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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man 님의 서재입니다.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라이트노벨

바위man
작품등록일 :
2019.05.09 17:45
최근연재일 :
2020.03.12 08:45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961
추천수 :
3
글자수 :
150,144

작성
19.05.30 18:31
조회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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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영화보러 가요

DUMMY

“······뭐야? 갑자기 징그럽게.”


“뭐? 뜨끔 없이 징그럽다니? 내가 뭘 어쨌다고?”


“갑자기 우린 친구냐고 물었잖아?”


“내가 그런 징그러운 소리를 너한테 했다고?


“너 갑자기 왜 그래? 방금 전 일이잖아?”


진우의 말에는 당혹스러움이 묻어있었다.


흠······. 아, 기억났다! 선배랑 사귀냐고 물어보려고 했지? 이걸 내가 왜 까먹었지······? 뭔가 기묘한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넘어가기로 했다. 지금 중요한 건 내가 잠시 까먹었다는 사실이 아니라 다시 기억했다는 것이니까.


“······재우야 사실 내가 묻고 싶은 게 있어.”


나는 목소리를 깔고 분위기를 잡았다.


“뭐 물어보려고 그러는 거야? 아무거나 물어봐 다 말해 줄 테니까. 19금적인 얘기만 빼면~.”


“고마워.”


나는 그렇게 짧은 한마디를 건네고 숨을 내쉬었다. 판은 다 깔아졌다. 이제는 말해야 된다.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못 물어볼 거라는 심정으로 나는 입을 뗐다.


“재우야! 너······.”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굳게 닫혀있던 방문이 열렸다.


“선배!!!”


이 시간에 깨어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한 훼방꾼이 나타났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우리가 너무 시끄러웠나?”


마이크를 통해 전해진 수진이의 목소리에 재우가 반응했다.


“······그, 그런 거 같다. 미안하다. 오늘은 더 못할 거 같아. 다음에 보자.”


나는 망연자실한 상태로 그렇게 말했다.


“······그래.”


나는 게임을 종료하고 컴퓨터를 꺼 헤드셋을 벗었다. 눈앞에 일에 집중하자.


심기불편하게 살기를 내뿜으며 나를 기다리는 수진이에게 먼저 사과했다.


“미안. 내가 너무 시끄러웠지······.”


“······.”


분명히 한소리 할 거 같았던 수진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뭐지? 이상한 느낌이 들어 고개를 조심스럽게 들어 수진이의 얼굴을 보려고 했다.


그러나 볼 수 없었다. 수진이는 어느새 살기를 거둔 채 나처럼 바닥만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왜 그러지? 분명 나한테 화났으면서 바닥만 바라보는 거지? 라는 의문이 들기는 했지만 캐물을 생각은 들지 않았다.


“선배, 빨리 자세요. 내일은 바쁠 테니까.”


수진이는 차분한 어조로 그렇게 말하고 방을 나갔다.


나는 수진이의 뒷모습을 보며 “그래. 깨워서 미안하다.” 라고 말하고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나는 왜 이렇게 운이 없을까. 선배한테 고백하려는 날에 선배가 고백하는 걸 목격하고. 재우에게 진심을 다해 말하려고 할 때 이렇게 저지당하고.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졌나······.


그런 우울한 감정을 잊기 위해 곁에 있는 스마트폰을 통해 내 얼굴을 봤다.


“아······. 이러니까 수진이가 화를 못 내지.”


빨갛게 충혈된 두 눈이 나를 환자라고 말하고 있었다.


보기 흉하다. 라는 생각을 하며 이불로 얼굴을 한 번 닦아냈다.


“게임을 너무 많이 했나······.”


오늘 일은 없었던 일로하자. 용기를 그렇게 짜냈는데도 절호의 타이밍을 놓친걸 보니, 나는 그냥 안 될 놈이다. 그만······ 포기하자.


그렇게 끝까지 전하지 못하는 마음을 접으며 이불을 뒤척이다 잠들었다.



※※※



“선배. 일어나세요.”


잠결에 들려오는 목소리······ 아마 수진이겠지. 어젯밤 게임으로 인해 수면부족인 나는 이불을 부둥켜안고 말했다.


“10분만~~~.”


“선배, 지금 그럴 때가 아니라구요. 늦겠어요~.”


“아니긴 뭐가 아니야. 오늘 토요일인데······. 푹 쉬어야 된다고.”


“어제 말했잖아요. 내일은 바쁠 거라고.”


그런 말을 했었나~?


이불을 발로 쳐내고 침대에서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며 눈을 떴다.

눈앞에는 평소와는 전혀 다른 차림의 수진이가 서 있었다.


“뭐야? 왜 그렇게 차려입었냐? 무슨 날이냐?”


“얼른 나가야하니까 그런 거는 나중에 묻고 빨리 씻고 옷 입으세요!”


“······알았어.”


