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바위man 님의 서재입니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라이트노벨

바위man
작품등록일 :
2019.05.09 17:45
최근연재일 :
2020.03.12 08:45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964
추천수 :
3
글자수 :
150,144

작성
19.10.28 16:20
조회
13
추천
0
글자
9쪽

전학생이 오다

DUMMY

“우정아~.”


누군가가 내 어깨를 툭툭 건드리며 단잠을 방해한다. 누군지 모르는 인물이었으면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들이다니 가만둘 수 없군······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아는 목소리다. 들어보면 바로 알 수 있었다. 재우의 목소리를 내가 잘못들을 리가 없었기 때문에.


“흐~읍······.”


나는 그런 소리를 내며 기지개를 피었다.


“여~ 잘 잤냐?”


나는 손을 살짝 들어 올려 재우에게 아침 인사를 건넸다.


“잘 자기는 뭘 잘 자. 벌써 점심시간이야.”


“점심시간이라고? 이상하다 내 수면 사이클 상, 이렇게 많이 잘 리가 없는데?”


“헛소리하지 말고 시계나 봐.”


재우는 그렇게 말하며 벽면에 걸린 시계를 가리켰다.


“진짜네. 왜 이렇게 많이 잤지?”


이상하다. 학교에 도착해서 책상에 팔을 올려놓고 꿈나라에 간 것 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시간이 이렇게 많이 흘렀을 줄이야.


“······혹시 또 기억을 잃었나?”


“농담하지 말고~. 밥이나 먹으러 가자.”


“오케이~.”


그렇게 말하며 급식을 먹으러 나가려는 찰나에 휑한 교실에서 어색함을 느꼈다.


“다른 애들은?”


평소라면 같이 먹을 애들이 온데간데없었다. 심지어 여자애들도.


“아, 다른 애들이라면 전학생이랑 밥 먹으러 갔어.”


“전학생?!”


“응. 전학생.”


전학생이 왔으면 분명 시끌벅적했을 텐데 그 와중에도 안 일어나다니······ 얼마나 깊게 잠든 거야 나?


내가 놀란 걸 아는지 모르는지 재우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담담하게 말했다.


“흠······ 그렇단 말이지······ 그래서 그 신원불명의 전학생에게 인기를 뺏겼다는 건가?”


“인기라니~.”


재우는 가볍게 손을 저으며 내 말을 부정했다. 이래서 무자각이 위험한 거다.


“아무튼 무슨 일이 있더라도 끝까지 너랑 같이 있는 사람은 역시 나밖에 없는 거 같다~.”


팔꿈치로 재우의 허리를 툭툭 건드리며 장난스럽게 말을 건넸다.


“아무렴요~. 늘 감사하고 있답니다.”


“그런데 전학생은 누구? 여자야 남자야?”


“흠······ 남자애야. 일단 자신을 남자애라고 소개했으니까.”


남자애라고 소개했다는 건 또 뭐야? 남자면 남자고 여자면 여잔데······. 그건 그렇고 남자라······. 그런데도 이렇게 많은 인원이 심지어 여자애들이 그 전학생을 따라간 걸 보면······.


“반반하게 생겼나봐?”


“흠······. 반반하게 생겼다고 물어본다면······ 잘생긴 편이지?”


“잘생겼다고?”


깜짝 놀랐다. 잘생겼다. 라는 단어가 재우의 입에서 튀어나오다니······. 얼마나 잘생긴 거야.


“응, 잘생겼어. 무슨 문제라도?”


“아니, 네가 그렇게 담담하게 다른 사람에 대한 외모를 논하는 게······ 신기해서.”


“나도 사람인 이상 외모평가는 하는 편이라고?”


재우는 양손을 살짝 벌리며 딱히 신기한 일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럼 나는?”


“······.”


