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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man 님의 서재입니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라이트노벨

바위man
작품등록일 :
2019.05.09 17:45
최근연재일 :
2020.03.12 08:45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937
추천수 :
3
글자수 :
150,144

작성
19.07.04 20:58
조회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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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5쪽

좋아한다고

DUMMY

“여보세······”


“죄송합니다!”


통화가 연결되고 나서 선배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나는 밑도 끝도 없이 그렇게 말했다.


“왜, 왜 갑자기 사과를 하니? 우정아.”


당황하는 선배의 목소리에 나는 그만 피식 웃고 말았다.


“아니에요. 선배, 계속 사과드리고 싶어서 전화 드렸어요. 수진이한테 들었거든요. 제가 계속 피해 다녀서 걱정하셨다면서요.


“음······ 지금도 걱정하고 있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너한테 잘못했을까봐······. 혹시, 내가 진짜로 뭐 잘못했니? 네가 날 계속해서 피해 다닐 정도로?”


“그럴 리가요!”


선배의 걱정을 덜어드리고 싶었는지 나도 모르게 큰 소리로 단언했다.


아······ 놀라셨으려나······.


“그래? 그럼 다행이다.”


하지만 선배는 나의 걱정과는 다르게 여느 때처럼 여유를 잃지 않는 담담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그런 목소리를 통해 싱긋 웃는 선배의 모습을 상상하니 나도 모르게 그만 입꼬리가 올라갔다.


선배의 담담한 목소리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상상을 하는 걸 보니 나는 어쩔 수 없는 놈이구나. 라고 생각했다.


결국 나는 이런 놈이다. 향수 같은 것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는 선배한테서 고혹적인 향기를 느끼고, 바람에 흩날리는 찰랑거리는 머리카락을 보면 비단길 같다는 생각을 하고, 빠른 속도로 타이핑을 하고 있는 손을 보고 있으면 이런 섬섬옥수가 다 있다니! 라는 생각을 한다.

그 외에도 만져본 적 없는 피부에서 부드러움을 느끼고, 올곧게 뻗어있는 두 다리를 보면 만져보고 싶다는 충동이 든다. 게다가 나를 보며 얇게 웃어주는 그 입술과 눈웃음에서 요염함을 느낀다.


그런 생각을 하는 나를 돌아보면, 왠지 모르게 변태 같다. 아닌가? 노답 변태 확정인가?


아무튼 나는 선배가 좋다.

아무튼 나는 선배가 좋다.

아무튼 나는 선배가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사람들 앞에서 연설하고 싶다.


웃는 선배가 좋다.

우는 선배가 좋다.

화난 선배가 좋다.

집중하는 선배가 좋다.

당황하는 선배가 좋다.

고심하는 선배가 좋다.

초조해하는 선배가 좋다.

부끄러워하는 선배가 좋다.

민트 초코를 좋아하는 선배가 좋다

하와이안 피자를 좋아하는 선배가 좋다.

탕수육에 소스를 부어먹는 선배가 좋다.

그리고 선배가 사랑에 빠져있는 모습을 너무나도 보고 싶다······.


이 마음만큼은 재우에게 지지 않는다고 자신한다.


“선배, 지금 어디 계세요?”


그러니 결심을 다진다.


“나? 어······ 지금 집으로 돌아가는 길인데······.”


“선배, 그러면 집 앞에서 잠시만 기다려주실 수 있으세요?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요.”


“음······ 지금은 할 수 없는 말이니?”


“네.”


“······.”


잠깐의 정적······. 설마 내가 무슨 말을 할지 대충 예상하시는 건가?


“······우정이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이유가 있겠지. 분명 전화로는 전할 수 없는 거지? 기다리고 있을게······.”


내 걱정과는 달리 선배는 나긋나긋한 어조로 나를 받아들여줬다.


“네. 감사합니다.”


“그래.”


그렇게 나는 전화를 끊었다.



※※※



이제는 움직여야 할 때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달리기 시작했다.


계단을 올라 강변을 벗어나 선배의 집으로 향했다. 횡단보도에서 잠시 멈추고 마음을 추스른다. 아무리 급하지만 무단횡단을 할 수는 없다.


초록불이 들어오고 그 신호에 맞춰 달리고 또 달렸다.


바람이 분다. 기분 좋은 바람이······. 4월의 봄바람이 마치 내 고백을 응원하는 거처럼 내 등을 밀어준다. 내 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물론, 이런 고양된 감정 속에서 차이고 나서의 관계를 걱정하는 내가 마음 속 한켠에 있지만 나는 내 사람들에게 있어 어떤 사람일까? 이런 일이 있다고 해서 나와 거리를 둘 정도로 나는 가벼운 사람인가? 나는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내 마음을 숨김없이 보여줄 거니까······. 내가 함께 있고 싶다는 마음에 일말의 거짓이 없으니까!


그런 생각을 하니 있는 힘껏 달리는 도중에 헛웃음이 나왔다.


앞으로의 일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하나 확실한 건······ 나는 모두를 좋아한다. 그리고 선배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모퉁이를 돌며 이제 선배네 아파트 단지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지금까지 전하지 못했던 내 마음을······.

그렇게 생각하며 커브를 돈 순간······



······눈을 찌르는 듯한 헤드라이트가 나를 덮쳤다.


끼이이이이익, 하는 소리가 허공으로 울려 퍼졌다.


작가의말

오타 및 기타 등등 지적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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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말할 수 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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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아무 생각이 없다 20.03.12 7 0 11쪽
30 방과 후 20.03.06 7 0 21쪽
29 그의 이름은 김하윤 19.10.30 21 0 14쪽
28 전학생이 오다 19.10.28 13 0 9쪽
27 기억 상실 19.10.26 18 0 9쪽
26 죽은 토끼의 향연(2부 프롤로그) 19.08.28 22 0 5쪽
25 1부 에필로그 19.07.13 26 0 11쪽
» 좋아한다고 19.07.04 31 0 5쪽
23 이제는 말할 수 있다(2) 19.06.29 33 0 15쪽
22 이제는 말할 수 있다 19.06.23 32 0 16쪽
21 기억의 바다(3) 19.06.20 26 0 5쪽
20 기억의 바다(2) 19.06.18 17 0 12쪽
19 기억의 바다 +2 19.06.16 27 0 15쪽
18 결국 이렇게 되는 건가 19.06.13 26 0 14쪽
17 금요일의 대결전 19.06.10 16 0 12쪽
16 계약 종료 +1 19.06.06 26 0 6쪽
15 이렇게 될 줄 몰랐어 +1 19.06.05 26 0 11쪽
14 옷가게로 가요 19.06.03 21 0 11쪽
13 곡별연자 +1 19.05.31 34 0 10쪽
12 영화보러 가요 19.05.30 21 0 11쪽
11 시공의 폭풍 19.05.27 20 0 19쪽
10 말했다 19.05.24 20 0 10쪽
9 식사를 마치고 19.05.23 18 0 12쪽
8 금요일은 동아리 시간 19.05.21 21 0 8쪽
7 고백 확정 19.05.17 21 0 9쪽
6 목요일(2) 19.05.15 26 0 12쪽
5 목요일 +1 19.05.13 71 1 10쪽
4 부탁 19.05.12 71 0 8쪽
3 계약 19.05.11 52 0 9쪽
2 고백 19.05.09 37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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