다급해 보이는 수진이에게 별 대응도 하지 못하고 머리를 긁적이면서 속옷을 챙겨 화장실로 들어갔다.



어제 너무 달린 영향인지. 샤워를 해도 개운한 느낌이 안 들었다. 그나마 나아진 점은 두 눈이 원래 상태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내 체력이 이렇게 안 좋아졌나?” 하고 자문했다.


예전에는 24시간씩 게임하고 그랬는데······.


과거의 영광을 회상하며 몸을 닦고 거실로 나갔다. 물론, 이번에는 수건만 걸친 상태가 아닌 속옷을 입은 상태로.

멍 때린 상태로 머리에 수건을 걸친 채 수진이를 찾았다.


“수진아 샤워 다했어~.”


“그럼, 빨리 아침 드세요. 제가 준비했어요.”


뭐? “제가 준비했어요?” 수진이의 그 한 마디에 나는 눈을 부릅뜨며 동시에 수진이를 쳐다봤다.


“누가 뭘 준비했다고?”


“······제가 아침을 준비했다구요~.”


“무슨 판단이야! 재료를 시궁창에 버릴 셈이야!”


나도 모르게 버럭 소리 지르고 말았다.


“······.”


그런 내 목소리에 수진이는 아무 대답도 못하더니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아, 실수했다. 수진이가 아무리 요리를 못하더라도 날 위해 준비해 준건데······ 소녀 감성에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수, 수진아. 미안해.”


이미 엎질러진 물이지만, 나는 조심스럽게 위로하고자 했다.


그랬더니 수진이는 손을 부르르 떨기 시작하더니. 빵을 집어 그대로 내 얼굴에 집어던졌다.


“으아악!”


뜨겁다. 뜨거워!


“제가 아무리 요리를 못하더라도 토스트 정도는 구울 줄 안다구요!”


“미, 미안해,” 라고 말하면서 목에 걸친 수건으로 얼굴을 식히고 바닥에 떨어진 토스트를 주워 먹었다.


“아무튼! 빨리 옷 입고 나갈 준비하세요!”


“네······.”



옷을 다 차려입은 나는 입에 토스트를 문채 수진이를 따라 거리로 나섰다.


“수진아 어제는 미안했다.”


“뭐가요?”


“시끄러웠잖아. 넌 한 번 잠들면 누가 업어 가도 모를 정돈데, 네가 깬 걸 보니까 내가 너무 시끄럽게 떠들었나봐.”


“아뇨. 시끄러워서 깬 게 아니고······. 어쩌다보니까 선배 방에 불이 켜져 있는 걸 보게 돼서······. 내일은 바쁠 테니까. 일찍 자라고 했잖아요!”


수진이는 날카롭게 나를 쏘아봤다.


“아니······ 자기에는 시간이 좀 애매해서.”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내 행동을 변호했다.


“그럼 재우 선배랑 무슨 얘기 하셨어요?”


“재, 재우랑?”


의외의 인물이 대화주제의 오르자 말을 더듬고 말았다.


“별 얘기 안했지.”


별 애기를 하려고 할 때 네가 훼방을 놨으니까······.


“흠······.”


수진이는 날카로운 눈빛을 거두며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내가 재우랑 게임한 건 어떻게 아는 거지? 설마 나한테 게임을 같이 할 친구가 재우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거 아니지? 수진아?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상황에서 나 게임 같이 할 친구 많아. 라고는 말할 수 없었다. 진짜 친구가 없는 거처럼 보일까 봐. 대신 다른 얘기를 했다.


“그런데 수진아 우리 어디 가는 거야?”


“영화관이요······.”


“영화관?”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문을 표했다.


“너 나랑 같이 영화관 가는 거 싫어하지 않았냐?”


“그건 선배가 저랑 같이 영화를 보러갔는데 각자 다른 영화 보자고 해서 그런 거구요.”


“확실히······. 하지만 내 돈 주고 재미없는 영화 보기 그렇잖아. 영화 다 보고나서 다시 만나면 되는데······.”


“만약 아랑 선배였으면요?”


수진이는 정곡을 찌르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째려봤다.


잠시 아랑 선배와 영화관을 간 상상을 해보고 입을 열었다.


“······그래 미안하다. 내가 잘못했어. 재미를 떠나서 영화 특전을 받으려면 어쩔 수 없었어. 내가 영화관에 많이 가는 것도 아니잖아. 이번에는 보자는 거 꼭 같이 볼게.”


“그럼······ 됐어요.”


수진이는 내 시선을 피하며 짧게 대답했다. 아무래도 자신과 아랑 선배를 비교한 게 부끄러웠나보다.

그런 수진이를 보고 싱긋 웃으며 물었다.


“그래서 무슨 영화 볼 거야?”


“기대하세요. 지금 제일 인기 있는 영화를 보여드릴 테니까!”


“흠······. 제일 인기 있는 영화라······.”