재우는 입 꼬리만 살짝 올릴 뿐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봐요, 그렇게 나오시면 남는 건 상처뿐이라고요~. 아무튼 상처뿐인 이 주제는 넘어가기로 하고 다른 주제로 넘어가자.


“그건 그렇고 재우야 나······ 수진이랑 무슨 일 있었냐?”


“수진이랑? 흠······.”


재우는 내 질문에 잠시 팔짱을 끼고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딱히 없었던 것 같은데?” 라고 말했다.


“그래?”


재우가 이렇게 말해주는 거 보면 정말 아무 일도 없었던 것 같기도 하고, 누나의 반응을 보면 분명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러면 수진이는 우리 집으로 왜 안 돌아오지?”


“무슨 일 있었구나!”


재우는 천진난만한 어린애처럼 눈을 반짝였다. 정말 부담되는 눈빛이었다. 나는 그 눈빛에 약간 질색하는 표정을 지으며 손을 저었다.


“진정해 이 친구야~.”


그 말에 재우는 턱을 잡아당기며 생각에 빠졌다.


“······역시 그런 건 3월의 너에게 물어봐야겠지? 오히려 내가 더 궁금한 걸? 3월 달에 동거하면서 네가 이상한 짓 한 거 아니야?”


“에이~ 그건 아니지. ······아! 물론, 수진이 부모님이 수진이 보고 우리 집에 동거하러 가라고 했을 때 별 거부반응 없길래, 나한테 마음이라도 있나? 라는 생각을 잠시 하기는 했는데, 말도 안 되지.”


“왜 그렇게 생각해?”


재우는 스리슬쩍 의미심장한 미소를 머금으며 그렇게 물었다.


“너무 오래 지내다보니까 이성으로 보이지 않아. 수진이도 분명 그럴 걸?”


“크흑. 그건 수진이한테 너무 잔인한 말인걸~.”


“잔인하긴 뭘 잔인해. 걔도 나랑 똑같아. 서로에 대해 별생각 없는 거지. 가족이니까~.”


내 말에 재우는 오른손으로 입을 가리며 잠시 생각에 빠지더니 이내······.


“가족이라는 틀 아래에서 오히려 무신경해지는 거 아니야?”

······라고 말했다.


“헛소리 하고 있네~.”


나는 눈을 가늘게 뜨며 재우를 쳐다봤다.


“애초에 나랑 수진이는 레벨이 다르다고~. 게다가······.”


······나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라고 말실수 할 뻔했다.


“······게다가?”


하지만 재우답게 그 부분을 놓치지 않았다.


그렇기에 나는 생각을 잠시 정리한 뒤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이랑 오해받으면 얼마나 기분 나쁘겠어.”


“······그건 네 생각이야?”


“딱히 그렇게 생각은 안하는데······ 모두의 생각 아닐까?”


예전에 아랑선배에게 수진이와 내 사이를 오해받은 적이 있다. 기분 나빴냐고 묻는다면 오히려 수진이가 더 기분 나빴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도······ 오해받고 싶지 않은 사람한테 그런 오해를 받으니······ 기분 미묘했다.


물론, 그때 수진이와 내가 당황하며 그런 사이 아니라고 말해 오해를 풀기는 했지만······ 나는 선배한테 만큼은 다른 사람하고 오해를 일으키고 싶지 않다. 그래서 그때 다른 애들이 오해하면 무신경하게 흘러 넘기거나 했지만 선배한테 오해를 사는 게 싫어서 더 격정적으로 부정한 걸 수도 있다.


“그래? 네가 그렇다면야~.”


재우는 이제야 수긍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마쳤다. 하지만 그런 재우의 태도가 오히려 수상하게 느껴졌다. 나랑 수진이의 관계에 대해 꼬치꼬치 물고 늘어지다니······.내 신경 끄고 선우랑 잘해보라고!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듯이 둘 사이에 껴버린 내 신세가 불쌍하다.


