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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man 님의 서재입니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라이트노벨

바위man
작품등록일 :
2019.05.09 17:45
최근연재일 :
2020.03.12 08:45
연재수 :
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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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27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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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시공의 폭풍

DUMMY

심신의 안정을 위해 평소에 좋아하는 작가의 미스터리 소설을 꽤 읽었다고 생각 할 때쯤에, 벽에 걸린 시계를 쳐다봤다.


아직 11시도 안됐잖아? 읽은 지 꽤 된 거 같은데······. 이 시간에 자기는 좀 그러니까 게임이나 좀 하다 자야겠다.

그렇게 생각을 마치고 침대에서 일어나 컴퓨터의 전원을 켰다.


헤드셋을 쓰고 의자에 앉아 오늘은 무슨 게임을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음성 채팅 프로그램을 통해 연락이 왔다. 재우였다.


몇 초 동안 연락을 받을지 말지 고민했지만, 통화를 거절한 경우에 둘러대 이유가 딱히 생각나지 않아 받기로 했다. 오히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태연하게 대하는 게 더 효과적일 수도 있으니까.


“우정아 뭐하고 있냐?”


재우의 상쾌한 목소리가 헤드셋을 통해 전해졌다. 무슨 표정을 짓고 있을지 대충 예상이 갔다.


“책 좀 읽다가 슬슬 질리던 참에 게임 좀 하려고 했지. 어떻게 내가 들어오자마자 귀신같이 연락하냐? 스토커야?”


내 말이 끝나자마자 재우의 웃는 소리가 헤드셋을 통해 들려왔다.


“어떤 이상한 사람이 너를 스토킹해! 농담이기는 하지만 너무 자의식 과잉 아니야? 혼자 놀기 심심해서 온라인 상태인 애 찾다가 너한테 연락한 거야.”


“확실히 나 같은 범인을 스토킹할 사람은 없지. 내가 무슨 유명인도 아니고. 그런데 너는 스토킹 당한 적 있냐?”


“음······ 가볍게 당해본적 있지.”


“뭐?!”


별 생각 없이 툭 던진 농담에 재우는 그렇게 말했다. 나는 그만 의아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


“예전에 학교 후배가 나한테 선물 주려고 집 앞까지 쫓아온 적은 있어.”


“흠······ 그런 걸 스토킹이라고 하나? 뉴스에 나오는 것 보다 가벼운 수준 아닌가?”


“일단 게임 좀 키고······.”


“그래.”


나도 재우를 따라 게임에 접속해 파티를 맺어 매칭을 잡았다.


“관점의 차이지. 쫓아온 애가 그나마 정상적인 애였으니까 이 정도지. 이상한 애한테 찍혔으면······.”


“이상한 애한테까지 당해본 적 있냐?”


“예시를 든 거 뿐이야 그런 적은 없어.”


“그건 다행이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재우는 옛날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교내의 유명인이라 어쩔 때 다른 애들을 엇나가게 만들까봐 걱정이 든다.


“내 걱정 말고 네 걱정이나 하세요~.”


“뭐가? 네가 말했잖아 날 스토킹할 녀석은 없다고.”


나는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그렇기는 한데······ 뉴스에 나오는 스토킹이 진짜 무서운 이유가 뭔지 알아?”


“뭔데?”


“당하는 사람은 절대 눈치 못 챈다는 거야.”


“그래서······ 내가 그런 스토킹은 당할 수도 있다는 거야?”


“당하고 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


재우는 겉모습만 보면 정상이기는 한데 어쩔 때 이상한 헛소리를 한단 말이지······.


“헛소리 말고 공물이나······”


공물이나 모아라고 끝까지 말하기도 전에 문뜩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내가 초능력자인 걸 알고 이미 정부에서 나한테 사람을 붙여놨으면 어떡하지······.


“공물? 지금 열심히 모으고 있잖아.”


“······.”


“뭐야? 재우, 왜 말이 없어? 혹시 겁먹은 거야? 다 농담이지. 우리같이 평범한 학생들을 그렇게 집요하게 스토킹 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평범한 학생······. 재우는 모른다. 내가 평범하지 않다는 걸.


“······재우야 어차피 너한테 무슨 일 생기면 희정 누나가 득달같이 달려들 텐데. 뭔 걱정이야.”