여가 생활이라고는 게임이나 독서밖에 안 한 나였기에 요즘 인기 있는 영화를 알 겨를이 없었다. 뭐 수진이가 고른 영화니까 재미는 보장하겠지.


“그런데 표 값은?”


“아, 안주셔도 돼요.”


수진이는 필요 없다는 듯이 손을 저었다.


“그건 안 되지. 가족이라고는 해도 돈 관계는 철저히 해야지.”


나는 팔짱을 끼며 나의 확고한 경제관념에 대해 설명했다. 돈은 목숨보다 무겁다!


“아뇨, 아뇨. 주말에는 언제나 방구석에서 게임만 하는 선배의 소중한 시간을 제가 방해하는 거니까. 오늘은 속는 셈치고 저랑 즐겨주세요. 경비는 제가 다 댈 테니까.”


뭔가 돌려 까는 느낌이 다분히 느껴지는 말이었지만, 수진이의 확고한 어조에 나는 더 이상 돈 받아. 라고 말할 수 없었다.


“그래. 친한 여동생이랑 노는 건, 심심하지 않으니까~.”


그렇게 기분 좋은 말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수진이는 오히려 쀼루퉁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뭐 실수했나? 싶어 머릿속으로 내가 한 말을 일일이 체크하고 있을 때 수진이가 입을 열었다.


“저, 저도 이제 곧 있으면 고등학생이라구요!”


수진이는 단호한 어조로 그렇게 소리쳤다.


나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뭔 소리야. 학기 시작한지 얼마나 됐다고~. 고등학생 되려면 아직 멀었지.”


“으······ 그래도 어린애 취급은 그만 해주세요!”


수진이는 주먹을 꽉 쥐며 발끈했다.


“왜? 우리들한테 귀여움 받으니까 좋지 않아? 우리 동아리에 중학생은 너 혼자라 귀여움 받잖아. 솔직히 말하면 우리가 어렸을 때도 너만 귀여움 받아서 부러웠다고.”


“귀여움 받는 거 보다. 저는 선배들이랑 같이 지내고 싶어요······. 맨날 먼저 졸업하시고 먼저 사라지시잖아요.”


“아······.”


나는 작은 탄식을 내뱉었다.


동갑인 우리들은 먼저 졸업하고 먼저 학년을 올라간다는 것은 수진이와 떨어지게 된다는 뜻이다. 애초에 중, 고등학교에서 동아리 통합 수업을 하지 않았다면, 동거를 하지 않았다면, 수진이를 만날 기회가 지금처럼 많았을까?


“뭐······ 마음은 잘 알겠어. 분명 재우랑 선우도 똑같을 거야. 천천히 따라와. 기다릴 테니까.”


“네······.”


수진이를 고개를 약간 숙인 채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부끄러운가보네~. 짜식~.


나는 그런 수진이를 보며 따스한 미소를 지었다.


이해 못하는 것이 아니다. 나도 선배가 먼저 졸업했을 때 그런 멀어진다는 느낌을 받았으니까. 내가 선배를 생각하는 마음과 수진이가 우리를 생각하는 마음의 방향성은 다르더라도 도착점은 같다. 같이 지내고 싶다. 단지 그뿐이다.


작가의말

오타 및 기타 등등 지적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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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죽은 토끼의 향연(2부 프롤로그) 19.08.28 23 0 5쪽
25 1부 에필로그 19.07.13 27 0 11쪽
24 좋아한다고 19.07.04 31 0 5쪽
23 이제는 말할 수 있다(2) 19.06.29 34 0 15쪽
22 이제는 말할 수 있다 19.06.23 33 0 16쪽
21 기억의 바다(3) 19.06.20 27 0 5쪽
20 기억의 바다(2) 19.06.18 17 0 12쪽
19 기억의 바다 +2 19.06.16 28 0 15쪽
18 결국 이렇게 되는 건가 19.06.13 27 0 14쪽
17 금요일의 대결전 19.06.10 16 0 12쪽
16 계약 종료 +1 19.06.06 27 0 6쪽
15 이렇게 될 줄 몰랐어 +1 19.06.05 27 0 11쪽
14 옷가게로 가요 19.06.03 22 0 11쪽
13 곡별연자 +1 19.05.31 34 0 10쪽
» 영화보러 가요 19.05.30 22 0 11쪽
11 시공의 폭풍 19.05.27 21 0 19쪽
10 말했다 19.05.24 21 0 10쪽
9 식사를 마치고 19.05.23 19 0 12쪽
8 금요일은 동아리 시간 19.05.21 22 0 8쪽
7 고백 확정 19.05.17 22 0 9쪽
6 목요일(2) 19.05.15 27 0 12쪽
5 목요일 +1 19.05.13 72 1 10쪽
4 부탁 19.05.12 71 0 8쪽
3 계약 19.05.11 52 0 9쪽
2 고백 19.05.09 38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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