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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man 님의 서재입니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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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man
작품등록일 :
2019.05.09 17:45
최근연재일 :
2020.03.12 08:45
연재수 :
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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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144

작성
19.05.21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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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금요일은 동아리 시간

DUMMY

금요일 오후 동아리 시간.


“자, 대충 시간 때워라~.”


““네~.””


우리들은 동시에 희정 누나의 말에 대답했다.


동아리 시간.


옛날에는 우리나라의 동아리 시간은 동아리 이름에 걸맞는 행동이 아닌 자습만하는 시간이었다고 한다.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올라가면 그 정도가 더 심해졌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초능력자의 등장으로 전 세계의 정부는 초능력으로 사람에 적합한 진로를 계산하는 적성검사 시스템을 개발했고, 그 여파로 인해 학창시절 청춘을 구가해야하는 동아리 활동에 적합하지 않던 교육과정들은 점차 폐기되기 시작했고, 동아리 활동은 전문화됨과 동시에 중요해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동아리 활동을 꼭해야만 하는 것은 또 아니다. 적어도 적성검사를 하기 전까지는. 그래서 나도 예전에는 귀가부였다.


아무튼 이야기가 딴 길로 새기는 했지만, 동아리 활동은 중요해졌다. 그 예시로 전국에 있는 각 학교마다 그 학교를 대표하는 동아리가 있을 정도로. 물론, 우리 동아리는 그런 대표 동아리가 아니다. 역사가 오래된 것도 아니다. 어디에나 있을 평범한 신문부여서 편집 기간만 아니면 한가하니까 이렇게 자유시간을 주시는 거다.


물론, 아직도 이 시스템에 대한 기성세대들의 불만이 있다. 하지만 세상이 별 탈 없이 잘 돌아가는 거 보면 초능력의 등장으로 많은 것이 좋아진 거 같다. 실제로 아빠의 기억과 비교해보면 지금 내가 지내고 있는 학교생활이 얼마나 편한지 알 수 있다.


옛날이었으면 고등학생들은 강제적으로 밤10시까지 학교에 남아 공부를 해야 하는 야자 시스템이 있었는데, 지금은 1시간 단위로 끊어서 공부하거나 신청을 안 하면 아예 안 할 수도 있다. 참고로 난 시험기간만 아니면 안하는 케이스다. 어떻게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지도 않고 학교에 남아 10시까지 공부할 수 있었을까?


달라진 세상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중에 희정 누나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아, 맞다. 다들 대충 시간 때우더라도 다음 달에 낼 신문 기사는 생각해둬라. 아무리 내가 너희를 내버려 둬도. 편집 기간이 오면 동아리 활동상 신문을 만들긴 만들어야하니까. 그럼 이상······ 이라고 하기 전에 다들 진로 적성 검사는 미리 미리해라~. 다들 고등학생이 됐으니까. 적성검사는 빨리 할수록 좋아. 선생님도 적성검사를 늦게 해서 힘들었으니까. 그리고 아랑이는 적성검사 결과 알려주고 동아리 변경해야 할 수도 있으니까.”


“네.”


아랑 선배는 고개를 끄덕이며 청초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래, 그럼 다들 알아서 해라.”


희정 누나는 말을 마치고 자리를 옮겨 가져왔던 책을 읽기 시작했다.


선배가 적성 검사를 마쳤다고? 무슨 직업이 나온 거지? 으······.


“우정아 화장실 급하냐? 표정이 왜 그래?”


“아무것도······ 잠시 생각하느라.”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하는 나에게 재우는 언제 나처럼 웃으며 다가왔다.


웃고 있는 꼴 봐라. 분명 선배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내 맘은 전혀 모르겠지. 부러운 자식······ 100% 확률로 선배의 진로에 대해서 직접 들었을 텐데······.


“다음 달에 낼 기사 때문에 그래? 확실히 희정 선생님은 마감을 안 맞추면 무서워지지.”


“······교감한테 까이니까.”


“그렇지.”


우리는 누나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소곤소곤 거렸다.


“그래서······ 너는 무슨 기사 쓰게?”


“······나는 쓴다면 적성 검사에 대해 써보게.”


“오, 그럼 선배한테 물어보면 되겠네! 이번에 적성검사 받으셨다니까.”


웬일이냐? 네가 내 인생에 도움이 다되고?


“······그럼 되겠네.”


나는 최대한 기쁜 기색은 감추며 정돈된 어조로 말했다. 그런 발상은 하지도 못했는데.


“나는 초능력자에 대한 기사를 써보게.”


“뭐?”


기쁜 마음도 잠시 나는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재우를 바라봤다. 이 녀석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선배랑 사귀게 돼서 뇌내 엔도르핀 분비량이 상승해서 머리가 어떻게 됐나?


“왜 그렇게 봐? 내가 무슨 이상한 얘기했어?”


어이가 없어 말을 잇지 못하고 있을 때 다른 무리가 찾아왔다.


“무슨 애기를 그렇게 재밌게 하시는 거예요?”

“그러게~.”

“우리도 들을 수 있을까?”


우리 동아리의 여성진인 수진이와 선우 그리고 아랑 선배가 단체로 몰려왔다.


“다음 달에 기사 뭐 쓸지 얘기하고 있었어요.”


나는 자연스럽게 여성진의 물음에 답했다. 사실 여자랑 대화를 썩 잘한다고는 말 못하는데 동아리 멤버들과는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 아랑 선배만 빼고.


“우정이는 적성 검사에 대해 쓸 거래요.”


“그래? 그럼 내가 도와줄 수 있겠다. 최근에 받았으니까.”