누나······? 술 취하면 맨날 난동부리고 이상한 푸념을 부리기는 하지만 동생만큼은 진심으로 사랑한다. 그리고 내게 있어서 초능력에 대해 가르쳐준 초능력 선생님이기도 하다. 누나가 그 나이 될 때까지 초능력자임에도 불구하고 평범하게 살아왔는데, 나한테 무슨 문제가 생길 리가 있을까? 안 좋은 일이 생겨도 누나가 알아서 다해주겠지······?


“확실히 나한테는 누나라는 강력한 방패가 있지.”


단세포인 나는 고민이 싹 사라져 기분 좋은 어조로 누나의 자랑을 늘어놓았다······.


“나도 그런 사촌누나가 있었으면······.”


“······너 저번에 애들끼리 있을 때 사촌누나 좋아한다고 말했잖아.”


“그건 당연히 거짓말이지. 나 사촌누나 없는 거 알잖아.”


재우의 당당한 태도에 헛웃음이 나왔다.


“역시나······ 그런데 사기쳐놓고 너무 당당한 거 아니야?”


“너도 희정 누나 좋아한다고 사기 쳤으면서.”


맞는 말이기는 한데······.


“누나 좋아해. 가족으로서.”


나는 태연하게 말했다. 난 거짓말 한 적 없다. 난 잘못 없다.


“어련하시겠어요.” 라고 말하더니 게임 속에서 갈고리로 나를 끌어 당겼다.


????


순간 머릿속에서 물음표가 마구 떠올랐다.


“미친놈아! 날 왜 땡겨!”


“앗! 실수!”


“실수는 뭔 실수야! 아무리 봐도 고의잖아!”


능글맞게 자신의 머리를 가볍게 툭 치면서 혀를 쌜쭉 내미는 재우의 모습이 선하게 보였다.


그렇게 재우의 던짐과 함께 게임이 터져버리고 말았다.

허탈하다. 허탈해. 이러려고 게임 했나.


“자! 빠르게 담판하자.”


재우는 무슨 일이라도 있었냐는 듯이 태연하게 말했다.


“저기요. 아저씨! 지금 님 때문에 졌거든요?”


“게임을 하다보면 질수도 있고 이길 수도······.”


“게임은 이기려고 하는 거지 누가 질 생각으로 해!”


재우가 헛소리를 늘어놓기 전에 말을 끊었다.


“미안. 미안. 대신에 다음에 매점에서 사줄게.”


“그렇다면 뭐······”


매점이라는 말에 나도 모르게 화가 수그러들었다. 용돈이 적은 나로서는 게임을 박살 낸 대가로 매점에 데려가준다면 만사 오케이다. 물론, 나도 양심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비싼 거를 요구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계속 할 거지?”


“그럼 새벽까지 달려야지.”


수진이가 뭐라 말하기는 했는데······.



※※※



“후~ 이겼다.”


기분 좋게 기지개를 피면서 화면에 떠있는 【승리】를 기분 좋게 바라봤다.


“어떡해? 막판 할래?”


“지금 몇 시지?”


그렇게 묻고 나서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봤다. 시계는 2시 2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2시 25분이야.”


“음······ 그럼 막판 하자. 매칭 잡아놓으면 오래 걸리니까 기다리면서 잡담이나 합시다.”


“그래.”


이런저런 주제에 대해 잡담을 나누다 나는 수학여행에 대해 물어보기로 했다.


“이번에 학교에서 수학여행 갈 때 어떻게 할 거야?”


“뭘 어떻게 해?”


“이번에 여행 가면 또 속풀이 같은 거 할 거 아냐? 게다가 몰래 마시기도 할 거고.”


“뭐야? 벌써 마실 생각 만땅이야?”


그럴 리가 있나. 누나처럼 돼버리면 어떡하려고.


“적당히 마셔야지. 실수하면 큰일 나니까.”


“확실히 취하고 나면 알게 모르게 흑역사를 생성할 수도 있지~.”


“그런데 얼큰하게 취하고 나면 무슨 얘기를 하게 될까?”


“당연히~! 여자 얘기지. 이성 얘기만큼 좋은 안줏거리가 학생들한테 어디 있어.”


재우는 벌써부터 그런 얘기를 나누는 걸 상상했는지 즐기는 것 마냥 그렇게 말했다.


“어차피 또 있지도 않은 사람 만들어내서 좋아한다고 할 거면서.”


“원래 다 그런 거야. 별 생각 없이 솔직하게 말하다보면 나중에 다 손해 보게 돼있어.”


