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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man 님의 서재입니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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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man
작품등록일 :
2019.05.09 17:45
최근연재일 :
2020.03.12 08:45
연재수 :
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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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수 :
150,144

작성
19.06.03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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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옷가게로 가요

DUMMY

식사를 다 마친 우리는 가게를 나와 다른 층에 있는 옷가게로 향했다.


환하게 켜져 있는 가게 조명이 나 같은 집돌이에게 아프게 다가왔지만 수진이는 그런 거 없이 잘만 들어갔다.


“선배, 빨리 들어오세요~.”


“으······ 조명이 너무 밝아.”


“헛소리하지 마시구요.”


수진이의 말에 한 걸을 한 걸음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겨 가게에 들어갔다.


“와~.”


옷걸이에 걸려있는 각양각색의 옷들에 나는 그만 탄식을 내뱉었다.


“선배, 시골에서 오셨어요?”


그런 나를 수진이는 안쓰럽게 바라봤다.


“아니, 내가 이런 데를 자주 오는 것도 아니잖아.”


나는 멋쩍어 머리를 긁적거렸다.


“항상 희정 누나가 사 오시는 옷만 입으시고······. 선배도 고등학생이 됐으니까 혼자서 옷 좀 골라보세요!”


“그렇다고 해서 누나가 옷을 못 고르는 건 아니잖아.”


“그렇기는 한데······ 나중에 아랑 선배랑 같이 데이트 할 때는 어떻게 하실 거예요!”


“확실히······ 그런데 수진아 솔직히 말해서 나는 내가 옷을 못 입는다고 생각하지 않아. 만약에 아랑 선배랑 데이트 하게 돼도 지금처럼 입을 거야.”


수진이는 그렇게 말한 나를 안타깝게 쳐다보더니 이내 고개를 돌렸다.


“누나한테 백번 감사하시고, 제 옷이나 빨리 봐주세요.”


“그래.”


나는 가볍게 답하고 가게를 둘러봤다.


수진이에게 어울리는 옷이라······. 가슴 작은 거 빼고는 콤플렉스가 없어서 다 잘 어울릴 텐데······ 어?


눈에 들어온 여성용 트레이닝 바지를 들어 “이거 어때?” 하고 수진이에게 보여줬다.


“괜찮을 거 같은데? 그리고 이 흰색 티셔츠 깔끔해서 너랑 잘 어울릴 거 같아,”


“선배······.”


수진이는 조심스럽게 다가와 귓속말로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딱 달라붙는 건······. 그리고 이 티셔츠 배꼽티잖아요.”


뭐가 문제인거지?


“······그래도 집에서 입을 수도 있잖아. 밖에서 입기 부끄러우면.”


“집에서 입는 게 더 부끄러워요!”


뭐? 맨날 집에서 후줄근하게 입고 다니는 애가 뭐가 부끄러워······.


“나 때문에 그래? 별로 신경 안 쓰잖아.”


“······선배 이런 옷 입은 사람 직접 본 적 없죠?”


수진이가 얼굴을 붉히며 물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모델들이 입는 걸 인터넷에서 대충 본 적이 있지만 실제로 본적은 없다. 그래도 수진이가 입어도 꿀리지는 않을 거 같은데······.


“······한 번 보여드릴게요.”


수진이는 겉옷을 내게 건네고 내 손에서 옷을 가져가 피팅룸으로 들어갔다.



가게에 벽면에 걸려있는 초침을 바라보면서 시간을 세고 있을 때 피팅룸이 열렸다.


“어, 어때요?”


수진이는 굉장히 수줍어하며 나를 바라봤다.


“흠······.”


나는 한 손으로 입을 가리며 고심하기 시작했다.


“수진아 한 번 빙그르르 돌아봐.”


수진이는 부끄러워하는 기색을 감추지 못했지만, 내 말에 따라줬다.


딱 달라붙는 바지를 통해 들어나는 건강미 넘치는 종아리와 부각되는 엉덩이 그리고 배꼽티를 입어 들어나는 살집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는 탄탄한 11자 복근과 귀여운 배꼽 그리고 가슴이 없어 슬렌더하다고 느껴지는 몸매까지······. 물론, 가슴이 있어도 슬렌더한 몸매를 뽐낼 수 있기는 하지만······. 역시 운동하는 애는 다르긴 다르구나~.


“······수진아 너 몸 좋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부, 부끄러워요······.”


수진이는 얼굴을 붉힌 채 커튼을 붙잡고 그렇게 말했다.


“그래? 그럼 갈아입어.”


당사자가 입어보고도 부끄럽다면 그런 거겠지······. 나는 신경 안 쓰지만.


