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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man 님의 서재입니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라이트노벨

바위man
작품등록일 :
2019.05.09 17:45
최근연재일 :
2020.03.12 08:45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941
추천수 :
3
글자수 :
150,144

작성
19.06.05 07:58
조회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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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이렇게 될 줄 몰랐어

DUMMY

그렇게 몇 분 동안 혼자 속옷 천국으로 나가기 무서워 잠자코 수진이를 기다리고 있을 때, 커튼 너머에서 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사람의 형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커튼 너머의 사람은 겉옷을 벗더니 치마부터 시작해 옷을 벗기 시작했다.


뭐, 뭐하는 거예요! 커튼으로 대충 다 보인다고요! 당신도 알 거 아니에요! 커튼 너머에 사람이 있다고요! 라고 말하고 싶지만 입이 움직이지 않았다.


이런 숙맥아 빨리 말하라고! 잘못 걸리면 경찰서 행이야! 경찰서 가고 싶어!


내가 경찰서에 끌려가면 슬퍼하게 될 사람들의 얼굴을 생각하면서 나는 용기를 내기로 했다.


“저기요······ 여기 사람 있어서 다 보여요.”


나는 가성을 섞어 여성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남자라는 걸 들킬까? 안 들킬까? 제발······.


“푸훕······.”


커튼 너머의 여성은 손을 배에 갖다 대 깔깔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뭐야? 왜 웃는 거야?


여성의 예상치 못한 행동에 등에서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어 “왜, 왜 그러세요?” 하고 물었다. 가성을 섞은 상태로.


“선배~ 여자 목소리 꽤 잘 내시네요.”


놀리는 듯한 어조의 익숙한 목소리가 긴장의 끈을 놓게 만들었다. 나는 힘이 빠져 바닥에 털썩하고 주저앉았다.


“뭐야······ 너였어? 왠지 조용하더라니······.”


“당연하죠. 어떤 여성이 건너편에 사람 형상이······ 그것도 남자 형상이 있는데 옷을 갈아입으려고 해요~.”


잠자코 생각을 해보니 당연하거였다. 내가 여자라고 해도 건너편에 내 형상이 떡하니 있으면 바로 소리 지르거나 방을 나갔을 것이다.


사고가 경직돼 유연한 사고를 하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이 방에는 왜 데려온 거야? 커튼은 왜 있는 거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호흡을 가다듬고 물었다.


“요즘 트렌드에요. 커플들이 각자 방에 들어가서 여자 쪽이 속옷을 다 갈아입으면 커튼을 거두고 남자 쪽이 감상을 하고 귀엽다거나 섹시하다거나 야하다거나 칭찬을 하는 거죠.”


야하다고 하는 것도 칭찬인가?


“······그래서 날 왜 데려온 거야? 설마 나한테 속옷 보여주려고?”


나는 어이없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


“설마요~.”


커튼 틈새로 얼굴을 내민 수진이도 어이없어했다.


“친구들이 아직까지 몰래 따라오는 걸 봐서 떨쳐내려고 여기 들어왔죠.”


확실히. 이 정도의 란제리 가게에 들어오는 걸 보면 질려서 더 이상 확인할 것도 없다고 생각해서 돌아갈 거 같다. 나도 재우와 아랑 선배가 이런 가게에 데이트하러 간 걸 보면 바로 쇼크 먹을 것이다.


“그래서······ 여기서 잠시 숨어있자는 거야?”


“그렇죠.”


수진이는 기분 좋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옷은 왜 벗어? 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왠지 태클 걸면 안 될 것 같아 다른 걸 물어봤다.


“그런데 괜찮겠어? 애들이 너무 놀라는 거 아니야? 학교에서 막 물어보면 어떻게? 너 남자친구랑 벌써 그렇고 그런데 가는 거 봤어······ 어디까지 갔어? 라는 19금 토크를 할 수도 있잖아.”


“에이~ 제 친구들은 그렇게 선배처럼 이상한 쪽으로 상상력이 풍부하지 않다구요~. 오히려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그건 네 생각이고. 보통은 헤프다고 생각하겠지.”


“괜찮아요. 애들이 그렇다고 생각하면 실은 오빠였어~ 속여서 미안해. 남자친구 있는 척 해보고 싶었어. 라고 말하면 돼요.”


“오빠여도 이런데 오는 게 이상하기는 한데······ 네 알아서 해라.”


어차피 여기까지 잠자코 끌려왔다는 건 수진이에게 휘둘리겠다는 뜻이다. 휘둘릴 만큼 휘둘려 주자.


“좋아요. 좋아. 선배는 이런 무신경한 태도가 더 보기 좋다구요~.”


수진이는 쾌활한 어조로 말을 마쳤다.


“그래서 언제쯤 나가면 돼? 꽤 오래 있었던 거 같은데?”


“나. 가. 기. 전. 에······ 선배는 혼 좀 나셔야 돼요!”