“아니, 그건 솔직하게 말한 애들의 문제가 아니라 그 비밀을 지켜주진 않는 애들의 문제가 아닐까?”


솔직하게 말하는 애들이 바보기는 하지만, 문제가 없다는 나의 의사를 밝혔다.


“말하기 싫은 거냐. 아니면 믿지 못하는 거냐. 두 차이지. 생각해봐 우리 반애들을.”


“······흠.”


재우의 그 말에 잠시 고민에 빠져 우리 반 애들을 떠올렸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애들하고 있을 때 좋아하는 사람에 대해 말 못하는 이유가 중1때 갔던 수련회에서 다른 반에서 진실 게임했던 애들 중에 한 명이 다른 애들이 좋아하는 애 다 떠벌려서 그런 거거든. 나도 그렇게 당할까봐.”


그날은 잊히지가 않는다. 애들은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었고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그 사건에 연루된 애들 중 몇몇은 여자애들이 찾아와 “미안하지만, 너 안 좋아해.” 라고 말했다고 한다.

“아~ 그때! 확실히 말도 아니었지. 떠벌린 애, 애들한테 엄청 맞았잖아~.”


재우는 그 때의 일이 재밌었던 것 마냥 희희낙락했다.


“아니, 그렇게 웃기는 얘기는 아닌 거 같은데······. 끔찍했다고.”


“아무튼~ 이래서 다른 사람에게 속마음을 내비칠 때는 정말로 믿을만한 사람한테 해야 돼.”


믿을만한 사람이라······. 나에게 있어 믿을만한 사람은 누구지?


“재우야······ 우리 친구지?”


나는 차분한 어조로 조심스럽게 물었다. 나는 재우에게 있어 믿을만한 사람인가?


“······뭐야? 갑자기 징그럽게.”


그 말에 재우의 질색하는 얼굴이 상상이 되었다. 확실히 이런 말을 들으면 나도 징그럽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말하고 싶다. 묻고 싶다. 확실히 하고 싶다. 미친척하고 20초만 용기를 내보자.

다른 사람들은 이런 나를 보고 미친놈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나도 안다. 그래도 내가 아닌 수진이한테는 얘기했다는 사실을 아니까······ 마음이 아프다. 그러니까 내가 먼저 나서야 된다. 이 복잡한 심정을 풀기 위해서는······.


“······재우야 너 아랑 선배랑 사귀니?”


뭔가 앞의 말은 생략한 기분이었지만 감정이 앞섰는지 떨리는 입술과 함께 그런 질문을 던졌다.


“······.”


재우는 아무 말도 없었다. 그것도 몇 분 동안······. 그 반응에 이미 엎질러진 이 상황에 대한 후회가 밀려왔다.


“······미, 미안해. 계단을 올라가다가 보고 말았어. 선배가 너한테 고백하는 걸. 그때 이후로 나······ 모르겠어. 너를 어떻게 대해야하는지······.”


나는 입술을 깨물며 울먹거렸다.


“미안해······. 미안해.”


나는 범죄자라도 된 것 마냥 고개를 숙인 채 “미안해.” 라는 말을 연신 반복했다.


먼저 말하고, 먼저 분위기 박살내고, 먼저 이렇게 반응하고······.

그런 생각을 하며 자책하던 중 재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정아, 미안해할 필요 없어. 오히려 내가 더 미안하지. 수진이한테는 말했는데 너한테는 말 안했으니까. 네가 그 사실을 알고 얼마나 풀이 죽었을까?”


“아, 아니야. 단지······”


머릿속에서 계속 굴러다니던 내 감정들을 표현할 단어들이 떠오르지 않았다. 하고 싶은 말을 많이 생각했었는데······. 왜 이 중요한 순간에 머리가 안돌아가는 걸까······.


“······그런데 왜 나한테는 말 안했어? 네가 아랑 선배가 좋아한다는 거? 수진이는 알고 있었는데.”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재우의 목소리가 순간 싸늘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나는 그 반응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역시 눈치 채고 있었구나······.”


“당연하지. 그렇게 티를 내는데. 지금은 나아졌지만 예전에는 선배 앞에만 서면 얼굴을 붉히거나 선배가 갑자기 말을 걸면 뜨끔 놀라서 허둥거렸잖아. 뭐, 그 외에도 많기는 하지만······ 다 말하면 네가 부끄러움에 몸서리칠 거 같으니까 여기까지만 말할게······. 그런데 왜 나한테 말 안 해줬어? 내가 그렇게 못미더워?”


