도 맞은 거처럼 멍 때리고 말았다.


그걸 누나가 어떻게 알아?


나는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돌려 수진이를 쳐다봤다.


수진이는 손과 고개를 격하게 저으며 자기가 말하지 않았음을 알렸다.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단 하나. 당사자한테 묻는 거다.


“누나가 그걸 어떻게 알아?”


“응? 어제 봤거든. 아래층으로 내려가고 있는데 아랑이가 재우한테 고백하는 거 있지~.”


“나는 못 봤을 거 아니야.”


“능력으로 봤자~. 누가 계단으로 빠르게 내려가는 소리가 들려서. 내 능력이면 너인걸 바로 알 수 있잖아. 투시할 수 있으니까.”


내려가는 소리가 들렸다고?


“그럼 누나 두 사람이······ 날 알아챘을 수도 있을까?”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물었다. 제발 아니라고해줘······.


“전혀~ 둘 다 둘만의 세상에 빠져있어서 못 들었을 걸? 애들이 벌써부터 연애라니 나도 아직 못해 본걸! 다음 교직원 회의 때는 교칙에 연애 금지 조항을 넣자고 건의 할 거야!”


······진짜 아랑 선배랑 재우였구나. 목소리만 들어서 아니기를 바랐는데. 진짜였어······.


뺨에서 조금씩 조금씩 물방울이 흘러내려가는 게 느껴졌다.


“어······? 동생아 왜 그래?”


울었다. 하늘에 대고 목 놓아 울었다. 광, 광 울었다. 어제도 그렇게 울었는데. 아직도 나올 눈물이 있다니······.


난 얼마나 선배를 사랑하는 걸까?


눈물에 가려져 흐려진 시야 속에서 사람의 형상이 술 냄새를 풍기며 내게 다가와 나를 안아줬다.


“괘, 괜찮아. 우리 동생. 울지 마. 몇 년 살았다고 그래~. 우리 동생은 더 좋은 사람 만날 거야. 그러니까 울음 뚝.”


“맞, 맞아요. 선배! 선배는 분명 아랑 선배보다 더 좋은 사람 만날 거예요. 정 안되면······ 저랑 사귀어요!”


“그건 아니지.”

“그건 아니지.”


나는 흐르는 눈물을 멈추지 못한 채 누나와 동시에 말했다.


수진이는 그런 우리의 말에 얼굴을 붉으락푸르락하며 볼을 부풀렸지만 불평은 하지 않았다.


나 정우정. 신곡고등학교 1학년. 좋아하는 사람한테 고백도 못한 채로 차인 게 오늘로 완전히 확정되었다.


작가의말

오타 및 기타 등등 지적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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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기억 상실 19.10.26 19 0 9쪽
26 죽은 토끼의 향연(2부 프롤로그) 19.08.28 23 0 5쪽
25 1부 에필로그 19.07.13 27 0 11쪽
24 좋아한다고 19.07.04 31 0 5쪽
23 이제는 말할 수 있다(2) 19.06.29 34 0 15쪽
22 이제는 말할 수 있다 19.06.23 33 0 16쪽
21 기억의 바다(3) 19.06.20 27 0 5쪽
20 기억의 바다(2) 19.06.18 17 0 12쪽
19 기억의 바다 +2 19.06.16 28 0 15쪽
18 결국 이렇게 되는 건가 19.06.13 27 0 14쪽
17 금요일의 대결전 19.06.10 16 0 12쪽
16 계약 종료 +1 19.06.06 27 0 6쪽
15 이렇게 될 줄 몰랐어 +1 19.06.05 27 0 11쪽
14 옷가게로 가요 19.06.03 22 0 11쪽
13 곡별연자 +1 19.05.31 34 0 10쪽
12 영화보러 가요 19.05.30 21 0 11쪽
11 시공의 폭풍 19.05.27 20 0 19쪽
10 말했다 19.05.24 21 0 10쪽
9 식사를 마치고 19.05.23 19 0 12쪽
8 금요일은 동아리 시간 19.05.21 22 0 8쪽
» 고백 확정 19.05.17 22 0 9쪽
6 목요일(2) 19.05.15 27 0 12쪽
5 목요일 +1 19.05.13 72 1 10쪽
4 부탁 19.05.12 71 0 8쪽
3 계약 19.05.11 52 0 9쪽
2 고백 19.05.09 38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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