수진이는 묻는 말에 답도 하지 않은 채 커튼을 확 열었다. 커튼이 열리자 가려져 있던 수진이의 몸이 환하게 들어났다.


“짜잔!”


나는 안쓰럽다는 눈빛으로 오픈된 수진이의 몸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뭐하는 거야?”


담담한 어조로 물었다.


“뭐예요? 부끄럽지 않으신 거예요?”


수진이는 오히려 당황하더니 양손으로 가슴을 가리기 시작했다.


“아니······ 보여주다가 다시 가리는 건 뭐야? 애초에 보여줄 마음도 없다며.”


“새, 생각이 바뀌었어요!”


수진이는 얼굴을 붉히더니 화내듯이 말했다.


그런 수진이를 나는 턱을 잡아당기며 훑어봤다.


검은색 레이스 팬티에 핑크핑크한 프릴이 달린 브래지어까지······.


“검은색에 핑크색이라니 색 배치가 이상한데. 차라리 진홍색 브래지어가 더 낫지 않냐?”


어른스러운 색에 귀여운 색을 더하다니······. 물론, 그런 갭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나는 좀······.


“무, 뭘 평가하시는 거예요!”


“······애초에 뭘 혼내주겠다는 거야?”


“그, 그건 선배가 저번에 알몸을 보여주셔서 제가 쇼크 받았잖아요! 선배도 그런 충격 받아보셔야 돼요!”


“뭐야? 아직도 그때 일 생각하고 있었냐? 그건 사고였잖아. 나도 미안해. 대신 엄청 맞아줬잖아. 나 M도 아닌데······.”


“아니, 선배의 그런 취향까지 알고 싶지는 않거든요~.”


수진이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아무튼! 난 네 속옷 본다고 놀라지도 않아. 옛날에 자주 봤잖아. 애초에 너도 내 속옷 차림보고 안 놀라잖아. 물론, 나는 네 알몸을 봐도 안 놀랄 자신이 있지만······.”


“그럼······.”


수진이는 뭐에 맞은 듯 암담하게 고개를 숙였다.


“······제가 지금 다 벗은 면 선배가 놀라시는지 안 놀라시는지 알 수 있게 해드릴까요!”


수진이는 가슴을 가렸던 손을 등 뒤로 가져가 후크를 풀려고 했다.


“야, 야! 진정해!”


나는 몸을 앞으로 내밀어 수진이의 어깨를 붙잡았다.


수진이는 갑작스러운 내 행동에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심지어 얼굴마저 화끈 닳아 오른 것처럼 보였다.


확실히 아무리 오빠 같은 사람이라고는 해도 속옷 차림에 어깨를 붙잡히며 깜짝 놀라겠지.

나는 마음 편하게 먹으라고 수진이의 어깨를 살며시 주물러줬다.


내 손놀림에 깜짝 놀랐는지 수진이의 몸에 소름이 돋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계속해서 수진이의 어깨를 주물렀다.


“서, 선배.”


수진이는 아기 고양이 같은 목소리를 내더니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


“진정됐냐?”


“지, 진정되긴 뭐가 진정돼요! 숙녀의 몸을 그렇게 함부로 만지셔도 되겠어요!”


수진이는 기가 찬다는 듯이 화를 내며 눈가를 닦았다.


그 모습을 보고······ 운 거 아니지? 라고 차마 물을 수 없었다. 만약 운거면 나 때문이니까.


“숙녀가 되려면 나이를 좀 더 먹어야 할 거 같은데?”


나는 씨익하고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그럼 아랑 선배는요? 아랑 선배는 숙년가요?”


수진이는 내가 내민 손을 붙잡고 일어나며 물었다.


“왜 이렇게 아랑 선배랑 비교해 선배는 선배고 넌 넌데. 애초에······”


수진이를 일으켜 세우며 수진이의 가슴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체급차이도 나고 말이지.”


“저, 저도 성장했거든요!”


수진이는 발끈하더니 붙잡았던 내 손을 잡아 당겼다. 그대로 나는 중심을 잃어 수진이쪽으로 넘어졌다.


“아······ 아!”


쾅~ 하는 소리가 방에서 울려 퍼졌다.


“아······ 아, 야야.”


넘어지는 동안 질끈 감았던 눈을 떠보니 나는 수진이를 덮치고 있었다. 심지어······.

“뭐, 뭐하시는 거예요!”


가슴에 손이 가고 말았다.


뭐야 이 상황······ 요즘 러브코미디에도 안 나올 구닥다리 장면이잖아. 보통 여기서 주인공들은 허둥거리다가 일을 키우지만 난 다르다. 애초에 난 주인공도 아니고. 침착하자.

그렇게 생각한 뒤 태연하게 손을 떼고 머리를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음······ 별로 안 커진 거 같은데?”