여전히 가시 돋친 재우의 질문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왜 재우한테 말하지 않았을까? 아무리 가까운 사이여도 모든 걸 말해줘야 할 이유는 없으니까?


아니다. 그런 건 전혀 아니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저었다.


“예전에 날 좋아하던 애가 있었어······.”


가시 돋친 지뢰밭을 헤쳐 나가자는 심정으로 나는 내 과거를 말하기로 결심했다.


“······.”


재우는 나의 말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역시 날 좋아하는 애가 있었다는 걸 못 믿는 거겠지?


“역시 모, 못 믿겠지? 날 좋아하는 애가 있었다는 걸. 나도 그때 깜짝 놀랐어. 처음에는 농담인줄 알았어······. 소문을 통해서 들었으니까. 물론, 그 애를 대할 때 소문에 대해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결국, 소문이 난 건 걔가 나를 좋아한다는 비밀을 남한테 말해서 생기게 된 거잖아. 게다가 수련회때 일도 있고, 그래서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에 대해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기로 했어. 믿고 못 믿고를 떠나서······. 수진이는 내 방에서 내가 쓰던 러브레터를 멋대로 봐서 알게 된 거야······.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너한테는 더더욱 말할 수 없었어.”


“왜?”


“너라면 당연히 날 응원해 줄 텐데. 내가 막상 차이고 나면 열심히 응원해준 널 볼 면목이 없다고 생각했어. 애초에 너도 나처럼 아랑 선배를 좋아하니까 얘기 안 하길 다행이지······.”


말끝을 흐리며 재우의 반응을 살핀지 몇 분, 재우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


“실망했어?”


“실망하기보다는······ 나도 너한테 선배하고 사귄다고 말하지 않았으니까 똑같지······.”


“아, 아무튼 네가 못미더운 건 절대 아니야!”


“알았어~. 그걸 확인해보고 싶었어. 그런데 이제부터 어떻게 할 거야? 나한테 말한 거처럼 선배한테도 말할 거야?”


“설, 설마······. 너한테 말한 것만으로 충분해. 하지만······ 역시 기회가 생긴다면 내 마음을 전하고 싶어.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역시 넌 미친놈이야~. 현 남친한테 태연하게 그런 말을 하다니······. 선배한테 말하는 건 나한테 말하는 거 보다 더 힘들 텐데. 애초에 내 얼굴은 내일부터 어떻게 볼 거야?”


재우의 목소리는 어느새 평소대로 돌아왔다.


“······이렇게 돼서 더 좋아. 너랑 좀 더 편하게 마주할 수 있을 거 같아. 솔직히 너랑 말하면서 계속 마음 졸였거든. 그리고 우리가 평생 안 볼 사이는 아니잖아.


“크크, 큭······.”


재우는 그런 내 말에 피식피식 웃기 시작했다.


“너는 그럴지 몰라도 나는 아니야. 이렇게 너한테 속마음을 드러내고 나면 맨 정신으로 널 만날 자신이 없어.”


재우는 차분한 어조로 그렇게 말했다.


“무슨 소리야! 우리는 이미 장례식············ 미안.”


꺼내지 말아야하는 말을 꺼내고 말았다. 그때 우리는 서로 인정하고자 했는데······.


“미안해할 필요 없어. 그때는 내가 무조건 잘못했으니까. ······아무튼 난 널 피할 거야. 이런 상황에서 너한테 계속 거짓말하기 힘들어. 이 상황이 없던 일이 되지 않는 한······.”


재우는 뭔가 자책하는 말투로 그렇게 말했다.


“거짓말이라니? 내 마음을 알면서 선배와 사귀는 게 맘에 걸려서 그래? 그런 거 신경 쓰지 마!”


“그 이전에 문제야.”


재우는 단호하게 거부했다.


“혼밥하기 싫다고······.”


분위기를 이완하기 위해 농담을 던져봤지만 변하는 건 없었다.


“······선배랑 먹어. 선배는 고등학교 들어와서 항상 혼자 드시잖아.”


재우는 차분하게 그리고 자신의 한말에 별의미를 두지 않는 듯한 어조로 그렇게 말했다.

“무슨 소리야. 남자친구인 네가 왜 그런 말을 해?”


재우의 말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내가 아랑 선배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아는데 이런 말을 하다니······.


“그런 말을 하면 선배가 실망하실 거야······.”


