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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man 님의 서재입니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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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man
작품등록일 :
2019.05.09 17:45
최근연재일 :
2020.03.12 08:45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949
추천수 :
3
글자수 :
150,144

작성
19.06.06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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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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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쪽

계약 종료

DUMMY

가게에서 무언가를 산 수진이와 함께 건물을 나와 하늘을 바라봤다. 밖은 어느새 해가 져 어두워진 상태였다.


대체 무슨 통화였을까? 누구한테 건 걸까? 나는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횡단보도를 건너가다 탄천 쪽으로 해서 집으로 돌아가자고 말했다.


“그럼 더 오래 걸리잖아요.”


수진이는 뒤따라가는 나를 돌아보지도 않은 채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좀 더 애기하고 싶어서.”


“······.”


수진이는 대꾸 없이 탄천으로 내려가는 계단으로 발을 옮겼다.


강가를 따라 걸으며 하늘을 올려봤다. 기대했던 별들은 아직 반짝이지도 않았다. 다만, 달만큼은 뚜렷하게 하늘을 밝히고 있었다.


“달이 아름답네요. 선배.”


느낀바가 같았는지 수진이는 드디어 입을 열었다.


그 말 외국에서는 고백 멘트로 쓰이니까 조심해. 라고 충고할까 싶었지만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말해줘도 수진이는 대수롭지 않게 넘길 것이다. 애초에 나한테 고백할 의향이 있는 애도 아니고 말이다.


그래서 “그러네.” 하고 가볍게 대답했다.


그 말에 수진이는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다가 돌다리를 건널 때 불쑥 말을 꺼냈다.


“오늘 데이트한 거 효과 있을까요?”


“······.”


불현 듯 예상치 못한 질문이 튀어 나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오늘 한 일······ 영화를 보려다 점심 먹고 옷가게 가고 속옷가게에 간 일. 이건 명백히 커플들이나 할 일이다. 물론, 나는 얼떨결에 커플을 연기한 거뿐이지만.


“먹히지 않았을까? 내가 생각해도 우리는 완벽한 커플이었어······ 문제는 그게 아니지만.”


수진이가 계획한 오늘의 커플 연기는 다른 사람들 눈에는 우리가 커플처럼 보였겠지만 명백한 오점이 있었다.


“······진우가 그래도 고백하면 어떡하죠······.”


수진이는 말끝을 흐렸다.


맞는 말이다. 아무리 우리가 커플처럼 보인다 한들······ 골키퍼 있다고 골 안 들어가랴? 아니다. 골은 충분히 들어갈 수 있다. 연애도 마찬가지다. 여자 쪽도 그렇고 남자 쪽도 그렇고 충분히 사귀는 도중에 다른 사람에게 고백을 받을 수 있다.

물론, 나의 사고에서는 여친이나 남친이 있는데 다른 사람한테 고백을 받아 양다리를 걸치거나 원래 애인을 차버리는 건 상도덕에서 어긋난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지만 이건 내 생각이다. 양다리 걸치는 쓰레기는 세상에 널리고도 널렸다.


아무튼 고백하는 사람은 고백의 자유가 있다는 말이다. 물론, 커플이라는 사실알고 하는 고백은 많은 리스크를 포함하지만 말이다.


진우라는 애는 분명히 우리가 데이트하는 모습을 봤을 것이다. 그것도 친구들과 함께······. 나와 수진이는 수진이의 친구들 사이에서 이미 공인된 사이가 돼버렸는데, 애들 사이에서 응원 받는 그 관계에 고백을 해버린다는 건 주변 애들의 시선이 따가워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친구가 잘 사귀고 있는데 거기다 찬물을 뿌리다니 그래도 되겠어? 너 뭐하는 거야? 이미 임자 있는 사람한테 고백이라니? 라는 시선들을······.


“고백하면······ 차버려. 그게 네 정답이잖아.”


나는 내가 낼 수 있는 최고의 정답을 알려줬다.


그제야 수진이는 뒤를 돌아보고는 나를 향해 돌다리를 건너왔다.


“이거 보세요.”


수진이는 스마트폰 화면을 내게 보여줬다.


{수진아 다음 주 금요일에 시간이 있어? 떠나기 전에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라는 개인 메시지였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수진이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빼박이네.”