애초에 선우는 재우에게 어떻게 고백했고. 재우는 선우를 어떻게 찼길래, 둘 다 별일 없다는 듯이 붙어 다니는 걸까? 나였으면 절대 무리다. 고백을 하거나 차이거나 해서 만약에 관계가 틀어지게 되면 나는 별일 없다는 듯이 지낼 자신이 없다. 그렇기에 나는 묻고 싶다.


3월의 나······ 아랑 선배에게 고백은 했냐? 나는 3월 어느 날에 선배에게 고백을 결심했다. 하지만 결과는?


이런 의문을 가진 나지만 누구에게도 토로할 수 없다. 내 마음을 아는 사람은 희정 누나와 수진이 밖에 없으니까. 그 둘에게 물어보기는 좀 그렇다. 누나는 분명 술안주로 삼을 것이고, 수진이는 계약 때문에······. 계약 때문에······.


“계약?”


“뭐야? 갑자기 왜 그래?”


나는 서둘러 와이셔츠 소매를 걷어 왼 손목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없다. 확실히 없다. 원래 수진이가 능력을 발동해야만 열쇠모양의 낙인이 올라오기는 하지만 그런 것 없이도 느낄 수 있다. 이질감이 사라진 손목의 가벼움을······.


분명 수진이와의 계약 내용은 내가 아랑 선배에게 고백을 실패할 경우 수진이의 부탁을 들어주는 조건으로 계약을 해지하거나, 내가 고백을 성공하며 바로 계약을 풀어주는 것이었다.


3월의 나는 고백을 성공한 것인가? 아니면 고백을 실패하고 부탁을 들어준 것일까? 만약 실패한 경우라면 수진이는 나한테 무슨 부탁을 했을까? 예상이 안 간다.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의 연쇄를 끊기 위해 재우와 점심을 먹고 반으로 돌아와 바로 잤다. 솔직히 말하면 깊은 생각을 하기에는 어제 게임을 너무 많이 해서 졸렸다······. 자면서 체력보충 좀 하자.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1 아무 생각이 없다 20.03.12 8 0 11쪽
30 방과 후 20.03.06 8 0 21쪽
29 그의 이름은 김하윤 19.10.30 22 0 14쪽
» 전학생이 오다 19.10.28 14 0 9쪽
27 기억 상실 19.10.26 19 0 9쪽
26 죽은 토끼의 향연(2부 프롤로그) 19.08.28 23 0 5쪽
25 1부 에필로그 19.07.13 27 0 11쪽
24 좋아한다고 19.07.04 31 0 5쪽
23 이제는 말할 수 있다(2) 19.06.29 34 0 15쪽
22 이제는 말할 수 있다 19.06.23 33 0 16쪽
21 기억의 바다(3) 19.06.20 27 0 5쪽
20 기억의 바다(2) 19.06.18 18 0 12쪽
19 기억의 바다 +2 19.06.16 28 0 15쪽
18 결국 이렇게 되는 건가 19.06.13 27 0 14쪽
17 금요일의 대결전 19.06.10 16 0 12쪽
16 계약 종료 +1 19.06.06 27 0 6쪽
15 이렇게 될 줄 몰랐어 +1 19.06.05 27 0 11쪽
14 옷가게로 가요 19.06.03 22 0 11쪽
13 곡별연자 +1 19.05.31 34 0 10쪽
12 영화보러 가요 19.05.30 22 0 11쪽
11 시공의 폭풍 19.05.27 21 0 19쪽
10 말했다 19.05.24 21 0 10쪽
9 식사를 마치고 19.05.23 19 0 12쪽
8 금요일은 동아리 시간 19.05.21 22 0 8쪽
7 고백 확정 19.05.17 22 0 9쪽
6 목요일(2) 19.05.15 27 0 12쪽
5 목요일 +1 19.05.13 72 1 10쪽
4 부탁 19.05.12 71 0 8쪽
3 계약 19.05.11 53 0 9쪽
2 고백 19.05.09 38 1 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