“너는 선배를 얼마나 좋아해?”


나의 충고를 듣는지 마는지 재우는 그렇게 물었다.


갑자기 왜 이러는 걸까?


“······내가 너였으면 이런 말 안했을 거 같아······ 아니, 안 했어. 갑자기 왜 그래? 나는 선배가 좋아. 그리고 너도 선배를 좋아하잖아. 그러니까 선배의 고백을 받아들인 거 아니야? 그만큼 자신 있다는 거야? 아니면 너 설마? 좋아하지도 않는데······.”


나는 더 이상 확실히 하고 싶지 않아 말끝을 흐렸다.


“······.”


그리고 재우는 나의 말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런 반응이 나를 더욱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긍정의 의미인가? 부정의 의미인가?


“너 말이야. 설마 선우한테도 이런 거 아니지?”


나는 순간 감정이 끓어올라 날카롭게 말을 내뱉었다.


“선배는 널 좋아해서 먼저 고백한 거라고!”


“······.”


계속되는 침묵, 침묵, 침묵. 재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재우!!!”


나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그렇게 소리 질렀다. 말하라고! 입이 달려있으면!


“······미안하다. 우정아 계속 신경질적으로 대해서······. 사실 난 선배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 애초에 선배도 날 안 좋아하고.”


“뭐······?”


순간 표정이 일그러지며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았다.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내 사고회로가 이 상황을 따라갈 수 없었다.


“미안해. 미안해······.”


당황하고 있는 나에게 재우는 연신 사과했다.


“미안해······. 애초에 이런 상황이 나오면 안됐는데······. 네가 나랑 선배가 사귀냐고 물어봤어도 안됐고. 네가 우리가 사귀는 걸 알고도 마음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안됐어. 역시, 일을 꾸미는 건 사람이지만 일을 이루는 건 하늘의 뜻이라고······. 선배의 계획대로 잘 안 되네······. 네가 나한테 사귀냐고 물어볼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어. 네가 그렇게 용기를 낼 줄은 몰랐거든. 애초에 나도 확인하고 싶은 게 있어서 네 질문을 받아들이기는 했지만······ 내 욕심이었어.”


재우가 지금 뭐라고 말하는 거지? 선배의 계획? 나의 용기? 자신의 욕심? 왜 내가 선배에 대한 마음을 포기하면 안 되는 거지?


순식간에 수많은 의문들이 내 머릿속에서 회전하기 시작했다.


“······.”


“아무튼 우정아 지금 있던 일······ 다 없던 일로 하자.”


무책임한 말······. 너무나도 무책임한 말······. 어떻게 다 없던 일로 하라는 거지?


“미안해······.”


재우의 무책임한 사과가 내 의식을 잠식했고 나는 순간 정신을 놓았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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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죽은 토끼의 향연(2부 프롤로그) 19.08.28 23 0 5쪽
25 1부 에필로그 19.07.13 27 0 11쪽
24 좋아한다고 19.07.04 31 0 5쪽
23 이제는 말할 수 있다(2) 19.06.29 34 0 15쪽
22 이제는 말할 수 있다 19.06.23 33 0 16쪽
21 기억의 바다(3) 19.06.20 27 0 5쪽
20 기억의 바다(2) 19.06.18 17 0 12쪽
19 기억의 바다 +2 19.06.16 28 0 15쪽
18 결국 이렇게 되는 건가 19.06.13 27 0 14쪽
17 금요일의 대결전 19.06.10 16 0 12쪽
16 계약 종료 +1 19.06.06 27 0 6쪽
15 이렇게 될 줄 몰랐어 +1 19.06.05 27 0 11쪽
14 옷가게로 가요 19.06.03 22 0 11쪽
13 곡별연자 +1 19.05.31 34 0 10쪽
12 영화보러 가요 19.05.30 21 0 11쪽
» 시공의 폭풍 19.05.27 21 0 19쪽
10 말했다 19.05.24 21 0 10쪽
9 식사를 마치고 19.05.23 19 0 12쪽
8 금요일은 동아리 시간 19.05.21 22 0 8쪽
7 고백 확정 19.05.17 22 0 9쪽
6 목요일(2) 19.05.15 27 0 12쪽
5 목요일 +1 19.05.13 72 1 10쪽
4 부탁 19.05.12 71 0 8쪽
3 계약 19.05.11 52 0 9쪽
2 고백 19.05.09 38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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