아무리 봐도 이건 고백 각이다.


“이민을 가게 되면 어차피 인간관계가 리셋 되니까 잃을 게 없지. 사람이 잃은 게 없게 되면 진짜 무서워지지. 오늘 우리가 데이트하는 거 보고도 이렇게 연락하는 거 보면 오히려 내가 발화제가 됐나보네······. 네 생각대로 진우라는 애가 널 좋아하는 게 맞다면, 이건 무조건 고백한다는 얘기야.”


“······.”


수진이는 입을 꾹 다문 채 강가를 바라봤다.


“이거 던져버릴까요?”


수진이는 강가를 향해 스마트폰을 들어올렸다.


“······흥분하지마~. 차라리 나한테 화풀이 하라고.”


나는 별 일 아니라는 듯이 수진이를 타일렀다.


“그렇죠······.”


가게에서의 전화도 이 문자 때문이었을까? 그때부터 힘이 없어 보인다.


“그래도······ 이제는 잘 알았어. 네 친구들이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이렇게 널 걱정해서 염탐하러 온 걸 보면. 부럽네, 나도 그런 친구가 있었으면······.”


“선배도 재우 선배랑 선우 선배가 계시잖아요.”


“걔네들이랑 있으면 복잡해. 선우가 재우한테 고백하고 나서부터······.”


나는 썩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게 연애라는 거고 사랑이라는 거겠지? 오랜 관계를 부셔버려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게 되는 게?”


나는 못한다. 그런 관계를 부셔버리는 일은······. 하지만 남의 관계라면 상관없다.


“······그러니까.”


나는 운을 뗐다.


“능력을 쓰든 뭐든 해서 내가 도와줄게. 약속했잖아. 그러니까 웃어. 넌 웃는 게 제일 보기 좋으니까.”


달빛이 강가를 환하게 비추는 곳에서 나는 그렇게 다시 한 번 결심을 전했다. 그리고 눈가에 눈물이 글썽글썽 맺혔던 수진이는 내가 다가와 내 왼손을 잡고 “해제.” 라고 말했다.


손목에 떠오른 황금빛 열쇠자국이 공중으로 떠올라 반짝이는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그 광경은 정말 혼자 보기 아까운 장면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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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말할 수 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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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아무 생각이 없다 20.03.12 7 0 11쪽
30 방과 후 20.03.06 8 0 21쪽
29 그의 이름은 김하윤 19.10.30 21 0 14쪽
28 전학생이 오다 19.10.28 13 0 9쪽
27 기억 상실 19.10.26 19 0 9쪽
26 죽은 토끼의 향연(2부 프롤로그) 19.08.28 22 0 5쪽
25 1부 에필로그 19.07.13 26 0 11쪽
24 좋아한다고 19.07.04 31 0 5쪽
23 이제는 말할 수 있다(2) 19.06.29 34 0 15쪽
22 이제는 말할 수 있다 19.06.23 32 0 16쪽
21 기억의 바다(3) 19.06.20 26 0 5쪽
20 기억의 바다(2) 19.06.18 17 0 12쪽
19 기억의 바다 +2 19.06.16 28 0 15쪽
18 결국 이렇게 되는 건가 19.06.13 27 0 14쪽
17 금요일의 대결전 19.06.10 16 0 12쪽
» 계약 종료 +1 19.06.06 27 0 6쪽
15 이렇게 될 줄 몰랐어 +1 19.06.05 27 0 11쪽
14 옷가게로 가요 19.06.03 21 0 11쪽
13 곡별연자 +1 19.05.31 34 0 10쪽
12 영화보러 가요 19.05.30 21 0 11쪽
11 시공의 폭풍 19.05.27 20 0 19쪽
10 말했다 19.05.24 20 0 10쪽
9 식사를 마치고 19.05.23 18 0 12쪽
8 금요일은 동아리 시간 19.05.21 22 0 8쪽
7 고백 확정 19.05.17 21 0 9쪽
6 목요일(2) 19.05.15 27 0 12쪽
5 목요일 +1 19.05.13 72 1 10쪽
4 부탁 19.05.12 71 0 8쪽
3 계약 19.05.11 52 0 9쪽
2 고백 19.05.09 38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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