그런 말을 하고 나서 나는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내가 대체 무슨 헛소리를 한 거지.


“[편지].”


“아아아아아아아악!!!”


헛소리에 대가는 너무나도 강력했다.


아······ 내가 생각해도 이상하네······. 내가 무슨 자신감으로 이렇게 나댔지?


바닥에 딱 붙어버린 왼손을 부여잡으며 괴성을 질렀다.


“소, 손님 이런 곳에서 이상한 플레이를 하시면 안 됩니다!”


나의 괴성이 오해를 불러일으켰는지 점원이 방 밖에서 다급하게 말을 건넸다.


“그런 거 아니에요~. 제 남자친구가 제 모습을 보고 너무 놀랐나 봐요. 좀 더 오붓하게 있다가 나갈게요~.”


“······그러면 소리는 자제해주세요.”


“네~.”


살려주세요! 라고 외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괴성을 너무 지른 탓에 탈진 상태에 들어가 입을 열 수가 없었다. 단지, 고통 속에 몸부림만 칠 뿐.


“선배, 방금 뭐라고 하셨죠?”


수진이는 자연스럽게 발을 움직여 내 등을 밟았다.


나는 젖 먹던 힘까지 긁어모아 살기위해 입을 열었다.


“저는 아무 말도 안했습니다. 여기서 있었던 일은 전부 잊겠습니다. 이건 거짓말이 아닙니다.”


나는 숨을 가쁘게 내쉬며 정돈된 어조로 기계처럼 말을 이었다.


“수진아. 진짜 미안하다. 내가 여자 마음도 모르고······. 내가 능력으로 선배 몸에 들어가 봤지만 왠지 모르게 기억이랑 마음을 읽을 수 없어서 가슴에 대한 여자의 마음을 잘 몰라.”


“그걸 꼭 능력을 써야만 알아······ 잠깐만요. 선배, 아랑 선배의 기억이랑 마음 못 읽었어요?”


“응? 말 안했냐? 예전에 한 번 말한 것 같은데······.”


“그걸 왜 이제 말해요!”


수진이는 순식간에 내 등에서 발을 떼고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왼팔의 고통도 점점 줄어들었다.


“뭐야? 나 이제 일어나도 돼?”


“잠시만요. 여기서 기다리고 계세요.”


뭐야? 뭔 일인데 그래? 나는 겨우 몸을 가누고 일어나 그렇게 생각했다.



몇 분을 기다리다 돌아오지 않는 수진이가 걱정돼 뒤따라 나가기로 했다.


수진이는 가게 앞에서 스마트폰으로 누군가와 전화를 하고 있었다.


“네, 네. 그렇게 된 거 같아요. 안심하세요.”


수진이는 통화를 마치고 따라 나온 나를 쳐다봤다.


“기다리라고 했잖아요~.”


수진이가 날카롭게 째려봤다.


“······걱정돼서 나와 봤어. 갑자기 정색하며 나갔잖아.”


“괜찮아요······. 선배가 걱정하실 일 아니에요. 잠깐 기다리세요.”


괜찮다고 말하기는 했지만 수진이의 표정은 좀처럼 밝아지지 않았다. 대신 왠지 모를 쓸쓸함이 느껴졌다.


작가의말

오타 및 기타 등등 지적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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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죽은 토끼의 향연(2부 프롤로그) 19.08.28 22 0 5쪽
25 1부 에필로그 19.07.13 26 0 11쪽
24 좋아한다고 19.07.04 31 0 5쪽
23 이제는 말할 수 있다(2) 19.06.29 33 0 15쪽
22 이제는 말할 수 있다 19.06.23 32 0 16쪽
21 기억의 바다(3) 19.06.20 26 0 5쪽
20 기억의 바다(2) 19.06.18 17 0 12쪽
19 기억의 바다 +2 19.06.16 27 0 15쪽
18 결국 이렇게 되는 건가 19.06.13 26 0 14쪽
17 금요일의 대결전 19.06.10 16 0 12쪽
16 계약 종료 +1 19.06.06 26 0 6쪽
» 이렇게 될 줄 몰랐어 +1 19.06.05 27 0 11쪽
14 옷가게로 가요 19.06.03 21 0 11쪽
13 곡별연자 +1 19.05.31 34 0 10쪽
12 영화보러 가요 19.05.30 21 0 11쪽
11 시공의 폭풍 19.05.27 20 0 19쪽
10 말했다 19.05.24 20 0 10쪽
9 식사를 마치고 19.05.23 18 0 12쪽
8 금요일은 동아리 시간 19.05.21 22 0 8쪽
7 고백 확정 19.05.17 21 0 9쪽
6 목요일(2) 19.05.15 26 0 12쪽
5 목요일 +1 19.05.13 71 1 10쪽
4 부탁 19.05.12 71 0 8쪽
3 계약 19.05.11 52 0 9쪽
2 고백 19.05.09 38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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