“그런데 평가는 해주셔야죠······.”


“아······ 평가?”


나는 다시 한 번 수진이의 몸을 위아래로 훑어봤다.


“흠······ 잘 어울려.”


“더 없나요?”


“정말~ 잘 어울려.”


엄지를 척 들어 올리고 그윽한 눈빛으로 다시 한 번 말했다.


“그게 뭐에요!”


수진이는 내 반응이 마음에 들었는지 깔깔거리며 웃었다.


“막이래~”



※※※



그 뒤로 수진이는 많은 옷을 입어봤지만, 내 관점에서는 괜찮지만 수진이는 만족할 만한 옷을 찾지 못했는지 계속해서 옷을 갈아입었다.


“선배, 힘들지 않으세요?”


“힘들기는 한데······ 여자랑 쇼핑하는 게 다 그렇지 뭐. 그리고 옷 갈아입는 네가 더 힘들지.”


“그래도······ 슬슬 점원 눈치도 보이고하니까 나가죠.”


수진이가 그런 말을 하기 전에 옷을 5번 갈아입은 시점부터 눈치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5번 더 옷을 갈아입었건만······ 드디어 눈치 챘구나.


“그래. 나가자. 그런데 마음에 드는 옷은 찾았어?”


“흠······ 마음에 드는 옷이 있기는 한데······.”


“네가 괜찮다고 생각한 옷이면 괜찮겠지. 남 보여주기 아깝긴 하지만.”


“······제가 남친한테 보여주고 싶다고 하면요?”


“뭐?”


나는 눈을 날카롭게 치켜뜨고 수진이를 쳐다봤다.


“너 설마······ 진우라는 애를 아주 싫어하는 건 아닌 거야?”


수상해······.


“그런 게 아니고 만약에 말이에요.”


수진이는 허둥거리며 손사래를 쳤다.


“그럼 너네 아빠한테 말하고 선우랑 재우랑 함께 연장 챙겨서 만나러가야지.”


“······그건 사양해주세요. 제 미래의 남친을 위해서.”


“아무튼 맘에든 옷 계산하고 나와라 밖에서 기다릴게.”


“네~.”



밖으로 나와 수진이를 기다리며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때우는 중 금발의 여자애가 눈에 들어왔다. 식당에서 본 수진이의 친구다.


아니, 저 애는 몰래 숨어서 염탐할 맘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한 숨만 나왔다. 대체 우리를 염탐하자고 처음 말 꺼낸 애가 누구 길래 저렇게 눈에 띄는 애를 정찰원역으로 데려왔을까? 내가 아랑 선배를 몰래 지켜봤을 때도 이것보단 잘 숨었겠다.

한 번 놀려볼까?


“수진아 빨리 나와. 네가 고른 옷 빨리 보고 싶어~.” 라고 수진이의 친구한테 들릴 정도로 가게를 향해 소리쳤다.


그 목소리에 깜짝 놀라며 사라지는 노란 머리에 나는 피식 웃고 말았다.


나도 중3 때 저랬나······.


“선~배!”


수진이는 계산을 다 마쳤는지 손을 흔들며 살갑게 달려왔다.


뭐지? 수진이도 금발이 보고 있는 걸 알아서 연출하는 건가? 환하게 웃는 수진이의 모습에 이질감을 느꼈다.


콰직.


예상대로? 라고 표현해야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수진이에게 발을 밟혔다.


끓어오르는 고통이 발에서부터 퍼져나가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개방된 장소에서 소리 지르는 건 예의가 아니라는 마인드로 초인적인 자제력을 발휘해 간신히 버틸 수 있었다.


“뭐하는 거야!”


“수진이에게만 들릴 만큼 화를 냈다.


“선배 때문에 점원한테 무슨 소리 들은 줄 아세요?”


“뭐라 했는데?”


“나, 남친이 골라주신 옷을 사서 기분이 좋으시겠네요~. 라고 했다구요.”


뭐야? 오해받아서 그랬던 거야? 우리가 오해받은 게 어디 한, 두 번이라고.


“아니라고 말하면 되잖아. 오해받은 적 한, 두 번 아닌데.”


“그렇긴 한데······ 모, 몰라요! 아무튼 다른 매장도 가죠.”


네이~. 네이.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수진이의 등을 따라갔다.


확실히 나도 아랑 선배한테 오해받았을 때 꽤 당황했지. 수진이도 그런 거려나?



※※※



이러저런 잡생각에 수진이가 어디로 향하는지도 모른 채 따라가 도착한 곳은 예상외의 장소였다.


“수진아······ 미쳤니?”


“왜요? 선배. 저희 사이라면 괜찮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아니, 그래도······.”