네?! 라고 환의에 찬 목소리로 대답하는 대신 한 템포 쉬고.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라고 말했다.


위험했다. 선배 쪽에서 먼저 말하다니. 깜짝 놀라서 소리 지를 뻔 했어.


“그래. 그러면 내가 다음에 연락할게.”


싱긋 웃어 보이는 선배의 얼굴에 나는 숨이 멎을 뻔했다. 아······ 역시 이러니저러니 해도 나는 선배를 포기할 수 없구나······.


“우정이는 그렇고 재우는 무슨 기사 쓸 거야?”


선우가 내 옆자리에 자연스럽게 앉으면서 그렇게 물었다.


“이번 기회에 초능력자에 대해 써보게.”


“갑자기 웬 초능력자요?”


수진이도 약간 뜨끔했는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아니, 생각해봐? 초능력자들 덕분에 적성검사 같은 것도 생기고 국가 정책 같은 게 많이 바뀌었다고 하는데 이상하지 않아? 초능력자들의 대한 알려진 정보가 별로 없잖아.”


“당연하지. 초능력자들은 전부 북쪽에 있는 도시에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잖아. 일명 미미르의 샘에.”


“그렇기는 한데······ 선생님은 뭐 아시는 거 없으세요?”


“나?”


희정 누나는 읽고 있던 책을 덮고 우리들을 바라봤다.


“뭐······ 나는 연수 때문에 북에 가본 적이 있으니까······. 별 다른 거 없어. 걔네들도 똑같이 학교 다니고 그래~. 좀 다른 게 있다면 기계가 많다? 한 번가보면 내가 미래시대에 왔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지.”


“그런데 왜 시중에 풀린 초능력자들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어요?”


“······글쎄다? 높은 분들의 결정이니까. 아니면 초능력자들의 존재가 아직은 너무 이르다고 생각해서 적절히 분리해 놓은 거 아닐까? 혹시 몰라? 언젠가 초능력자들이 우리 곁에서 같이 지낼 날이 올지?”


누나는 별일 아니라는 듯이 피식 웃으며 손을 저었다.


근데 누나의 말은 거짓말이다.


우리들이 지금까지 초능력자인 걸 숨기는 이유는 초능력자인 게 밝혀지면 정부에서 강제로 납치해 북으로 끌고 가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곳에서는 강제로 능력 개발과 능력 상용화를 위해 초능력자들을 모르모트로 사용할 뿐더러 탈출을 시도한 초능력자는 아오지 탄광과 같은 깊은 곳으로 끌려가 더 심한 인체 실험을 당한다고 한다. 누나가 초능력 도시에 교육 연수를 갔었을 때 능력으로 알아낸 초능력 도시의 어두운 진실이다.

아무튼, 재우가 취재 때문에 이리 쑤시고 저리 쑤시지만 않으면 좋겠다만······.


“재신아 우리 주변에 초능력자가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래 있다. 이 반에만 무려 셋. 하지만 말할 수 없다.


“없겠지. 알잖아. 초능력자들은 태어날 때부터 검사를 통해 미미르의 샘에서 살게 되는 거. 그렇죠? 선생님?”


“그렇지.”


희정 누나도 내 말에 맞춰줬다.


“그런가~ 확실히 우리보다 오래 사신 선생님이 말씀하는 거라면······.”


······망했다.


우리는 입이라도 맞춘 거처럼 고개를 돌려 희정 누나가 있는 곳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혼기 찬 여성의 남자를 못 만나는 슬픔을 분노로 승화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와장창!!!


우리들의 동아리 시간은 그렇게 엉망이 돼버렸고. 사태가 진정이 되고나서 우리들은 알아서 각자 해산하기로 했다.


작가의말

오타 지적 및 기타 등등 지적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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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아무 생각이 없다 20.03.12 7 0 11쪽
30 방과 후 20.03.06 7 0 21쪽
29 그의 이름은 김하윤 19.10.30 21 0 14쪽
28 전학생이 오다 19.10.28 13 0 9쪽
27 기억 상실 19.10.26 18 0 9쪽
26 죽은 토끼의 향연(2부 프롤로그) 19.08.28 22 0 5쪽
25 1부 에필로그 19.07.13 26 0 11쪽
24 좋아한다고 19.07.04 31 0 5쪽
23 이제는 말할 수 있다(2) 19.06.29 33 0 15쪽
22 이제는 말할 수 있다 19.06.23 32 0 16쪽
21 기억의 바다(3) 19.06.20 26 0 5쪽
20 기억의 바다(2) 19.06.18 17 0 12쪽
19 기억의 바다 +2 19.06.16 27 0 15쪽
18 결국 이렇게 되는 건가 19.06.13 26 0 14쪽
17 금요일의 대결전 19.06.10 16 0 12쪽
16 계약 종료 +1 19.06.06 26 0 6쪽
15 이렇게 될 줄 몰랐어 +1 19.06.05 26 0 11쪽
14 옷가게로 가요 19.06.03 21 0 11쪽
13 곡별연자 +1 19.05.31 34 0 10쪽
12 영화보러 가요 19.05.30 21 0 11쪽
11 시공의 폭풍 19.05.27 20 0 19쪽
10 말했다 19.05.24 20 0 10쪽
9 식사를 마치고 19.05.23 18 0 12쪽
» 금요일은 동아리 시간 19.05.21 22 0 8쪽
7 고백 확정 19.05.17 21 0 9쪽
6 목요일(2) 19.05.15 26 0 12쪽
5 목요일 +1 19.05.13 71 1 10쪽
4 부탁 19.05.12 71 0 8쪽
3 계약 19.05.11 52 0 9쪽
2 고백 19.05.09 37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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