나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속옷 가게다. 그것도 성인쪽에······ 흔히 란제리라고 불리는.


“어머~ 어서 오세요. 커플이신가 봐요.”


가게 앞에서 서성이는 우리를 가게 접원이 접객용 미소를 지으며 안내했다.


커플은 뭔 커플이야 아무리 봐도 여동생하고 오빤데······. 그런 생각을 하며 들어가기를 꺼렸지만, 점원의 자~. 자~. 하는 손짓에 나는 마지못해 수진이를 따라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이때 내가 정신 차리고 안 돼요. 싫어요. 저희 커플 아니고 가족이에요. 가게에 들어갈 마음 없어요. 라고 강하게 반발했어야 했는데······.


일단, 나는 얼음처럼 굳은 채 로봇처럼 가게 안을 살펴봤다. 그러는 동안 점원은 수진이에게 “남친 분은 이런 데 오는 게 처음이신가 봐요. 너무 굳으셨다~.” 라고 형편없는 소리를 지껄였다.


제가 이런 데 처음 온 건 눈치 채고, 왜 저희가 아직 학생인 건 눈치 못 채시는 건가요? 라고 따지고 싶었지만 그럴 용기가 안 났다.


옷 가게보다 더 화려한 조명이 여성의 숨겨진 매력을 조명하듯 밝게 켜져 있었다. 역시나 집돌이인 나는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아니 뜨면 안 된다. 얼굴에 열이 확 올라 올 거 같다.


“선배, 왜 그렇게 눈을 꽉 감으셨어요?”


“알면서 묻냐!”


눈앞에 아른 거리는 수진이의 형상을 통해 수진이가 나를 놀리며 히죽히죽 웃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후훗~ 일단 따라오세요.”


뭐야? 여기서 더 갈 데가 있어? 제발 내 손잡고 그대로 가게 밖으로 나가죠~.


눈을 감고 조심스럽게 수진이의 손에 이끌려 따라가다 문턱 같은 데에 걸려 휘청거리고 말았다.


“아! 발 조심하세요. 신발도 벗으시고.”


뭔가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온갖 불평불만을 머릿속으로만 하면서 수진이가 시키는 대로 신발을 벗고 문턱 같은 데를 올라갔다.


수진이는 이내 내 손을 놓더니 “이제 눈 뜨셔도 돼요~.” 라고 말함과 동시에 문 닫히는 소리가 났다.


나는 조심스럽게 실눈을 뜨며 주변 정황을 살펴봤다. 속옷은 다행히 없다. 대신 흰색만 가득할 뿐.


뭐야? 이 방은?


주위를 둘러봐도 보이는 건 오로지 흰색 벽과 문고리 그리고 흰색 커튼이었다.


커튼은 왜 있는 거지? 속옷을 입는 사람들끼리 서로 볼 수 있게 만든 건가? 설계 참 이상하네.

방 구조의 의문을 느껴 커튼은 함부로 건들지 않기로 했다.


작가의말

오타 및 기타 등등 지적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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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죽은 토끼의 향연(2부 프롤로그) 19.08.28 23 0 5쪽
25 1부 에필로그 19.07.13 27 0 11쪽
24 좋아한다고 19.07.04 31 0 5쪽
23 이제는 말할 수 있다(2) 19.06.29 34 0 15쪽
22 이제는 말할 수 있다 19.06.23 33 0 16쪽
21 기억의 바다(3) 19.06.20 27 0 5쪽
20 기억의 바다(2) 19.06.18 17 0 12쪽
19 기억의 바다 +2 19.06.16 28 0 15쪽
18 결국 이렇게 되는 건가 19.06.13 27 0 14쪽
17 금요일의 대결전 19.06.10 16 0 12쪽
16 계약 종료 +1 19.06.06 27 0 6쪽
15 이렇게 될 줄 몰랐어 +1 19.06.05 27 0 11쪽
» 옷가게로 가요 19.06.03 22 0 11쪽
13 곡별연자 +1 19.05.31 34 0 10쪽
12 영화보러 가요 19.05.30 21 0 11쪽
11 시공의 폭풍 19.05.27 20 0 19쪽
10 말했다 19.05.24 20 0 10쪽
9 식사를 마치고 19.05.23 19 0 12쪽
8 금요일은 동아리 시간 19.05.21 22 0 8쪽
7 고백 확정 19.05.17 21 0 9쪽
6 목요일(2) 19.05.15 27 0 12쪽
5 목요일 +1 19.05.13 72 1 10쪽
4 부탁 19.05.12 71 0 8쪽
3 계약 19.05.11 52 0 9쪽
2 고백 19.05.09 38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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